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타오르는 KOF의 혼, 다음엔 그래픽에 좀 더 투자하자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0년대 오락실을 다녔던 세대라면, 아니 그 당시 '게임'이라는 걸 알던 사람들이면 한 번쯤은 들어봤던 게임 중 하나일 거다. 오락실이 아니더라도 문방구 앞 작은 오락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단골이기도 했고, 몬데그린으로 떠돌던 말들도 꽤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오랜만에 조이스틱 꺼내서 열나게 딸깍거리는 소리를 듣고 뭐하나 궁금해서 온 어머니도 "어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캐릭터인데? 킹오파였나?"라고 하실 정도니 말 다했을 거다. 더 먼저 나온 시리즈인 스트리트 파이터에 이어 2D 격투게임하면 바로 떠오르는 시리즈이자, 아직도 숱한 콜라보로 게이머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런 찬란한 과거가 있는 만큼, 현재의 KOF의 상황에 팬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거다. 2000년대 초반 이후의 SNK의 행보, 특히나 3D로 개발한 게임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더욱 그렇다. KOF 14야 처음 언리얼 엔진을 도입해본 것이라 그렇다쳐도, 그 다음에 나왔던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에선 오히려 퇴보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SNK는 다시 3D로 시리즈 신작을 준비했고, 꿋꿋하게(?) 전 캐릭터 트레일러를 공개하면서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알려왔다. 그리고 그 결실인 KOF15가 2월 17일 출시됐다.

추억 속에서 얌전히 있어달라는 그 명대사가 저절로 떠오를 법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추억이라는 그 무시무시한 사기 판정의 커맨드 잡기가 내 머리채를 꽉 붙들고 있었다. 아마 OBT 때 DNF 듀얼 CBT와 기간이 겹쳐서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그때 잠깐 했을 때도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라는 일말의 생각이 스쳐갔던 것도 한 몫 했을 거다.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은 들면서도, 몸은 이미 그 커맨드 잡기 콤보에 휩쓸리는 느낌이다.

게임명 : 더 킹 오브 파이터즈15(The King of Fighters XV)
장르명 : 3D 격투 액션
출시일 : 2022.02.17.
개발사 : SNK
서비스 : SNK,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 PC, PS, Xbox

관련 링크: '더 킹 오브 파이터즈15' 오픈크리틱 페이지



관록이 느껴지는 시스템과 이제야 감을 잡은 3D/네트워크 대전 기술


KOF 15에 대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전작보다는 나아졌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말은 너무 포괄적이고, 어찌보면 응당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에 꺼낼 필요가 없는 말이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KOF 시리즈가 전작보다 퇴보한 경우도 잦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결국 KOF는 98로 귀결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일까. KOF 98이 시리즈 최전성기를 장식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도 그걸 찾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팬들이 생각하는 KOF의 핵심이 거기에 담겨있다는 뜻일 거다.

물론 그 뒤로 격투 게임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옛날에는 구현할 수 없던 시스템들을 만들어냈고, KOF 역시도 그런 진화한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변화를 추구해나갔다. 그러니 KOF 98 이후 작품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시스템'이 과연 KOF라는 시리즈에 맞춰서 적용됐냐고 물었을 때 매 작품마다 평이 갈렸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특히나 SNK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손꼽히는 3D 게임 부문은 정말 심각했다. KOF 14, 15 이전에 횡이동을 더한 3D 격투게임으로 변화를 추구했던 맥시멈 임팩트는 횡이동 하나 넣은 것 때문에 판정들이 죄다 꼬여서 숱한 문제를 안고 흑역사로 남아버렸으니까. 시리즈는 다르고 외주를 준 작품이긴 하지만 사무라이 쇼다운 섬에서 또 한 번 거하게 실패한 기억도 있고. 그나마 KOF 14부터는 3D를 채택하되 SNK의 원점인 2D 격투 게임 스타일로 회귀하면서 나아졌지만, 3D로 기존의 2D KOF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포기한 것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KOF의 특유의 빠른 개틀링 콤비네이션과 콤보를 넣기 위해서 모션이나 애니메이션도 중간 단계를 최소화하는 등 다소 억지스럽게 구현한 것이다. 그렇게 했음에도 기존 KOF 팬들에게 콤보도 조금 엉성하다는 평을 들었고, 일반 유저들에게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뻣뻣하고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들었다.

