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골프 게임의 대명사가 되버린 그 이름 팡야.

2004년 처음 접한 팡야는 꽤나 많은 사람들을 공학도로 만들어 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람의 방향을 계산하고 홀컵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공의 기울기를 계산하고 힘과 각도를 조절해서 정확하게 커맨드를 입력하던 그 게임. 산수를 못하면 한 없이 불리했던 기억이 있다. -_-;

골프라는 주제로 등장했던 게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팡야는 독특한 색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캐릭터들, 토마호크, 코브라샷이라는 특수샷으로 홀인원을 성공시킬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했었다.

벌써 팡야가 등장한지 4년이 넘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PSP버전의 팡야 포터블이 지난 12월 24일 정식발매 되었다. PSP 게임이 부담스러워 드라마만 보던 사람들은 주목하자. 과거 팡야에 손을 대본 추억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타이틀이 발매된 것이다.


N기자 팡야 포터블 오프닝을 보고 감동하다.

처음 팡야 포터블 소식을 접하고 만난 팡야 포터블 오프닝 동영상은 감동이었다. DJMAX에서 더 유명한 ESTi가 제작한 주제가 '너의 하늘로'를 배경으로 팡야의 수많은 캐릭터들이 멋지게 등장한다. '정말 이정도 퀄리티로 팡야 포터블이 나오는 것인가!'라며 잔뜩 기대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동영상.









결국 오프닝은 오프닝일 뿐. 실제 게임의 그래픽은 온라인 버전 팡야와 유사하다. 조금은 아쉽지만..



팡야 포터블이 PC 온라인 버전보다 재미있을까?

온라인 버전 팡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라고 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온라인으로 팡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예쁘장한 캐릭터들에게 깜찍하고 귀여운 옷들을 코디하고 남들에게 선망의 시선을 받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도, 더 높은 레벨이 되어 화려한 특수샷으로 홀컵에 공을 우겨 넣는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팡야는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구를 전제로 출발한 경쟁심리를 자극한 게임인 셈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혼자서 하면 재미없다는 것.

그런데 아무래도 네트워크 플레이가 제약적인 PSP버전으로 출시되는 팡야가 과연 재미 있을까? 단순히 PC버전을 그대로 옮겨놓는다고 사람들이 팡야 포터블을 좋아할까?

결론적으로 팡야 포터블은 포터블에서 주력해야 할 또 다른 재미들을 확실하게 잡고 있다.

온라인 버전에서 볼 수 없었던 스토리 모드는 팡야의 캐릭터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유치찬란할것만 같은 마왕의 부활을 막는다는 컨셉의 스토리 속에 각각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성격과 취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실리아에게 푹 빠져버린 아저는 불타는 하트를 날리며 구혼을 일삼치만 스타일 좋은 노처녀에게 배나온 중년은 가차없는 무시대상일 뿐이다.








마왕에게 세상을 구한다는 무거운 주제로 풀어나가는 스토리에서 이렇게 재치 넘치는 캐릭터들의 성격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모드의 대화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각 스토리를 클리어할 때마다 숨겨진 캐릭터들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게 해금되거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클럽세트 아이템을 주면서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모드로 투어모드를 제공하면서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30인 토너먼트에 도전할 과제를 던져주며, 계속해서 즐길거리를 주고있다.. 이 투어모드를 통해 홀인원, 칩샷 등의 미션을 제시하면서 실력을 올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토너먼트에서 자신의 향상된 기량을 확인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물론 토너먼트에서 받는 캐릭터들을 꾸밀 수 있는 콜렉션도 쉽게 게임에서 손을 못 때게 한다.






금방 질리는 것 아니야?

하루 2-3시간씩 게임을 한다고 할 때 스토리모드 자체 플레이타임만 해도 일주일 정도는 팡야에 푹 빠져 살 수 있다. 스토리모드를 클리어 해가면서 온라인 버전에서 플레이할 수 없었던 캐디들과 팡야 포터블 오리지날 캐릭터까지 하나하나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재미는 각별하다.



[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모든 캐릭터를 해금한 상태 ]



[ 팡야 온라인에서 캐디로 부려먹던 띠땅뿌도 이제는 내 캐릭터가 된다. ]




온라인 버전의 30인 대전과 같은 토너먼트 모드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맵의 라이센스를 얻어야 하고, 토너먼트의 각각의 맵 별로 난이도가 있으며 낮은 등급을 성공해야만 상위 등급이 열리게 되기 때문에 팡야 포터블에서 지원하는 9개 맵의 토너먼트 모드를 모두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가볍게 2-3주는 지나가 버릴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얻게 되는 새로운 아이템, 캐릭터를 꾸미는 콜렉션, 아트웍, BGM등의 수집욕에 불이 붙는다면 게임 시간은 더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 팡야 포터블에는 엄청난 숫자의 캐릭터 콜렉션들이 준비되어 있다. ]




어쨌거나 팡야 포터블의 컨텐츠들을 모두 즐기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단 며칠만에 더 이상 할 게 없다라는 말은 나오기 힘들다. 포터블만의 특색을 끌어내며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점심 내기 팡야 한판? 네트워크 모드 재밌네.

팡야 포터블은 혼자서 즐길수 있는 컨텐츠들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나 사람끼리의 대전이 팡야의 매력이 아닐까. 팡야 포터블은 PSP의 네트워크 플레이를 통해 최대 8인까지의 대전모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팀전, 개인전 두 가지 형식을 지원한다.

