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 팬이라면 120% 즐길 수 있는 난장판 카트레이싱, 앞으로의 관리가 관건



1999년 PS용으로 출시된 초코보 레이싱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대표적인 마스코트 '초코보'를 비롯해 파이널판타지의 각종 생명체와 소환수, 그리고 직업군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모여서 레이싱을 한다는 컨셉의 게임으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대표적인 마법들을 카트레이싱이라는 툴에 녹여낸 게임플레이가 특징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 파이널판타지하면 떠오르는 '클라우드'나 '스퀄'까지 등장하면서 파이널판타지 팬이라면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라떼는 말이야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어쨌거나 23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그 게임을 하던 때가 떠오르곤 한다. 심지어 지금은 출산해서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동생조차도 "그거 재미있었는데 나왔어? 하고 싶당"이라고 하면서 추억을 떠올리곤 했으니 말이다. 지난 기사를 보면 그런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래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 반가울 따름이다.

그 추억의 작품이 23년만에 '초코보 GP'라는 이름으로 닌텐도 스위치에 부활했다. 타이틀명도 달라지고 여러 요소가 바뀌긴 했지만, 처음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부터 '초코보 레이싱'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이 만연했으니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 추억에 반가움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추억 속에 가만히 있어줘"라고.

더군다나 한 발 앞서서 나온 외신의 평가가 그리 우호적이지만도 않으니, 유저 입장에선 다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잘 살펴보면 외신의 평가는 편차가 꽤 큰 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코보 GP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시즌패스를 비롯한 BM에 관한 스탠드에 따라 평이 나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게임명: 초코보 GP(Chocobo GP)
장르명: 레이싱
출시일: 2022. 03. 10.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Switch

관련 링크: '초코보 GP' 오픈크리틱 페이지


관점 1. 파판 팬이면 다 알법한 요소를 카트로 녹여낸 훌륭한 외전


통상 레이싱 게임, 혹은 카트 레이싱 게임이면 각 레이싱 장르로서의 완성도만을 최우선으로 평가하겠지만, 초코보 GP는 결이 조금은 다르다. 초코보 레이싱 시절부터 이미 파이널판타지, 그 중 '초코보'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시리즈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태생부터가 파이널판타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으니, 파이널판타지와의 연관성이나 팬심을 자극할 요소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가 전작과 신작 사이의 연결고리가 느슨하거나 심지어 거의 없다시피한 작품이다보니 '연관성'이라는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타 시리즈와 달리 각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마법 체계나 소환수, 생명체 등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라는 걸 증명하는 징표였다. 스토리나 전투 방식이 어떻게 바뀌던, 이 징표들은 거의 바뀌지 않고 고스란히 맥을 이어온 만큼 이를 어떤 식으로 '카트레이싱'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녹여낼지가 관건인 셈이다.

▲ 초코보에 모그리, 이프리트 등 파판 팬이면 친숙할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미 그 기틀은 초코보 레이싱 시절부터 마련이 되어있었다. 파이널판타지의 마법을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으로 치환하고, 파이널판타지팬이면 친숙할 -라, -가, -쟈 등 상위 마법체계를 동일한 종류의 마석을 모으면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업그레이드될수록 상대를 주행불가 상태로 만드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유도 기능, 혹은 코스의 모든 캐릭터에게 일괄적으로 피해를 주는 등 기능이 추가된다.

이를 노리고 업그레이드까지 계속 모을지, 혹은 바로 써서 코앞에 있는 적을 제칠지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대가 어떤 마법을 쓸지 항상 신경을 쓰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테크닉도 더욱더 요구되는 게임이었다. 죽음의 선고 같은 경우에는 배리어나 어빌리티로 방어하는 것 외에도 다른 캐릭터에게 부딪혀서 사신을 그쪽으로 옮겨버리는 대책도 있으니, 주행하면서 상대방이 어디서 뭘 하나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할까.

