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A 헬싱키 스튜디오, 이민우 게임 디자이너

  • 주제: 게임 디자인 방법론 - 어쌔신 크리드에서 심시티 빌드잇까지
  • 강연자 : 이민우 - 일렉트로닉 아츠 / Electronic Arts
  • 발표분야 : 커리어
  • 권장 대상 : 게임 디자이너, 게임 개발자 전반, 게임 디자인 공부중인 분들
  • 난이도 : 기본적인 사전지식 필요


  • [강연 주제] 저는 동서양 게임 스튜디오에서 약 18년 동안 모바일, PC, 콘솔 게임 개발을 게임 디자이너로서 참여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게임의 트렌드도 같이 변하게 되고 그때마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기획과 개발 역량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특별한 기회로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개발 환경을 경험하던 중에 게임 개발자에게 도움이 되는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실제 개발 상황에서 사용되는 서로 다른 방법론을 이용해 보고 개발에 적용하여 많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때로는 큰 성공이 있었고 또한 큰 실패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개발이나 기획에 있어서 테크닉 보다는 좀더 큰 그림을 보며 비젼과 방법론에 따른 프로젝트들의 성공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다루는 세션에서는 이런 게임 디자인/개발 방법론은 크게 5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실제 개발했던 게임의 사례와 결과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시대와 가치는 변한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달라진다. 변하지 않는 규칙이자 운명이다. 그리고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더 빠르게 급속도로 바뀌는 존재일 수 있다. 어떤 시장이 성장할 것인지. 어떤 게임이 성공하고 트렌드를 만들 것인지 예상은 할 수 있더라도 확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게임 시장이다.

    때로는 북미권 게임이 주류가 되기도 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일본 게임이, 아시아 게임들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세상에 등장하는 게임의 숫자만큼 가능성이 존재하고 성공 여부에 따라서 게임 업계의 트렌드는 시시각각 바뀐다.

    18년 정도 개발에 몸담은 EA의 이민우 게임 디자이너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게임 개발 방법론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동서양 개발사 모두에 재직했던 다양한 경험을 투영하고 모바일, 콘솔,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게임 업계에서 그가 체득할 수 있었던 공통된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강연자의 고민은 자신의 딸이 말한 질문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야?"에서 출발한다. 게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면, 게임 디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강연자 스스로 고민했을 때, 게임 디자인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스로 답을 내리고자 하면 매번 대답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이너, 기획자는 어떻게 보면 어렵고 어떻게 보면 쉬운 직군이다. 문서를 작성하고 지표를 정리하고, 자료를 취합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19년 동안 국내외 개발사에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했던 강연자는 자신이 했던 일을 돌아본 결과, 회사마다 나라마다. 그리고 사람과 팀마다 사용하던 게임 디자인 방법론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로 게임 디자인 방법론이 달라지는 첫 번째 요인 '지역'이다. 스튜디오가 어떤 나라에 있는가에 따라서 개발자들의 성향과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다른 성향이 있다. 심즈 모바일은 미국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큰 규모의 게임을 개발했던 인력들이 스튜디오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큰 것을 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 AAA 게임을 주로 만든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속해있어 큰 규모로 운영된다.

    반면 심시티 빌드잇은 핀란드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제작 중이다. EA에 속해있음에도 미국과는 다른 개발 구조와 문화로 조직이 구성됐다. 태생부터 작은 팀 사이즈에서 출발했고, 모든 구성원이 자기가 중요한 것을 구현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애자일 구조로 개발이 이루어진다. 같은 태생, 스튜디오에서 출발한 IP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위치가 달라 조직의 성향이 달라진다. 따라서 결과물인 게임은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게 됐다.


    다음으로 개발하는 제품(Product)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 방법론을 갖게 된다. 어쌔신크리드와 고스트리콘을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어쌔신크리드는 매년 하나의 타이틀이 나와야 하는 프랜차이즈이자 큰 스케일을 보여주는 타이틀이다. 따라서 팀도 매우 큰 규모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해진 업무에 따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구조다. 일정 또한 확실하기에 개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구현을 포기하는 요소들도 부지기수다.

    고스트리콘 팬텀즈는 고스트리콘 시리즈 최초로 F2P를 지원하는 라이브 서비스형 타이틀이다. 하나로 완결되는 타이틀이 아니므로, 라이브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개발이 진행된다. 완성해서 출시하는 것 보다는 기본적인 게임을 시장에 출시하고 업데이트로 개발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팀 사이즈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프로젝트 시작은 50명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스케줄에 따라서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 요인은 '팀'이다. 로비오의 배드 피기스(Bad Piggies)와 배틀 베이(Battle Bay)가 대표적인 차이를 나타낸다. 같은 개발사의 게임이지만, 팀을 구성하는 인력들의 성향이 개발 문화와 방법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배드 피기스는 앵그리버드의 클라이언트 개발자들이 주축이 되어 팀이 구성됐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할까에 집중했다. 앵그리버드의 DNA를 녹여내면서 스테이지의 디자인에 집중한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배틀 베이는 이들과는 다르다. 서버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팀이 구성되었고 "새가 나오는 게임은 만들지 않는다"는 기조에서 게임이 개발됐다. 또한, 실시간 PvP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오리지널 IP를 개발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팀의 기조가 이렇게 설정되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하 한다는 강박에서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게 됐다.


