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감독의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팬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기의 밴픽과 시즌 막바지에 인터뷰 정도였으니까. 밴픽이 곧 감독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롤챔스에서는 코치진의 역할에 많은 시도와 변화가 일어났다. 두 명의 코치를 영입하며 역할을 세분화하는 팀이 생겨났고, 팀에서 10인 로스터 체제로 2팀을 운영하기도 할 정도로 시스템과 소통 등 다양한 방면에서 코치진의 역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던 대로 하면 승리할 수 없는 치열한 무대가 바로 롤챔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코치진이 활동하는 가운데, 결승전에 오른 팀은 색다른 코치진 체계를 형성한 그리핀과 KT였다. 그리핀은 챌린저스 시절부터 김대호 감독 홀로 팀을 이끌었다. 다른 팀에서 세 명 이상의 코치진이 하는 역할을 해내면서 올라왔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KT는 오창종 코치가 감독 대행(이하 감독) 역할을 맡으면서 이전과 다른 행보를 이어간 끝에 롤드컵과 롤챔스 결승전 직행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감독 모두 2018년이 감독으로 활동한 첫해라는 것이다. 김대호 감독은 챌린저스 시절부터 거침없이 "목표는 롤드컵 우승, 롤챔스 전승 달성하겠다"는 패기 넘치는 말부터 꺼냈다. 반대로, 오창종 감독은 팀과 관련한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만 팀에 대해 말할 뿐, 코치 시절부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확실히 다른 스타일의 오창종-김대호 감독이 이번 롤챔스 2018 시즌에서 그렸던 그림은 무엇일까.


그리핀 김대호 감독
홀로 3인 역할? 우승만 바라본 패기의 리더


많은 코치진이 부임 첫해 아쉬운 성적을 내고 시즌이 끝나면서 하는 말들이 있다. 첫해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기존 팀에 맞춰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구단이 아닐뿐더러 팀원들과 선수단과 신뢰를 아직 형성하는 단계니까. 프로게이머들 역시 다른 종목에서 활동하던,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LoL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감독-코치들의 말을 처음부터 따르긴 힘들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김대호는 달랐다. 뛰어난 솔로 랭크 성적을 자랑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자신보다 LoL을 잘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1:1 토너먼트 우승자 출신답게 실력을 인정받고,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원했다. 수평적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들어주길 바란다는 김대호의 답변은 평범한 감독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시즌 중 롤챔스 전승 우승이라는 목표가 깨지고 김대호 감독이 세운 새로운 방향 역시 놀라웠다. 자신들의 절대적인 기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려고 했다는 것. 처음으로 롤챔스에 올라온 팀이 바로 앞에 닥친 1승, 그보다 더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핀은 섬머 2R 아프리카 프릭스 전에서는 미드 루시안-브라움을 고집한 적이 있었다. 패배한다면, 분명 외부에서 말이 나올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특히, 그리핀에는 코치가 없기에 김대호 감독에게 밴픽에 대해 수많은 화살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 중에도 의아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선택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김대호 감독은 외부의 평가보다 팀원과 팀의 뜻을 따라갔다. 결과적으로 정규 시즌1위는 놓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아프리카를 꺾고 다시 결승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규 시즌 승리를 과감히 포기하고 선택한 길을 마지막으로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치열한 피드백 과정 속에서 홀로 팀을 이끌었던 김대호 감독. 이제는 다양한 시도가 아닌 확실히 승리할 전략을 결승전에 가져올 거다. 자신이 말했던 롤드컵 진출과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말이다.


KT 오창종 감독 대행
KT의 아쉬운 2% 우승으로 채울 수 있을까


이지훈 전 감독은 오랫동안 KT의 사령탑을 맡아오면서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스타크래프트 KT 구단의 감독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LoL 종목에서도 부임 첫해에 우승을 거머쥐면서 감독으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곤 했다. KT e스포츠 구단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이지훈 전 감독이 KT LoL 팀을 떠났다. 그리고 코치 역할을 맡아왔던 오창종 코치가 감독 대행의 역할로 나서게 됐다. 그동안 이지훈 전 감독과 함께 해왔던 걸 홀로 바꿔나가야 했다. 게다가, 감독 대행이라는 직함은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다른 감독이 들어올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인 역시 확실한 성과를 내기 전에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오창종 감독은 묵묵히 KT의 자리를 지켰다. 작년에 KT는 '슈퍼팀'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서 밴픽적인 부분에 대한 질타를 면할 수 없었다. 성적 역시 롤드컵 선발전에 머무르면서 KT에 대한 팬들의 상실감은 오롯이 코치진에게 향하곤 했다.

▲ 이지훈 전 감독의 사퇴는 KT에게 큰 변화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창종 감독은 올해 KT를 롤드컵에 가장 먼저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가장 치열하다고 평가받는 섬머에서 당당히 정규 스플릿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롤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KT에겐 큰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아직 남은 건 반복되는 '2의 굴레'라고 할 수 있다. 2015년부터 매년 한 번씩 롤챔스 결승에 올라왔지만, 준우승이라는 결과로 마무리했다. 오창종 감독에게는 이번이 기존 KT의 아쉬운 이미지를 바꾸고 감독으로 첫 커리어를 1위로 바꿀 기회이기도 하다.

1위로 향하기 위해 KT는 더욱 단단해졌다. 오창종 감독은 '대퍼팀'이라는 평가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력이 좋아졌음에도 잦은 실수가 일어났고,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팀원 개개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고쳐나갔다"며 "이후 매 경기 선수들이 간절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KT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언제나 상위권에 있었지만, 우승과 롤드컵을 앞두고 무언가 부족했던 KT의 빈틈을 채웠다. 2위라는 순위를 우승으로 바꾸는 순간 다시 '슈퍼팀'으로 도약할 것이다.

KT와 그리핀의 두 감독은 처음으로 부임해 결승까지 올라온 능력 있는 감독들이다. 김대호 감독은 카리스마 있게 자신의 방향으로 끌고 왔고, 반대로 오창종 감독은 기존 KT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두 감독의 스타일은 이번 결승전을 통해 최종 평가를 받는다.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지만, 팀을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책임과 평가가 따라올 것이다. 승자가 선택한 스타일이 곧 정답이 되는 냉철한 승부의 세계에서 어떤 감독이 첫해부터 인정받는 영예를 누릴지 역시 궁금해진다.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결승전 일정

kt 롤스터 vs 그리핀 - 8일 오후 5시(인천 삼산월드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