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라이엇게임즈가 공식적으로 LCK의 프랜차이즈화를 발표했다. 바로 다음 날인 7일에는 공식 SNS를 통해 추가 내용도 공개했다. 오는 2021년 스프링 스플릿부터 프랜차이즈 리그가 시작되며 지역 연고제는 없고 1부와 2부 관계없이 참가를 희망하는 모든 팀에게 기회가 열린다.

이미 e스포츠 리그의 프랜차이즈화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 속 이야기다. 지역 연고 프랜차이즈 리그라는 타이틀을 내건 오버워치 리그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진행되는 북미 LCS와 유럽 LEC, 중국 LPL는 이미 프랜차이즈로 1년 이상 리그를 지속 중이다. 4대 리그로 불리는 지역 중 유일하게 같은 길을 걷지 않았던 LCK도 내년이면 저들과 동행한다.

라이엇게임즈의 연이은 발표에도 아직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공개된 정보들로는 해결되지 않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짚어보고 라이엇게임즈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살펴봤다.


최소연봉 6천만원
1군 로스터만, 2군 관리할 제도 필요

LCK가 변화를 추구하면서 가장 먼저 바뀔 곳은 챌린저스 코리아 선수들 및 각 팀 소속 유망주들이다. 2부 리그에 해당하는 챌린저스 코리아가 중단되고 2군 리그가 새롭게 생길 예정이다.

2군 리그는 승패를 주 목적으로 하진 않고, 폼이 떨어진 1군 선수의 경기력 회복 여부를 체크하거나 유망주를 '콜업'하기 위한 무대로 활용된다. 그 말인즉슨, 1군 뿐만 아니라 2군 선수들 모두 각 팀 로스터에 등록되어야 하는 소속 선수들이다. 소속이 없는 2군 선수는 없으며 아마추어에 해당하는 이들은 트라이아웃이나 드래프트 등 각 종목 리그가 정한 규정에 따라 팀에 소속된다.

▲ 이제는 사라질 챌린저스 코리아

챌린저스 코리아가 중단되면 자연스럽게 그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프랜차이즈 리그 팀 소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마추어 신분으로 남는 것. 선수들 대부분은 전자를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하루 아침에 프로게이머에서 백수가 되는 선택을 할 선수는 많지 않다.

그 많은 선수들이 LCK 팀 소속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제대로 된 1군과 2군 관련 규정들이 존재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연봉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LCK에 참여하는 모든 팀은 2021년부터 소속 프로게이머들에게 최소 6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선수가 받는 기본적 혜택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 없이 찬성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기준이 발표문에 명시되지 않아 궁금증이 유발됐다.

라이엇게임즈의 추가 발표에 따르면, LCK 프랜차이즈화 이후에는 1군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들만 최소연봉 6천만원의 혜택을 누린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약, 2군 선수가 실력을 인정받아 1군으로 콜업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선수는 2군 연봉을 그대로 받으며 1군 경기에서 뛰는 걸까. 아니면 1군으로 콜업됐으니 다시 연봉 협상을 해야 할까.

다른 리그에선 이러한 의문을 어떤 식으로 해결했을까. 전통 스포츠인 미국 MLB에서는 마이너 리그 소속 선수가 메이저 리그로 콜업되면 메이저 리그 최저연봉을 받곤 한다. 마이너 리그 소속일 때와 메이저 리그 소속일 때의 연봉을 따로 계약하는 스플릿 계약이라는 제도도 있다.

▲ Cloud9 정글러 '블라버'

e스포츠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채택했다. LCS에서는 Cloud9이 위의 스플릿 계약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Cloud9의 정글러 '블라버'는 LCS의 프랜차이즈화 직후에 팀과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2군 혹은 1군에서 활동할 경우에 각기 다른 연봉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한, 프랜차이즈 도입 전부터 팀 소속이던 선수들도 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했다.

이미 프랜차이즈 리그화된 LPL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각 팀의 사정에 따라 다른 기준을 보였지만, 보통 LPL에서는 2군 선수가 1군으로 콜업되면 최저연봉인 약 12만 위안(한화 약 2,000만원) 혹은 그보다 50% 많은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 콜업된 첫 1년 동안의 이야기다.

LCK가 프랜차이즈 리그가 되면 현재 LCK 팀들의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들은 대부분 1군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군에는 현 챌린저스 코리아 소속 선수들과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꺼번에 각 팀에 정말 많은 수의 선수들이 1군과 2군에 소속될 예정이라 선수 풀 제한이나 최소 인원 등록제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필요해보인다.