    네 번째 변화 요인은 '사람'이다. 기획을 주도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게임 콘텐츠의 방향과 방법론이 달라지기도 한다. 심시티 빌드잇의 주요 업데이트였던 '클럽(일종의 클랜 시스템)'과 '클럽 워즈(PvP 콘텐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므로, 콘텐츠를 주도하는 리드 디자이너의 성향에 따라서 방향과 목표가 달라지기도 한다. 소셜 기능을 좋아하는 사람이 디자인한 '클럽' 시스템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획을 선호하는 취향이 반영된 업데이트다.

    이와는 반대로 클럽 워즈는 PvP를 선호하는 리드 디자이너의 취향이 한껏 녹아든 콘텐츠다. 게임의 성향과는 정 반대의 생각이었으나, 시스템 디자이너가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여 많은 개발 인력이 투입된 콘텐츠다. 이렇듯 디자이너 개개인의 생각과 방향이 때로는 디자인 방법론을 바꾸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할 수 있다.


    스튜디오의 지역, 만드는 타이틀, 팀과 사람에 따라 개발 방법론은 크게 변화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요인들이 하나의 문화를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라진 개발 문화는 결과적으로는 접근 방식과 생각을 변화시킨다. 개발 방법론, 디자인 방법론이 달라졌기에 최종적인 결과물도 다른 방향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같은 스튜디오, 지역이더라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조직 구성도 크게 변한다. 고스트리콘 팬텀즈를 제작한 싱가폴 스튜디오는 하향식 프로세스를 거부하고 애자일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소수의 리드 디자이너가 지휘하는 구조가 아니라, 디자이너 한 명씩 맡은 부분의 게임 디자인을 개발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갖게 됐다. 디자인 단계를 탄탄하게 가져가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는 생각이었으며, 디자인 퍼스트라는 생각이 팀의 기조였다. 다만, 팀 전체가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어쌔신 크리드의 경우에는 거대 프랜차이즈이기에 디자이너는 퀘스트, 레벨 디자인 등 일부분만을 담당해 디자인을 진행한다. 매년 출시되어야만 하는 시리즈이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보다는 일정이 우선된다. 이를 위해 엔진에서 바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일종의 가이던스에 의해서 개발이 진행되는 구조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자유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GTA 의 온라인 버전을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제시했던 APB 온라인은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팀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그간 싱글 플레이만을 만들었던 개발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MMO 슈터임에도 개발자들의 경험 부족으로 말미암은 실패를 겪게 됐다.

    심시티 빌드잇은 핀란드의 개발 문화가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게임이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의견 구조로 되어 있으며, 모든 팀이 디자이너라는 사명감으로 컨셉 단계부터 개발에 참여했다. 모두가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할 수 있으므로 개인보다는 '우리'의 프로젝트라는 인식이 큰 편이다. 궁극적인 애자일 방식에 가까우며, '왜 해야 될까?'를 구성원 모두가 고민한다.

    대신,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 긴 시간이 투자된다. 핀란드의 개발 문화는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는 구조다. 단적으로는 코드 네임을 결정하는 일에만 4개월이 소요될 정도였다. 이렇듯 개발사와 게임마다 방법론과 개발 구조가 다른 것은 문화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문화와 사람이 인식을 체득하고 교육하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게임 개발에 있어 '문화'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화는 정의된 것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계속해서 변화는 이유는 게임 업계의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화가 트렌드를 만났을 때, 문화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그리고 트렌드는 어떻게 문화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까?

    현재의 트렌드는 기존 완성된 게임을 출시하는 구조에서 '라이브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슈퍼셀의 경우는 하나의 게임을 만들 때 "최소 5년 이상을 서비스할 게임을 만든다"는 시선에서 디자인을 시작한다. 따라서 라이브 서비스를 길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게임 디자인이 변화했다. 5년 이상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면 개발도 시작되지 않는다.


    다른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다. 라이브 서비스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집중하고 로드맵을 구성한다. 꾸준한 업데이트를 보여주고 있는 '포트나이트'는 물론, '에이펙스 레전드'도 게임을 런칭하기 이전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로드맵을 구성하고 시장에 나왔다. 앤섬은 게임 자체는 문제가 있었지만,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에 게임을 선보였다.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게임 디자인도 변하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합리적인 게임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미션, 퀘스트, 레벨 디자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었다면, 서비스 단계로 접어들면서 플레이어의 심리나 소셜, 문화를 고려하고 디자인하는 시대로 변했다.


    현재에는 분석을 통해서 얻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디자인 방법론이 사용되고 있다. 유저의 활동이나 인식을 고려하는 게임 디자인 방법론으로 변화한 것이다. 과거처럼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게임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용무가 됐다.

    트렌드와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개발론의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9년 현재에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엔지니어 모두가 디저이너의 마인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라이브 서비스의 게임 디자인은 끝이 없으므로, 디자이너 혼자서는 전부 커버할 수 없는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연자는 디자인 방법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방법론은 "게임을 만들며 나오는 질문들에 대답을 내릴 수 있는 일종의 도구"라고 말이다.


    2019년 현재 개발자가 분석한 게임 방법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의 형태를 그리는 것'에 목적을 두는 도구란 의미이기도 하다. 왜 게임을 만들지 결정하는 첫 단계, 그리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두 번째 단계. 모인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단계와 컨셉을 확정하는 단계를 거쳐, 문화와 트렌드를 반영하여 정확하게 드려내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즉, 강연자가 분석한 게임 방법론 전반은 '플레이어의 여정을 스케치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라이브 서비스 위주로 달라진 문화는 플레이어들이 게임 출시 이후에도 어떤 것을 원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게임을 만드는 스케치 도구로 위상이 달라졌다.

    또한, 이제 게임 디자인은 구현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마다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질 플레이어의 여정에서 좋은 가치와 감정을 어떻게 알리고 게임에 녹여낼 것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