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학연구원은 오늘(10일), 게임문화재단 유튜브를 통해 태그톡 강연 "엄마! 나 게임하고 있어요!"를 개최했다.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게임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강연에서는게임 셧다운제 폐지 이후 자녀 게임 이용 지도법이라는 테마로 여러 전문가들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강연에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KT 롤스터 전 멘탈 코치였던 안효연 박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장근영 박사 등 게임 및 e스포츠, 심리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또한 현직 교사가 직접 게이미피케이션의 활용 사례를 언급하는 등, 학술적인 발표 외에도 게임 셧다운제 전후의 실황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이장주 소장은 우선 게임 세대인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한편, 게임이 단순히 '놀이'를 넘어 각종 콘텐츠의 중심이 되고 있는 상황임을 역설했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로는 지식과 통찰, 판단,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세 가지는 하나만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패턴에 대해서도 소개를 이어갔다. 부모들이 흔히 헤드셋을 외부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낀다는 인식이 있는데, 때로는 헤드셋은 게임 안에서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따라서 헤드셋을 꼈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고 지레짐작하기보다는 게임에서 누구와 만나서 어떤 경험을 했나에 포인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게임을 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여러 사례를 보았을 때 통제감과 인정의 욕구 그리고 억눌린 자아의 분출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안에서 마왕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거나, 전투에서 승리하는 그런 상황에서 통제감과 자신이 인정 받는다는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원치 않는 통제에 눌려있으면, 이것이 해소된 상황에서 있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게임은 이를 위한 공간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장주 소장은 그것이 잘 안 됐을 때 공격성이 분출된다고 조언했다. 즉 일반적으로는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서 폭력성이 분출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게임에서 졌을 때 혹은 게임이 마음대로 안 풀렸을 때 더 공격성과 폭력성이 분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게임을 막으면 공부하냐는 질문에 대해 이장주 소장은 하버드대 웨그너 교수의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인용,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흰곰이 떠오르듯, 게임을 그만하라고 하면 오히려 게임이 더 생각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소통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곁에 있는 것이 편한 시점부터 소통이 전개되는 만큼, 최소 3주부터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통을 위한 방법으로는 게임 시간과 다른 시간을 같이 묶어서 지정해주는 방법이나, 게임일기 쓰기 등 게임하는 그 순간에만 치우치지 않고, 조금 더 떨어져서 지켜보고 자율성을 키울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아이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게임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조기성 교사는 "왜 게임을 많이 할까?"부터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우려가 어찌보면 고대 시절부터 이어진 "요즘 아이들은 버릇없다, 걱정된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았다.

최근 MZ세대라고 일컫는 세대들은 어릴 적부터 미디어에 노출되어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갑작스럽게 못하게 하는 것이 부작용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식당에 가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는 아이들이 많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아이들의 기기 사용을 제한하면, 반감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이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매체라고 소개했다. 게임은 현실보다 더 빠르게 행동에 따른 결과와 보상이 나오는데, 실제로 요즘 학생들은 시험을 채점하기도 전에 결과를 묻는 등 상당히 급하고 직관적이며 느린 것을 못참는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에 착안해서 조기성 교사는 게임의 이러한 요소를 활용, 게임 기반 학습을 학교 수업에서 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게임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빠르고 직관적이며 결과가 바로 나오게끔 단기적인 목표를 주고, 그걸 하나 해결하면 보상을 주면서 다른 자극이 될 새로운 도전을 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게임에서는 실패하면 다시 리트라이하듯, 학생들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고 때로는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임의 요소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게임'이 단순히 놀이를 넘어 교육뿐만 아니라 운동 앱, 메타버스 등 다방면에서 게임을 기반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루 걸음 수를 친구와 비교해서 경쟁하거나, 가상에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고 노는 그런 행위들은 이미 기존에 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숙해져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언급되는 '메타버스'에 아이들이 새로움을 느끼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게임을 단순히 '놀이',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시점에서 벗어나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최근 대두되고 있는 '메타버스'는 게임의 요소가 발전된 형태다