인벤의 기자들끼리 그간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시작한 네트워크 플레이.
그러나 우리가 몰랐던 것이 있었으니, 네트워크 플레이는 게임의 초보자 설정이 자동으로 풀려서 홀컵 크기가 더 작아지고 팡야 임팩트존의 크기도 줄어드는 등 난이도가 확실히 어려웠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욕심내면 OB나기 좋다는 위즈위즈를 골랐던 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 기자들은 오비나라 왕자님들로 변신했다.



[ 네트워크 플레이의 독특한 로딩화면 ]



[ Ntter(본인), Kai, Ulf 세명의 기자가 벌이는 개인전으로 게임 시작 ]



[ 팡야를 했다면 이글 정도는 기본 아닌가! 그러나.. ]



[ 생각보다 어려웠던 네트워크 플레이. 우리는 너무나 하수였다. 보라 저 오버파들을.. ]



그러나 실제로 네트워크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팡야 포터블은 근거리 네트워크 플레이는 문제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무선랜을 이용한 네트워크 플레이인 카이(KAI)로 즐길 수 없었다. 많은 팡야 포터블 유저들이 방법을 찾고 있으니 곧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팡야 한정판! 이건 좀 대박이었어!


최근 패키지 게임 출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정판 구성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벤에서도 팡야 포터블 한정판을 구입한 기자가 있었고, 그 구성을 직접 분해해보고 난 느낌은 '이건 꼭 질러야 해' 라는 느낌이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팡야 포터블 한정판(Limited Edition)을 구입한 사람들은 말한다. '돈이 아깝지 않아'












지금은 이 한정판 패키지를 쉽게 구할 수 없겠지만, 팡야의 매력적인 BGM이 가득한 OST, 돌피니와 쿠의 피규어, 일러스트 케이스, 봉다리 파우치는 지금까지 발매된 수많은 게임들의 한정판 중에서도 단연 매력적인 구성이었다. 인벤에서 한정판을 구입한 F기자는 '이것이야 말로 모든 패키지 게임이 배워야 하는 진정한 한정판 구성이다'라며 사내 홍보를 벌였을 정도..




그래도 불만은 있다.

처음 게임을 접한 이후 현재까지도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역시나 로딩 시간이다. 맵에 들어갈 때마다 10초 이상 UMD를 긁어대며 재미도 없는 로딩화면을 멍하니 보게 만드는 점은 팡야 포터블의 최대의 단점이다. 일단 로딩 후 게임이 시작되면 각각의 홀의 이동에 걸리는 로딩 시간은 짧은 편이지만, 짧은 미션 하나를 위해 10초 이상 맵을 불러들이는 시간은 고역이다. 왜 PSP의 미디어 인스톨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미디어 인스톨을 지원한다면 현재 로딩시간의 절반정도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텐데 말이다.



[ 문제의 길고긴 로딩화면. 이제는 너무 봐서 적응이 다 됐다. ]




또한 게임 난이도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포터블이라는 특징 때문에 PC버전보다 게임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낮아진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플레이보다는 혼자 즐기는 일이 많은 PSP게임 특성상 수준 낮은 컴퓨터의 A.I.는 허탈한 웃음마저 나온다. 엄청난 비거리의 클럽으로 원샷에 토마호크를 날려서 그린에 공을 올려놓고, 퍼팅하면서 오버파가 나오는 어이없는 만행을 수시로 저지르니 말이다. (가끔은 고난이도 30야드 퍼팅도 한번에 넣으면서 말이다.)

팡야 포터블의 캐릭터와 수많은 콜렉션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며 수집욕을 불태우기 좋은 컨텐츠이지만, 사실상 캐릭터 각각의 능력적인 차별점은 극히 미미하다. 어떤 캐릭터로 하던 공을 때려서 홀컵에 집어넣는다는 기본적인 게임 목적과 방법은 같기 때문에 캐릭터의 외모에 관심이 없다면 게임의 재미는 크게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팡야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온라인 팡야 그 이상.. 팡야 포터블

팡야 포터블은 기존에 팡야를 한번이라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난이도를 조절하고 팡야 포터블만의 특징을 다수 포함하면서 올드유저 뿐 아니라 신규유저들에게도 분명 매력적인 게임이다.

게임은 분명 재미있고, 팡야를 칠 때의 손맛은 포터블에서도 여전하며, 단순 대전 중심의 온라인 팡야에 스토리를 입히고 라이센스 모드 추가와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 걸린 토너먼트 모드 등으로 새롭게 탄생한 팡야 포터블은 확실히 괜찮은 타이틀이다. 단순 PSP 플랫폼으로의 이식 정도가 아니라 팡야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웠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말이다.

개발사 엔트리브의 PSP 플랫폼 개발에 대한 경험부족에서 오는 UMD 특유의 다소 긴 로딩 시간이나 게임을 하면서 몇 가지 버그가 보이는 등의 문제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언제 어디서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팡야 포터블만의 큰 장점이다.

최근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팡야 포터블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PSP는 분명 휴대용 게임기이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몇 정거장 남지 않았을 때, 부담없이 PSP를 꺼내들고 할만한 게임은 실제로 그리 흔치 않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적어도 몇 분간은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게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틈틈히 10초 정도씩만 집중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팡야 포터블만의 독특한 색깔이 아닐까.



Inven Ntter - 공민환 기자
(Ntter@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