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5가 지난 4월 6일 정식 출시됐다. 최초 공개 때부터 '루멘'과 '나나이트' 등 놀라운 기술들을 선보였던 언리얼 엔진이고, 얼리액세스로 이를 미리 체험할 수 있었던 만큼 게임 개발자들의 기대도 높았다. 실제로 얼리액세스 기간이 지나고 정식 출시되자마자 CD 프로젝트 레드나 크리스탈 다이내믹스 등 여러 개발사에서 바로 신작을 언리얼 엔진5로 제작한다고 발표하는 등, 기존 엔진에서 빠르게 전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보통은 기존 엔진에서 컨버팅할 때 호환성 및 개발자들의 적응 문제로 엔진 출시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야 신작 발표가 이어지지만, 언리얼 엔진5는 조금 달랐다.

실시간으로 거대도시 속에서 추격전을 렌더링한 결과물인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등, 기술력을 자랑하는 데모를 넘어서 실제로 개발자들에게 빠르게 채택되고 있는 언리얼 엔진5. 그간 내세웠던 놀라운 그래픽과 실사 관련 기술 외에 어떤 기능적 진보를 이루어냈기에 출시되자마자 수많은 개발자들의 간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또 언리얼 엔진4에서 쓴 작업물을 언리얼 엔진5로 바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인벤에서는 에픽게임즈 코리아의 신광섭 엔진 비즈니스 리드와 인터뷰를 통해 언리얼 엔진5의 다양한 기능과 개선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 에픽게임즈 코리아 신광섭 엔진 비즈니스 리드


1년의 얼리액세스로 담금질 마친 '언리얼 엔진5'
더 놀라운 성능과 생산성, 바로 넘어갈 수 있는 호환성까지


Q. 언리얼엔진5가 얼리액세스 출시 이후 근 1년만에 출시됐는데, 그간 어떤 피드백을 주로 받았나?

얼리액세스 단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나 나나이트, 루멘이 기존에 아티스트나 콘텐츠 제작자들이 꿈꿔왔지만 쉽게 할 수 없던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디테일한 하이폴리곤의 작업물의 리얼타임 렌더링도 가능해졌고,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이 바로 되니 작품에 직접 사용해보면서 여러 의견을 주시더라.

얼리액세스로 먼저 냈던 이유는 우리도 여러 방향에서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고려하고 개발하긴 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하다보면 자기가 생각하기에 필요한 또다른 기능이 있다거나 혹은 불편한 일도 있지 않겠나. 예상치 못한 문제도 있을 테고.

이번 언리얼 엔진5는 얼리액세스 단계부터 많은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해주시면서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나나이트와 루멘의 개선점이나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보가 많았다. 사용 중에 발생한 이슈에 대한 제보도 많았고. 또 얼리액세스 단계부터 언리얼 엔진5의 소스 코드를 공개해서 나나이트나 루멘 외에도 UX 부분에서도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언리얼 엔진5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피드백을 거쳐서 개선했고, 또 개선하고 있다.


Q. 언리얼엔진5 정식 출시 소식과 함께 여러 회사에서 언리얼엔진5로 제작 중인 신작을 동시다발적으로 바로 발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나?

언리얼 엔진5는 4로 제작하던 프로젝트를 바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컸다고 본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왜 언리얼 엔진5로 새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까에 답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선 언리얼 엔진5에서는 나나이트나 루멘처럼 기존에 상상할 수 없었던 퀄리티와 퍼포먼스의 기능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오픈월드 관련 기능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요즘 게임 업계에서 오픈월드가 트렌드 아닌가.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서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쉽고 퀄리티 있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더 나아가 차세대로 불릴 법한 게임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엔진 기술자이기에 앞서 한 명의 게이머로서, 지금 전세계 개발자들이 언리얼 엔진5로 만들어갈 차세대 게임을 기대하고 있다.

▲정식 출시와 함께 여러 게임사에서 신작을 언리얼 엔진5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Q. 언리얼엔진3에서 4로 전환할 때 국내 개발자들이 많이 고민을 토로했는데, 이번에는 언리얼엔진5로 빠르게 전환하는 느낌이다. 언리얼 엔진3에서 언리얼 엔진4로 가는 것보다 언리얼 엔진4에서 언리얼 엔진5로 컨버팅, 포팅하는 게 대략 어느 정도로 쉽다고 내부에서 보고 있나? 또 이와 관련해 성공적으로 R&D를 할 수 있던 비결을 꼽자면?