▲ "??? 이 꼴이 나아진 것이라고?"한다면..."잠시 내 말 좀 들어보게나"

▲ 전작과 비교하면 그래도 발전은 했다. 물론 그렇다고 성에 찬다는 뜻은 아니긴 하다

그리고 몇 년, 몇 작품을 더 내고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SNK는 그 느낌을 3D로 자연스럽게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은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 그래픽으로?"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여기서 화력이 분산되면 그래픽을 신랄하게 깔 수가 없으니 그 부분은 뒤에 가서 이야기하겠다. 여기서는 그 부분은 빼고 격투 게임으로서의 시스템과 캐릭터의 움직임, 그리고 그로 인해 연계되는 콤보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훑어보고자 하는 것이니까.

엄밀히 말해서 그 애니메이션이나 모션도 KOF 14에서 크게 변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중간 동화 없이 슥슥 넘긴 것 같았던 일부 필살기나 빠른 공격기 모션들을 다듬고, 타격감을 살리기 위한 이펙트는 그래도 나름 잘 넣었다. 그렇게 해서 대부분 기술이 예전처럼 어색하다거나 밋밋한 느낌 없이 매끄럽고 다이나믹하게 캐릭터의 연계 동작이 이어지게끔 했다.

난무계 초필살기도 전작이 2D 느낌을 살리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부분이 따로따로 중간 단계 없이 마구잡이로 휙휙 지나가는 느낌에 이펙트도 다 따로노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다른 격투 게임의 느낌을 참고해서 대다수의 잔영은 최소화하는 형태로 모션을 가다듬고 적어도 이펙트는 적시에 넣어서 어색함을 줄였다. 그래서 지난 번의 이도저도 아닌 듯한 느낌에서 2D 격투 게임 스타일을 3D로 맞춰냈다는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아울러 점프도 전작에서는 붕 뜨는 느낌이라 KOF 특유의 체공 시간이 다양한 점프를 때맞춰 사용하는 공방이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3D 엔진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는지 그 부분이 많이 개선됐다.

▲ 그깟 점프가?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KOF는 소, 중, 대로 세분화될 만큼 게임 내에선 중요한 포인트다

여기에 현 격투 게임의 트렌드인 쉬운 콤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적의 공격을 반격할 수 있는 '셔터 스트라이크'를 더하면서 시스템적으로도 한 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일종의 쉬운 콤보 시스템인 '러쉬'는 지난 KOF 14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클라이맥스 초필살기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딜을 넣을 수 있는 구성으로 변하면서 구색맞추기가 아닌 실전성에서도 쓸만하게끔 진화했다.

아울러 KOF는 타 경쟁작보다 속도도 빠르고 대부분 공격이 사거리가 짧아서 이오리 등 기본 강캐를 제외하고 저공이나 중거리 포킹에서 이어지는 콤보를 초보들이 대처하기가 어렵다. 이를 게이지 하나는 소모하지만 상대 공격을 일부 흡수하면서 확실하게 반격하는 셔터 스트라이크로 대응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또한 전작보다 맥스 모드의 코스트를 높이되, EX 필살기를 맥스 모드 발동하지 않아도 파워 게이지만 소모하도록 바꿨다. 그래서 버티다가 맥스 모드 역전극 일변도가 아닌, 좀 더 적극적인 공방이 오가도록 유도하면서 속도감이 살아났다.

▲ 적의 공격을 일정치 막으면서 날려버리는 '셔터 스트라이크'는

▲ 크로스 카운터가 발생해도 셔터 스트라이크 날린 쪽은 낙법이 가능해 반격의 찬스를 잡을 수 있다

▲ EX 필살기 조건이 바뀌면서 맥스 모드 의존도가 낮아지고, 평상시 콤보도 이전보다 더 폭이 넓어졌다

실제로 KOF 15는 테스트 단계 때부터 98 및 그외 KOF 시리즈를 꾸준히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그 느낌이 난다는 말이 돌았고, 플레이하면서 리즈 시절의 KOF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와는 시스템도 달라진 상태지만, 그렇게 체감한 이유는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콤보에(물론 그래픽은 빼고), 시스템적으로 발전한 모습이 그때의 향수를 불러오기엔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일반 유저들에겐 큰 의미는 없겠지만, 시리즈 부활을 꿈꾸고 있는 올드팬들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