안효연 박사는 KT 롤스터의 멘탈 코치로 근무한 경험이 있던 만큼,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프로게이머'의 영역 및 관련 업계에 대한 소개를 이어나갔다. LCK는 작년 프랜차이즈화 이후 10개팀에 1군 62명, 2군 57명이 로스터에 등록되어있다. 아카데미는 최근 2년 동안 1,400여명이 트라이아웃을 거쳤다. 매년 두 번의 시즌이 진행되며, 규모는 시즌당 총상금 4억 원이다. 프랜차이즈화 이후 1군 선수들이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1군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게이머들은 단순히 '혼자' 게임을 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보통 경기가 없는 훈련일에는 스크림이라고 하는 연습 경기를 하루에 두 번에서 많으면 세 번은 진행한다. 그날 일정에 따라 야간 스크림 대신 개인 훈련 혹은 스트리밍을 진행하지만, 숙소 대부분이 오픈된 공간인 데다가 거의 대부분 일정이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단체 생활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즌이 매년 두 번이나 진행될 뿐만, 세계 대회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매년 진행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지내게 된다.

▲ 프로게이머는 단순히 개인이 게임을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직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멘탈 관리 및 심리 기술 훈련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 기술은 보통 상담 및 면담 위주로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스킬도 포함된다. 이를 짜주는 것이 멘탈 코치의 주된 업무이며, 이런 심리 기술이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나 혹은 최상위권 선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통 선수로 오게 되면 아마추어에서 승리 경험이 많은데, 대회는 그런 최상위권끼리 붙는 싸움이니만큼 생각한 대로 잘 안 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누적되어서 슬럼프 등 안 좋은 영향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선수 자신이 미연에 방지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과정 중 하나로 심리 기술이 꼽히고 있다.

안효연 박사는 이렇듯 게임을 잘해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진로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을 지원하고 지도하는 코칭 스태프도 멘탈 코치 등 카테고리가 확장됐고, e스포츠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의 생활을 보조할 구단 스태프나 선수와 구단의 계약을 조율할 에이전트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대회도 확장되면서 대회 운영 스태프 및 PD, 방송 작가 등 관련 인력도 대두되고 있다. 즉 '게임'이 단순히 프로게이머, 개발자, 이런 것이 아니라 더 넓고 다양한 관련 직종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인지하고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선수뿐만 아니라 프론트, 에이전트, 코칭 스태프, 중계진 등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장근영 박사는 최근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연령에서 게임 이용이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시대가 지나 모바일이 주류로 넘어오면서 10, 20대가 아닌 30, 40대가 주류로 올라왔다. 청소년 게임 이용에서 눈여겨볼 점으로는 여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렇게 되면서 아이와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 부모도 많아지고 있고, 부모의 게임 이해도가 이전 대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편으로는 게임셧다운제가 폐지된 만큼, 아이들과의 게임 이용 시간을 어떻게 선택해서 적용해야 할까 고민하는 부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장근영 박사는 이를 정하기에 앞서 '게임'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피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게임은 더 이상 아이들만의 놀이가 아니다

게임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놀이'다. 이 '놀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장근영 박사는 놀이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덕목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자신의 충동을 억누르고 움직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실제로 유치원생까지 아이들을 살펴보면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데,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면 안 듣지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고 돌아보면 그 순간은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참고 가만히 있는다.

이와 비슷하게 일부 게임에서도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이 멋대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는 법을 배운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팀 게임은 전략과 협업, 빌드업이라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드러낸 놀이이기도 하다. MMORPG는 많은 유저와 교류하는 가상 속의 또다른 사회로, 아이들은 그곳에서 다른 유저와 만나서 소통하고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또다른 사회생활을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 게임,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규칙과 다양한 덕목을 체득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단순히 게임을 아이가 망치는 것으로 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흔히 발생하는, 게임이 아이를 망쳐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은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이 끝나서 집에 와서 게임을 하면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내버려두는데, 그러다가 화가 쌓여서 어느 순간 화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렇게 화를 내면 에너지를 쓰게 되고, 후회와 미안함 때문에 보통 "네 멋대로 해"라고 가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기분이 안 좋아진 상태에,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익숙한 것, 즉 게임으로 다시 손을 댄다. 부모는 보통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자식이 미안해서 게임을 안 하고 공부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화를 낸 직후에 약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마음 놓고 게임을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알아서' 게임도 적당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길 바라지만, 그게 안 되니 결국 속이 타게 된다. 그래서 종종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장근영 박사는 '자율성'은 내면화된 타율성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타율로 시작해서 일괄적으로 유지하면, 그것이 자율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면화를 위해서는 일관화된 규범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종 내면화가 되기 전까지 부모들이 게임이 나쁘다, 혹은 다른 아이의 성과와 비교하면서 게임 시간을 줄이거나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일관성이 깨져서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아이가 지난 날보다 더 성장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일관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올바른 게임 이용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 Q&A


