역대급으로 뜨거웠던 2016년 여름, 나흘 동안 상하이를 달궜던 차이나조이 2016이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게임쇼 취재 기자가 그러하듯, 올해 차이나조이에 참석한 기자들도 하루 약 천 장가량의 사진을 찍어대며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행사 기간 동안 쌓인 사진이 총 만여 장, 이중 실제 기사에 쓰이는 사진은 약 1~2%에 불과하죠.

그렇게 엄선된 사진으로 기사를 쓰다 보면 뭔가 기삿거리는 아니지만 재미있고, 기사로 쓸 수 없지만 한 번 소개해주고픈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일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래도 -올해처럼 상하이의 40도 기운을 뚫고- 땀 흘려 찍은 사진과 이야기가 묻히게 되는 것이 다소 아깝게 느껴질 때도 많죠.

이런 9800여 장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오늘은 차마 기사로 쓸 수 없었던 차이나조이의 뒷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 인산인해, 밀물썰물



사람이 많다,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건 조금 반칙이죠. 제가 광안리 10만 기적 중 한 명이었을 때도, 헬십리의 일원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차이나조이 현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왜 중국이 인해전술의 나라인지, 왜 정확한 인구 집계가 안 되는 나라인지를 확실히 일깨워줬죠. 죽기 싫으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데스렐리가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위 쓰레기차는 일단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이즈의 트럭이었습니다. 저 사진을 찍을 때가 점심시간이 임박한 12시 즈음이었고, 저 분량이 인접한 2개 관의 쓰레기를 모은 것이었으니 악 2시간마다 저런 차량 13대가 한 번씩 나갔다는 말이죠. 그냥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까지 생각하면, 한 관에는 대체 몇 명의 사람이 있었던 걸까요.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차이나조이 마지막 날이 되자 그 많던 사람들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밀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었던 입구는 바람만 쌩쌩했고, 수시로 드나들었던 그 무지막지한 쓰레기 트럭도 저 날 하루 동안은 볼 수 없었죠. 마법이 있다면 이런 게 마법이 아닐까 합니다.




▣ 부스 형님(?)은 없냐고요? 왜 없겠어요



차이나조이에서 찍은 사진 중 사실 절반가량은 모두 부스걸과 코스어들의 사진이 차지하게 됩니다. 그만큼 부스걸 모음 기사는 해마다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사 중 하나이자, 인벤 유저들에게 가장 많은 칭찬을 받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의 부스걸 기사에서는 유독 '왜 부스걸만 있냐, 부스 형님은 없냐'는 의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부스 형님들이 왜 없었겠습니까. 이곳은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대륙인데!

그런데 왜 이 사진은 모음 기사에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제가 직접 편집했지만 정말 신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손이 저절로 움직인건지..


▣ 사진 누락은 하극상을 부른다


"정기자님, 왜 그 사진은 없습니까?"

너무 더워서 언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주먹이 나갈 것 같은 차이나조이의 어느 날, 후배인 김 모 기자가 따지듯 물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차이나조이 현지 취재팀에서 부스걸 사진 촬영을 '전담'한 김기자가 전달한 사진 중 김기자가 가장 공들였던(!) 부스걸의 사진이 미처 부스걸 모음 기사에 실리지 못한 것이죠.

사진 편집 중 더위를 먹으며 정신을 잃은 제 불찰이 컸습니다. 이때 제 눈에 들어온 건 더운 날씨로 이성을 잃기 직전인 김기자님의 모습이었고, 저는 깊은 사과를 드린 뒤 바로 이 기사에 꼭 실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만리타향에서 후배에게 맞는 건 몹시 서러울 수 있으니까요..


▣ 부스걸만 찍으러 갔냐고요? - 기자의 애환


사실 차이나조이 취재를 간다고 하면 주변의 지인들은 "해외 여행도 가고 좋겠다"라는 반응이 많고, 코스어 사진 특집이나 부스걸 사진이 올라가는 날에는 "미인이랑 놀기나 하고 좋겠네"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어.. 그런데 사실 저희도 그렇게 놀고 싶지만, 일단 만리장성보다 더 높은 언어의 장벽이 저희를 가로막습니다. 그리고 언어 문제를 가뿐히(?) 해결한 기자라 해도 그럴 시간은 없죠. 미인을 보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은 연이은 강연과 인터뷰 사이 인파를 헤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아주 잠시뿐입니다. 다만,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몇 개씩 이어 붙인 것 같은 크기로 인해 그 '잠시'가 아주 '조금' 길어지는 거죠.


위 사진은 멋진 상하이의 야외 테라스에서 밥을 먹는 것 같지만, 사실 인파가 몰린 식당에서 기다리며 시간을 버리느니 건물 흡연장에서라도 밥을 먹겠다는 굳은 식탐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물론 상하이가 40도에 육박하는 건 이미 앞에서 언급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흡연 사우나에서 밥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 중국 상하이 정신과 시간의 방 풍경.jpg

차이나조이 기간 동안 상하이는 멋진 부스걸과 재미있는 게임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잠을 줄이며 기사를 퇴고하고,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강연을 요약하는 세계 각지 기자들의 애환이 녹아내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잠을 이기고, 집에 가고 싶다는 향토병을 이겨내며 기사를 마무리하는 이 시대의 모든 기자분들에게 깊은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 엉덩이 토닥거리며 우쭈쭈 해달라는 거냐면 그건 맞습니다.)


▣ 이름 없는 예술가들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사실 제 눈을 가장 많이 끌었던 것은 멋진 부스걸도, 덕력을 자극하는 굿즈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현장을 빛냈던 예술가들이죠.

공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음에도 겹겹이 옷을 껴입으며 더운 날씨를 인내하는 코스어들도 있었고, 어떤 보상이나 댓가가 없음에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자신의 솜씨를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며 즐거움을 만드는 것! 이런 모습들이 바로 게임을 넘어서 차이나'조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