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검은사막 스토리인 '세렌디아 여정 하편'에서는 하이델 상인조합장 보니 로렌의 부탁으로 린치 농장의 일을 해결하고 나서 겪게 될 '분기2'와 '분기3'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이전 '세렌디아 여정 상편'에서 소개된 분기1의 경우 어둠의 세력을 쫓는 알루스틴과 에단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졌다. 하지만 분기2와 분기3을 선택한 모험가는 하이델 또는 칼페온 세력의 편에 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분기2를 선택하는 경우 모험가는 '시종장 조르다인'의 명령을 받아 세렌디아 주변을 위협하는 각종 골칫거리들을 해결한다. 하지만 분기3을 선택하면 칼페온에서 온 시안 상단 지부장 '이소벨 엔카로샤'의 편에 서게 되고, 그녀를 따라 하이델 정부의 속내를 파헤친다.

세렌디아 여정의 분기1,2,3은 스토리 설정상 겹쳐지는 시간대가 많기에 다소 긴박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준다. 또한 모험가가 각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분기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다른 분기에서 퍼즐처럼 맞춰지게 된다.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바로가기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가 나오는 곳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 분기2 - 더는 듣고 싶지 않아!


폐성터
시종장 조르다인의 명을 받고 알 룬디의 농민 반란을 제압하다


모험가는 린치 농장의 임프 문제를 해결한 뒤, 조합장 보니 로렌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흑정령은 이제 보니 로렌이 칭얼거리는 것을 듣기 싫어졌고, 더 이상 상인들의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따라서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더 큰 물에서 놀기 위해' 하이델 권력의 핵심인 조르다인 시종장을 직접 찾아가보자고 말했다.

조르다인 시종장은 세렌디아를 돕고 싶다며 불쑥 찾아온 모험가를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는 이런 패기있는 사람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세렌디아를 돕고자하는 자라면 충분히 이용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모험가에게 먼저 세렌디아의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인 '모레티 농장'으로 갈 것을 주문했다. 현재 모레티 농장은 '알 룬디'라는 도적집단이 출몰한 곳이었다.

본래 알 룬디는 세렌디아 남부 농가에서 태어난 순박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세렌디아가 암암리에 군수 물자를 끌어모으면서 농민들에게 가혹할 만큼의 군수품을 거둬갔다. 알 룬디는 농민들의 고통을 모른척 할 수 없어 이에 항의했지만, 항의한 그 날 누군가가 지른 불로 알 룬디의 논밭과 집은 모두 송두리째 불타고 말았다. 알 룬디는 이날 이후 돌변하여 자취를 감추었고, 이후 폐성터 근처에서 무장집단의 수장이 되어서 나타났다.


▲ 분기2에서 모험가는 조르다인에게 바로 찾아가 임무를 받는다.

한편 모험가는 조르다인의 말을 따라 모레티 농장의 주인 메르시안느 모레티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부터 다른 행인들에게 알 룬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어왔기에, 더 이상 알 룬디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에르바노 티토'를 한번 찾아가보라고 했다.

티토는 알 룬디의 반란을 막기 위해 동부 관문에 주둔하고 있는 대장이었다. 미리 서신을 받고 모험가가 올 줄 알고 있었던 티토는 지금 반란군이 어설프게나마 군사 집단의 모습을 갖췄으니 정탐을 한번 다녀올 것을 부탁했다.

모험가가 본 알 룬디 반란군은 티토의 말대로 어느정도 세력을 갖추고 있었다. 남부 산맥을 따라 쳐진 바리케이드와 그 위쪽 언덕에 보이는 높은 감시탑이 지나가는 외부인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검과 활로 무장한 반란군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 알룬디를 따르는 반란군 막사의 모습

모험가는 티토의 말을 따라 반란군 주둔지를 돌아다니며 꼼꼼히 정찰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반란군의 수 일부를 줄이고 막사와 보급품 등을 파괴했다. 그리고나선 동부 관문으로 돌아가 자신이 본 것들을 모두 티토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티토는 갑자기 자기 맞은편에 서 있는 마구간지기를 조용히 보라는 눈짓을 했다. 알고보니 동부 관문에 있는 마구간지기 '로레나'는 알 룬디 반란군을 지원하는 첩자였던 것이다.

