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예전에 좋아했던 게임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람이란 제각각 생각이 다르니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저는 당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게임 자체의 내용보다도 그 당시의 제 모습과 주변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맺힙니다.

제게 있어 게임은 추억의 이정표 같은 존재인지, 게임을 떠올릴 때마다 그 당시의 상황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감회에 젖게 됩니다. 그 게임을 유독 잘하던 친구가 떠오르기도 하고, 밤새워서 플레이하다 다음 날 숙제 못 해가서 벌서던 기억도 납니다.

이번에 찾아뵌 인터뷰이 역시 제게 큰 추억을 선물해주신 분입니다. 바로 '디제이맥스'의 명작곡가 네오위즈 백승철 PD입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백승철 PD의 명곡을 플레이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곡들이 워낙 좋아서 어떤 친구들은 MP3 플레이어에 담아서 갖고 다녔을 정도니까요.

너무나 오랫동안 '디제이맥스'를 기다려준 팬분들에게 꼭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는 이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백승철 PD와 김대익, 김태준 기획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네오위즈 김대익 씨, 김태준 씨, 백승철 PD (닉네임: BEXTER, 벡스터)

안녕하세요! 이미 워낙 유명하신 분이지만, 인벤 식구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백승철 : 안녕하세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백승철입니다. 아마 많은 분이 저를 벡스터라는 닉네임으로 기억하고 계실 거 같습니다.

여기 두 직원은 펜타비전 시절부터 같이 저랑 작업해온 친구들입니다. 여기 김대익 기획의 경우, 테크니카 시절부터 같이 작업해온 친구고 저 김태준 기획은 탭소닉 때 같이 작업했던 친구입니다.



'디제이맥스'의 신작이 7년만에 나오는 만큼, PD님 역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백승철 : 아무래도 확실히 남다를 거 같아요. '디제이맥스'를 예전부터 다시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원년 멤버인 제가 아직 남아있을 때, 그 당시의 퀄리티와 감성을 유지한 작품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게 참, 막상 개발을 시작하면서 옛날 곡들을 다시 플레이해 보는데 옛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추억을 최신기기로 이식시켜서 유저분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디제이맥스 온라인' 시절(GonZo로 활동하시던 시절)부터 네임드 작곡가로 유명하셨는데 이번 작품에는 몇 곡이나 참여하셨나요?

백승철 : 많이 참여했습니다(웃음). 일단 이번 수록곡은 총 146곡이고, 옛날 곡들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아쉽게도 데이터가 유실된 탓에 2곡이 빠져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제가 새로 작업한 신곡이 두 개 있으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 신곡 Glory Day MV

그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곡은 어떤 건가요?

백승철 : 많죠. 근데 이걸 애착이 간다고 해야 하나...들으면 그 제작 당시의 풍경과 추억이 떠오르는 곡이 있습니다. 예전에 펜타비전 당시 조그만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 넷마블 CBT 때문에 크루브와 같이 한창 작업 중이었습니다. 그때 'End of the Moonlight'이란 곡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곡은 유독 제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 외에도 'Ladymade Star', 'Your own Miracle' 이 두 곡도 만들면서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데 또 동시에 '아 이 곡 뜨겠구나' 싶었던 곡이라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혹시 이번에 참여 못 해서 아쉬웠던 아티스트는 없으셨나요?

백승철 : 실제로 다 접촉은 해봤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다른 회사에 계셔서 외주 형식으로도 부탁드리기 힘든 분도 계셨고, 스케쥴이 도저히 맞질 않아서 포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참 아쉽죠 개인적으로... 그래도 대부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소식을 워낙 반가워하시고 실제로 참여하고 싶다고 밝히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개인 사정상 힘들더라도 차기작에는 꼭 참여하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이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PS4로 출시되면서 전작에 비해 하드웨어 사양이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이에 팬분들도 해상도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을까요?

백승철 : 일단 예전 곡들을 모두 HD 리마스터 했습니다. 사운드도 전반적인 밸런스가 안 맞는 게 많았는데 고루고루 잡아주는 작업도 많이 했죠.

▲ 전작의 느낌을 살리면서 최신기기에 맞는 해상도까지

대표적인 콘텐츠로는 뭐가 있을까요?

김대익 : 사실, '디제이맥스'가 지금까지 멀티 플레이를 제대로 구현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오래된 '디제이맥스' 팬으로서 그게 참 아쉬웠는데 이번에 이 부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욕심을 많이 냈습니다.

김태준 : 저는 아무래도 레벨 디자인 쪽을 담당해서 그런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존 작품을 부각 시키는 작업이다 보니 뭔가 완전히 새로 갈아엎는 것보다는 예전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PSP는 리듬 게임 마니아들의 필수품 같은 존재였죠. 많은 분이 아직도 그 특유의 조작감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대익 : 그렇죠. 저희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옛 추억을 되살리는데 포커스가 맞춰진 만큼, 기존의 조작방식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조작 방식을 최대한 살리면서 듀얼쇼크4의 기능을 가미해봤습니다. 아날로그 스틱 전용 노트와 피버 사운드가 패드에서 나오도록 하는 기능이 준비돼있습니다.


난이도는 과연 어떨까요? 조작감이 꽤 다르지 않을까요?

김대익 : 이 부분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PSP 패턴을 그대로 갈까 하다가... 결국 패턴을 그냥 아예 싹 갈아치웠습니다. 새로 입문하시는 분들도 쉽게 하실 수 있는 4버튼도 있고, 숙련된 분들이 주로 즐기시는 6버튼, 8버튼도 존재합니다.