▲ 어어어 가려면 너 혼자 가지 왜 나한테 달라붙는 거야 저리 가

▲ "너는 5초 후에 죽는다" 시연되기 싫으면 부지런히 R키를 누르자

그런 요소들이 초코보 GP에서도 계승, 새롭게 개편했다. 동일한 종류의 마석을 모으면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은 유지하되, 예전에는 순차적으로 모아야만 가능했다면 이번에는 순서에 상관 없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그래서 초코보 레이싱 대비 상위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가 쉬워져서 역전의 발판을 좀 더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전작은 -가 단계의 상위 마법들이 거의 일괄적으로 모든 코스에 있는 적들을 공격하는 방식이라 가면 갈수록 그만의 특색이 죽었지만, 초코보 GP에서는 이를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고증에 좀 더 맞추고 각 마법의 특색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일례로 초코보 레이싱에서는 1단계부터 바로 코스 내에 있는 모든 캐릭터에게 일괄적으로 공격하는 궁극마법 알테마가 일반 마석으로 나왔지만, 초코보 GP는 마석을 3단계까지 다 모은 뒤 마석을 추가로 모아서 업그레이드하고 위력은 강화하는 등 '궁극마법'이란 근본 테마에 맞게 변형시켰다. 초코보 레이싱 당시에는 블리자드와 차별화해서 구현하기 어려워 빠졌던 워터 계열 마법도 추가됐으며, 블리자드 시리즈는 적을 얼려버리는 효과로 변경됐다. 이런 변화 역시도 카트레이싱 장르의 틀 안에서 적용됐기 때문에 파이널판타지를 모르는 사람도 접근 자체는 어렵지 않되, 알면 알수록 더 눈길이 가게끔 만들었다고 할까.

▲ 뒤에서 일단 뭐가 날아오고 있으니 너도 같이 맞아라

▲ 블리자라 대신 맞아준 거 잊지 않을게

▲ 상위 마법 있다고 막 날리면 안 되는 이유.gif 시로마는 카운터 어빌리티가 있어서 함부로 날리면 이렇게 된다

마법뿐만 아니라 파이널판타지하면 빠질 수 없는 '어빌리티'도 캐릭터 라인업과 더불어 한층 더 확장됐다. 초코보 레이싱 때부터 이미 가속뿐만 아니라 코스 내에 방해물을 설치하거나 주변의 적을 날려버리고 혹은 상대의 마법을 카운터치는 등, 각 캐릭터마다 고유 어빌리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따돌리거나 일발역전하는 묘미가 있었다. 초코보 GP에서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대표 소환수들과 몬스터, 파이널판타지9의 캐릭터까지 라인업이 확장되면서 공방일체의 어빌리티부터 공수전환용 어빌리티까지, 그 폭이 더 넓어졌다.

이와 함께 올드 파이널판타지 팬이면 반가울 대표적인 장소들이 맵으로 등장, 추억을 자극한다. 파이널판타지6의 조조 마을, 파이널판타지9의 알렉산드리아, 파이널판타지7의 골드소서 등이 대표적으로, 매일 비가 오고 사람들이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조조 마을이나 무지개빛 코스와 금색 건물들이 조합된 골드소서의 풍경 등 원 장소의 특색이 코스에 그대로 묻어난 것들이 보인다.

