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지역별로 문화와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한 지역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 다른 지역에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유저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야 하는 게임업계는 같은 게임이라 해도 각 지역에서 ‘먹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현지화라는 작업을 거친다. 특히 북미 유럽 지역과 중국 유저들은 그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글로벌로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그 현지화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중국 Kabam의 Jinming Cao 디렉터가 자신들의 마블 컨테스트 오브 챔피언스(이하 마블 챔피언스)의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양 지역과 중국 시장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자가 말한 포인트는 바로 IP이다. 삼국지나 서유기와 같은 고전은 중국에서는 유명하지만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반대로 ‘캔디크러쉬’ 시리즈는 서양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캔디크러쉬 시리즈의 보드는 체스와 비슷한데 중국 전통 문화는 체스 대신 장기를 두기 때문이다.

이는 유저들이 게임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각 지역의 유저들은 마블 챔피언스를 플레이하는 방식이 크게 달랐다. 마블 챔피언스는 미국에서 역사가 오래된 마블 코믹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각종 히어로들을 모으고 그들을 활용해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같은 게임을 플레이함에도 두 지역의 접근 방식은 크게 달랐다. 북미 유저들은 다양한 히어로를 모으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고 결제를 했다면, 중국 유저들은 ‘강한’ 히어로를 얻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 했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이에 대해 “마블이라는 IP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라 말했다. 북미 유저들은 어렸을 때부터 마블코믹스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히어로들을 대하는 방식이 중국 유저와는 다르다는 것.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에는 여러 개의 우주가 있고, 각 우주별로 히어로의 능력과 입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북미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히어로’를 얻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주로 영화에 등장했던 마블 히어로들이 유명하고, 그마저도 팬덤의 뿌리가 깊지 않다. 때문에 중국 유저들은 주로 ‘강력한 히어로’를 얻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한다. 이런 차이가 플레이스타일의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며, 강연자는 이 때문에 지역별로 현지화에 접근하는 전략이 달라져야 함을 역설했다.



IP와 함께 말한 것은 지역별로 유저의 게임 지향점에 큰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에서는 다른 유저와 경쟁하고 보드에 이름을 올리는 아레나 콘텐츠가 인기 있다. 아레나 콘텐츠는 그 자체만으로 중국 유저들에게 게임을 할 목적이 되며, 그들은 아레나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유저들은 경쟁 콘텐츠보다는 수집 콘텐츠를 더 좋아하고, 실제로 플레이도 그런 방식으로 한다는 점을 짚었다. 서양 유저들도 아레나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아레나에서 나오는 특별한 히어로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결코 아레나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말한 포인트는 상품 구매에 대한 인식이었다. 중국 유저들은 강해지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북미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상품 구매를 통해 강해졌다는 것을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그 캐릭터와 게임에 능숙하기 때문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강연자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차이라고 말하며, 단순히 결제를 통해 캐릭터의 스펙을 강화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뿐 아니라, 그런 것들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인식은 쉽게 바꿀 수 없기에 상품 모델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자는 상품 구매에 대한 부분을 거론하며 “결국 주요 수익 모델은 가챠(뽑기)”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뽑기 시스템이 어째서 인기 있는가를 심리학자 B.F. 스키너의 ‘스키너 상자 실험’에 비유하며 “원하는 보상이 제공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생쥐는 혹 그로 인해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심지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버튼을 눌렀다”고 말하며 가챠 시스템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했다.



다만, 중요한 문제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을 때의 절망감을 어떻게 보상받게 하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블 챔피언스에서는 결제에 대한 보상으로 히어로를 고를 수 있는 조각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물론 모바일게임은 소수의 유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면 이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매출이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준다”며 “장기적인 운영을 원하는 게임들이라면 이 부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조각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이용자의 자유이다. 서양 유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각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히어로’를 선택할 것이고, 중국 유저는 ‘강력한 히어로’를 선택할 것이다. 강연자는 이런 방식은 상품을 구매하는 유저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결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서양에서도 이런 방식을 도입해 실제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자동전투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었다. 강연자는 “서양에서는 자동전투를 두고 저게 무슨 게임이냐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자동전투는 서양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시스템이라 말하며, 실제로 자동전투가 도입된 게임들이 생겨나고 있고, 자동전투가 있는 게임의 경우 유저 이탈이 자동이 없는 게임에 비해 적다는 점을 짚었다.

애초에 아이템 드랍율 등을 자동전투 모델에 맞춰 기획했기에 수동 플레이로는 반복 플레이에서 오는 피로도를 감내하는 유저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전투를 제외하기 위해 서비스하는 지역별로 아이템 드랍 테이블을 조정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가 운영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에 일부는 포기하고 가야한다는 점을 말했다.

강연자는 강연의 결론으로 “서양과 중국은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게임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하며 “현재까지 중국 게임이 글로벌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은 세계시장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연자인 Jinming Cao는, 올바른 현지화는 단순히 번역 뿐 아니라 그 시장의 문화적인 부분까지 살펴봐야 함을 다시 한 번 짚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