Q.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를 이해하려면 게임을 꼭 같이 해봐야 하는 건가 궁금하다

조기성 교사: 아이들에게 심시티를 통해서 도시 건설 과정을 설명한다고 했는데, 오늘 마침 졸업생의 어머님이 오셔서 심시티 이야기를 하시더라. 처음에 아이가 그걸로 공부한다고 해서 같이 해봤는데 재미있어서 또 아이와 그걸 주제로 대화하기도 하다보니 아이보다 더 많이 한다고 그러셨다. 기왕이면 아이와 대화거리를 찾기 위해서 한 번 해보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게 꼭 대단한 수준은 아니고, 그냥 어떤 건지만 맛보고 아이한테 이게 뭐니 이렇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대화를 이끌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장주 소장: 부모도 게임을 배울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부모가 애들에게서 게임을 배우면 되지 않을까로 전환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게임을 굳이 잘하거나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사실 문제의 핵심은 게임이 아니고,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가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꼭 게임을 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묻거나 하는 식으로 아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그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게임이 미래 산업이고 유망한 산업이다 이런 말이 많았는데, 그러면 게임을 안 하는 아이에게 오히려 교우관계라던가 여러 가지를 이유로 게임을 권장하는 시대가 올까?

윤태진 교수: 최근 게임 판도가 여럿이 같이 모이는 MMORPG 중심에서 주로 혼자 하는 모바일, 그리고 가벼운 소셜 게임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 그러니 기존에 있던 게임에 관한 두 가지 선입견이 조금 바뀔 필요가 있어보인다. 부모 세대가 흔히 생각하는 게임은 보통 10대들이 PC방에 모여서 하는 그런 걸 떠올리지 않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또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10대, 20대가 아니라 더 많은 연령대에서 게임을 하고 있지 않나. 그만큼 게임이 일반화된 상황이다보니, 게임을 안 한다는 것이 사실은 더 상상이 안 가는 상황이다. 흔히 말하고 있는 '게임'의 범주는 아니더라도, 게임의 범주가 넓어졌다보니 그 틀에 걸쳐있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이 이미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안 하고 있더라도, 아예 낯설다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게임이라는 게 꼭 안 하는데 해야 하거나, 하고 있는 걸 못하게 한다거나 그런 관점으로 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또 게임을 안 해서 교우관계를 못 가질 거 같다, 이런 걱정은 기우이지 않을까 싶다. 교우관계는 그런 단편적인 것보다 좀 더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다.


Q. 프로게이머의 직업 수명이 길지 않을 거 같은데, 평균 수명 및 은퇴 후 전망이 궁금하다.

안효연 박사: 프로게이머 평균 수명은 선수들마다 자기관리 능력 및 개인차가 있어서 다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주로 은퇴 고민은 군대 입대 시기 때문에 많이 하더라. 보통 군대를 연기하고 현역을 연장하는 편인데, 해외 나갈 때도 군대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그 문제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LCK로 보면 현재 시즌이 10년차인데, 초창기 선수들이 지금은 코칭 스태프 및 해설위원 등으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외에도 유튜버 및 개인방송 등 여러 방향으로 은퇴 후에 진로를 잡아가고 있다.


Q. 게임을 하나도 모르는 학부모인데, 게임과 관련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근영 박사: 일단 왜 게임을 공부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하다. 아이가 뭐하나 궁금하다 싶으면 아이에게서 배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때 아이들이 답답해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게 좋은 경험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신이 부모를 가르칠 수도 있다는 경험은 드물지 않나. 또 부모에게 자기가 하는 게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하는 게임을 다시 바라보는 자기객관화 효과도 있다. 그때 싸우지만 않는다면,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는 그런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요는 '게임을 배운다'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기성 교사: 운전을 가족한테 배우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나. 아이한테 배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먼저 한 번 해보고, 어려운 것만 좀 도와달라고 하거나 아이가 먼저 답답해서 가르쳐주게끔 유도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아이가 보다보다 답답해서 가르치려고 나서는 과정에서 부모님도 그렇게 답답해서 가르치려고 했다는 걸 역지사지로 느끼지 않을까.