▲ 핫하 파이가 맛 좀 봐라



관점 2. 차별화와 발전을 꾀했지만 콘텐츠나 기믹은 고전 그대로


이렇듯 파이널판타지 팬심을 자극할 요소들을 카트레이싱의 기본기에 녹여내면서, 그 기본기의 퀄리티도 한층 높이는 시도도 엿보였다. 드리프트와 트릭 같은 레이싱 테크닉도 가미하고 3종류의 머신으로 캐릭터의 주행 스타일을 자신에게 맞춰서 바꿀 수 있게끔 하면서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면모도 더 강화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에는 상당히 신선하고, 전략적인 활용도도 높아보였다. 특히나 드리프트를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하면 부스터가 걸린다거나, 점프대에서 타이밍에 맞춰서 키를 누르면 트릭 이후에 부스터가 걸리는 건 활용하기에 따라 한끗 차이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코보 GP의 다른 요소들과 맞물리면서 그 효율이 잘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드리프트 부스터는 여타 게임과 달리 게이지를 채워서 부스터를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드리프트를 일정 시간 유지한 뒤에 키를 떼야만 발동이 걸린다. 그런데 초코보 GP에는 그만큼 드리프트를 유지할 만한 코스가 드물다. 쉬운 코스는 너무 코너가 완만해서 쓸 필요가 없고, 어려운 코스는 코너의 각이 굉장히 날카롭고 자칫하면 장외로 나가기 일쑤인 곳이 많아 드리프트보다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 각을 잡아서 쓸 수 있기는 하니, 아예 쓸모가 없다고는 말하긴 어렵긴 하다. 그런데 초코보 GP의 코스가 전반적으로 에지가 넓고, 캐릭터끼리 일부러 충돌하는 비율도 높다보니 드리프트가 어지간히 손에 익지 않고서는 중간에 끊길 일이 잦다.

▲ 어딜 드리프트로 역전을 하려고...라고 생각했다가 한 방 먹었지만 그래도 나도 방법은 있다

어지간히 중량급을 선호하지 않는 한 일부러 들이받는다는 개념이 다소 낯설겠지만, 초코보 GP는 주변의 상대를 날려버리는 어빌리티를 갖고 있는 캐릭터 비중이 상당히 높고 선더가처럼 자기가 걸렸을 때 주변 경쟁자들까지 물귀신처럼 엮어서 같이 아웃되어버리는 마법도 있다. 더군다나 이번 초코보 GP에는 주변의 적을 날려버리는 퀘이크 마법까지 추가됐다. 그래서 주행 중 충돌이 정말 잦고, 일부러 접근한 뒤 틈을 노려서 날려버리려는 케이스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드리프트를 하면 괜히 속도가 더 줄어서 추월당하기 쉬웠다. 그래서 오히려 GP의 상위권 라운드로 가면 드리프트를 안 쓰고 브레이크 테크닉으로만 주파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그에 비해 점프 후 발동하는 트릭은 상당히 효율이 높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초코보 GP에서 여러 면에서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기본 골조 자체는 초코보 레이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서로 엇나갔기 때문이었다. 코스 라인업이 달라진 만큼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신선한 기믹을 시도할 법도 하고 코스 설계에서 다소 과감한 모습을 보여도 될법하지만, 초코보 GP의 코스 기믹은 그 옛날 주행에 기반해서 설계되어있다. 단순히 장애물이 나와서 주행을 막고, 울퉁불퉁한 코스나 가속 혹은 감속 패드, 부스터 이 정도가 전부다. 외신에서 주요 경쟁작으로 꼽는 마리오카트 시리즈의 기믹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고, 앞서 말한 것처럼 때로는 새로 설계한 주행 테크닉과도 엇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이 많은 외신들이 초코보 GP를 고루하다고 저점을 준 이유이기도 했다.

▲ 코스 기믹은 단순하고 드리프트 테크닉을 쓰기 애매한 구조로 된 경우가 많지만

▲ 점프 트릭은 나름 쓸만하고, 코스 기믹을 다양한 마법 아이템으로 보완했다

뿐만 아니라 코스나 캐릭터도 처음부터 해금되어있는 게 아니라, 스토리 모드 및 여러 모드 반복 플레이로 얻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 더욱 비교될 것이다. 하긴 그 옛날 초코보 레이싱 때는 해금 조건을 게임 내에서 알려주지 않아서 맨땅에 헤딩하거나 혹은 동네 아는 형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비기를 어떻게 엿들어서 풀어야 하긴 했다. 지금은 반복 주행해서 크리스탈을 모으면 티켓과 교환할 수 있고, 그 티켓으로 캐릭터를 해금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라떼는 말이야식 플레이 루틴이 23년만에 다가온 추억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유저층도 있지 않나.