특히 이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롤백 넷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면서 OBT 때 발견됐던 여러 오류들이 개선된 것도 꽤나 고무적이다. OBT 때는 롤백 넷코드를 적용했음에도 종종 랙이 걸리거나 잦은 로딩으로 일말의 불안감이 감돌았는데, 정식 출시 때는 그런 이슈가 발발한 적은 없었다. 또 대전 중에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일도 없이 쾌적한 대전이 가능했다. 여기에 그간 매번 언급됐던 '랜뽑' 이슈에 대해 패널티를 주는 페어플레이 게이지 제도를 도입, 이전까지 엉성했던 대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초반부터 선보인 것도 고무적이다.

▲ 랜뽑하는 악성 유저에게 페널티를 주기 위한 '페어플레이 점수'를 도입했다. 지금 제 랭크는...따흐흑

또한 온라인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연습할 수 있도록 온라인용 연습 모드를 따로 지원하고, 토너먼트뿐만 아니라 e스포츠를 고려한 드래프트픽 등 온라인 매칭과 관련해서 절치부심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흡흡허 같은 밈처럼 손에 익은 강캐들이나 주캐들이 없으면 허전하니 드래프트픽을 직접 해볼 기회는 드물고, 매번 밸런스 이슈가 조금씩은 나왔던 게 KOF의 전통이니 드래프트픽 같은 게 어떻게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시리즈를 거치면서 유저들의 손에 익은 캐릭터 라인업이 많다는 장점에 눈을 돌린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이를 어떻게 앞으로 어필해나갈지도 기대가 됐다.

▲ KOF에 드래프트픽이 정식 도입된다니, 대회 때 어떨지 기대된다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는 그래픽과 연출


그렇지만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나 KOF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에게 통용될 말이다. 아니, 애정이 있다고 해도 일단 그래픽을 보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고퀄리티 3D 게임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유저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백 보 나가서 그래픽 스타일이라고 양보하고 싶어도, 이미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경쟁작들의 사례가 여럿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까. 왁스를 떡칠한 것 같이 뭉텅뭉텅 덩어리진 머리카락, 주름이나 그런 표현이 거의 없이 빳빳한 천과 피부 텍스처, 거기다가 언리얼 특유의 쨍한 색감에 건더기가 낀 것마냥 투박한 이펙트 표현까지. 거기다가 몇몇 캐릭터의 엉성한 모델링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사실 이건 그간 SNK가 자신있게 내세운 각 캐릭터 트레일러에서부터 매번 보던 것들이니 더 말을 늘어놓는 건 사족밖에 안 되긴 하겠다. 그럼에도 제발 대오각성 해달라는 심정으로 푸념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시리즈 인기 견인에 꽤나 지분이 있는 캐릭터들의 엉성한 모습을 보노라면, 아마 절로 오열하지 않을까. "나의 아테나쨩은 이렇지 않아!"라고.

▲ 아니 SNK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아테나가 왜...

▲ 차라리 거짓이길 바랐지만 어림도 없지

그리고 또 KOF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불꽃이나 바람 장풍 뭐 이런 것 아니던가. 특히 불꽃은 KOF의 시리즈의 초기 주인공 쿄, 라이벌 이오리부터 이어지는 유서 깊은 전통이다. 그 뒤를 잇는 주인공인 K'나 애쉬도 불꽃을 다루지 않던가. 그게 붉은색이든 파란색이든 초록색이든, 그 불꽃을 뿜뿜 뿜어대면서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캐릭터들에게서 카타르시스와 로망을 느꼈던 게 그 옛날 KOF들 팬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로망을 느끼기엔 KOF 15의 그래픽은, 스타일을 떠나서 한참 부족하다. 특히 이펙트는 더욱 그렇다. 캐릭터가 피격됐을 때의 연출을 논하기에 앞서서 기술을 쓸 때 나오는 이펙트들이 캐릭터와 너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일단 일부 이펙트에 사용된 맵들의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면, 로우폴리곤 메타버스 게임의 용암 표현 같은 엉성함이 느껴진다.

