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장르의 게임에는 항상 두통처럼 따라붙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핵 문제입니다. 북핵.. 할때 그 핵이 아니고 게임 해킹 프로그램 얘기로, '봇'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하죠. 주로 상대의 위치가 벽을 투시해서 보이는 '월 핵'과 적에게 에임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에임 핵'이 있는데, 에임 핵의 경우 솔저 76의 궁극기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PVP가 메인 콘텐츠인 FPS 게임들의 특성상 이 두 종류의 핵 모두 게임의 밸런스를 크게 해치는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핵 플레이는 핵을 사용하는 사용자 자신에게는 그저 재미나 고승률을 쉽게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만, 이에 피해를 받는 다른 유저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며 심할 경우 유저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큰 문제가 됩니다. 이쯤 되면 두통이 아니라 암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싶습니다.

오버워치 또한 FPS게임인 만큼 이 핵 문제라는 숙명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상대 바스티온이 나와 우리 팀원들을 죄다 갈아버려 뭔가 이상하다 싶어 킬캠을 봤더니, 옴닉마냥 에임이 휙휙 돌아가면서 정확하게 붙어 아군들에게 칼같이 헤드샷을 날리고 있더라는 이야기가 요즘 꽤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죠.

이를 신고해 핵 사용자를 영구 정지를 먹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에임 핵 유저 때문에 떨어진 내 점수는 돌아오지 않고 또 만날까봐 두렵기만 합니다. 게다가 아직도 핵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단순히 신고 차원의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대체 오버워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핵 이슈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어쩌다 퍼졌고, 어디까지 퍼졌나? 핵 유저들의 현 실태

오버워치가 출시되고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국내, 국외를 할 것 없이 수많은 곳에서 핵 프로그램들이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핵이 적발될 경우 게임 플레이를 제한받는 패널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사용 유저들은 재미나 고승률, 목표 달성 등을 위해 핵에 손을 대게 됩니다. 특히 오버워치는 7월부터 경쟁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로 경쟁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국내의 핵 프로그램 사이트들의 경우 이러한 수요층의 심리를 이용해 자사의 프로그램은 에임 핵 프로그램이 아닌 도우미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타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식을 사용해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광고를 합니다. 사실 도우미 프로그램이라도 제재 대상임은 마찬가지고, 절대 걸리지 않는 경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주장에 혹해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또한 핵 프로그램 사이트들의 구매 후기를 보면 몇점부터 몇점까지를 올렸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점수대 또한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 꽤 넓은 폭의 점수대에서 에임 핵을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유저들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 에임의 정확도 등을 조정하는 등의 꼼수를 공유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 판매 사이트에서는 구매 후기나 세팅법 등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오버워치 관련 유튜브를 보다 보면 경쟁전을 하다 핵 유저를 만났다는 영상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절대 걸리지 않는다며 자신이 핵을 사용한 영상을 자랑처럼 올리거나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영상들 속에 비친 핵 유저들에 대한 비난이 상당히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당사자들은 이에 아랑곳 않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일반 유저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상들의 수가 점차 많아져 이제는 아예 스트리머들이 봇 유저와 싸워서 이기는 영상이 이른바 '정의구현'으로 간주되면서 일종의 콘텐츠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영상들은 각 영상별로 플레이어들의 점수대 또한 낮게는 심해부터, 높게는 천상계인 80점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오버워치에서 핵이 얼마나 넓게 퍼져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핵 사용 유저가 방송 중 영구 정지 재제를 받는 영상(3분 경 정지)


▲ 80점대에서 Mano 선수가 에임핵 바스티온을 만나 패배하는 영상


▲ 80점대 3인큐 핵 유저 상대로 경쟁전 승리하는 영상



◆ 핵 사용하면 바로 영구 정지, 핵 개발사에는 소송까지! 블리자드의 '핵과의 전쟁'

블리자드는 이러한 핵 문제에 대해 '플레이어가 핵, 봇, 또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도록 해주는 외부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거나 부정 행위를 한 것이 확인될 경우, 해당 플레이어의 계정은 영구 정지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블리자드는 지금껏 수 차례에 걸친 제재를 진행해왔습니다. 에임 핵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사용자들의 계정을 영구 정지 조치하면서, 블리자드는 에임 핵 등 금지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영구 정지를 당한 유저가 이후 게임을 재구매해도 곧바로 영구 정지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할 정도입니다.

☞ [ firebolt 유저의 최신 유저 정보 게시글, '아프리카 BJ들 저격하던 핵 유저들의 실시간 정지' ]
☞ [ 누비누비 유저의 최신 유저 정보 게시글, '북미 서버 대규모 밴 웨이브 감행' ]
☞ [ 님도굴러요 유저의 최신 유저 정보 게시글, '핵 사용자, 다시 구매해도 밴 당해' ]

▲ 최근에는 핵 6인팟을 돌리며 방송을 하다가 게임 도중 제재를 받은 유저도 있었습니다
(출처 : firebolt의 최신 유저 정보 게시글)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는 핵 프로그램 제작사에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이전에도 자사 게임의 각종 불법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한 적이 많았습니다. 번거롭고 돈이 많이 드는 절차임에도 소송을 진짜 걸어대기 때문에 핵 판매자들에게 블리자드는 금기와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들 하죠.