티토는 그동안 로레나가 첩자인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를 이용할 때가 되었다며 모험가에게 저 첩자를 통해 거짓 정보를 흘려서 알 룬디를 꾀어내자고 했다. 티토는 알 룬디와 같은 농민 출신이기에 예전부터 알 룬디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번 마음을 연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굴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정보를 절대 의심하지 못할 것이었다. 따라서 티토는 자신의 병사들을 불러 일부러 전투를 준비하는 듯 부산하게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그 때를 맞춰 모험가는 마구간지기 로레나의 근처로 은근슬쩍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로레나는 병사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고 모험가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보았다. 모험가는 티토가 일러준대로 '티토가 직접 정예병을 이끌고 기습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로레나에게 흘렸다. 고급 정보를 얻은 로레나는 애써 놀란 표정을 숨기며 헛기침을 하더니 '좀처럼 전선에 나서지 않던 자가 무기를 챙겨들길래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 알 룬디의 첩자, 마구간지기 로레나

이제 티토 대장은 로레나가 알 룬디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할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분명히 알 룬디는 티토를 상대하기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게 모험가와 흑정령은 알 룬디가 나타날 만한 장소로 가기로 하였고, 모험가는 흑정령을 따라 간 폐성터 깊숙한 곳에서 검은 균열을 발견했다. 그리고 알 룬디는 그 검은 균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검은 균열에서 등장한 알 룬디는 이미 일반적인 농민군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일반 성인 남성에 비해 키가 2배는 커보였고, 섬뜩한 해골을 연상시키는 투구를 쓴 채로 사람의 키만 한 검과 창을 휘둘렀다. 거기에 알 룬디의 수하 몇 명도 모험가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해 왔다.

모험가는 괴물처럼 변해버린 알 룬디의 모습에 그를 처치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우두머리들처럼, 모험가는 능숙하게 전투에 임했고 알 룬디는 결국 모험가의 손에 검을 놓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 어둠의 균열에서 등장하는 알 룬디

티토는 알 룬디가 처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킬킬거렸다. 그는 이제 반란군 잔당을 모조리 숙청하는 일만 남았다며 이 일 덕에 지휘관 자리 하나는 꿰찰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험가에겐 자신이 작성한 알 룬디 숙청 보고서를 가지고 하이델의 기술교관 '크루혼 웜스베인'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보고서를 받은 크루혼은 반란군 소탕이 생각보다 빨리 해결됐다면서 매우 흡족해했다. 그리고 모험가를 보고 정말 괜찮은 인재라며 직접 조르다인 시종장님을 만나뵙자고 말했다.

모험가는 조르다인을 만나 동부 관문에서의 성과를 보고하는 한편,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고초들 또한 이야기했다. 하지만 조르다인은 냉정했다. 그는 농민들의 고초는 이해하지만 하이델이 무너지면 그 고단한 삶조차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승리의 그 날'이 오면 이 모든 고난은 잊혀질 것이라 했다.


▲ 알 룬디를 처단한 에르바노 티토



세렌디아 추출장
도슨을 이용한 조르다인의 책략과 고대유물에 미쳐버린 늪지 나가


조르다인은 알 룬디를 성공적으로 제압한 모험가에게 다음 임무를 맡겼다. 조르다인은 이전부터 추출장에 와 있는 칼페온 관리인, 도슨이 매우 거슬렸다. 그래서 조르다인은 모험가에게 자신이 쓴 문서를 가지고 서북부 관문의 '로마노 프로스페로'를 찾아가라고 했다.

알고보니 로마노는 조르다인의 명령으로 추출장에 대량의 화약을 몰래 보관하고 있었다. 이는 하이델에서 칼페온을 상대하기 위해 몰래 비축하고 있는 전쟁 물자 중 하나였다. 그런데 로마노는 이 사실을 칼페온 관리인 도슨이 알게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는 도슨에게 절대 화약 이야기는 하지말고 조르다인의 편지만 잘 전해주라고 했다.

도슨은 모험가가 가져온 조르다인의 편지를 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 '흑결정 거래 건'은 이전에도 얘기했듯이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다. 지금 아직 칼페온으로 보낼 생산량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르다인은 그 동안 도슨에게 은밀히 연락해 칼페온으로 보낼 흑결정의 일부를 빼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슨 역시 세렌디아 산골짜기로 자신을 보낸 칼페온 의회에 어느정도 불만이 있었기에 이런 유혹에 매우 솔깃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단순한 비밀 거래가 아니었다. 조르다인은 도슨에게 일부러 비밀 거래를 제안함으로써 도슨의 주의를 분산시켰고, 그렇게 그가 추출장에 숨겨놓은 화약을 발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 조르다인은 추출장 근처에 몰래 화약을 숨겨놓고 있었다. 사진은 이를 지키고 있는 디라노아.

