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던전 RPG’에 약합니다.

지금껏 수많은 RPG 게임을 해왔으며, 특히 턴제 RPG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같은 턴제와 다를 바가 없는 던전 RPG는 왜 약한지 저 자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분명 일러스트나 UI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건 아닐겁니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비슷하니까요. 한참 동안 찾아다녔던 던전 RPG에 약한 이유. 저는 이 게임에서 찾게 되었고 극복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데몬 게이즈’. PS Vita(이하, 비타)를 가지고 계셨던 유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수 있을 이름입니다. 공포 게임, ‘사인’과 같은 던전 RPG인 ‘동경신세록 시리즈’를 제작한 익스피리언스가 개발하고 ‘카도카와 게임즈’가 유통한 본작은 메타크리틱 점수는 38크리틱 기준, 70점으로 평작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탄 던전 RPG였습니다.

다만,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았기에 일본어판으로 소소히 즐겨봤던 유저들 사이에서만 유행했을 뿐. 한국에서는 그대로 묻힌 게임이었습니다. 근데 웬걸,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에서 PS4/닌텐도 스위치로 이식된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를 유통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물론 한국어 자막까지 지원되니 접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근데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간략한 튜토리얼을 지나고 나서 던전에 딱 던져두는데, 시스템을 분명 이해한 채로 진행했는데 다음 맵을 깨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금 당황했지만 어려움에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열의에 불타는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접하기엔 어렵지만 편리한 기능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구성을 갖춘 데몬 게이즈. 과연 어떤 게임일까요?

게임명: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
장르명: RPG
출시일 : 2021. 12. 9
개발사 : 디 익스피리언스
서비스 :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 PS4 / NSW

● 관련 링크: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 오픈크리틱 페이지

▲ 특이하게도 본작의 OST에는 보컬로이드, 'IA -ARIA ON THE PLANETES-'의 코러스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던전 탐험. 생각보다 편의성이 매우 좋다.

우선 데몬 게이즈는 던전 RPG입니다. 화려한 스킬 이펙트나 그래픽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죠. 대신, 장르에 걸맞게 오로지 '던전'에 집중한 형태입니다. 던전의 구조는 깊이가 있고 어떤 일이 벌여질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죠. 그래서인지 난도가 높고 초보자가 쉽게 익숙해지지 못한 RPG에 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데몬 게이즈는 그런 불친절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유저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다가갔습니다.

우선 '전장의 안개'와 같은 요소가 거의 절충되어 있습니다. 맵은 자신이 직접 밝혀나가야 하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거나 하는 경우는 없어 함정을 잘못 밟거나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랜덤 인카운트'는 존재하기에 던전을 돌다가 우연히 적을 조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심볼 인카운트'도 있어서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데몬 게이즈의 전투 시스템은 던전 RPG를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일일이 수동으로 걸어갈 필요 없이 맵을 열어 원하는 장소를 클릭하면 그 방향으로 자동 이동을 할 수 있고, 전투할 때도 △버튼을 눌러 '자동 전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동 전투의 경우에는 이전에 입력해둔 커맨드를 기억하기 때문에 커맨드를 변경하려면 직접 메뉴에서 공격이나 방어 등, 원하는 결괏값을 입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죽으면 곧바로 재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게임 오버가 되어 버리는데, 물론 오토 세이브 기능이 있어 바로 전 기록으로 되돌아갈 수 있긴 합니다만, 게임을 미리 저장한 게 아니라면 자신이 쌓아 올린 경험치 등의 데이터가 날아갈 수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그 외에도 던전 주변주변에는 숨겨진 문이 있는데 이건 처음에 손에 넣는 데몬, '코멧'을 데리고 가면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데몬 게이즈의 전투 시스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데몬 소환'입니다. 데몬을 어느 타이밍에 소환해서 전투의 끝이 보일 때, 데몬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죠. 이러는 이유는 바로 상단 위에 존재하는 '카운트' 때문인데요. 데몬을 소환한 턴에 돌려보내지 않으면 1턴마다 이 카운트가 깎이게 되죠. 카운트가 전부 깎이면 데몬이 폭주하는데 폭주한 데몬은 아군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대미지도 센 편이라 잘못하면 파티가 전멸하기 일쑤죠.

