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필요한 역할이라면 무엇이든지 소화해야 한다. 2021년은 LCK 정글러에게 많은 역할이 필요한 한 해였다. 메타의 변화에 따라 정글러 역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스프링에서는 우디르-헤카림과 같은 기동성이 좋은 챔피언이 떠오르기도 했고, 모르가나-럼블-다이애나가 MSI부터 인기를 누리더니 서머 중반부터 리 신 중심의 개입형 정글러가 떠올랐다. 롤드컵에서는 탈론-키아나-뽀삐 등을 비롯해 다양한 정글러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LCK 정글러들이 해당 역할을 잘 소화해내며 팀을 이끌었다. 그 결과 스프링('캐니언')-서머('피넛') 정규 스플릿 MVP는 모두 정글러들이 차지할 정도로 정글러의 존재감이 뚜렷한 해였다. 두 선수 외에도 각 팀에서 활약한 LCK 대표 정글러를 뽑아봤다.






1. 캐니언 김건부

▲ 출처 : 라이엇 게임즈

2020 최고의 선수였던 '캐니언'은 롤드컵 MVP의 기세를 2021년 스프링까지 가져왔다. 성장형 정글 메타에서 정상을 찍은 선수로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성장 속도를 자랑했다. 아군 라이너들이 고전하더라도 충분히 성장한 '캐니언'이 한타에 참여하면 어느새 경기는 다시 담원 기아 쪽으로 넘어가 있을 정도였다. 프로 간 대결인데, 말이 안 되는 성장 속도는 여전히 돋보였다.

그런 '캐니언' 급격한 정글 메타 변화에서 고전하기도 했다. MSI 결승부터 서머 초반까지 한동안 무적의 행보를 보여줬던 '캐니언'과 담원 기아의 기세가 꺾인 적도 있었다. 서머 스플릿 중에는 미드 라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정글 메타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다른 자신의 '클라스'를 입증하듯 '캐니언'은 금방 부활했다. 리 신 중심의 라인 개입형 정글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담원 기아의 서머 후반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 리 신 외에도 다양한 챔피언을 선보이며 롤드컵에서는 팀의 준우승과 상관없이 최고의 정글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롤드컵 결승전에서 '캐니언'을 향한 저격밴이 나올 정도로 '캐니언'은 존재감이 대단한 선수였다.


2. '오너' 문현준


올해 T1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신인 선수는 '오너' 문현준이었다. 스프링 스플릿 때만 하더라도 무리한 시도로 아직 성장 시간이 더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머 후반부에 다시 등장한 '오너'는 달랐다. 팀원과 '오너'의 판단이 맞아들어가면서 무리함이 과감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덧 데뷔 첫 해에 LCK 결승 무대에 오를 만한 신예로 성장해 있었다.

'오너'는 신예임에도 적극적으로 판을 만들 줄 알았다. T1에서 교전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때, '오너'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먼저 들어가 교전을 여는 거는 것은 물론, 교전이 끝난 듯한 상황에서 한 번 더 들어가서 스노우 볼 속도를 굴려 나간다. 공격적인 T1의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T1은 서머 후반부에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말의 아쉬움을 털고 2021 LCK 서머 결승 및 롤드컵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 2021 LCK에서 데뷔한 '오너'는 빠른 성장세를 보인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될 만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었다.


3. '클리드' 김태민


젠지 e스포츠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롤드컵으로 향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나 중요한 경기에서 미끄러지면서 불안한 인상을 남기긴 했어도 정규 시즌에서 꾸준히 승수를 쌓아 롤드컵 선발전 없이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특히, 서머 스플릿 초-중반까지 '1황'으로 불릴 정도로 젠지는 성적의 기반을 잘 다져놓았다. 많은 팀원들이 제 역할을 한 가운데, '클리드' 김태민 역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다른 팀 정글러들이 다이애나-럼블 등을 쓰는 것에 집중할 때도 '클리드'는 볼리베어를 픽해 팀에 맞는 역할을 수행했다. '클리드'의 볼리베어는 서머 초반까지 7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낸 카드이기도 하다. 라인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다이브 설계와 스노우 볼을 굴렸고, 한타 때 젠지가 자랑했던 아칼리-녹턴을 활용한 돌진 조합에서 한 축을 담당했다.

롤드컵에서 '클리드'는 리 신으로 2019년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2021 롤드컵에서도 리 신으로 5승 2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EDG와 롤드컵 4강 대결에서도 '클리드'의 리 신은 눈부신 활약으로 팀의 두 세트 승리에 기여한 바 있다.


4. '피넛' 한왕호


2021 시즌, '피넛' 없는 농심은 상상할 수 없었다. 라인전 단계에서 '상체' 라이너들이 고전할 때마다 이를 풀어갈 방법을 제시했기에 그렇다. 스프링-서머 스플릿을 가리지 않고, '피넛'은 그런 팀을 이끌어나갔다. 봇 라인을 중심으로 스노우 볼을 굴리기도 하고, 한타 단계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면서 승부를 뒤집곤 했다.

이런 역할을 완수한 '피넛'은 서머 정규 스플릿 MVP까지 오를 수 있었다. 스프링에 이어 서머에서도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서머 스플릿에서는 개인의 성장세(정글러 CS 1위)와 탄탄한 KDA(정글러 2위, 1위 '말랑')를 바탕으로 불리한 경기마저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 라이너들의 라인전에 관한 압박감을 지울 수 있는 정글러가 '피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