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이거 마이크 허 아니야?

트위치tv를 통해 e스포츠 방송을 보던 중, 채팅창에 뜬금없이 아는 사람 얼굴이 올라왔다. 인벤에서 함께 e스포츠 기자로 활동한 마이크 허(허용욱)의 이모티콘이었다. 그는 2013년 입사해 뛰어난 외국어 능력과 붙임성 좋은 성격을 통해 얻은 정보력으로 3년 동안 활동했다. 트위치tv로 이직한 뒤에는 파트너쉽 매니저로서 스트리머, 시청자들과 좋은 평가를 받아 자신의 이모티콘까지 만들어지는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18일 부산 벡스코에 위치한 트위치tv 부스에서 마이크 허를 만났다. 직업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고 트위치tv의 비전과 생각을 인터뷰하는 공적인 자리였다. 업무로 인한 만남이 어색해 잠시동안 민망한 웃음을 지은 뒤, 본격적으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본 인터뷰는 사담 형식의 구어체로 정리되었습니다.



아는 사람을 인터뷰하려니 정말 어색하다. 트위치tv에서 일 시작한 지 얼마나 됐지?

1년 3개월? 정도 된 것 같아. 내가 이직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지스타가 열려서 함께 술을 마셨잖아. 지금 또다시 지스타를 하고 있으니 1년 정도 됐지.


이제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겠네?

처음엔 일하는 게 아주 힘들었지. 트위치tv에 입사하긴 했지만 사실 트위치tv가 한국시장에 막 발을 들이기 시작할 때였잖아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지. 직원도 나 포함해서 네 명이었는데,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사에 직원도 더 뽑아달라고 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아.


허허벌판이었다. 뭐가 제일 힘들었던 거야?

당시 트위치tv가 인지도가 많이 없었잖아. 한국 시장은 개척해야 되는 곳이었고,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정확한 직책이 뭐야?

정확한 직책은 파트너쉽 매니저야.


들어보니 스트리머 관리라는 일을 하고 있다던데 꽤 힘이 막강한 일 아니야? 스트리머와 계약을 담당하고 있는 거잖아?

'관리'라는 단어가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니잖아. 스트리머가 방송을 하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힘든 건 없는지 알아보고,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우리 회사와 어울리는 사람들은 계약하는 일이거든. 관리보다는 '케어'(care)고 일종의 서비스센터 같은 거지.


잘 와 닿지 않는데? 실제로 무슨 업무를 보고 있는 거야?

말 그대로 '파트너' 우리 플랫폼을 선택해서 방송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돕는 거야.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트위치tv로 방송할 때, 채팅창 관리나 화질 설정 등 알면 알수록 할 수 있는 게 많거든? 그런데 처음 방송하는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단 말이야. 그런 분들을 먼저 도와드리는 거지. 방송 콘텐츠에 대해 도움을 주기도 해. 조언도 해주고. 친구 같은 거야. 가장 가까운 시청자이자.


방송 설정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트위치tv로 방송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단 말이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예전에는 방송 설정 방법이 검색해봐도 잘 나오지 않고 그랬거든. 요즘에는 트위치tv로 방송하는 분도 많고 사람들이 방법을 많이 알게 돼서 전보단 많이 나아졌어. 정 안되는 분들은 내가 도와주기도 하고.


그래서 인기가 많은 건가? 내가 알고 있을 정도로 트위치tv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더라고. 관리자는 사실 좀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이 있잖아?

처음에 내가 관리자로 다른 사람들 방송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많이 놀라더라고. 관리자라고 어렵게 생각하고. 나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 내가 갑이 아니고 방송하는 분이 을이 아니잖아. 지금은 많이들 편하게 생각하셔. 그래서 기존 시청자분들이 나한테 호구라고 하기도 하고, 서로 농담도 하고 그래.


우리가 생각하는 스트리머와 관리자, 갑과 을의 관계라는 게 맞지 않다는 건가?

옳다 그르다 문제는 아니고 트위치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니라는 거지.


만족해? 스트리머-시청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관리자 업무를 볼 때 불편할 수도 있을 거 아냐?

불편한 게 아예 없다면 말이 안 되지. 사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일이 가장 힘들잖아. 눈치도 봐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인데,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친근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한데, 관리자로 위엄을 지키는 건 힘들지 않아?

위엄까진 필요 없는 것 같아. 그건 그냥 필요한 순간에만 있으면 되는 거고, 필요한 순간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노력해야지. 파트너들이 그래도 이런 부분을 많이 존중해줘. 선도 지켜주고. 내 입장에선 정말 감사하지.


관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스트리머 방송은 정말 재밌다!' 세 명 정도 추천해줄 수 있어?

음…. '침착맨' 만화가 이말년님 방송을 추천하고 싶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그분은 이제 유명인이잖아. 시청자들이 가깝지 않다고 느끼는 게 보통이거든. 그런데 이말년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분을 굉장히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 대단한 힘이지.

다음 분은, 추천하는 게 좀 걱정되네. 여성이라 사심 가득하다는 말이 나올까 봐(웃음). '흐앙'님이라는 분이 방송하시는데, 태연을 닮은 분으로 유명해. 오버워치랑 콘솔게임을 주로 하시거든. 게임을 잘하는 건 아닌데, 보통 방송하는 여성분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데, 이분은 내숭이 없고 리액션도 굉장히 좋아. 시청자는 많진 않지만, 앞으로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얍얍'님은 원래 잘될 줄 알았지. 방송에서는 말도 강하고 재밌게 하는데, 실제로 만나면 그렇게 예의도 바르고 착해. 방송에서는 불평 많은 박명수 느낌이랄까? (웃음)


방송을 잘하려면, ① 시청자가 친근하게 느끼거나 ② 리액션이 좋거나 ③ 언변이 좋아야 하는구나.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지. 개인방송을 왜 보겠어? 다들 소통을 하기 위해서 보는 거거든. 멘트도 하나씩 읽어주고,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고. 그런 게 가장 중요한 거야.


트위치 시청자들 많이 늘었잖아. 뿌듯하지?

좋지. 열심히 했고,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지. 고쳐야 할 부분도 아직 있어. 우리 회사가 외국기업이다 보니 한국적이지 않아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어. 본사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 거든. 요즘에는 한국 시청자가 많아서 본사에서도 많이 신경 써줘.


기자 생활을 하다가 트위치tv로 간 거잖아. 기자와 파트너쉽 매니저, 두 일을 비교해보면 어떤 게 더 좋은 것 같아?

되게 곤란한 질문을 하네(웃음). 장, 단점이 있는 거지. 뭐가 좋고 좋지 않고는 없고. 인벤에 있을 때 참 즐거웠어. 우린 식구처럼 지냈잖아? 기자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재밌었어. 추억도 많고. 지금 일은 보람을 많이 느껴. 그런데 이 일은 아주 외로워.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본사와 업무 때문에 항상 밤낮이 바뀌어 있고. 온라인상에서 만나지만, 물리적으론 그렇지 못하니까.


트위치tv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 인터뷰를 볼 거 아냐.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말 그대로 재밌게 놀고 싶어.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송. 잘 먹고 잘살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방송환경을 만들고 싶어. 그리고 서로 재미있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