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한 모바일 게임이 처음 국내에서 e스포츠 리그를 시작했을 때 동료 기자는 한숨을 쉬었다. 작은 스마트폰을 들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를 보면서 ‘이런 것도 e스포츠로 봐야 하나?’라는 한탄이었다. 동료는 작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게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것보다 멋이 없다고 했다.

마음속 한편에는 동료의 말이 공감이 됐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를 들고 조작하는 선수의 모습은 꽤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마 우리 세대에게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눈에 더 익숙하기 때문일 듯하다.

5년이 지난 이제는 나도 동료 기자도 모바일 e스포츠가 익숙하다. 국내에는 이제 적지 않은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처음으로 세계 대회를 개최했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정식 e스포츠 종목이 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 모바일 게임 와일드 리프트도 와일드 리프트 챔피언스 코리아(WCK)를 개최했고,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는 아예 정규 리그가 열렸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모바일 e스포츠의 시대는 훨씬 더 가까이 와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출간한 2021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e스포츠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PC e스포츠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 지역들은 PC의 보급률이 낮고,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 모바일 레전드: 뱅뱅의 동남아시아 권역 대회인 ‘MLBB(Mobile Legends: Bang Bang) Southeast Asia Cup 2021’의 최고 시청자는 228만 명이었다. 경기당 평균 51만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지역 대회 ‘MPL ID Season 8’의 최고 시청자 수는 138만 명, 필리핀도 최고 시청자 수 76만 명 수준이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동남아시아권 시청자 규모도 인도네시아가 최고 시청자 63만 명, 말레이시아 30만 명 등을 기록하였다.

e스포츠가 태동 중인 중동에서는 PC보다 모바일 이스포츠 종목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동남아시아 및 아랍에미리트 권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중이다. 중동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스포츠 종사자들이 e스포츠에 대해 중동의 가장 큰 인기 스포츠인 축구만큼의 매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자 지식 스포츠 연맹(SAFEIS) 회장, 파이살 빈 반드르(Faisal bin Bandr) 왕세자는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GDP의 800억 달러에 해당하는 1%를 e스포츠가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장은 프로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선수 개념을 확립하고 초보자를 위한 롤모델을 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바일 e스포츠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오지 않을까? Z세대 다음을 책임질 아이들은 키보드가 익숙하지 않다. 또한, 터치가 되지 않는 TV 화면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들에겐 키보드와 마우스를 고집하는 우리 세대가 미련하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