그런데 그 때, 모험가에게 붙어있던 흑정령은 문득 주변에서 신선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모험가에게 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도슨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도슨은 이 주변이 나가들의 서식지인데 마침 그들을 막으러 나간 병사들의 소식이 없으니 모험가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모험가는 도슨의 말을 따라 나가 서식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추출장쪽을 기웃거리고 있는 나가들을 하나씩 처치해 나갔다. 그리고 도슨이 말한 병사들을 발견했는데, 그들은 추출장 낡은 건물 위에서 부상을 입고 간신히 숨을 돌리고 있었다. 병사들은 모험가에게 나가들의 수를 줄여줘서 고맙다면서 한가지 이상한 말을 했다. 나가들이 고립된 우리들을 보면서도 마치 어디에 정신이 팔린 듯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흑정령은 나가들이 지금 '추출장 가운데 있는 섬을 자꾸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히 그곳에 나가들의 정신을 팔리게 만든 무언가가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 고립된 병사들

추출장 가운데로 향한 모험가는 거대한 정8면체의 고대유물을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옆에선 에단이 나가와 한바탕 싸우는 중이었고, 야즈는 풀숲 안에 숨어 다친 주민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그 주민은 에단이 자신을 구해주었다며 나가족이 저 유물을 보더니 갑자기 난폭해졌다고 말했다. 에단은 나가를 진정시키려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나가들은 그 유물의 힘을 빌려 자신의 주거지를 뺏은 포건족을 밀어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신이 난 흑정령이 순식간에 유물로 달려들었다. 나가는 유물을 가로채려하는 흑정령을 느끼고 몸을 날려 막으려 했으나, 너무 늦었다. 정8면체 모양의 유물이 사방으로 펼쳐지면서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췄고, 고대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유물의 힘을 흡수한 흑정령은 더욱 끔찍해진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젠 한 눈에 봐도 충분히 강해보였다.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에단은 이것이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그 힘이 부디 모험가를 집어 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흑정령은 그런 에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는 모험가에게 '에단이랑 여기서 수다나 떨 것이냐'며 '로마노가 다시 너를 찾고 있으니 어서 가보자'고 말했다.


▲ 나가에게 다친 주민을 치료하는 야즈와 에단의 모습



오크 캠프
세렌디아의 골칫거리인 붉은 오크를 토벌하다


로마노는 조르다인 시종장이 모험가의 실력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며 그의 다음 임무를 전달해 주었다. 이번엔 세렌디아 서남부의 자비에로 비텔로를 도와 붉은 오크들을 토벌하는 것이었다.

모험가는 그 말을 따라 서남부 관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을 담당하던 자비에로 비텔로는 붉은 오크를 토벌하는 데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붉은 오크들은 포건이나 나가족보다 더 조직적이었고, 몇 배는 포악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붉은 오크와의 싸움은 지긋지긋하다며 자신이 포로로 잡아놓은 붉은 오크 한마리를 설득시켜보자고 했다.

모험가는 자비에로가 시킨대로 포로로 잡힌 오크에게 '이제 그만 포기하면 너와 함께 동족을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근데 이제 와서 이런 '협박'이 먹힐리가 없었다. 그 붉은 오크에게서 돌아온 것은 비웃듯 킁킁거리는 소리뿐이었다.


▲ 서남부 관문에 붙잡혀있는 붉은 오크 포로

이젠 정말 본격적인 토벌만이 남았다. 자비에로는 현재 전장에는 붉은 오크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가 파견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 전에 보급 마차를 확인하기 위해 나간 정찰대가 아직 소식이 없으니, 그들의 행방을 먼저 알려달라고 했다.

모험가는 주변을 찾다가 서부 절벽 근처에서 붉은 오크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병사들을 발견했다. 단칼에 그 붉은 오크들을 제거해버린 모험가는, 정찰대와 보급마차가 이미 붉은 오크의 습격을 받아 털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정찰대는 붉은 오크들에게 끌려간 보급병 '사라'를 꼭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그 즉시 보급병 사라를 구하러 붉은 오크들의 서식지로 향했다. 그렇게 수많은 붉은 오크를 처치하던 도중 한 바위와 풀 숲 사이에 엎드러져 있는 사라를 만났다. 그녀는 이미 부상을 당한 상태였으나 가까스로 도망쳐 몸을 숨기고 있는듯 했다.


▲ 붉은 오크에게 끌려가 부상당한 사라

그녀는 모험가를 보고 크게 안도하며 현재 오크족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현재 오크 마법사와 오크 전사들이 그들의 종족을 지휘 하고 있는데, 우선 그들부터 어떻게든 처치하지 못하면 오크 토벌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니 먼저 그들을 처치한 후 '오크 전문가 버디'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렇게 모험가는 오크 마법사와 전사 몇몇을 처치하고 낡은 건물 아래에 붉은 오크들을 포로로 잡아놓고 있는 오크사냥꾼 버디를 만났다. 버디는 지금 오크 마법사와 전사들이 쓰러져 지휘 체계가 무너진 틈을 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모험가는 그 말에 따라서 우왕좌왕하는 붉은 오크들을 싸그리 섬멸하기 시작했고, 붉은 오크들의 시체는 모험가가 지나가는 곳마다 흘러넘쳤다. 이 뿐만 아니라 모험가는 이전에 붉은 오크와의 전투로 죽음을 맞이한 병사들의 이름표를 회수하는 업적도 이뤘다.