선수와 함께 이동하는 팬덤
적극적인 팀 브랜딩, 로열티 있는 팬심 잡아야

한국 e스포츠에서의 팬덤 문화는 일반적인 스포츠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졌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LCK 프랜차이즈화 이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통 스포츠에서의 팬덤은 팀에 집중되는 경향이 짙다. 한국 프로야구를 예로 들어보자.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의 대부분은 소속 선수보단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 자체를 응원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특정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도 팬들 대부분은 자신이 원래 응원하던 팀을 계속 응원한다.

한국 e스포츠 팬덤은 다르다. 팀 자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들보다는 선수 개인을 따르는 팬들이 많다. A라는 선수의 팬들은 해당 선수가 팀을 옮기면 선수와 함께 이동한다.

▲ LCK 팬덤은 선수 지향적 특징을 보인다.

프랜차이즈 리그가 되면, LCK에서는 팀들이 지금보다 더 큰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된다. 투자자들은 프랜차이즈 리그가 된 LCK라는 무대에서 뛰는 팀의 가치를 평가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할 경우 투자를 진행한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자본이 가치있게 활용되고 수익을 남길 수 있을 때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고려하게 된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리그에서는 팀의 가치와 중요도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금보다 상승한다.

e스포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팀이 낼 수 있는 수입 중 적지 않은 영역을 차지하는 게 팬들의 지출이다. 이것이 고정적일 때 팀은 안정감을 갖게 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하기 좋은 팀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반대로 팬덤이 이적할 선수와 함께 이동할 확률이 높다면 해당 팀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확률은 내려갈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프랜차이즈화를 발표했을 당시에 LCS나 LEC, LPL 모두에서 나온 바 있다.

▲ T1의 프랜차이즈 스타 '페이커' 이상혁

LCK 팀들 중 일부는 소속 선수들 중에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된 선수들과 다년 계약을 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T1의 '페이커' 이상혁과 젠지 e스포츠의 '룰러' 박재혁,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이 대표적이다. 다른 팀들도 위와 같은 경우를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인 걸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제외하면 비슷한 우려는 여전히 나올 수 있다. 선수들은 매년 기존 팀에서 새 팀으로 이적할 거고 그럼 그 선수들의 팬덤 역시 선수들과 함께 우르르 이동할 터. 팀보단 선수에 더 큰 애정과 응원을 보내는 한국 e스포츠 팬덤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잘 활용해 팀들이 안정적인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향후 LCK가 프랜차이즈 리그가 되면 각 팀에서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라이엇게임즈의 답변
2군 최소연봉 적용 계획, 1, 2군 각각 최대 10인 로스터

위와 같은 의문점들을 라이엇게임즈에 직접 문의해봤다. 그들은 프랜차이즈화를 앞두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발생 가능한 다양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고자 할까.


먼저 1군과 2군 사이를 수없이 오갈 수도 있는 선수들의 연봉에 대해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측은 LPL과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LCK 역시 현 LPL처럼 2군 선수가 1군으로 콜업될 경우에 일단 1군 최저연봉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구성 중이었다. 단, 스플릿 당 일정 기간 이상 1군 로스터로 등록될 경우다.

아울러 2군에도 최저연봉제도를 도입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향후 2군에 적용될 최소연봉은 현재 LCK의 2천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한 팀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1군과 2군, 특히 2군에 몰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프랜차이즈화 이후에도 최대 로스터 인원 제한은 10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1군과 2군 각각 10인 로스터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미 아카데미 팀에 소속된 선수들의 향후 거취는 각 팀들의 자율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위와 같은 로스터와 최저연봉 관련 규정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규정을 프랜차이즈 리그에 맞춰 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경우에 타 스포츠의 규정들을 많이 참고할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위 답변의 내용들을 포함한 많은 변화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숙제 없는 프랜차이즈
리그와 팀, 선수, 팬들 모두 발전할 리그 되길


LCK의 프랜차이즈화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라이엇게임즈의 발표대로 리그와 팀이 파트너가 되어 하나의 공동체로서 리그 관련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고 운영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리그 운영측과 팀을 운영하는 측은 물론, 소속 선수들과 관계자들, 팬들 모두 발전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두 차례 발표된 LCK의 프랜차이즈화 관련 라이엇게임즈의 입장에는 아직 의문점이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최대한 많은 이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종합해 최선의 결론을 내고자 고심 중이었다. 전통 스포츠나 이미 프랜차이즈 리그가 된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고 국내 사정에 맞게 수정해 남겨진 숙제가 없는 LCK를 만들고자 했다.

이 세상에 불만 없이 진행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 불만이나 우려가 적으면 적을수록 우리는 거기에 '성공적'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다. LCK의 프랜차이즈화 역시 훗날 많은 사람이 '성공적이었다'고 여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