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2 최대의 축제, 디 인터내셔널6(이하 TI6) 그룹 스테이지가 모두 마무리 됐습니다.

MVP 피닉스는 우여곡절 끝에 승자전에 진출했지만, 사실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기엔 부족한 경기가 많았습니다. MVP 피닉스의 TI6 첫 경기였던 디지털 카오스전 1세트에서는 질 수 없는 경기를 한 번의 판단 미스 때문에 대역전패를 당했고, 그 외에도 많은 경기에서 초반 유리함을 살리지 못해 패배하면서 아쉬움을 샀죠.

세트 스코어 1승 1패로 '무 재배'가 계속되면서 MVP 피닉스는 패자전으로 떨어질 것처럼 보였으나, 팀 시크릿이 MVP 피닉스와 동률을 이루던 팀 리퀴드를 2:0으로 잡아준 덕분에 가까스로 승자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6무 1패라는 기괴한 스코어로 말이죠.


MVP 피닉스는 현 메타와 다소 동떨어진 픽을 하고도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게 풀어갔습니다. 그러나 팀 특유의 고질적인 단점인 초반에 킬을 따고 신을 내다가 중반에 게임을 던지는 장면이 여전히 나오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무승부를 굉장히 많이 당했죠.

게다가 조합 자체도 '구식'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타 팀들이 컨카, 벌목꾼, 박쥐기수, 미라나, 드로우 레인저, 테러블레이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MVP 피닉스는 이들을 거의 쓰지도 않았고, 썼을 때 성적도 좋지 못했죠. 아직까지도 전략을 숨긴 것인지, 아니면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간의 경기력으로 보면 이는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 만나도 하필이면 OG를 만나게 된 MVP 피닉스

게다가 MVP 피닉스는 이번 TI6 최대의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마닐라 메이저 우승팀이자 현존 도타2 최강의 팀 OG가 승자전 1라운드 상대로 MVP 피닉스를 지목한 것이죠. MVP 피닉스는 마닐라 메이저에서 OG에게 0:24 퍼펙트 패배를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상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OG는 미드레이너 '미라클'의 끝을 모르는 픽풀을 앞세워 상대를 농락하곤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미라클'은 14번의 경기에서 13종류의 영웅을 꺼내들었습니다. '큐오' 김선엽 선수가 14번의 경기에서 7종류의 영웅만 꺼냈고, 그중 절반이 나가 세이렌(4회)과 유령 자객(3회)이었음을 보면 양 선수의 픽풀 차이가 더욱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OG의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MVP 피닉스의 하드카운터임을 감안했을 때, 과연 MVP 피닉스가 OG를 상대로 한 세트라도 따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MVP 피닉스는 누구에게도 질 수 있지만 반대로 누구든 이길 수 있는 팀이죠. 6무라는 성적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닐라 메이저의 퍼펙트 패배에서 뭔가 느낀 점이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해야만 합니다. 현 메타에 맞는 조합이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메타의 활용이 극에 달했다면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TI3에서 얼라이언스가 그렇게 우승을 차지했듯이 말이죠.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난 MVP 피닉스가 이틀 만에 해법을 찾고 이 대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한국에서만 TI6 기사를 다루기엔 영 현장감도 살지 않고 흥도 나지 않죠.

그래서 인벤이 시애틀로 떠납니다! 다시 못 갈 줄 알았지만 어찌저찌 가게 된 시애틀, 전 세계 도타2 유저들의 성지인 그곳은 1년 동안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요? 곧 도착해 그곳의 열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제가 갑니다, 시애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