그리고 콘텐츠 해금을 위해서 플레이하게 될 스토리 모드도, 딱 잘라 말해서 그 옛날 90년대~2000년대 초 일본식 개그 스토리 풍미 그대로다. 각 캐릭터의 성격 묘사나 중간중간 딴죽을 거는 구도 등등을 보면 그 시절에 덕질을 했던 유저라면 친숙할 요소들이 눈에 훤하다. 하기야 현재까지 라인업이 파이널판타지9까지의 캐릭터고, 기획 자체가 올드 파이널판타지 팬들을 위한 것이니 그런 측면에서 보면 추억을 살리는 최상의 구도로 볼 수도 있겠다. 그래픽도 캐주얼풍인 것이 올드한 느낌도 나고. 그런데 그걸 굳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볼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긴 하다.

▲ 잊을만 하면 나오는 길가메...아니, 누구시죠?

더군다나 스토리 모드다보니 진행하면서 일부 캐릭터를 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초코보 GP의 특성과 맞물려서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초코보 GP는 각 캐릭터마다 스탯뿐만 아니라 어빌리티 등 개성이 너무 뚜렷하다보니 손에 안 익은 캐릭터에 적응하기가 꽤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초코보는 자신의 1픽이 아니더라도 2픽이 될 정도로 플레이해두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 주캐가 베히...아니 벤 씨인데 초코보로 깨려니 트라이 횟수가 많아졌다

스토리 모드를 제외하고 남은 콘텐츠는 타임어택과 커스텀 레이스, 시리즈 모드와 초코보 GP, 멀티플레이가 남는다. 그 중 타임어택은 코스 주행 연습 정도라 크게 의미가 없다. 커스텀 레이스와 시리즈 모드는 마스터 난이도도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1등을 거저 먹을 정도 수준이니 자연히 주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초코보 GP가 된다.

64명이 8개 조로 나뉜 뒤, 4번의 토너먼트를 거쳐 최고의 유저를 뽑는 초코보 GP 모드는 이미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도 본 구성이니 친숙하다. 또한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유저의 실력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체감되니, 호승심도 자연히 생기고 자극도 된다. 그런데 네트워크 상태가 썩 좋지가 않아서 튕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았다. 내 인터넷 문제인가 싶어서 와이파이도 체크하고 바로 접속했는데, 그 짧은 순간에 나와 함께 전 라운드 상위권에 있던 유저들이 대거 매칭이 같이 잡히곤 했다.

▲ CPU와 대전하는 시리즈 모드는 그렇게 어렵진 않아서 금방 질리고

▲ 지금은 나아졌지만 출시 직후에는 GP에서 접속 대기 지옥에 걸리는 일이 꽤 있었다

뿐만 아니라 레이스 중 유저들이 대거 접속이 지연되거나 튕겼을 때 대처도 다소 미흡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레이스 중에 2명만 남아서 달리고 나머지는 튕겨서 재접속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나자 두 명을 1, 2위로 지정하고 나머지가 모두 접속할 때까지 계속 세레모니를 봐야만 했다. 보통 4위까지 결정되면 레이스 종료까지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것과 달리, 튕기거나 접속이 지연될 경우에는 다른 유저가 들어오거나 움직이기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니 김이 샌다. 요즘 온라인 환경이 좋아져서 이런 경우가 드물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0%는 아니니 이런 사태를 원만히 처리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관점 3. 풀프라이스에 시즌패스 BM를 안착시키려면 필요한 것들