카운트를 늘리는 방법은 적과 조우해서 이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카운트를 늘려 데몬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적을 만나서 쓰러뜨려 데몬을 유지할 수 있는 카운트 수를 많이 늘려두고 그 상태에서 처치하기 어려운 적들을 만났다면 데몬을 소환해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데몬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니 데몬을 자주 소환하면서 카운트 수에 유의하도록 합시다.

▲ 서클에 획득한 젬을 깔아서 강력한 적을 소환. 쓰러뜨리면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 각 지역의 서클을 전부 제압하면 데몬이 나타납니다. 이 데몬을 쓰러뜨리면 지역을 클리어한 셈이죠

▲ 어쨌든 던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런 소소한 편지, 보물을 찾아내는 것 또한 RPG의 재미가 아닐까요?




수많은 직업군과 성장요소.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데몬 게이즈에서는 다양한 클래스와 외형이 존재합니다. 근접전에 특화된 파이터부터 시작해서 탱커 역할을 자처하는 팔라딘,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위저드, 회복을 담당하는 힐러 등 총 여덟 개의 직업군이 존재합니다. 특히 이 중에서는 '힐러'가 생각보다 중요한데요. 없어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접근이 어려워집니다. 보호하거나 회복, 마나 회복 등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동료들을 보조할 수 있어 힐러가 있다면 훨씬 게임의 접근이 쉬워집니다.

처음엔 적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지만, RPG답게 레벨을 올려 능력치를 배분해주고 제대로 된 장비를 주어 강화시키면 적을 쉽게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흔히 올리는 STR이나 INT 대신, 방어력을 높여주는 VIT를 최소 15까지 높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대 HP를 높여주는 VIT를 통해 적의 습격이나 다수의 적이 공격해 동료나 자신이 금방 누워버리는 상황을 방지해줍니다.

그 외에도 능력치를 직업군에 맞춰 배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팔라딘의 경우에는 VIT와 LUC을 위주로 올리는 것을 추천드리는데, 이유는 팔라딘이 탱커라는 역할에 가장 걸맞는 것도 있고, 기절과 수면 방지를 위해 디버프 관련 스킬에서 보호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VIT는 위에서 말한 체력과 방어력, LUC는 디버프 스킬 보호 확률 상승을 올려줍니다.

이렇듯, 데몬을 소환하고 데몬을 봉인시키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데몬 게이저'를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은 각자의 직업군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RPG란 명칭이 'Roll-Playing Game'의 약자임을 감안하면 정말로 역할군 플레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어떤 능력치를 찍을지, 어떤 클래스의 동료를 데려올지 고민하면서 플레이하니 던전 RPG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레벨이 하나 오르면 능력치를 하나 찍을 수 있습니다. 일단 공통적으로 VIT에 15씩 배분하는 걸 추천합니다

▲ 데몬의 랭크 업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데몬 게이저여, 데몬을 봉인하고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라.

수수께끼의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 '데몬'. 그리고 그 데몬을 봉인해 자신의 힘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존재인 '데몬 게이저'가 존재하는 미스리드 지방. 이 지방은 어떠한 사건 때문에 저주받은 땅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이 곳에는 모든 용병들이 숙식하면서 지내는 여관 겸 술집, '용희정'이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이 용희정의 지하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처음 보게 된 의문의 여인, '란슬로나'의 조언을 들으며 던전을 공략하는 주인공. 그는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데몬, '코멧'을 보게 되고 란슬로나의 격려와 함께 코멧을 봉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힘이 바로 '데몬 게이저'의 힘이라는 것을 알게되죠. 여관, 용희정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은 특이한 연구가 엘프 '레젤름'과 무기 상인 '카셀', 옷 입는 것을 가끔 까먹는 장의사 '프로메스', 미용실을 하고 있는 '쿠쿠레', 수상할 정도로 관리인을 좋아하는 하녀, '피네'와 조우하며 인연을 쌓게 되죠.

