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에 입문할 때는 Steam, Epic game, GOG 등 다양한 다운로드 시장이 활발하게 활성화 돼 있어 고민할 필요 없이 게임을 결제하면 됩니다. 다만 콘솔에 입문하는 경우 다른 얘기가 됩니다. 콘솔의 경우 아직 물리적인 디스크나 카트리지로도 많이 발매되고 있고, 시장 규모도 크게 유지 중입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콘솔 게임 전문 매장이 조금씩 늘어나 오프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죠.

요 몇 년 전부터 스위치를 시작으로 PS와 XBOX의 차세대기 발매로 인해 콘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가끔 콘솔 게임은 다운로드(이하 DL) 판과 패키지 판 중 어느 것을 사야 좋은지 물어보는 경우가 자주 생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친절히 알려주긴 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니 슬슬 피로감이 쌓여 그만 좀 물어봤으면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패키지와 DL의 차이점을 낱낱이 밝히고 서로의 장단점을 따져보며 서로 토론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냥 쓴다면 분명 재미가 없을 것이고, 토론처럼 진행해보면 어떨까 싶어 캡콤의 유명 IP '역전재판' 시리즈를 패러디해 작성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선호하거나 취향이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피 같은 돈을 아끼고 싶은데 가성비 좋은 방법은 뭘까?


패키지: 패키지는 할인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 등 출시 당일부터 저렴하게 구매할 방법이 있다. 게다가 특정 타이틀이 재고 처리 및 덤핑이 될 경우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저렴한 값으로 게임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에 비해 DL은 무조건 정식 가격을 주고 사야하며, 이따금 있는 프로모션 할인을 한다고 해도 할인율이 높지 않아 대부분 패키지 최저가보다 비싼 편이니 지출이 심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DL: 이의 있다! 최근에는 프로모션 할인을 자주 하고, 할인율이 높아지는 추세라 전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NS의 경우 DL로 게임 구매 시 결제한 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포인트가 적립되어 추후 게임 구매 시 사용할 수 있어 패키지 구매로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패키지: 그렇다면 중고 거래는 어떤가. 패키지의 경우 중고 거래도 가능해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임을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게임을 판매하고 그 돈을 보태 다른 게임을 구매할 수 있다. 이로써 훨씬 경제적으로 취미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DL은 계정 귀속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교환할 수 없어 지출이 커질 뿐이다.





게임 용량이 너무 크다. 제한된 용량을 이득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패키지: 패키지는 카트리지나 디스크에 저장된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기 하드 용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반면에 DL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기기에 연결된 하드에 설치해야 하는데, 요즘 게임 용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기본 용량으론 4~5개만 설치해도 꽉 차게 된다. 결국 하드나 SD 메모리카드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데 디스크는 그럴 필요가 없다.

DL은 SSD나 SD 메모리카드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그럼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현세대기 XBOX는 독자 규격의 SSD를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이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럼 위의 가성비 부분에서도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지 않나?

DL: 뭘 모르는군. NS 한정으로는 맞는 말이겠지만 PS나 XBOX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PS4, XBOX ONE부터는 디스크에 있는 파일을 하드에 전부 설치하기 때문에 똑같이 용량을 차지한다. 결국 패키지 판을 구매하든 DL 판을 구매하든 여러 게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추가 SSD를 구매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참고로 PS5는 일반 버전과 디지털 에디션이 발매되었는데, 디지털 에디션이 일반 버전보다 10만 원 저렴하다. 이 돈으로 SSD를 추가 구매한다면 오히려 더 저렴하게 입문하거나 동일한 금액을 사용해 더 많은 용량의 SSD를 설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을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





신작 게임 구매 시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DL: 물리적인 특전은 없지만 게임 내 특전 아이템이나 디지털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출시 전날 또는 당일 다운로드를 걸어놓으면 출시일에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다. 패키지의 경우 어떤가, 예약 구매를 했더라도 출시일에 배송이 시작되면 1~2일 후에 게임을 받게 된다. 그 사이 DL 유저는 진즉에 씹고 뜯고 맛보고 엔딩까지 볼 수 있다. 신작 게임을 빠르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패키지가 넘볼 수 없는 강점이다.

패키지: 신작 게임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하지 않는가? DL은 신작 게임을 예약 구매해봤자 테마, 디지털 아트, OST, 특전 코드와 같은 게 전부다. 그와 달리 패키지로 예약 구매를 할 경우 같은 금액으로 스틸 북과 같은 다양한 예약 특전을 받을 수 있다. 돈을 조금 더 보탠다면 스태츄나 아트북, 그 외 다양한 굿즈 상품이 포함된 한정판을 구매할 수 있어 좋아하는 게임의 굿즈를 모을 수도 있다.

게다가 가끔은 신작 게임을 예약할 때 정가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곧 출시되는 커비 디스커버리가 대표적인 예시다. 약간의 시간만 인내하면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다양한 굿즈를 구할 수 있으니 오히려 패키지로 사지 않는 게 손해라고 생각한다.





수집 욕구를 채워줄 방법은?


패키지: 수집이란 역시 패키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패키지 게임을 한데 모아 진열장에 진열해놓으면 뿌듯하면서도 멋지다는 생각에 감탄이 자동으로 나오게 된다. 특히 가끔 게임 패키지를 열고 안에 있는 매뉴얼 종이를 읽으며 게임을 즐겼던 추억을 곱씹는 맛도 좋다.

