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들이대는 결론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하 배트맨 AA)는 지금까지 만화 혹은 영화 속 영웅(Hero)을 다룬 게임 중에서 단언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으며, 탁월한 게임성은 배트맨이라는 엄청난 후광을 완전히 제거한다고 해도 그 빛이 바래지 않을 정도다.


배트맨 AA는 그 동안 원작의 명성만을 믿고 반짝 인기와 판매량을 올리느라 정신 없었던 수많은 허접 영웅물 게임들에게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있으며,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엔터테인먼트가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얼마나 더 멋진 결과물로 재탄생 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거실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XBOX360 혹은 PS3이 있다면 주저 말고 배트맨 AA를 꺼내 들어라. 그것도 아니라면 PC도 좋은 선택. 탁월한 완성도로 탄생된 배트맨 서사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특유의 긴장감을 잃지 않은 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티켓임과 동시에, 2009년 올해의 게임상을 향해 달려가는 강력한 후보를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니까.



[ ▲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





배트맨 AA에 담겨있는 명작의 실루엣은 하나가 아닌 복수


베트맨 AA의 기본적인 골격은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선형적인 구조를 따르고 있다. 오라클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무선 대화를 시도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해당 사건이 해결되면 다음 사건의 목표가 주어지는 비교적 간단한 형태. 하지만, 이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조에 다양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게이머는 배트맨 AA의 장르를 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배트맨 AA의 최고 악당 조커의 부하 무리를 소탕할 때 펼쳐지는 화려한 콤보액션과 연출, 그리고 게임이 진행되면서 하나씩 업그레이드되는 스킬 시스템은 PS2의 명작 액션 갓오브워를 떠올리게 하며, 무장한 적을 상대로 지형지물, 그리고 배트맨 특유의 장비와 액션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적을 하나 둘씩 무력화시켜 나갈 때는 자연스럽게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 ▲ 화려한 콤보액션, 이른바 FreeFlow 전투시스템 ]




배트맨식 표창, 배트랭(Batrang)을 비롯해서 게임이 진행될 수록 하나씩 추가로 입수하게 되는 배트맨 전용 무기로 구조물을 탐색하고, 오브젝트를 활용해 새로운 입구를 찾거나 숨겨진 아이템을 획득할 때와 액션으로 넘쳐나는 화끈한 보스전은 '젤다의 전설' 그 느낌 그대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배트맨 AA가 이러한 다양한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장치들을 그대로 게임 내에 도입하면서도, 대충 흉내만 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각각의 퀄리티가 상당히 뛰어나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보스전에서 화면이 전환되면서 횡스크롤 모드로 돌입할 때는 슈퍼마리오 특유의 아케이드 적인 재미를 조금 더 어른스럽고, 긴장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아찔할 정도.



[ ▲ 다양한 장르가 버무러진 맛있는 비빔밥,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





게다가 배트맨이라는 오묘한 소스까지 맛깔스럽게 버무렸다.


배트맨 특유의 우울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비롯해서 조커, 투페이스, 할리 퀸 등 원작에 등장하는 개성넘치는 등장인물 등의 요소를 위에서 언급한 명작 게임들의 시스템에 둘이 원래 하나인 것으로 착각할만큼 잘 융합시켰다.


전체적인 그래픽과 아캄 아일랜드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이전 배트맨 영화에서 본 듯한 친숙함을 주며, 조커를 비롯해서 등장하는 인물등도 게임 속 NPC인데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에너지로 넘쳐난다. 가끔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 역으로 분했던 히스레전의 명연기가 다시 떠오르며 닭살이 돋는 것도 배트맨 AA가 원작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게임 안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 ▲ 게임 속에서 영화 다크나이크만큼의 포스로 재탄생한 조커 ]




높은 지역을 손에서 로프를 발사해서 한번에 올라가고, 공중에서 두팔을 벌려 망토를 이용해 고공낙하하면서 적을 한번에 무찌르는 액션이 게임 속에서 여과없이 구현될 때면 어릴 적 영화 배트맨을 보면서 '아..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철없는 어린아이의 욕망이 드디어 해소된다.


특히,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말미에 등장했던 X-레이 스캔을 활용한 디텍티브 모드가 압권인데, 디텍티브 모드를 통해 벽 뒤에 있는 적을 미리 감지해 우세를 점한다던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인물의 지문을 감식하거나 혈액을 샘플로 잡아서 실종된 인물의 발자취를 추적해 나가는 시스템은 게이머가 게임 속에 완전히 몰입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최고의 수단이 된다.




