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우 - 유재원 개발자]

  • 주제: 장르라는 인덱스 밖에서 - 실험 게임 페스티벌 Out Of Index
  • 강연자 : 박선용 - 터틀크림 / TURTLE CREAM , 유재원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실험적인 시도에 관심이 많은 게임 개발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Out Of Index(OOI)는 2014년 3명의 독립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실험 게임 페스티벌 입니다. OOI에서는 매년 전세계에서 접수 받은 실험적인 작품들 중 선정된 공식 선정작들을 전시하고, 작품을 만든 개발자들을 만나고, 창작자들의 의도와 표현에 대해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2019년으로 6년 째를 맞은 OOI의 역사와 그간 소개되었던 작품들의 일부를 되돌아보고, '게임', '예술', '실험' 등의 키워드에 관해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Q. 실험적인 게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 당연한 것들이 정말로 '당연한 것'들인지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해야 한다. 게임을 비롯한 모든 표현물은 다 그렇게 표현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를 찾고,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찾아본다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어깨에 힘 줄 필요는 없다. 편안하게 모든 것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2014년부터 시작된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는 온갖 창의적인 게임들이 모인 페스티벌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행사 총책임자인 박선용 대표는 독창적인 게임 개발 크루 '프로젝트99'에 소속된 인디 게임 개발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NDC 2019에 강연자로 참석해 '아웃 오브 인덱스'의 목적, 그리고 지금까지 공개된 독창적인 게임들을 소개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했다.



    ■ 주제1 - 아웃 오브 인덱스, 대중성보단 창의성을 보는 곳

    서문에서 언급했듯, 아웃 오브 인덱스는 2014년부터 1년 단위로 개최 중인 행사다. 전세계에서 실험적인 작품들을 접수받아 10개 내외를 선정해 본 행사장에서 선보인다. 단순히 전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개발자들의 제작 의도를 볼 수 있는 발표는 물론, 해당 게임의 개발자를 초대해 부스에서 직접 참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선용 대표는 "시장성이나 대중성보단 개발자의 생각과 실험에 초점을 준 게임 페스티벌"이라 설명했다. 게임이 얼마나 재밌는지를 보는 게 아닌, 이걸 왜 만들었는지 그 의도에 중점을 두었다는 의미다.

    "아웃 오브 인덱스는 플레이어를 위한 페스티벌이 아닙니다. 현직 게임 개발자들이 방문해 이런 실험적인 게임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각자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게 저희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NDC 2019 첫날, 넥슨 김동건 본부장은 키노트 강연에서 "한국 게임은 다 똑같다. 이건 개발자 잘못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선용 대표는 "과거 재미있게 즐겼던 것들이 다 비슷하다보니, 나중에 만드는 게임들도 다 비슷한 게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개발자의 잘못이 아닌, 각자 게이머이기도 한 개발자들의 취향이 같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의미다.

    이런 생각에 아웃 오브 인덱스에 전시되는 게임들은 겹치는 아이디어 없이 각각 다른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선정하고 있다. 몇몇 선정작은 미디어 아트에 가깝지만, 운영위원회는 굳이 미디어 아트다, 게임이다, 이렇게 구분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트 게임 페스티벌'이 아닌 만큼 되도록 게임플레이가 느껴지는 작품을 선보이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아웃 오브 인덱스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작품에 앞서 자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더 많아지고, 또 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대중들에게 발견되고, 응원받을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개발자가 반드시 실험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웃 오브 인덱스는 최대한 '미친' 게임을 뽑는 페스티벌이지만, 모든 개발자가 이렇게 만들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박선용 대표도 알고 있었다. 전시된 게임들에게서 영감을 받는 정도라면,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조금이나마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박선용 대표는 믿고 있었다.




