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크는 이제, 게이머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이며 그리 마이너하지도 않은 부류에 속한 장르로 올라왔다. 던전 RPG '로그'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게이머뿐 아니라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이니까.

오늘날의 등장하는 로그라이크류 게임들은 이제 여기서 더 많은 진화를 이루었다. 던전 대신 다른 컨셉을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플레이를 제공한다던가, 장르는 전혀 달라졌지만 '로그'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도입하기도 하고 매우 높은 난이도를 완화하기 위해 계승되는 요소를 넣는다. 시대와 게이머의 요구에 따른 발전이자 현대적인 재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로그라이크의 근본은 매번의 플레이마다 달라지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신선함이라는 표현으로 많이들 사용한다. 그만큼 로그라이크는 다양한 변수를 제공해야 하고 플레이의 신선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 싸우고, 육체를 빼앗고, 다시 육체를 바꾸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그 스피릿'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 있다. 적의 영혼과 몸을 탈취해서 이를 역으로 이용한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영혼뿐인 상태에서 초반에 주어지는 하나의 선택 이후 계속해서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몸을 바꿔나가야 한다. 회복을 위해서든, 조작 숙련도가 높아서 좀 더 쉽게 게임을 하기 위해서든 말이다.

문제는 '몸을 탈취한다'라는 컨셉에 있었던 것 같다. "너, 강해보이는군? 내 것이 되라"하는 신선한 컨셉이지만 그만큼 한계도 있다. 물리쳐야 할 '적'들의 가짓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신선함은 빨리 시든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물리친 적의 육신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에 몇 가지 원소 조합이나 다양한 패시브들을 넣어서 신선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넣었지만, 그러기엔 등장하는 적들의 컨셉 자체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느낌이 강하고 활용도 잘 안된다. 3레벨 이후부터는 달라진 모습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가장 큰 재미를 느끼고 흥미로워야 할 초반 부분에 지나칠 정도로 비슷한 경험이 반복된다. 이는 유령 페이즈의 '스텔스 플레이'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다.

부족한 신선함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바로 액션이다. 비록 적들의 모습이나 컨셉 자체는 단조롭고 기본 베이스에서 조금 심화된 모습들이 보이긴 하지만,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철저한 타이밍의 패링, 근접 공격과 보조 공격의 조화 및 패시브/스킬의 활용으로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하다고 느꼈다. 패링에 너무 의존된 플레이가 강조되는 점이 있긴 했으나 이는 개성으로 봐줄 수도 있는 영역이다. 아무튼 액션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침착하게 막 누르지 말고 보고 반응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라는 개발사의 메시지가 뚜렷해서 좋았다.

방향성이 잡힌 액션의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다 좋은데 반복 플레이의 신선함이 금방 시드는 현재의 모습이 아쉽다는 뜻이다. 무작위 생성과 선택, 변수에 기반을 둔 시점에 변수가 적다면 당연히 그만큼 신선함도 빨리 떨어지기 마련이다. 변수가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기본 베이스에서 조금 심화시킨 정도라면 다른 변수라고 할 수도 없을 테니까. 훌륭한 액션 요소들을 만드느라 아직 변수와 시스템 심화가 부족했다는 느낌도 든다.

캐릭터별 스킬 혹은 더 많은 특수 효과의 오브젝트, 패시브 등등 플레이어가 선택하거나 랜덤하게 얻을 수 있는 변수를 늘리면 더욱 게임 플레이가 더욱 신선해지지 않을까? 물론 '로그 스피릿'은 고작 0.3n 버전에 머물러있는, 말 그대로 시작하는 '얼리 액세스'의 게임이다 보니 현재의 모습이 '코어' 플레이를 검증하는 단계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 액션은 참 좋은데, 신선함이 너무 빨리 시든다.

개발사는 또 고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변수를 늘려 플레이의 다양성을 주다 보면 그만큼 피곤해진다는 단점도 있으니까. 그러나 신선함을 잃은 로그라이크는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고민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또 한가지, 초반 개발 시점에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은 '로그라이크'류 게임들에게 그리 드문일도 아니니까 살을 붙이면 더 나아질 수 있겠지.

게임의 근본 컨셉은 좋고, 액션의 완성도는 좋지만 현재로서는 신선함이 다소 떨어진다. 코어 플레이는 좋으나 아직 살이 덜 붙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방향성이 잘 잡힌 액션과 스텔스, 그리고 적의 육체를 탈취한다는 컨셉 자체가 괜찮고 이를 보조할 여러가지 요소들이 추가되어 잘 조화되면 정말 재미있는 '로그라이크'류의 액션 게임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부디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더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고민하여 개발사가 원하는 방향의 '액션 로그라이크'를 멋지게 완성해 주길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