[ ▲ X-레이를 활용한 디텍티브 모드를 'On' 했을 때의 화면 ]





배트맨 AA,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 그리고...


대부분의 어드벤쳐형 게임들이 그렇듯이 엔딩을 한번 보고 나면 더 이상 할게 없어지면서 생명을 다하게 된다. 하지만, 배트맨 AA는 다양한 즐길거리를 게임 내에 배치해서 지속적인 플레이 동기를 제공하여 하나의 완성도 있는 게임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메인스토리와는 별개로 접할 수 있는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비롯해서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하나씩 언락되는 챌린지 모드는 꽤나 중독적이다.


챌린지 모드는 게임 내 특정 구간을 잘라내서 미니 액션 게임 형식으로 구현한 것인데, 클리어 상황이나 연속 콤보 기록 등을 전 세계 다른 유저들의 기록과 비교할 수 있게 되어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파고 들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게다가, 캐릭터 바이오, 캐릭터 트로피 시스템이 있어 등장 인물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모아가는 게이머의 수집욕구도 자극하면서, 효과적인 스토티텔링의 또 다른 장치가 된다.



[ ▲ 메인 스토리 플레이 외에 다양한 재미를 주는 컨텐츠가 제공된다. ]




하지만, 메인스토리를 위주로 즐기는 게이머라면 대략 7~10시간에 엔딩을 보게 되기 때문에, 5만원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는 게임치고는 다소 짧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이는 분명히 단점으로도 지적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가끔씩 눈에 띄는 어색한 캐릭터 모션 이나 앞서 언급했던 디텍팅 모드에 과도하게 의지하게 되는 점들이 추가적인 단점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배트맨 AA가 제공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너무나도 사소해서 자연스럽게 무시하게 되다는게 문제라면 문제.


사실 대한민국 게이머로써, 가장 아쉬운 점은 한글화다. 배트맨 특유의 스토리와 세계관이 잘 녹아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언어의 장벽에 막히게 되면 맵에 표시된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일직선형 플레이밖에 할 수 없어, 배트맨 AA가 담고 있는 재미를 절반 밖에는 누릴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배트맨 AA와 게이머, 둘 다에게 모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 조커가 아무리 무섭게 겁을 줘도 "안녕 난 철수야"라고 들린다면? ]





일주일 전 상황...배트맨 AA, 시작은 이랬다.


윈도우 작업표시줄 한켠에 메일함이 반짝거리며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자동으로 정렬되어 보도자료함에 꽂히는 메일.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출시 예정'?


영화 다크나이트가 대박칠 때부터 게임으로 뭐 하나 나올 줄 예상했었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영화가 뜨면 게임이 나오고, 그러다 곧 잊혀지고.. 이런 건 예전부터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맨'을 달고 나온 게임들의 완성도는 처참했고, 대부분 10분이상 플레이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번에 나왔던 정말 황당한 수준의 그 게임 제목이 뭐였더라?


무시한채로 하던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하지만, 계속 신경쓰이는 메일함. 슈퍼맨도 아니고 아이언맨도 아니고 배트맨이다. 배트맨은 좀 다르지 않을까? 다른 영웅들처럼 타고난 초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사실 돈이 꽤 많다.) 우울한 과거를 떨쳐내기 위해 배트맨 되기를 자처한 스토리가 예전부터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항상 자신이 행한 일의 결과에 대한 고민과 번뇌에 빠져있다는 점도 세라믹으로 코팅되어 결점하나 없는 다른 영웅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인간미를 풍긴다. 그래서 배트맨 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챙겨 봐왔던 나인데...


그래 한번 보기나 하자. 이번에도 실망이면 아예 관심끄지 뭐. 아직 보도자료를 읽어보니 출시일은 일주일이나 남았다. 하지만, PC판 데모는 이미 공개된 상태. 스팀을 실행시켜서 2GB에 육박하는 설치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한참을 걸려 다운받은 후 설치를 끝내고 실행시킨 화면. 내 컴퓨터에는 볼 때마다 항상 나를설레이게 하는 박쥐 모양의 로고가 크게 걸려 있다.


그렇게 10분이 지난 후, "어?!"


배트맨 AA의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인트라링스에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라며 반기는 홍보팀 직원의 목소리. "저...이번에 나오는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리뷰를 써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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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와 끝이 뒤바뀐 구성은 항상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바라보는 배트맨에게 바치는 저렴한 오마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