    ■ 주제2 - 아웃 오브 인덱스에 선정된 대표작들


    게임 소개에 앞서 박선용 대표는 "작고 가벼워 보이지만 의미있는 실험 결과물로 몇 개 선정했다"라고 전했다. '실험'이란 단어에서 오는 무게감을 내려놓은, 현직 개발자로 하여금 '이 정도면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작품들이다. 물론, 철저한 퀄리티 검수를 통해 행사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인지 체크하고, 매년 1개 이상씩 꼭 선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크롤매니악, 컨트롤 마이셀프
    두 게임 모두 'G-Pink'라는 개발자의 작품으로, 스크롤매니악은 마우스 스크롤을 떼지 않고 한 번에 최대한 많이 굴린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컨트롤 마이셀프는 특이하게도 컨트롤러 자체를 실험한 작품이다. 컨트롤 버튼이 게임 내 오브젝트로 배치되었기에 일종의 퍼즐 기믹이 되기도 하며, 독특한 손가락 배치를 의도적으로 강요한다.

    박선용 대표는 "두 작품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비튼 게임으로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이런 발상을 처음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며, 이런 규모의 게임이 개인 단위로 도전하기에는 가장 좋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돌격 공전선거
    박선용 대표와 함께 공동 강연자로 선 유재원 개발자의 작품이다. 2014년 아웃 오브 인덱스에 출품된 작품으로, 블라인드 퀴즈쇼 형태로 각 후보의 공약이 나오고, 공약 선택 시 해당 후보에게 점수를 주는 간단한 구조의 게임이다.

    박선용 대표는 "이미 끝난 지방 선거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가 당선되는지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지금 그 후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왔는지 생각해보고, 순수히 공약만 놓고 봤을 때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과 일치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였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또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 간단한 게임에 담아낸 점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이에 유재원 개발자가 "너무 나간 해석이다"라고 덧붙여 참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라인 우블러
    하나의 장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LED를 사용한 사용한 '1D' 던전 크롤러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LED 스트립 위에 놓인 초록색 점을 조작하는 게 전부다. 노란 선은 '용암', 빨간 적은 '몬스터'다. 박선용 대표는 "이런 대안 컨트롤러를 만드는 문화가 외국에서 유행 중이다. 담는 그릇을 바꾸면 그 안에 담긴 물의 형태도 변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선용 대표도 현재 개인적으로 커스텀 컨트롤러를 제작 중이며 '비싸게 팔 생각이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센텐테이블
    아만다 허진스라는 개발자가 만든 대전액션 게임으로, 일반적으로 4개에서 6개의 버튼을 활용하는 격투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각 플레이어가 스타트 버튼을 포함해 각자 50개의 버튼을 사용한다. 또한, 매 판마다 키 배치가 무작위로 바뀌기 때문에 외워서 하는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대전액션 장르는 오래 한 사람일수록 유리한 법이지만, 센텐테이블은 누구나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용 대표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는 점이 독특했다"고 설명했다.



    e치즈 존
    간단한 아케이드 모음 게임으로 보일 수 있지만, e치즈 존은 누구도 어겨선 안 되는 규칙이 빼곡하게 적혀 있으며, 이를 하나라도 어길 시 어김없이 처음 화면으로 돌아간다. 아웃 오브 인덱스 운영위원회 역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도를 넘은 실험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개발자가 보내준 시연 영상을 보고 '일종의 비동기성 협력플레이가 될 수도 있겠다'라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의도적인 불편함으로 새로운 방식의 게임플레이를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일종의 파티 게임인 만큼 현장에서도 반응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레플리카, 리갈 던전
    레플리카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게임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게임 인터페이스로 활용한 게임은 많았지만, 이에 '엿보기' 테마가 더해지며 독창적인 게임이 탄생했다는 게 박선용 대표의 평가다. 또한,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리갈 던전'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개발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이러한 부분이 게임의 창의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제작 방식을 모든 개발자가 따라해야 한다는 건 아니며, 어떻게 본인만의 게임을 만들지 조금씩 고민해본다면, 더 의미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강연 마지막, 박선용 대표는 올해 아웃 오브 인덱스 운영 계획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10~11월 정도에 개최 예정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운영 자금을 모을 계획이며, 기부 및 후원도 환영합니다. 구경과 체험보다는 질문과 대답에 집중하는 페스티벌이 될 것 같아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