무언가 튀는 파티클을 최소화한 건 프레임 드랍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덩어리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펙트들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오리가 그 시퍼런 불꽃을 쥐고 훗, 비웃는 그 장면이 원래는 멋져야 정상인데, 손마디에 주름이 하나도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허깨비마냥 실없이 일렁이는 불꽃을 보노라면 "얘 홀로그램 갖고 노는 거냐"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나마 전작보다는 타격 이펙트는 신경을 써서 그 옛날 맛이 조금은 난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싶다.

▲ 미친 이오리 시절의 스웩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건...이건...아니 저게 불꽃이냐 비닐이냐

그래도 이번에 삼신기팀이 모였으니 옛날처럼 구캐릭터들이 멋지게 활약해줄 거라는 심정으로 스토리를 가보자. 스토리의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를 테고, 또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KOF 자체가 큰 스토리의 줄기는 텍스트 몇 줄로 풀어가는 정도지만, 그보다는 각 팀 및 특정 캐릭터 조합을 통해 해금되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조각조각 맞춰나가면서 이스터에그도 찾고 캐릭터 설정 덕질하는 맛이 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걸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걸 좋아하느냐, 아니면 그냥 한 번 엔딩보고 끝내고 싶어하냐에 따라 평가가 자연히 갈릴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KOF 15에서 게임플레이 연출은 스토리에서 나오는 연출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해를 돕자면, 게임플레이의 이 그래픽과 이펙트에 특수 효과와 카메라 구도 조금 더 입혀서 그대로 시네마틱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임을 할 때야 콤보 넣고 견제하고 방어하느라 바빠서 신경 못 쓴다지만, 시네마틱은 가만히 앉아서 보게 되니 그런 엉성한 게 더 잘 보이지 않겠나. 그러니 스토리의 퀄리티고 뭐고를 논하기에 앞서 몰입감부터 떨어지는 페널티를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불꽃 같지 않은 불꽃이나 라이팅이 제대로 적용 안 된 빛 같지 않은 빛들이 오가다가, 어느 순간에는 조절 없이 쨍한 라이팅 그대로 입혀놓은 효과들이 나오는 걸 보노라면 제발 다음에는 오일 머니로 좋은 인력을 추가로 영입해서 좀 가다듬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시네마틱은 대충 이런 퀄리티라 생각하면 편하다

▲ 그래도 팀 엔딩은 애니메이션은 아니더라도 이런 느낌은 살아있으니...차라리 일러스트로 떼우는 게 나았을지도



미흡한 초보 지원과 세대 교체는 요원한 신규 캐릭터 라인업


더군다나 지금은 KOF의 전성기였던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와는 다르다. 당시 메이저였던 격투 게임은 지금 매니아 장르를 넘어, 고인물 게임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저풀이 좁아진 상태다. 물론 장르 역사가 오래되고 IP들이 건재한 만큼 꾸준히 게이머들의 관심은 사고 있으니, 신규 유저들의 유입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다. 다만 그 신규 유저들이 격투 게임 외에 즐길 거리들이 많아서 초반에 이탈할 여지가 많으니, 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최근 격투 게임 신작들의 흐름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OF 15 역시도 러쉬 시스템 강화 및 셔터 스트라이크 시스템 추가 등, 초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했다. 튜토리얼뿐만 아니라 콤보를 익힐 수 있는 임무 모드, 그리고 친구와 연습할 수 있는 온라인 연습 모드까지 더한 것이다. 여기에 클라이맥스 초필살기의 커맨드도 통일해서 큰 거 한 방을 빠르게 노릴 수 있게끔 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KOF의 입문자가 허들을 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임무 모드의 콤보는 각 캐릭터마다 5개로 국한되어있다. 그마저도 강공격-특수기-필살기 연계나 강공격-특수기-필살기-초필살기-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인 콤보 위주고, 고난도 콤보도 맥스 모드나 맥스 모드(퀵)을 활용한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실전에서 자주 사용하게 될 점프 공격 이후의 개틀링 같은 건 일절 없다. 여기에 CPU를 상대로 수련을 하기 위한 싱글 모드도 콘텐츠가 스토리 모드와 훈련 모드, 대전 모드 딱 세 개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전 모드에서 토너먼트는 로컬 멀티플레이만 지원한다. 그나마 CPU 레벨이 높아지면 상당히 깔끔하고 예리한 플레이를 하니, 온라인 대전을 하기에 앞서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다는 게 위안이라고 하겠다.