그리고 용희정의 관리인, '프란'은 주인공이 잡아온 데몬의 영혼을 받아가는 정체불명의 소녀입니다. 특히 과거 데몬 게이저였다는 란슬로나와는 아는 관계죠. 미심쩍으면서도 숙박하는 숙박인들에게서 방세를 착실하게 받아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쓰러진 상태에서 간호를 했다는 차용증서(빚)를 보여주며 조건을 겁니다. 주인공은 우선 데몬 두 명을 봉인시켜 자신에게 쌓인 빚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던전 탐색에 꽤 큰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이야기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별 거 아닌 것으로 다투거나 엉뚱한 일이 발생하는 등의 소소한 재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밝고 즐거운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정체와 함께 예상하기 힘든 전개가 펼쳐지기도 하죠. 단순히 던전을 공략하는 재미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보고 싶어지는 매력까지 함께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런 스토리상의 배경으로 인해 프란은 매번 주인공이 돌아올 때마다 '방세'를 걷어갑니다. 그 방세는 처음에는 굉장히 약하고 별거 아니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방세의 값이 늘어납니다. 이 늘어나는 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던전에서 얻어가야 하는 물품이 더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던전에 한 번 들어가면 최대한 진행할 수 있는 영역까지는 진행하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지금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는 무료 DLC도 함께 배포 중인데요. 이 무료 DLC에는 강력한 무기 세트도 있습니다.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보상과 다름없죠. 다만 DLC를 어디서 획득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난감해하실텐데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면 됩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획득한 DLC를 인식합니다.

▲ 매번 방세를 뜯어가는 프란. 가끔 모범 거주자상으로 돈을 돌려줍니다

▲ 갑옷을 입은 히로인. 이건 귀하군요

▲ 옷 안 입는 장의사 소녀와

▲ 태초의 모습을 좋아하는 이상한 엘프까지 볼 수 있습니다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는 얼핏보면 '단순한 게임'입니다. 성장 요소, 던전, 스킬 등이 굉장히 단순하게 짜여져 있죠. 하지만 그 단순하게 짜여진 요소에 어려운 난이도와 그에 비례한 보상을 추가함으로서 플레이어에게 큰 재미를 선사해주는 게임입니다. 확실히 저예산 게임이란 느낌은 팍팍 들지만, 그렇다고 못난 게임은 아니란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확장판을 통해 새로운 던전과 클래스를 추가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친절한 시스템과 끝없는 재도전, 오토 세이브 기능 등의 친절함으로 무장해 던전 RPG 초보자에게 안도감을 주는 구성 또한 좋습니다. 던전 RPG만의 가혹함을 느끼고 싶은 플레이어면 프로메스에게 가서 난이도를 최고 난이도로 높이면 되고 보통 난이도마저 어렵다면 쉬운 난이도로 낮춰 적당하게 즐기면 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내야하는 집세, 던전 RPG만의 랜덤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처음에 나오는 '던전 RPG 장르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바칩니다.'란 문구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던전 RPG를 크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금방 재미를 붙일 수 있었거든요. 아마 이 게임은 던전 RPG를 싫어했던 사람은 물론 크게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지만 큰 재미를 선사해주는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를 플레이하며 저는 오늘도 행운의 주사위를 던져봅니다.

▲ 덩굴을 '때려죽인다'는 주인공

▲ 룰루는 오늘도 귀엽습니다

▲ 기분이 두근세근한 RPG

▲ 데몬 게이저와 함께 모험을 떠나볼 준비는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