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VR 세상의 촉감을 구현하는 햅틱 기기 'X1 햅틱 슈트'가 등장한다. 영화 속 햅틱 슈트는 여러가지 충격과 아픔은 물론이고, 가상의 신체에 닿는 상대방의 부드러운 손길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VR 속 세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꿈의 장치로 묘사된다.
VR 햅틱 기기를 개발하는 비햅틱스의 곽기욱 대표는 햅틱 장치가 없는 VR은 비주얼과 오디오만 느낄 수 있는 '비주얼 리얼리티(Visual reality)'에 불과하며, 햅틱기기를 통한 촉감의 경험이 더해져야 비로소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가상 현실이 완성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사실 촉각을 구현하는 장치의 개발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과제였다. 피부는 보통 '압력'을 통해 촉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압력만을 전달하는 기계를 만들려고 해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온몸을 자극하는 거대한 크기의 기기가 필요했고, 자연히 가격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효율이 떨어졌다. 실제로 팔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수백 개의 핀을 활용하여 촉감을 전달하는 기계가 존재하지만, 1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 됐다.
이때 많은 햅틱 개발자들의 앞에 VR이 등장했고, 개발자들은 더이상 '실사와 완전히 같은 이상적인 햅틱 기기'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의 몸은 사물을 인지할 때 촉각 이외에도 시각과 청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데, VR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인식시키면, 우리의 몸은 완벽하지 않아도, 그저 비슷한 형태의 진동만으로도 촉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 햅틱 기기의 개발은 VR과 맞물려 봇물터진듯 여러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기 시작했다. 햅틱의 촉감 전달 방식은 진동, 포스 피드백, 전기, 공기와 액체, 초음파, 열 방식 등 크게 6가지가 존재한다. 현재 각각의 방식을 활용한 햅틱 장비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각자의 특징과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물리치료에 사용하는 것처럼 전기를 활용하는 'Electrotactile' 방식은 가볍고 착용이 쉽지만만, 피부에 직접 닿거나 얇은 옷을 입어야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바람이나 액체를 주입하는 방식은 길고 번잡한 관을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으며, 웨어러블이 아니면서도 촉감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 'ultrasound'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특정 위치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6가지의 햅틱 방식을 활용한 햅틱 기기는 보통 총기나 글러브, 슈트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현재 다양한 가격대의 햅틱 기기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경험을 얻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의 햅틱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햅틱 장비를 힘들게 만들어도 범용성이 적다는 시선도 있었고, 기존의 컨트롤러에 여러 햅틱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컨트롤러 자체가 가볍게 위아래로 진동하거나, 간단한 형태의 포스 피드백 구조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기존의 오큘러스 컨트롤러에 간단한 진동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게임 플레이에 있어 유저가 더 향상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곽기욱 대표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VR 햅틱 기기를 말할 때 영화 속 'XI 햅틱 슈트'처럼 실제처럼 느껴지는 사람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이 갈수록 큰 폭으로 발전하고 있는 VR 햅틱 기술이 다른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 같은 경험을 줄 수 있게 된다면, VR 시장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게 그가 말하는 햅틱 기술의 미래다.
그는 끝으로 비햅틱스에서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VR 햅틱 기기들을 소개했다. 비햅틱스의 풀바디 햅틱 솔루션은 마스크와 아대, 조끼와 손, 발까지 전신에 착용하여 VR 콘텐츠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촉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현재 브로틴, 인스퀘어, 리얼리티매직, 드래곤플라이 등 다수의 국내 VR 콘텐츠 개발사에서 비햅틱스의 VR 햅틱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콘텐츠 개발자와 VR 아케이드, 유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햅틱 기술이 앞으로도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