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 세계 최강의 하스스톤 선수를 뽑는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엄청난 상금과 영광스러운 트로피는 러시아의 'Pavel'이 차지하게 됐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피땀 어린 노력을 잘 알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꿈의 무대 블리즈컨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냉정히 말해서 하스스톤은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다고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카드 게임의 특성상 실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운 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하스스톤 챔피언은 하늘이 정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우승자 'Pavel'에게는 언제나 엄청난 행운이 따랐다. 이번 대회에서 'Pavel'이 보여준 행운의 향연을 되짚어보자.


■ 16강 '따효니' vs 'Pavel', 안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더라

▲ 제발 불기둥만 아니면 돼....?!

황금 원숭이에서 볼프램실드를 뽑으며 극한의 행운을 보여줬던 '따효니' 백상현도 'Pavel'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16강 패자전 2세트, 주술사를 플레이한 백상현은 'Pavel'의 마법사를 상대로 완벽하게 필드를 휘어잡았다. 승기가 완벽하게 백상현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Pavel'은 귀신같이 오른쪽에서 불기둥을 뽑아 백상현의 강력한 필드를 한 번에 정리했다. 이후 한 장 싸움으로 바뀌자 드로우 수단이 풍부한 'Pavel'이 여유롭게 승리했다.

▲ 라그야 제발...

이어진 3세트, 필드를 잡은 백상현은 경기를 끝내기 위해서 라그나로스를 꺼냈다. 라그나로스의 불덩이가 상대의 명치로 향하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베스트 오브 베스트' 라그나로스는 결국 백상현을 배신하고 말았다. 라그나로스의 불덩이가 필드의 하수인으로 향하면서 백상현의 승리가 한 턴 미뤄졌다. 그래도 여전히 백상현이 유리한 상황, 'Pavel'은 오른쪽에서 극적으로 사악한 일격을 뽑으며 백상현의 명치에 8데미지를 넣고 승리를 거뒀다. 결국 백상현은 "우승하기 전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


■ 8강 'Amnesiasc' vs 'Pavel', 천재 소년의 멘탈을 박살 낸 'Pavel'의 끝없는 행운

▲ 나불대는 책이 이걸?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미국의 천재 소년 'Amnesiasc'은 'Pavel'을 상대로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드루이드만 졸업하면 'Amnesiasc'이 4강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Pavel'은 끈질기게 버티며 승부를 6세트까지 끌고 왔다. 이후 6세트부터 'Pavel'은 또다시 기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6세트, 'Amnesiasc'이 빈 필드에 말리고스를 꺼냈다. 'Pavel'의 손패에는 말리고스를 제압할 수단이 없었다. 'Pavel'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오른쪽에서 뽑은 나불대는 책을 필드에 소환했다. 놀랍게도 나불대는 책이 변이를 가져다줬다. 결국 'Pavel'은 상대의 핵심 카드인 말리고스를 손쉽게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 누구라도 고개가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Pavel'의 엄청난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7세트에서 'Pavel'은 반즈로 말리고스를 뽑으며, 상대의 필드를 손쉽게 정리했다. 언제나 냉정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던 'Amnesiasc'은 결국 평점심을 유지하지 못한 체 패배하고 말았다.


■ 4강 'Jasonzhou' vs 'Pavel', 'Pavel'에게 불의 땅 차원문이란?

앞선 16강 최종전에서 중국 랭킹 1위 'OmegaZero'를 요그사론의 힘으로 꺾은 'Pavel'은 4강에서 같은 중국 선수 'Jasonzhou'를 만나게 됐다. 4세트, 무거운 템포 법사를 준비한 'Pavel'은 얼굴 없는 소환사를 필드에 꺼냈다. 놀랍게도 얼굴 없는 소환사가 바닐라 스탯 최강의 하수인 밀림의 왕 무클라를 뽑으면서 승기가 'Pavel' 쪽으로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 7코스트 11딜이 가능한 '불땅차-리로이' 콤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Pavel'은 불의 땅 차원문으로 리로이 젠킨스를 소환하며 상대 전사의 부활의 싹을 자르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불의 땅 차원문에는 충분히 많은 꽝이 존재하지만 'Pavel'은 번번이 꽝을 피해서 최고의 하수인들만 소환했다.


■ 결승전 'DrHippi' vs 'Pavel', 달숲 차원문으로 케른 블러드후프 정도는 뽑아줘야지!

▲ 달숲 차원문으로 케른을 뽑는 '실력'

무게추가 한 쪽으로 쏠리게 될 3세트에서 'Pavel'은 드루이드의 상징 급속 성장과 정신 자극을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며 크게 앞서 나갔다. 이후 'Pavel'은 달숲 차원문으로 6코스트 최강의 하수인 중 하나인 케른 블러드후프를 소환했다. 케른 블러드후프의 등장으로 승부의 무게추가 'Pavel'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DrHippi'는 케른 블러드후프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카드를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Pavel'이 드루이드 미러전 승리를 발판 삼에 최종 스코어 4:2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지금까지 블리즈컨에서 'Pavel'에게 있었던 행운들을 짚어봤다. 'Pavel'에게 행운이 따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들어온 행운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이 있었다. 그만큼 자신에게 다가올 최선의 수를 생각하고 과감한 결단력을 내린 그의 '실력'이 부른 승리였다. 그는 이번 블리즈컨에서 행운뿐만 아니라 뛰어난 심리전과 과감한 판단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뛰어난 실력에 행운까지 더해지면서, 우승컵은 당연하게 'Pavel'의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