▲ 이번에도 스토리 모드 노가다로 해금일 줄 알았더니, 시즌 패스와 상점 구매로 바뀌었을 줄은

그간 주로 모바일 게임에서 BM이 언급되다보니 콘솔 패키지 게임에서 BM이 나오는 게 낯설 수도 있지만, 패키지 게임에도 시즌패스나 부분유료화 상품은 있으니 크게 놀랄 부분은 아니다. 보통은 패키지는 무료로 하되 시즌패스를 유료로 판매하는 구도를 많이 생각하지만, 패키지도 따로 팔고 거기에 일각에서는 확률형 아이템까지 유료로 판매하는 한층 더 악랄한(?) BM도 있다. 혹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갖가지 요소를 DLC로 팔아버리는 케이스도 있다. 그래서 콘솔 게임도 가끔씩 BM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초코보 GP는 그 중 풀프라이스+시즌패스 BM을 채택하고 있으며, 기본기만 익히고 바로 초코보 GP로 멀티만 할 유저를 위해서 라이트 버전을 배포하는 형태로 접근성을 높인 구조다. 그간 여러 패키지 게임에서 선보인 극히 정통파적인 구성이니 이론상 완벽하고, 뚫을 만한 약점이 안 보인다. 그런데 초코보 GP는 콘텐츠 및 시즌패스 설계가 미흡해서 구멍이 생겨버렸다.

▲ 딱 프라이즈 패스 해금할 크리스탈이 출시 보상으로 들어왔는데, 클라우드 빨리 쓰고 싶으니 프리미엄 간다

▲ 그런데 시즌패스 보상이 음...

우선 라이트 버전에서는 초코보 GP만 플레이 가능한데, 기본으로 고를 수 있는 캐릭터가 3종류밖에 안 된다. 스토리 모드도 튜토리얼만 지원하는데 문제는 각종 플레이 툴팁은 튜토리얼 이후 스토리부터 진행이 된다는 점이다. 기존에 초코보 레이싱을 했던 유저라면 각 마석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캐릭터 어빌리티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대처법도 알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들은 모르면 맞아야지를 당할 수밖에 없다.

마석 업그레이드 시스템 같은 것도 좀 더 지나야만 알려주고, 앞서 말했듯 드리프트는 사용 가능한 코스가 제한되어있다보니 브레이크 주행 테크닉까지 곁들여야 하는데 그런 것도 꽤 시간이 지나야만 알려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라이트 모드에서 기본 지원하는 캐릭터 외에 다른 캐릭터 정보를 보고 싶어도 아예 닫혀있어서 볼 수가 없다. 즉 라이트 버전은 맛보기 수준인데, 그마저도 너무 얕아서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 셈이다.

초코보 레이싱을 기존에 접했던 유저가 아니라, '신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풀프라이스 패키지 및 시즌패스의 구성은 다소 미흡하다. 특히나 시즌패스의 상품들이, 클라우드 및 클라우드의 머신을 제외하고는 거의 의미가 없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보통 시즌패스는 신규 캐릭터나 신규 장비가 핵심 상품이고 거기에 커스터마이징 물자들이 곁다리가 붙어오는 식으로 BM이 짜여져있고, 초코보 GP도 이는 동일하다. 더군다나 초코보 GP에서 이번 시즌에 내세운 캐릭터는 시리즈 최고 인기작인 7의 주인공, 클라우드니 그것만 따지고 보면 가치는 높은 편이다. 그런데 시즌패스에서 부속으로 나오는 커스터마이징 파트들이 정작 쓸 곳이 없다. 스티커나 팀 마커 등 자잘한 것들이 대다수에, 일부 캐릭터는 그 스티커를 붙여도 잘 티가 안 난다.

▲ 코스튬도 아직은 구비 안 되어있고

▲ 커스터마이징 요소라 해봐야 스티커인데, 이걸로 성에 찰 리가

▲ 머신도 아예 통째로 바꾸는 식이라 꾸미는 재미도 없고, 자연히 시즌패스 구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른 경쟁작은 머신 커스터마이징이라도 있지만, 초코보 GP는 머신을 통째로 바꾸는 시스템이라 그건 지원하지 않는다. 그나마 색상 옵션이 있긴 하지만, 시즌패스가 아니고 플레이 중에 얻는 아이템 티켓이나 일일퀘, 주간퀘로 얻는 길로 구매 가능한 것들이다. 그마저도 팔레트스왑이고 색이 다 정해져있으니, 개성을 드러내기엔 다소 미흡하다.