DL: 요즘은 종이로 된 매뉴얼은 없는 대신 디지털 매뉴얼이나 튜토리얼을 강화하는 추세이지 않나? 그렇다면 패키지의 매력이 죽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DL로 구매한 게임도 계정 내 라이브러리를 통해 나열해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특유의 수집하는 맛은 조금 떨어질진 몰라도 카테고리를 설정해 원하는 게임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다.

또한 패키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파손, 변형이 일어난다. 그래서 교체할 빈 케이스를 구매해야 하는데 그럼 지속적인 지출이 발생한다. 수집이라는 게 주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취미긴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소량일 경우는 모르겠지만 패키지가 계속 쌓이다 보면 수집을 넘어서 짐이 될 수 있다.

패키지: 그건 수집을 하면 반드시 뒤따르게 되는 수고다. 하지만 그만한 수고를 들일 만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케이스를 교환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인터넷에서 파는 공 케이스나 덤핑 된 게임을 구매해 바꿔주면 된다. 그러면 유지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는다.





게임을 구매하기 더욱더 편한 방법은 뭘까?


패키지: 간단한 것은 역시 패키지다. 지갑만 챙겨 매장에 들르면 카드든 지갑이든 바로 결제하고 가져오면 된다. 나가는 것이 귀찮다면 온라인 몰을 통해서 결제하면 된다. 그러면 며칠 내로 택배로 도착할 것이다. 그에 비해 DL 게임 구매 방법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스위치를 예로 들어보자. 스위치는 한국 Eshop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PC를 이용해야 한다. 그마저도 방법이 불편한데, 스위치 본체로 Eshop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선불카드를 결제해 포인트를 충전해야 한다. 게다가 카드로 일정 금액을 바로 결제하는 게 아니다 보니 게임 가격에 딱 맞게 결제할 수 없고 항상 잔액이 남게 되는 불편함도 있다.

PC Eshop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할 경우 신용 카드로 게임을 구매할 수 있다지만 스위치 Eshop에선 할인하는 게임이 PC Eshop 홈페이지에서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결국 잔액이 남더라도 포인트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DL: 그건 스위치에만 해당하는 내용이지 않은가. 스위치는 조금 불편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PS나 XBOX의 경우에는 카드 등록이나 카카오페이,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한 방법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빠르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듯이 편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그리고 PC로 결제를 하는 게 귀찮다고 하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며칠 기다려야 한다거나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고 빠르다.





다양한 게임을 구할 방법은?


패키지: PS2나 Game Boy와 같이 온라인 스토어라는 개념이 없을 적 발매한 게임은 패키지로만 구할 수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희귀한 수집품으로도 취급받으니 DL로는 가질 수 없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가끔 게임 내 요소의 저작권이나 계약 만기, 기타 등등의 이유로 온라인 스토어에서 내려가고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발매했던 패키지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DL: 패키지로 발매한 게임이라면 말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회사가 아닌 소규모 인디 게임 개발사의 작품도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디 게임은 패키지로 발매하는 경우가 보기 힘든데, 패키지 발매 시 자본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양한 게임을 접하고 즐기기 가장 쉬운 방법은 DL이다.

그리고 패키지로 발매한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듯이 말했는데 최근 대형 게임 개발사에서는 자신의 과거 작품을 리메이크하거나 리마스터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론 아직 발매하지 않은 고전 명작들도 많긴 하지만 충분히 즐길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다.





안정성은 무엇이 더 뛰어날까.


패키지: 당연히 패키지다. 디스크와 카트리지가 물리적으로 파손되거나 손상되는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DL: 그 점은 DL이 더 낫다.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고 계정에 등록된 상태니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계정을 연결해 구매했던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즐길 수 있다.

패키지: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 아닐까. 아무래도 기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닌텐도 Wii Shop 채널에 며칠째 접속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추측이긴 하지만 닌텐도가 Wii Shop 채널 서버를 내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식으로 기업이 해당 서버를 내린다면 구매했던 게임은 물론 DLC, 특전, 모두 다시는 다운로드 할 수 없게 되고 그 상태로 메모리가 고장 난다면 그대로 돈만 날리게 되는 꼴이다.

DL: 그건 너무 지나친 억측 아닌가? 일본의 한 게임 매체가 직접 문의해본 결과 Wii Shop 채널과 DSi Shop 채널은 현재 점검 중이며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안내해준다고 발표했었다. 추측으로 몰고 가는 것은 증거가 될 수 없다. 또한 MS나 Sony가 발표한 입장을 보면 DL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다. MS는 DL로 판매한 것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었고 Sony는 추후 상점 페이지는 닫더라도 재다운로드는 가능하도록 유지한다고 했다.





결론.


패키지: 수집욕이 없다면 가장 저렴한 유지비로 취미를 즐길 방법, 수집욕이 있다면 진열장에 게임 패키지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 NS는 SD 메모리카드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고전 명작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패키지 말고는 방법이 없다.

DL: 압도적인 편리함이 큰 장점. 기다리고 있던 신작을 발매일 당일 바로 즐길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설치할 수 있어 짐이 발생하지 않는 점도 크다. 패키지로 발매하지 않거나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게임도 온라인 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다면 구할 수 있다.

▲ 기사를 쓰는 도중, 옆 자리 직원 분이 찬란한 카트리지 좀 보라고 꺼내주셨다.

▲ 질 수 없는 마음(?)에 빽빽한 라이브러리의 모습을 보여드리며 반박했다.


■ 이미지 원본 출처: 캡콤 '역전재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