▲ 물론 다른 게임도 콤보를 다 알려주진 않지만, 이것만으로 그 거친 실전을 어떻게 파헤쳐나가라고

어쨌거나 옛날에 한 번씩은 다들 해보거나 이름은 들어봤을 시리즈니, 사람에 따라서 금방 적응하고 온라인 대전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는 김갑환을 비롯해 시리즈 대대로 출전하던 캐릭터들 일부가 빠졌으니, 그 캐릭터를 주로 플레이하던 유저 입장에서는 다소 갑갑할 순 있겠다. 다만 스토리상으로는 드림매치 외전작 같은 것에서나 나올 야시로, 크리스, 셸미가 나왔으니 언제고 나올 수는 있다는 희망회로는 있다고 할까.

그렇게 기존 캐릭터를 자꾸 찾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KOF 시리즈의 신규 캐릭터 라인업이 KOF 14부터 극히 일부를 빼고는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KOF 14는 주인공 슌에이부터 성능을 떠나서 캐릭터 자체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 못했다. 그리고 유저들은 신규 캐릭터가 엔트리를 차지해버려서 기존 캐릭터가 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욱 악평을 하곤 했다.

물론 게임 설정 및 스토리, 그리고 시스템상 차기작에 신규 캐릭터가 안 나왔어도 기존 캐릭터가 빠지는 일은 있긴 하다. 그런 걸 알고 있는 유저들도 반감이 들 만큼 KOF 14에서는 신규 캐릭터 다수가 매력이 뚜렷하지 못했다. 특히나 KOF 시리즈가 IP를 이어온 원동력 중 하나가 캐릭터인 걸 감안하면, 이는 꽤나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 알 사람은 다 아는 드릴 맛을 조금만 맛봐라

▲ 그래도 이번에 나온 이슬라는 디자인이나 성능이나 꽤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 KOF 15에서는 KOF 14에서 호응이 안 좋은 캐릭터들을 다수 정리하고 라인업을 추스르는 한편, 슌에이의 라이벌인 '이슬라'와 그 파트너 '돌로레스', K'의 라이벌격인 '크로닌'을 새로 추가했다. 크로닌이야 옛날에 캐릭터 표절 의혹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새로 재단장해서 나온 캐릭터니 큰 문제가 없었고, 이슬라와 돌로레스도 슌에이 때에 비해서는 크게 문제 없이 KOF의 새로운 캐릭터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이슬라는 쉬운 포킹 및 딜레이캐치, 준수한 대공 능력, KOF 초보들이 자주 범하는 점프 실수를 필살기로 커버하는 테크닉 등으로 기존 강캐들 외에 초보자들이 사용할 만한 카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신규 캐릭터들은, 기존 캐릭터들의 강렬한 인상을 따라잡을 만한 한 방이 부족했다. 크로닌은 경우가 다르니 예외로 치고, 나머지 둘은 캐릭터의 디자인은 준수하고 개성있게 뽑혔지만 KOF의 그래픽 자체가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그 첫 인상의 매력 자체가 떨어졌다. 더군다나 돌로레스는 진흙을 쓴다는 컨셉인데, 진흙 이펙트가 그냥 노말맵을 생으로 입힌 것마냥 엉성해서 그 특색이 잘 살지 못했다.

아울러 작중에서 보이는 행보나, 캐릭터 관계도 다소 부실하다. 이슬라는 슌에이의 라이벌로 나왔지만 이슬라 혼자만 그렇게 의식하고 슌에이는 아예 잘 모른다는 식이라 붕 떠버렸고, 돌로레스는 스토리의 주요 배경을 알고 있는 신비주의 캐릭터인데 정작 메인 스토리의 연출이 뒷받침이 안 되서 결국 그 느낌이 확 식었다.