버디는 붉은 오크를 상대로 거둔 큰 승리에 만족하며 이런 모험가의 활약에 대해서 보고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 이 뒤의 일은 자신과 지원군에게 맡겨도 된다며 모험가를 돌아가게 했다.


▲ 세렌디아의 오크 전문가이자 사냥꾼, 버디

하지만 그때 흑정령은 오크 전문가 버디도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는 이 주변에서 아주 강한 존재가 느껴진다며 모험가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흑정령을 따라간 곳에는 역시나 검은 균열이 있었고, 모험가는 그곳에서 오크들의 우두머리 '탐욕의 오르그'를 끄집어냈다. 오르그는 거대한 몸집과 흉측한 얼굴을 가진 오크 마법사로,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워 뜨거운 화염구들을 만들어 냈다.

생각지 못한 뜨거운 공격에 모험가는 제법 고전했으나, 오르그의 터질듯한 배에 침착하게 공격을 꽃아넣어 그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흑정령은 모험가의 강한 모습에 매우 흡족해하며 이제 조르다인 시종장에게서 벗어나 슬슬 새로운 모험을 찾아볼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험가는 흑정령의 인도에 따라 칼페온으로 가는 길목인 '델페 기사단 성'으로 향했다.


▲ 붉은 오크들의 우두머리, 탐욕의 오르그







■ 분기3 - 각자의 사정


황금 두꺼비 여관
시안 상단 지부장 이소벨 엔카로샤를 만나다


모험가는 린치 농장의 임프 문제를 해결한 뒤, 조합장 보니 로렌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린치 농장은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라 지금 당장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고, 로렌 상인조합은 여전히 칼페온 시안 상단의 원금을 갚을 수 없었다. 보니 로렌은 이런 사실에 대해 좌절하면서 머리를 감싸쥐며 온갖 하소연을 늘어놨다. 흑정령은 이런 보니의 모습이 꼴보기 싫었는지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시안 상단의 입장도 한번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상단 지부장 이소벨 엔카로샤는 모험가를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그녀는 '보니 로렌을 위해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려는 것이라면 사양하겠다'며 '바쁘니 나중에 찾아오라'고 했다. 이를 본 흑정령은 모험가의 귀에 대고 엄청 건방진 여자라며 쿡쿡 웃었다. 그러면서 이소벨이 하이델에 보석 세공을 의뢰한 것 같으니 그녀 대신 보석을 받아오자고 조언했다.

모험가는 흑정령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그 말을 따라 하이델의 수정 상인 도라 폰티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도라 폰티는 보석을 대리수령하러 왔다는 모험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보석이 매우 고가인데다가, 이전에도 대리수령을 하러 왔다며 보석을 가로채는 도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험가는 보석을 맡긴 이소벨 엔카로샤의 이름을 정확히 대면서 도라의 의심을 풀었고, 보석을 받아 이소벨이 있는 황금 두꺼비 여관으로 돌아갔다.


▲ 하이델 수정상인 도라 폰티

이소벨 엔카로샤는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보석을 스스로 가져온 모험가를 보고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나에게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모험가는 '왜 보니 로렌을 자꾸 괴롭히냐'고 질문했고, 그 말을 들은 엔카로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돈을 빌려준 사람과 빌려도 갚지 않는 사람' 중에서 누가 잘못을 한 것이냐며 반문했다. 그리고 하이델 상인 조합이 파업한 원인을 능력없는 보니 로렌과 과도한 과세를 매긴 시종장 조르다인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들은 하이델 시민의 불만을 애꿎은 시안 상단에 돌리고 있었다.

이소벨 엔카로샤는 말을 이어나가다 모험가의 차림새를 보고 그가 외지인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시안 상단을 위해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넌지시 물었다.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식으로 용병을 쓰기엔 주위의 눈이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의를 끈 모험가의 배짱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소벨의 옆에는 맨 처음부터 눈에 띄었던 거대한 자이언트 한 명이 있었는데, 그는 포비오스라는 자로 이소벨 엔카로샤의 오른팔과 같은 존재였다. 모험가는 그런 포비오스에게서 시안 상단을 위한 첫 심부름을 맡았다.

현재 로렌의 상권 조합이 파업한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조르다인 시종장이 혈세를 쥐어짜기 때문이었다. 포비오스는 이 사실이 아직 감이 오지 않으면 동부 관문으로 가 혈세에 지친 농민들의 반란을 살펴보고 오라고 말했다. 또한 그곳에는 반란을 옹호하는 '로레나'라는 사람이 있으니 그를 만나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 이소벨 엔카로샤의 오른팔, 포비오스


폐성터
시안 상단과 알 룬디와의 관계, 그리고 밝혀지는 상인조합장 보니 로렌의 비밀


모험가는 폐성터 근방을 지키고 있는 동부 관문에서 마구간지기 로레나를 만났다. 로레나는 시안 상단을 대변하러 온 모험가를 보고 반란을 지켜보는 자신의 시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로레나를 비롯한 하이델 농민들은 현재 동부 관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반란보다는 '혁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민의 혈세를 착취하며 칼페온에 대금을 빌린 하이델 정부를 원망하고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 상인 조합장 보니 로렌과 시종장 조르다인은 그런 농민들의 원망을 이해하지 못했고, 도리어 이를 탄압하기 위해 티토 대장을 보냈다.