오버워치가 나온 이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비슷하게 이어졌습니다. 가뜩이나 핵에 대해 취약할 수 있는 장르라 그런지, 블리자드는 오버워치와 관련된 핵과 불법 프로그램 등을 유통하기 시작한 사이트들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습니다. 이에 두려움을 핵 배포 사이트들은 관련된 글들을 전부 삭제하고 핵 판매를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 [ Theblindman 유저의 최신 유저 정보 게시글, '오버워치 핵 제작자, 핵 인증 서버 내림' ]
☞ [ Naeri 유저의 최신 유저 정보 게시글, '오버워치 핵 제작 포럼 배포&판매 중단' ]

블리자드는 현재 독일의 핵 개발 사이트 '보스랜드'와의 소송을 진행중입니다. 보스랜드는 독일의 핵 프로그램 개발사로 지난 5월 26일 오버워치 핵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에임 핵은 아니지만 적군의 거리와 위치 정보, 이름 등을 표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엄연히 월 핵 비슷한 치팅 프로그램입니다.

당연히 블리자드는 이에 대해서 소송을 걸었지만, 보스랜드는 오버워치 이전에 있었던 여러 핵 프로그램에 대해 블리자드에 승소한 적이 있어 이에 대수롭지 않아하는 모습입니다. 이 소송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블리자드의 '핵과의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보스랜드는 기어코 오버워치 핵까지 개발해 판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유저 차원에서 핵을 근절시킬 가장 기본적인 방법, '신고하기' 기능

보통 FPS게임에서는 유저가 핵을 썼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곤란한 반면, 오버워치에서는 상대가 나를 처치 했을 때 뜨는 킬캠이나 최고의 플레이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한 편입니다. 자신이 핵 유저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고 확인됐을 때, 해당 플레이어 아이디를 오른쪽 클릭했을 때 나오는 '신고' 기능을 이용해 해당 유저를 신고하도록 합시다.

다만 이 경우는 다른 욕설이나 불량 플레이어 등의 핵 유저 고발 외의 문제들에 대한 신고도 받기 때문에, 핵 문제에 대해서는 블리자드의 핵 관련 문제 대응 메일(hacks@blizzard.com)이나 또는 블리자드 홈페이지의 '부정 행위 신고(링크)'를 이용하는 것이 좀 더 즉각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단, 블리자드에서는 게임내 카메라 시스템에 대해 '재생된 영상 속의 플레이어 조준점이 실제 게임 플레이 때보다 더 뚜렷해 보이거나 덜 부드러워 보일 수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때문에 신고를 한다면 상대가 정말로 에임 핵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전에 프로팀 아티즌의 '게구리'선수의 에임 핵 논란에서 나왔던, 자리야 입자 방벽 사용 시 발생하는 관전 카메라 버그같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 블리자드 공홈의 '부정 행위 신고' 양식, '오버워치'와 '악성 코드'를 선택하면 됩니다



◆ '핵과의 전쟁은 계속된다', 늘어나는 핵 유저,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

블리자드의 핵 사용 플레이어들에 대한 가차없는 수준의 제재와 핵 프로그램 개발사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 문제는 오버워치의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사실 블리자드의 제재와 법적 대응은 출시 초기부터 계속되어 왔던 것인 반면 핵 유저들 문제는 사그러들기는 커녕 점점 커져왔습니다. 블리자드의 대응이 잘못된 것일까요?

핵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여태껏 전례가 없는 일이며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핵 문제는 심할 경우 게임의 흥망까지 좌우하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핵을 뿌리뽑고자 혈안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에임핵 문제가 계속되면 유저들은 의미없는 패배에 염증을 느껴 게임을 떠나게되고, 사람들이 떠나간 PVP 게임은 사장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발사가 핵을 사용하려는 유저 개개인의 욕구까지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항상 개발사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이 생겨나게 됩니다. 일반적인 핵 사이트들처럼 프로그램 판매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이 개발하여 쓰거나 공유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에임 핵 사용을 들키지 않기 위해 프로그램이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사각'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블리자드의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뒤에서 덮쳐오는 겐지를 1초만에 컷하는 바스티온이라니, 최고의 플레이 인정합니다?
(출처 : Mano의 오버워치 유튜브)


유저들의 인식 또한 중요합니다. 에임 핵을 사용해서 올린 등급 점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진짜 실력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것은 둘째치고, 애시당초에 고등급으로 갈 만큼 핵 사용을 남발했다가는 분명 신고당해 적발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에임 핵을 구매해서 사용하다 적발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연히 해당 계정은 영구 정지 조치를 받게 될 텐데, 이때 손해만 대충 계산을 해도 에임 핵을 구매하는 데 나간 금액부터 오버워치를 구매하는 데 나간 금액까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시는 오버워치를 즐길 수 없게 된다는 점이 큽니다. 아주 잠깐 동안 누리는 즐거움이나 핵을 사용해서 만든 고승률, 고등급이 과연 이만한 값어치를 할까요?

▲ 순간의 재미를 위해서 영구 정지를 감수해야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