백승철 : 그리고 사실 10버튼도 있습니다.

김태준, 김대익 : 어? 그거 공개해도 되는 겁니까?

백승철 : 이미 다 말했어. 그냥 말해. 우린 지금 하나라도 더 알려야 해(웃음).

김태준, 김대익 : 아, 그 사실... 콘텐츠 후반부에 숨겨진 요소로 10버튼 모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수분들은 8버튼 플레이도 금방 익숙해지시니까 좀 더 하드코어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후반부에 숨겨놨습니다. 아마 기대하셔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 과연 10 버튼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전용 비트콘 출시계획도 있으신가요?

백승철 : 음, 사실 업체에서 제시도 왔었고 저희도 진지하게 고려해봤지만 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품 완성도도 어설프고, 가격도 비싸면 과연 그게 팬분들한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괜히 어설프게 만들었다가 이번 작품의 의미가 퇴색될까 봐 전용 비트콘은 만들지 않았고, 듀얼쇼크4 특유의 조작감과 재미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했습니다.

물론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후에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잘되고 차기작에서 많은 분이 원하신다면 그때 또다시 고려해보겠습니다.


▲ '디제이맥스 트릴로지' 비트콘

PS4의 경우 PS vita로 리모트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디제이맥스 시리즈' 자체가 포터블로 유명했던 만큼, 이러한 플레이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PS vita 유저들이 기대해봐도 될만한 부분일까요?

김대익 : 아 정말 개인적으로도 질문과 요청을 많이 받은 부분인데요... 일단 되기는 됩니다. 하지만 리듬 장르 특성상 딜레이에 워낙 민감하다보니,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작년 인터뷰 때는 PS4 외에 다른 플랫폼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셨는데, 혹시 후에 스팀이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닌텐도 스위치 등으로 플랫폼 확장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지?

백승철 : 사실 마음만 먹으면 스팀에 발매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인력이 많지 않은 편이라 스팀판까지 고려하기엔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물론, 절대 스팀으로 발매하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 약간 상황을 봐야할 거 같아요. 그리고 스위치는 정말 매력적으로 보고 있는데, 스펙과 조작방식이 워낙 독특해서 이번 작품과 과연 어울릴지 확신이 안 들더라고요. 정말 관심있게 보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네오위즈에서 탭소닉 신작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같은 리듬게임 장르이거든요. 이후 두 작품 사이에서 콜라보레이션이 나오길 기대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백승철 : 개발팀은 다르지만 같은 장르이기에 이후 콜라보가 나올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곡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고 유명한 곡 위주로 진행될 거라 예상합니다.


이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멀티 플레이 모드가 큰 화제인데요. 싱글 플레이에서는 맛볼 수 없는 플레이나 보상 같은 게 따로 있을까요?

김태준 : 온라인 쪽 콘텐츠가 파격적이진 않습니다. 멀티 플레이도 친선경기의 느낌이지 배틀의 느낌은 없는 편이고 보상도 그렇게 화려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PS4의 경우 온라인 대전이 PS+ 회원만 가능하다 보니 보상을 크게 설정하면 차별적 요소로 와닿을까 해서 그렇게 설계를 했습니다. 앞으로 향후 랭킹 모드를 구현할 생각은 있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DLC가 추후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LC 구성이나 가격 등 전반적인 출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백승철 : 개인적으론 패키지 형태로 내놓는 게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사업하는 쪽에선 생각이 많은 거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첫 DLC는 아직 정확한 계획이 없지만 아마 패키지 형태로 출시될 거라 생각합니다.


확장팩도 출시될까요?

백승철 : 확장팩이라기보단... 온라인 콘텐츠와 관련된 업데이트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개발팀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판매량이 있을 것 같은데요.

백승철 : 안 믿으실 수도 있지만, 정말로 얼마를 번다던가 얼마를 판다던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리즈이고,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분들에게 선물하자는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패키지 구성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정말로 수익에 연연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판매량이 늘면 저희야 좋겠지만, 딱히 구체적으로 세워둔 목표 판매량은 없습니다. 그저 막연히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죠(웃음). 실제로 회사에서도 크게 압박하진 않고, 퀄리티가 잘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다들 왜 PS4 플랫폼으로 만드냐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고민도 많이 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콘솔로 만들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최근 대형 개발사들도 콘솔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개발사가 지속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백승철 : 이번에 PS4를 채택한 이유 중 하나가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북미,유럽 쪽으로 알려져서 하모닉스처럼 되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지만, 일단은 아시아 쪽에서 확실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백승철 : 일본 쪽에 잠재적인 팬분들이 은근히 많더라구요. 사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추측해보자면 아무래도 일본 작곡가분들이 많이 참여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일본 리듬 게임이 최근 부진한 탓도 있는 거 같고...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 오랜시간 기다려와주신 팬 여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승철 : 일단 죄송하단 말부터(일동 웃음)... 막상 게임을 구입해서 플레이해보시면 '아 이래서 늦었구나'라고 생각이 드실 겁니다. 예전 100곡이 넘는 곡을 다 컨버팅하고 업그레이드하고 패턴 리메이킹하는게 정말 굉장한 시간이 들었습니다. 저번에는 기한 내로 무리하게 맞추려다가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졌는데, 이번엔 정말 신경 많이 썼습니다. 완성도를 높이느라 이렇게 오래 걸렸는데 이해 부탁드립니다.

김대익 : 잘 부탁드립니다!

김태준 : 저희 역시 오랜 팬이다 보니, 더욱 책임감을 느꼈고 앞으로 차기작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