▲ 어쨌거나 스토리의 핵심을 알고 있는 캐릭터고 진흙과 땅의 힘을 쓴다는 컨셉도 독특한데

▲ 문제는...이게 어딜 봐서 진흙이라는 거죠?

물론 격투 게임에서 신규 캐릭터가 처음에 자리 못 잡다가 출연을 더 하면서 안착하는 케이스도 많으니, 섣불리 판단하기는 아직 이를 것이다. 그렇지만 KOF 시리즈는 원체 기존 캐릭터의 매력이 크다보니, 그 빈 자리를 신규 캐릭터가 채우는 것 자체에 대해 그 섣부른 판단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할까. 이를 인지한 듯 SNK에서도 DLC 캐릭터를 빠르게 발표하긴 했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라인업을 보면 결국 신규 라인업보다는 다른 작품에서 이미 나왔던 기존 캐릭터의 재탕이 주가 될 확률이 높다. 즉 시리즈를 새롭게 이끌어갈 신규 캐릭터들을 만드는 세대 교체 작업이 현 단계에서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겠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KOF 15는 결국 KOF라는 IP는 기존에 플레이했던 유저들이 미워도 다시보게 하는 그런 매력은 있다. 사실 KOF 시리즈 자체가 그런 힘이 있긴 하다. 그러니 그 오랜 세월이 흐르고 개발사에 이런저런 일이 터져도 시리즈 명맥이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트레일러를 처음에 봤을 때 "그럼 그렇지"라고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다시 한 번이라는 심정으로 플레이해보면 또 막상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그런 기틀이 그 오랜 기간에 걸쳐서 다듬어지긴 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 옛날에 다들 한 번 쿄나 이오리, 테리, 죠 등 캐릭터를 들고서 오락실에서 투닥거린 경험이 있으니, 그 추억을 안고 플레이하기엔 충분하다. KOF 14에서부터 시작된, 시리즈 특유의 템포를 3D에서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 KOF 15에 와서 비로소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이번만큼은 앙헬이 그나마 좀 잘 뽑혀줬는데 마스터해보자, 이슬라 꽤 괜찮은데 파볼까, 아테나는 모델링이 좀 많이 구려지긴 했어도 여전히 손에 잘 맞네 등등 이런저런 감상을 하면서 "이번엔 좀 이겨보자"고 투지를 불태우곤 했다

▲ 패배의 쓴맛에 그 어색한 그래픽의 맛을 지독히 느끼면서도 계속 하게 되는 아이러니라니

▲ 하다보면 DLC로는 누가 나올까 체크해보게 된다

물론 격투 게임의 패러다임이 2D에서 3D로 넘어온 다음부터 SNK의 지난 행보는 실망스럽긴 하다. 2D 격투 게임 전성기 시절 명가라 불렸던 그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외양부터 눈에 밟힌다. PS5에 와서도 좋게 봐줘야 PS3에 나올 법한 고전적인 퀄리티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으니, 재미있다고 말한들 섣불리 손을 대기 어려운 법이다. 더군다나 커맨드를 단순화시키거나 러쉬 등 초보자용 시스템을 보강했다고 해도 여전히 그 옛날 격투 게임 스타일을 어느 정도 고수하다보니, 격투 게임 초보라면 더 접근하기 힘들다.

이런 약점 때문에 마음 속 한 편으로는 KOF 15가 새로운 유저층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분명 기존 팬층은 다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한 번 해볼 수야 있겠지만, 그 세대가 지나간 뒤에 KOF를 접하지 않은 세대들이 메인스트림이 됐을 때 명맥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 때문에 KOF 팬들은 98만 있으면 된다는 밈을 줄기차게 말하면서도 이를 점차 대체해나갈 신작을 그간 갈구하고 기대해왔던 것일지라.

KOF 15는 그 자리를 바로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훨씬 개선된 온라인 매치와 발전된 시스템으로 그 가능성은 제시했다. 아직 랜뽑 외에 핵 같은 문제에 대한 대처는 얘기가 안 나왔지만, 적어도 랜뽑에 어떤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갖춘 데다가 롤백 넷코드로 매칭도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만 해도 일취월장한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그래픽은 이번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다음에는 이 발전된 시스템 위에 때깔을 좀 더 곱게 입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