언리얼 엔진3에서 4로 넘어갈 때는 완전히 엔진이 새롭게 바뀌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면, 언리얼 엔진4에서 5로 넘어갈 때는 언리얼 엔진5에서 호환되도록 지원해서 포팅이 월등히 쉬워졌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직접 '포트나이트'를 언리얼 엔진4에서 5로 포팅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더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포트나이트는 처음에 언리얼 엔진4로 만들었는데, 챕터3부터는 언리얼 엔진5로 동작하고 있다. 그렇게 포팅하는 과정을 직접 해보면서 필요한 기능을 언리얼 엔진5에 추가했고, 포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필요한 사항을 문서로 정리해서 개발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4에서 5로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 혹은 기존 게임의 포팅을 고려하는 개발사가 있다면 우리가 제공하는 가이드 문서를 보고 고려하면 여러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서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포트나이트 챕터3에서 언리얼 엔진5로 포팅을 직접 진행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넣고 테스트해봤을 뿐만 아니라

▲ 기존 프로젝트를 마이그레이션해야 하는 개발사에게 도움이 될 가이드도 따로 마련해두었다


Q. 처음 공개할 때부터 루멘, 나나이트라는 획기적인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얼리액세스 단계에서 일부 개발자들도 이미 활용해보고 피드백을 주었을 텐데, 개발자들의 반응이 어땠나 궁금하다. 아울러 얼리액세스 당시와 지금 정식 출시를 비교했을 때 이 두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했나 간단히 소개한다면?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는 하이폴리곤 모델링 작업 후에 퍼포먼스 문제로 폴리곤을 줄이고 노말맵을 뽑아서 디테일하게 보이는 작업을 거쳐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그런 작업 없이도 하이폴리곤 모델링 그대로 렌더링이 되니 디테일도 살아있고, 제작 파이프라인도 줄어들어 퀄리티와 작업 퍼포먼스 두 가지를 잡은 셈이다.

라이팅을 배치하고 베이킹하지 않아도 루멘을 활용하면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이 멋지게 생기니, 그렇게 작업공정이 간단해지면서 오히려 퀄리티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라이트맵 베이킹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 과정이 몇 시간은 걸릴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그걸 한 번 한 다음에 하나하나 수정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루멘은 실시간으로 적용되니까 바로바로 파악하고 원하는 대로 수정해서 더 멋진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더라.

얼리액세스 출시되고 나서 이런 혁신을 보인 것에 그치지 않고, 출시 버전까지 여러 차례 개선을 거쳤다. 우선 나나이트에서는 메시 압축률을 향상해서 더 최적화했고, 기존에 만들었던 프로젝트나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나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애셋에 바로 그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툴을 만들었다. 또한 나나이트 동작 시에 디버깅 모드도 추가했다.

언리얼 엔진4부터 지형을 만드는 툴인 랜드스케이프를 지원했는데, 루멘이 처음 얼리액세스 단계에서는 여기에 적용이 안 됐다. 그러다가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적용이 된다. 그 외에도 여러 많은 마테리얼 타입에 루멘이 적용되면서 원하는 대로 효과를 내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정식 출시 후에도 깃허브에 소스코드가 올라오고 수정 사항이 올라오고 있으며, 다음 정식 버전에서 더 많은 것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하이폴리곤 모델링을 그대로 렌더링할 수 있게 한 '나나이트'와

▲ 실시간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루멘'도 얼리액세스를 통해서 개선을 거쳤다


Q. 사물과 빛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그림자도 빠질 수 없지 않나. 반사광이라던가 오브젝트 디테일은 살렸는데 그림자의 퀄리티가 그만큼 안 따라주면 어색해보일 수 있을 텐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능이 정식 출시 버전에서 지원되고 있나?