그나마 길을 많이 줘서 스퀄까지 같이 빨리 해금할 수 있고, 시즌패스 해금을 위한 유료 재화는 오픈 기념으로 넉넉히 제공했으니 이번에는 그나마 좋게 봐줄 법하다. 캐릭터 두 명을 뽑기 위한 DLC라는 측면에서 봐도 나쁘진 않다. 캐릭터 두 명을 한 번에 시즌패스로 뽑아내는데 3만 원 정도 들었으니, 다소 비싸긴 해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팬이라고 하면 조금 과감히 투자할 법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로드맵 발표 등 사전작업 없이 깜짝 등장한 데다가, 시즌패스의 부실한 상품이 겹쳐지다보니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클라우드나 스퀄 모두 다 원래는 스토리 반복 플레이로 해금 가능했던 것을 바꿔버린 셈이니, 일각에서는 생색내기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일부에선 BM까지 반영해서 평가를 낮게 줬는데,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시즌패스 모델에 맞는 상품 및 업데이트 플랜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예전 스토리 모드 노가다보다 레이싱에서 모은 아이템 티켓으로 교환하는 게 훨씬 편하긴 하다

▲ 다만 이런 UI가 너무 익숙하다 못해 거부감이 드는 케이스도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의 본질은 결국 '재미'이니, 결론은 항상 재미가 있냐 없냐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그 관점에서 보면 초코보 GP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외전격 작품이니 뭐니 여러 의미를 늘어놓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 의도들이 장르의 기본기에 잘 녹아들지 못하면 그건 장황한 변명일 뿐이다. 초코보 GP에서는 그런 실수는 없었고, 초코보 레이싱 때부터 다져온 그 문법을 발전시켜서 23년만에 새롭게 내놓았다. 단적으로 말해서 아이템을 먹으면서 경쟁자들을 통쾌하게 날려버리고 유유히 달리는, 카트 게임 특유의 재미는 확실하다. 그 기상천외함도 상상 이상이다.

그렇지만 2022년에 나온 신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회의적인 건 어쩔 수 없다. 그 긴 세월 동안 다른 경쟁작들은 시리즈를 계속 이어오고, 그렇게 쌓아온 발전된 기본기를 보이면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와 달리 초코보 GP는 23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하되 그 이후 발전한 레이싱 게임의 기본기를 급히 이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로 생긴 시스템과 코스의 구조, 기존 시스템이 시너지가 생각보다 잘 안 나는 데다가 타 작품에 비해서 코스가 다소 밋밋하게 보이기도 한다.

▲ 동일한 코스를 여러 버전으로 변주한 케이스가 많은데, 코스 기믹 자체는 다양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패키지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시즌패스 BM을 깜짝 발표하고, 기존에는 반복 플레이로 해금할 수 있는 콘텐츠를 거기에 포함시켰다. 그러니 핀트가 엇나간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고, 어지간해서는 BM 관련해서 크게 터치를 안 하던 외신에서도 이례적으로 BM 얘기를 하면서 평가를 낮게 주는 일이 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도, 초창기에 자주 튕기거나 접속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으니 장기적인 운영에 대한 불안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템에 각 캐릭터의 어빌리티까지 더해서 상대를 골탕먹이고 질주하거나, 각종 마석의 효과를 카운터쳐서 역전하고 혹은 상대방의 게이지를 뺏어서 부스터로 추월해버리는 등 초코보 GP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확실하다. 시너지가 안 난다고 비판하긴 했지만, 가끔씩 각을 잡아서 드리프트 테크닉으로 역전하는 묘미도 있긴 하다. 그런 모든 것들이 더해진, 다른 카트 게임과 다른 초코보 GP만의 개성있는 플레이 감각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을 가입해두었다면 라이트 버전으로 그래도 초코보 GP에서 여러 경험을 미리 해볼 순 있으니, 한 번 플레이해보고 제품판으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간 본 카트레이싱보다 더 치열하고 난장판인, 마법이 난무하는 전쟁 같은 레이싱을 경험해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