로레나는 모험가에게 칼페온 시안 상단을 대표해 에르바노 티토 대장에게 '민생을 좀 신경써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티토 대장은 그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도리어 시종장이 주민의 혈세를 쥐어짠다는 거짓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지금 하이델을 압박해서 분란을 조장하고 은화를 쥐어짜내려는 건 칼페온의 시안 상단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티토 대장은 돈 되는 일이 아니라면 움직이지 않는 시안 상단이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그들이 알 룬디와 내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의심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시안 상단 지부장 이소벨 엔카로샤가 동부 관문에 도착했고, 모험가는 티토에게서 쫓겨나듯 이소벨에게로 향했다.


▲ 동부 관문의 전경

그런데 모험가는 이소벨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티토의 의심이 맞았던 것이다. 농민 반란군 대장 알 룬디는 칼페온의 시안 상단이 지원해주고 있는 인물이었고, 이소벨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를 한번 만나야했다. 하지만 최근 알 룬디는 이성을 잃고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등 무언가 문제가 생겼는데, 시안 상단이 반란군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반란군 내부에서도 일부 지도층만 알고 있어서 이소벨 자신이 직접 가기엔 위험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소벨은 모험가에게 반란군을 힘으로 밀어붙여버릴 것을 부탁했다. 다만 모험가를 하이델의 용병이라고 속이고, 반란군을 최대한 무자비하게 토벌해달라고 했다. 이는 반란군이 가진 하이델에 대한 반감을 더욱 키우면서, 자신이 알 룬디를 만날 수 있는 길도 뚫는 일석이조의 계책이었다.

모험가는 이소벨의 말을 따라 알 룬디 반란군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반란군 몇몇을 처치하고 감시탑, 깃발 등을 파괴하며 온갖 혼란을 일으켰다. 그렇게 한창 전장 한복판을 누비고 있을 때, 흑정령은 폐성터 높은 곳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하이델 병사 한 명을 발견했다. 그 병사는 이상하게도 벌벌 떨고 있었는데, 모험가는 그런 병사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다.


▲ 폐성터 위에 숨어있는 하이델 병사

사실 하이델의 티토 대장은 이미 알 룬디를 한번 사로잡을 뻔했던 기회가 있었다. 그는 반란군 몇몇을 꾀어 자기 편으로 만들었고, 그들을 시켜 알 룬디가 마시는 우물에 몰래 독을 탔다. 그 후 티토는 내통하는 병사들의 안내로 유유히 알 룬디의 보금자리로 들어갔고, 독을 마신 알 룬디는 티토 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티토는 그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알 룬디를 조롱했다. 알 룬디는 피를 토하면서도 내 병사가 그럴 리 없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런데 그 순간, 분노하는 알 룬디의 손에서 갑자기 검붉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알 룬디는 '이 힘으로 널 저주할 것'이라며 서서히 거대한 몸을 일으켰고, 그 모습을 본 티토는 순간적으로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제 알 룬디의 몸 위로 거대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며 그를 감싸고 있었다. 알 룬디는 이윽고 괴물처럼 포효했고, 티토는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후퇴해 버렸다. 알 룬디는 이미 인간의 상태가 아니었다.

폐성터 위에서 떨고 있던 하이델 병사는 그때 미처 퇴각하지 못하고 반란군을 피해 숨어있는 상태였다. 그는 알 룬디가 그렇게 미쳐버린 뒤로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이다가 성터를 뛰쳐나가 숲 속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 알 룬디가 모험가와 비슷한 검은 기운을 가지고 날뛰고 있다는 뜻이었다.


▲ 피를 토하며 쓰러진 알 룬디와 의기양양한 에르바노 티토

흑정령은 이 말을 듣고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모험가에게 검은 기운과 동화된 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말해주었다. 흑정령과 동화되고 나서도 정신이 멀쩡한 모험가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인 것이었다. 이제 알 룬디를 제 정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험가가 직접 그를 제압해야 했다.