어느 한 부분이 퀄리티가 좋아지는데 다른 부분이 그에 못미치면 어색해 보인다. 그림자도 그 중 하나다. 사실적 디테일의 오브젝트가 빛을 받으며 구현된 오픈월드에, 그림자가 이상하게 지면 이상하지 않겠나. 그래서 버추얼 섀도우맵이라는 기능도 추가했다.

버추얼 섀도우맵은 쉽게 생각하면 퀄리티가 높아보여야만 하는 부분의 그림자 퀄리티는 높여주고 퍼포먼스를 위해서 그렇게 높은 퀄리티가 아니어도 되는 부분은 조금 조율해서 자동으로 높은 수준의 그림자를 퍼포먼스를 고려해서 드리우게끔 만드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나나이트와 루멘으로 구현한 높은 수준의 실사 그래픽에 지지 않는 그림자를 구현할 수 있다.

▲ 버추얼 섀도우맵으로 향상된 실사 그래픽과 광원에 지지 않는 퀄리티 있는 그림자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Q. 엔진 업데이트라고 하면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되나 따지지 않나. 기존 엔진 대비 어느 정도 향상됐다고 보나?

사실 어려운 질문이다. 이게 단순 비교해서 수치가 나올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니까. 각각의 조건에 따라 많이 다르기도 하고.

다만 작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됐나 기능적인 면에서 설명해보자면, 나나이트의 경우 기존에 했던 하이폴리곤 모델링 이후 로우폴리곤 모델링과 노말맵 작업을 안 해도 된다는 게 크다. 그외에도 라이트 배치 후에 라이트맵 베이킹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루멘을 쓰면 그 과정이 생략되니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지 않겠나. 그러면서도 앞서 말한 것처럼 실시간으로 바로 아티스트들이 보고 수정해서 더 수준 높은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렌더링뿐만 아니라, 오픈월드 관련 기능이 언리얼 엔진5의 핵심이다. 메모리는 한정되어있다보니 방대한 오픈월드 맵을 한 번에 못 올리지 않나. 그래서 거리에 따라서 혹은 필요에 따라서 메모리에 로딩을 했다가 안 했다가 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걸 기존에는 나누어서 로딩, 언로딩하는 로직을 넣어야 했는데 언리얼 엔진5에서 추가된 월드 파티션 기능에서 셀 크기를 지정해주면 알아서 자동으로 그 부분들을 쪼개준다. 캐릭터 주변에 필요한 셀을 거리에 따라 로딩하고 언로딩을 자동으로 해주니, 로직을 넣어주는 작업 시간도 절약된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작업도 예전엔 외부에서 애니메이션을 가져오고, 수정하고 싶으면 외부에서 수정한 걸 갖고오는 일이 많았는데 언리얼 엔진5에서는 엔진 내부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애셋을 구하는 것도 퀵셀이 에픽게임즈에 합류하면서 그 방대한 스캔 애셋들이 언리얼 엔진5에 고스란히 지원된다.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처럼, 에디터에서 바로 그 애셋들을 드래그하고 드랍해서 자신이 만든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델링툴도 있으니, 그 적용한 애셋들을 다양하게 편집하는 것도 된다.

이를 수치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공정의 효율을 합산해봤을 때 생산성이 정말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


어렵고 무겁다? 편견을 타파할 언리얼 엔진5의 개선점
블루프린트 노드도 쉽게 공유 가능한 스니펫, 커뮤니티 개편, UI/UX 개선까지

▲ 언리얼 엔진5 발표와 함께 데브 커뮤니티도 개편이 이루어졌다

Q. 언리얼 엔진5 출시와 함께 언리얼 엔진 커뮤니티의 일원화 및 전면 개편이 있었고, 이를 키노트 중에 소개하지 않았나. 언뜻 보면 기술의 발전과 크게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 파트를 강조한 이유가 있다면? 또 언리얼 엔진 커뮤니티에 애셋이나 설정을 스니펫으로 공유한다고 하는데, 그 스니펫 코드로 공유한 것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궁금하다.