게임과 다른 해야 할 일을 세트로 시간을 지정한 뒤 자율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실패하게 되면 어떤 방법을 병행해야 할까?

이장주 박사: 처음에 했을 때 물론 생각한 것만큼 잘 안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인내심이다. 얼마 안 되서 성과가 안 나오면 시들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성과가 안 나오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길게 봐야 한다. 일단 목표의 수준을 조금 낮추는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해서 차근차근, 이전보다 무엇이 나아지고 어떻게 개선이 됐나 살펴보고 이야기해주면서 성장의 재미를 느끼게끔 해야 동기부여가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실패했다고 해서 "안 되잖아"라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전인류 역사를 통해 검증이 된 사실이 아닌가. 그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갈팡질팡하는 것을 연민을 갖고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길 바란다.

이병찬 변호사: 실제로 해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룰을 꾸준히 오래도록 지켜질 수 있도록 집중관리하는 것이었다. 또 앞서 강연처럼 룰이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예를 들어 내일 시험이니까 오늘은 게임 시간을 줄이자, 이런 게 여러 차례 발생하면 아이들이 잘 안 지키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한 2주 정도 집중해서 적용해보니 아이들이 체화되서 규칙을 준수하는 경향이 높았다.


Q. 게임 학습법이 흥미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 보고 있는데, 그 교육법도 단점이 있지 않나. 또 그런 방법으로만 교육하게 되면 아이들의 균형 있는 학습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조기성 교사: 교사는 아이들을 한 가지 방법만으로 교육시키진 않는다. 나 역시도 수업을 게임 학습법뿐만 아니라 기존 방법 및 다른 방법도 곁들여서 진행한다. 게임 기반 학습법을 말씀드린 이유는, 그걸 쓰면 우선 아이들이 흥미를 가진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 빠져서 다른 방식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논술처럼 장시간 글을 써야 하는 그런 수업은 또 적용하기 어렵기도 하고. 다만 그렇게 게임 학습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할 때도 응용해서 학습 효율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요는 게임 학습법도 효율적인 교육 방법 중 하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사례를 든 것이라 하겠다.


Q.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던 아이들이 프로게이머가 되면 부담감 많이 느낄 텐데, 부담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안효연 박사: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 굉장히 심하다. 승부욕도 강하고. 그래서 한 판 한 판 지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그럴 때 눈앞에 있는 실패에 급급하기보다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노력과 그 성과에 대해 조명하고 그간의 승률이나 잘한 점을 이야기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편이다.


Q. 애들이 게임에서 지고 나서 폭력성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를 어떤 식으로 해소해줘야 할까?

이경민 원장: 게임이 항상 이기기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사실 게임을 하다가 폭력성이 드러나는 경우는 보통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그걸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할 때다. 이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일하다. 요는 스트레스 내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저하되는 상황에 몰리면 이 문제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게임의 폭력성 문제가 아니다.

이 폭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승부욕과 열정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력을 주변에서 배운다는 점을 먼저 인지하고, 부모가 폭력을 교정할 수 있도록 자제하고 규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때 일어나는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면 악순환이 발생한다.

청소년기는 아직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아 자기조절이 약한 편인데, 이걸 훈련을 통해서 조절을 강화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의 상태를 보고, 그 촉발된 원인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해서 나중에 짚어줘야 한다. 당장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라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또 스트레스를 이겨낼 체력이 있으면 충분히 넘어가는 경우도 많으니, 체력을 충분히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장주 소장: 폭력성을 분출하는 그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지켜보자. 애가 게임을 한창 재미있게 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상황이다. 여기서 "왜 그렇게 화가 났니?"라고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키가 된다. 그때 아이가 그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겠나? "팀이 트롤해서 졌다" 등등. 그 트리거부터 아이들이 토로하는 화를 들어주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그 폭력성을 점차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통은 그렇게 아이가 화를 내면 "왜 화를 내니?"라고 한 뒤에 그 트리거에 대한 답을 듣기도 전에 화를 내거나 아이가 추가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나. 그렇게 공감을 안 해주면 더 세게 나오거나, 억누른 뒤에 나중에 터뜨리는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기성 교사: 심지어 어른, 그것도 선생인 나도 팀원이 트롤하면 화가 난다(웃음)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유사한 경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화를 풀어갔나 경험을 떠올려보면, 남이 그거에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덜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