흑정령과 모험가는 검은 균열을 이용해 미쳐버린 알 룬디를 소환해냈다. 예상대로 알 룬디는 미쳐서 거대한 창과 검을 휘두르며 모험가에게 돌진해 왔고, 모험가는 그런 알 룬디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만 때려서 제압했다. 그렇게 겨우 정신을 차린 알 룬디는 마치 악몽을 꾼 것 같다며 정말 자신이 그런 살육을 벌였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은 조르다인과 보니 로렌이 파면될 때까지 계속 농민의 희망이 되어 싸울 것이라 다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정신을 돌아오게 해준 모험가에게 좋은 정보를 주었다. 자신의 병사 중 한 명이 에르바노 티토 대장과 상인 조합장 보니 로렌의 은밀한 만남을 봤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모험가는 새롭게 알게 된 이 사실을 동부 관문의 이소벨에게 전해 주었다. 이를 들은 이소벨은 포비오스에게 모든 상황을 칼페온 의회에 전하라 한 뒤, 보니 로렌을 추궁할 증거물을 찾기 위해 티토의 소지품을 뒤져봐야겠다고 했다. 그리곤 모험가에게 말린 화염비늘꽃 뿌리가루를 주면서, 티토 앞에 몰래 흘릴 것을 주문했다.

에르바노 티토는 자신 근처로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고 '이전에도 말했듯 참견하지 말라'면서 엄포를 놨다. 하지만 그 사이 모험가는 화염비늘꽃 가루를 몰래 공기중에 살짝 뿌렸고, 티토는 심하게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모험가는 그런 티토를 친절하게 도와주는 척하면서 그의 주머니에 있던 전서 하나를 몰래 훔쳤다.


▲ 티토의 재채기를 유발하여 돕는 척 전서를 훔쳤다.

이소벨은 모험가가 가져온 두루마리를 펼쳐 읽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상인 조합장 보니 로렌이 에르바노 티토 대장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조세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고 들었소. 하지만 이 모든 건 대의를 위한 것이오. 골치 아픈 알 룬디가 농민을 부추기는데, 늦기 전에 반란의 불씨를 끊어버려야 하오. 행여 그들을 돕는 주민이 있다면 본보기를 보여주시오. 공포를 느끼면 세금에 대한 저항도 조금 줄어들거요. 기억하시오. 역사는 승리한 자의 편이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지. 물론 힘든 일이란건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조르다인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니 잘 처리해주시오."

이 조서로 인해 이제 모든 것이 밝혀졌다. 보니 로렌은 조르다인의 세금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조르다인을 도와주는 앞잡이였다. 로렌은 칼페온 시안 상단 앞에서 마치 조세 때문에 힘든 것처럼 사정하면서 뒤로는 조르다인의 징세를 도왔다. 그렇게 일어난 농민 반란은 티토 대장을 앞세워 진압했다.

이소벨은 로렌이 이렇게 충성하는 데에는 단순한 충성심이 아니라 분명히 상인조합이 얻는 이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증거물을 가지고 황금 두꺼비 여관으로 돌아가 보니 로렌을 추궁하는 것이었다.


▲ 티토와 보니 로렌의 관계를 밝혀내는 이소벨

하지만 보니 로렌은 이소벨이 내민 전서를 보고서도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뗐다. 그리고 '우리를 어디까지 몰아세울 작정이냐'며 오히려 불쌍한 척을 했다. 또한 시안 상단의 주장은 시종장님과 티토대장, 그리고 자신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맞섰다.

그러나 칼페온 귀족 가문 이소벨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우리에게서 빌린 원금을 갚을 돈은 이미 충분하지 않냐'며 로렌을 추궁했다. 그리고 주민을 착취하고 혁명군을 억압하는 주제에 불쌍한 척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로렌은 이 말을 듣고도 입장을 고수했다. 자신은 주민을 착취한 적이 없고, 세금 또한 정당한 것이라 했다. 그러자 이소벨은 이 전서를 공개하면 세렌디아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로렌을 협박했다. 사실 어쩔 수 없었다. 전서가 나온 이상, 설령 그 내용이 거짓이라 해도 그 때는 이미 반란이 일어난 뒤의 일일 것이다. 이 싸움의 승리는 이미 이소벨 엔카로샤에게 있었다.


▲ 칼페온에서 온 귀족 이소벨과 하이델 지도부의 치열한 암투를 그리고 있다.


글리시 마을, 남부 경비 캠프
시안 상단의 교역로를 확보하고 보호 협정을 맺다


이소벨 엔카로샤는 로렌이 시안 상단과 자신을 만만하게 본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면서, 자신이 여기서 일을 처리할 동안 모험가에게 한 가지 일을 더 해줄 것을 부탁했다. 현재 칼페온 영지와 세렌디아를 잇고있는 서남부 관문을 지나는 교역 마차들이 의문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조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서남부 관문은 추출장에서 나오는 흑결정과 하이델 남부 농장에서 나오는 교역품 등을 칼페온으로 실어나르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모험가가 서남부 관문 근처의 글리시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이미 이소벨의 오른팔 포비오스가 먼저 와 있었다. 포비오스는 늦은 모험가에게 가볍게 핀잔을 주더니, 시안 상단의 마차가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리시 마을 사람들이 칼페온 시안 상단에게 호의적일리 없었다. 모험가는 촌장 프레하라우를 찾아갔지만 그는 마을에 식수도 부족한 상태라며 더 힘들게 하지말고 돌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 전복됐다던 시안 상단의 마차는 세렌디아 병사의 행동이 아니고 글리시 마을 주변의 나가나 포건의 짓일 것이라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포비오스 역시 이 작고 힘없는 마을에서 칼페온의 교역 마차를 건드렸을리는 없으니 나가와 포건족을 처치해 보자고 했다. 그리고 그들을 몰아내주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자는 생각이었다.