잠깐 메타버스가 언급됐는데, 우리는 그처럼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리얼타임 3D 애셋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언리얼 엔진5라는 툴로 인디부터 거대 개발사까지 높은 퀄리티의 오픈월드에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가려면, 툴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필요하지 않나. 그 부분은 메가스캔이나 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해서 구할 수 있게 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재료가 갖춰지면, 그 다음에는 이걸 갖고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가 문제가 되지 않나. 이를 전세계에 있는 많은 창작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서로 발전해나가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언리얼 엔진5는 기본적으로 C++ 기반의 스크립트를 쓰지만, 비주얼 스크립팅 툴인 '블루프린트'가 있지 않나. 로직이나 상호작용을 시각화된 자료로 보면서 그 내용을 구현해나가는 건데, 그걸 기존에는 공유하려면 블루프린트 노드를 스크린샷으로 일일이 찍었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적용하려는 사람은 스크린샷을 일일이 보면서 그대로 노드를 만들어갔고.

이제 스니펫을 사용하면서, 그런 불편한 과정 없이도 블루프린트 로직 공유가 가능해졌다. 우선 에디터에서 블루프린트 노드를 열고 카피한 뒤, 커뮤니티에서 스니펫을 누르고 붙여넣기 하면 블루프린트 로직이 그대로 보여진다. 붙여넣기할 때는 내부의 코드지만, 이를 올리면 블루프린트 로직과 노드가 바로 뜬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만든 블루프린트 로직을 쉽게 공유하고, 또 남이 만든 블루프린트 로직을 바로 공유받고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스니펫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전엔 스크린샷으로 블루프린트를 공유한 걸 직접 보고 연결했지만, 이제는 하단의 카피 스니펫을 누르면

▲ 블루프린트의 스니펫이 그대로 복사되고 이 스니펫을 엔진 내에 붙여넣으면 그대로 적용된다


Q. 이번에 언리얼 엔진5에 추가된 기능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지망생은 물론이고 현역 개발자들도 여러 모로 학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언리얼 엔진4부터 온라인 러닝으로 강의자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왔고, 한글 자막도 지원해왔다. 이런 기조는 5도 동일하다. 우선 새로 오픈하게 된 커뮤니티에서 여러 온라인 강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 5 출시에 맞춰서 5로 첫 프로젝트 시작하기나, 5 출시하면서 같이 공개한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도시 샘플도 공개하는 등 세션과 튜토리얼도 낸 상태다.

그외에 개발에 필요한 문서도 계속 제작, 공유하고 있다. 도시 샘플이나 라이라 등, 여러 유용한 샘플도 제공해서 학습을 돕고자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유저들를 위해 출시와 함께 언리얼 엔진5 웨비나를 진행했는데, 이후에도 여러 웨비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알려드리고자 한다.


Q. 이전 세대의 언리얼 엔진도 세대마다 여러 기능을 추가해왔는데, 그런 게 축적되다보니 일각에서는 언리얼 엔진이 무겁다는 인식이 있다. 아울러 많은 기능이 한꺼번에 열거되어서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언리얼 엔진5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어떻게 개선했나 궁금하다.

아무래도 언리얼 엔진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시간 렌더링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이를 에디터에서 여러 모로 관여하는 데다가 작업물 자체도 고퀄리티가 기본이 된 터라 무겁다는 인식이 있긴 한 것 같다. 그렇지만 포트나이트를 보면, 똑같은 소스로 멀티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지 않나.

물론 제작 과정에서는 무겁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걸로 만들어낸 콘텐츠는 무겁지 않다. 국내 모바일 MMORPG 다수가 언리얼로 제작하고 있는데, 모바일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넓은 오픈월드에 필드에 여러 애셋도 많고 효과도 화려하게 구현되어있는데 그런 것이 원활히 나오지 않나.

아울러 언리얼 엔진은 여러 가지 기능을 많이 제공해서, 개발자들이 원하는 바를 원활히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 기능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니, 그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되기도 하겠다. 또 너무 많은 기능이 한꺼번에 보여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인식도 있고.

