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성장만화가 그렇듯 주인공은 설정 상 처음부터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재능은 있지만 만개할 때를 잡지 못했던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재능 있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뜻을 함께한 주인공은 끝없는 노력과 재능으로 여러 고난과 역경을 물리치고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게 된다. 10여 년이 지나도 성장만화의 기본 골격은 변함이 없었다.

또 하나의 뻔한 설정이 있다. 바로 주인공을 상대하는 악역이 주인공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악역은 으례 주인공보다 강하기에 자만하고 무시하다가 주인공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다. 그리고 후회하거나 주인공을 인정하게 된다. 악역이 보여준 오만함의 끝은 아무리 좋게 포장한들 나아질게 없다.

MVP는 소년만화 주인공이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린다. MVP는 강해보이지 않는다. 재능은 있는 듯한데, 정상급 실력으로 보기엔 부족해보인다. 팀원 간의 호흡은 굉장히 잘 맞아서 때로는 강팀만큼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게다가 포스트 시즌 동안 그들이 상대할 팀들은 하나같이 MVP보다 강해보인다.

MVP를 상대하는 팀은 조심해야 한다. 만약 MVP를 얕보거나 무시한다면, 소년 만화의 악역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라인전이 약하다는 근거를 가지고 MVP의 패배를 예상한다. MVP의 라인전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장점이 드러나는 중, 후반 운영까지 경기를 끌고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MVP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약한 초반 타이밍을 부드럽게 흘려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 차리면 초반의 유리함은 사라지고, 한 번의 싸움으로 경기 승패가 갈리게 된다.

MVP를 상대하는 이들은 MVP의 부족한 라인전 실력 때문에, MVP의 한타 능력을 얕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MVP는 팀 파이팅 하나만큼은 LCK 팀들 중 매우 높은 상위권에 속하는 팀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참을 줄 알고, 참다가도 상대가 방심할 때는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든다. 새로운 챔피언 카드를 꺼내 상대하는 이들의 실수와 계산 착오를 유도하는 것은 덤이다. MVP를 얕보고 중, 후반 운영을 대충했다가는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다.

kt 롤스터는 슈퍼 팀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MVP와 대결에서는 총 다섯 세트를 싸워 네 번 패배하고 단 한 번만 승리했다. 한 두 번은 실수지만, 세 번째부턴 실력이 된다. kt 롤스터는 이번 MVP와의 대결에서 도전자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MVP를 인정하게될 것이다.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 준플레이오프 일정

kt 롤스터 vs MVP - 11일 오후 5시 (강남 넥슨 아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