▲ 글리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포비오스

글리시 마을은 현재 체이사르라는 대장이 경비를 맡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와 협상을 하고 오라는 포비오스의 명령에 따라 체이사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체이사르는 갑자기 포건과 나가를 처리해주겠다는 시안 상단의 말을 듣고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시안 상단은 선행보다 이윤을 찾아 돌아다니는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체이사르는 마을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돌아가라며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모험가는 협상을 위해 조금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나가와 포건을 몰아내주는 대가로 은화를 직접 받거나, 칼페온에 충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이번 문제는 교역 마차가 의도치 않은 공격을 받아서 생긴 일이었고, 협상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끔 하기만 해도 충분했다. 그래서 모험가는 '나가와 포건을 몰아내줄테니 앞으로 시안 상단의 마차를 보호해달라'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체이사르 대장도 이 정도의 제안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만하다고 생각했다. 시안 상단이 나가와 포건을 몰아내주면 마을의 식수 문제도 해결될 것인데, 그 조건으로 교역 마차를 보호해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 선택지를 잘 골라서 체이사르와의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협상안을 수락한 체이사르는 모험가에게 현재 글리시 마을 주변의 상황을 브리핑해 주었다. 지금 나가와 포건은 마을 북부와 남부에서 정착지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본래 이 늪지들은 모두 나가의 것이었으나 어디선가 포건족들이 들어와서 나가족을 몰아냈다. 그리고 포건의 수는 점점 늘어나더니 이젠 통제가 안 될 지경이 되었다. 따라서 체이사르는 나가보다 포건족을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남부 경비 캠프에 가서 마울 대장을 만나보라고 했다.

모험가가 찾아간 남부 경비 캠프의 마울 대장은 알고보니 귀여운 샤이족이었다. 그런데 그는 엉뚱하게도 포건족을 내쫓기보다는 도리어 그들과 친구가 될 궁리를 하고 있었다. 마울은 포건족의 언어를 습득하면 충분히 그들과 교섭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주변에는 그런 철 없는 대장을 두고 한탄하는 병사들이 많았다. 병사 몇몇은 아무 의욕없이 막사에 누워 지겨움을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모험가는 그 병사들을 뒤로하고 포건 지대가 한 눈에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포건 무리들은 엉성한 남부 경비 캠프의 모습과 달리 열심히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캠프가 공격받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 철 없는 마울 대장과 의욕없는 병사

흑정령은 어차피 마울 대장이 포건 언어에나 관심이 있다면 무리와 떨어진 포건 하나를 유인해 마울 대장에게 선물해주자고 말했다. 그래서 모험가는 포건 한 마리를 도발하여 남부 경비 캠프 근처의 나무 감옥으로 유인했고, 멍청한 포건은 모험가의 놀림에 뒤뚱뒤뚱 따라오다가 이내 제압당해 감옥에 갇혔다.

마울 대장은 모험가가 데려온 선물을 보고 '왜 이 생각을 못했지?'라며 본격적으로 포건 언어를 연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이 났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포건을 보러가야하니 늪지의 포건들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리곤 그들에겐 우두머리가 하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모험가는 그런 마울 대장의 태도에 차라리 이제 습지를 마음대로 누비고 다닐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건들이 서식하는 습지로 들어가 포건들을 사냥하며 그 수를 줄이고, 흩어져 있는 시안 상단의 물품도 회수했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포건을 상대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즈음, 흑정령이 나타나 포건의 우두머리 '티티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모험가가 보기에도 포건의 수가 좀처럼 줄지를 않으니 그들의 대장을 굴복시켜 기를 죽이는 편이 나아보였다.


▲ 나무 감옥에 가둬진 포건. 이를 보고 마울 대장은 신이 났다.

그렇게 모험가는 검은 균열에서 포건 왕자 티티움을 소환했다. 티티움은 거대한 두꺼비를 타고 맹렬한 물대포를 쏟아댔으나 모험가는 그를 처치해 버리고 글리시 마을의 체이사르에게 당당히 돌아갔다. 체이사르는 모험가의 실력에 진심으로 놀라며 약속대로 교역로의 시안 상단 마차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시안 상단과 글리시 마을간의 교섭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를 본 포비오스는 매우 흡족해 했다. 그리고 자신은 황금 두꺼비 여관으로 돌아갈테니 모험가에겐 나가족들의 동향도 살짝 정탐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나가를 완전히 몰아내라는 명령이 아니었기에 모험가는 그들과 최대한 접촉을 피하며 추출장을 정찰했다. 그곳엔 예상대로 수많은 나가들이 있었고, 추출장 가운데에는 정체모를 고대유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크게 신경쓰이는 것이 없어 무사히 황금 두꺼비 여관으로 돌아갔다.

모험가가 글리시 마을의 일을 처리할 동안 이소벨 역시 하이델에서 자신의 일을 착실히 진행시켜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모험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보니 로렌에게서 황금 두꺼비 여관을 인수하고 대금 문제를 해결했다.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시안 상단이 하이델의 중심 상권을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이젠 트리나 기사단의 군수품과 하이델의 공물을 칼페온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 포건족 우두머리 티티움에 맞서는 모험가



비라기 산채
이소벨의 칼페온 귀환을 돕다


그녀는 많은 일을 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험가에게 칼페온으로 갈 채비가 끝날 때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모험가 또한 이대로 하이델을 떠나게 되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모험가는 하이델의 여관과 분수 광장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정말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시안 상단이 칼페온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목적지는 레이트 가문의 노먼 부인이 운영하는 북부 밀농장이었다. 참고로, 레이트 가문은 칼페온에서 엔카로샤 가문만큼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귀족가문이다. 이 두 가문은 각각 레이트 상단과 시안 상단을 운영하며 일종의 상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칼페온으로 싣고가는 하이델 공물 또한 레이트 상단의 노먼 부인과 시안 상단의 이소벨이 공동책임자를 맡은 것이다.

그런데 그때 이소벨의 오른팔 포비오스가 모험가를 불렀다. 포비오스는 이소벨을 위한 마차가 곧 도착하는데 모험가가 탈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때때로 북부 중립 지역의 길목을 습격하는 비라기 산적들을 미리 처리하라고 했다. 한눈에 봐도 화려한 시안 상단의 마차는 쉽게 산적들의 타깃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모험가는 하이델 분수 광장에서 간만의 휴식 시간을 보냈다.

모험가는 그 길로 북부 중립 지역을 지키고 있는 선봉 대장을 만나러 갔다. 그곳에서 그는 비라기 산적을 막아내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지금 병력으로는 그들의 접근을 막는 정도의 수준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모험가는 이 말을 듣고 혼자서 산적 소굴로 들어가 그들을 토벌하겠다고 했다. 선봉 대장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모험가의 굳은 결심까지 막지는 못했다. 대신 산채 안에 '비라기'라는 우두머리가 있으니 그를 특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모험가는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비라기 산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사실 흑정령의 힘을 가진 모험가에게 산적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모험가는 그런 산적 무리들을 처치하면서 그들의 지령서를 탈취했다. 그런데 그 지령서에는 숨겨둔 창고의 보물들에 대한 기록이 있었고, 모험가는 흑정령의 말을 따라 그곳의 보물을 탈취하기로 했다.

산적들의 비밀 창고는 주둔지 안 말라버린 우물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우물이었지만, 놓여져있는 사다리를 타고 끝까지 내려가니 신기하게도 꽤나 넓은 방이 나왔다. 그곳엔 금과 은화들이 쌓여져있었고, 모험가는 특히 눈에 띄는 상자 안에서 "나의 아내, 스텔라"라는 작은 글자가 새겨진 에메랄드 반지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외에 더 특별한 것은 없었다.


▲ 산적들의 비밀 창고 안으로 내려가는 모험가

다소 실망한 듯한 흑정령은 이제 대장 비라기를 처지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선 검은 균열을 열어 비라기를 소환해냈다. 소환된 비라기는 거대한 철퇴를 가지고 모험가에게 덤벼들었으나 몇 번 겨뤄보지도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비라기를 손쉽게 쓰러뜨린 모험가는 선봉 대장에게로 돌아갔다. 북부 중립 지역의 선봉 대장은 홀로 산적 소굴에 들어갔다가 유유히 걸어나오는 모험가를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모험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며 '일개 상단원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모험가가 비라기 산채에 들어가 있는 사이 벌어진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가 중립 지역을 지키고 있을 때 왠 마차를 탄 귀티나는 여자가 모험가에 대해 물었고, 모험가의 안위를 걱정하던 선봉 대장에게 '무슨 걱정이냐'며 미소를 띤 채 길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는 모험가에게 혹시 그녀가 그 유명한 '이소벨 엔카로샤'가 맞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흑정령은 그런 대장의 반응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흑정령은 '이제 우리도 델페 기사단 성으로 가자'며 모험가를 이끌었고, 그렇게 모험가의 발길은 칼페온으로 향하게 되었다.


▲ 비라기 산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