그래서 언리얼 엔진5에서는 UI/UX를 단순화했다. 4에서는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나열해 굉장히 많아보였다면, 이번 5에서는 최대한 간결하게 해서 필요한 기능은 꺼내고 그렇지 않으면 꺼내지 않는 형태로 개발했다. 언리얼 엔진4부터 그랫지만 5는 처음부터 게임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일반 산업에서도 기대하고 있다보니 다양한 콘텐츠 개발자들이 그때그때 쓸 수 있는 기능을 꺼내 써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했다. 그러니 이전보다 더 간편하게 엔진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여러 기능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줬던 이전과 달리, 필요한 기능만 그때그때 노출시켜서 편의성을 높였다


Q. 키노트에서 시연한 걸 보면 어지간한 오브젝트 배치나 조절은 드래그 앤 드롭으로 처리하고, 애니메이션은 에디터에서 어지간히 조절이 가능할 정도인데 이러한 기능이 엔진에 별도의 툴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제공되는 건가?

그렇다. 키노트에서 시연한 것들은 별도 툴 없이 엔진 내에서 직접, 제공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썼다. 5가 퀄리티가 워낙 좋다보니 그쪽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열심히 강조하는 또다른 파트는 생산성 부분이다. 항상 새로운 플랫폼이나 디바이스, 기술, 엔진이 나오면 그걸로 엄청나게 멋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실제론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렇게 퀄리티 있게 뽑으려면 코스트가 많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정말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누구든 실제로 제작할 수 있도록 생산성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썼다. 그래서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누구나 고퀄리티 오픈월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만들게 하려면
초보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하는 실수도 잡아주고, 협업과 최적화 등 디테일도 잡은 언리얼 엔진5


Q. 언리얼 엔진5 최초 공개 당시부터 오픈월드를 굉장히 강조하지 않았나. 루멘과 나나이트를 소개한 데모는 물론이고, 에인션트의 협곡에 매트릭스 어웨이큰스까지, 그 방대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그런데 그런 작업물은 결국 아직은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 있나?

일단 오픈월드를 구현하기 위한 기능부터 말하자면, 앞서 나나이트와 루멘 그리고 월드 파티션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최적화를 위한 HLOD도 한층 발전시켰다. 또 한 지역에 이벤트 씬이나 낮밤이 지나는 과정을 쉽게 구현하도록 데이터레이어도 추가했다.

이런 넓고 생동감 있는 오픈 월드를 소수의 인원으로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언리얼 엔진5의 목표인데, 인원이 적더라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같이 하지 않겠나. 그때 다른 사람이 작업할 때 기다리거나 하면 협업이 어려워지고 시간도 낭비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레벨 안에 배치된 요소를 파일 단위로 나눠서 저장이 되게끔 했다. 예를 들면 구글 문서 같다고 보면 될 거다. 구글 문서에서 여럿이 공유해서 편집해도 그 텍스트 정보는 따로따로 저장이 되어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 없이 자신의 글을 저장할 수 있다. 그처럼 오픈월드 내에서 진행해야 하는 각기 다른 작업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작업하면 그 과정에선 좋긴 한데, 출시될 때 최적화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래도 불러올 때 그 경로가 분산되곤 할 테니까. 이걸 하나로 합쳐주는 기능도 있으니 최적화도 문제가 없다.

▲ 자동으로 캐릭터가 볼 수 있는 범위만 오픈월드를 일부만 로딩하는 '월드 파티션' 기능


Q. 방대하고 밀도 있는 월드 구현 자체는 나나이트 및 여러 기술로 편리해졌지만, 그런데 이를 게임 내에서 진짜로 활용할 수 있나는 별개이지 않나. 스크립트 내에 좌표로 표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버릴 수는 없기도 하고. 기존에는 기술적으로 그 한계를 다 쓸만한 공간을 만들지 못했지만, 이번에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어보이는데 이런 한계를 어떤 식으로 넘었나?

오픈월드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할 때 많은 분들이 꼭 얼마나 큰 월드를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언리얼 엔진5는 다가오는 메타버스 세계, 좀 더 큰 가상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서 '대규모 월드 좌표'라는 걸 지원한다. 기존에 있는 좌표 데이터보다 두 배 크게 적용했으며, 이론상으로는 최대 8,800만km까지 지원을 할 정도다.

물론 이 크기로 만들기에는 실제 구현할 때 여러 제약이 있긴 할 거다. 그렇지만 기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월드를 제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으며, 앞으로도 개선해나가면서 개발자들이 더 방대한 월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


Q. 컨트롤 릭이 정식 버전으로 바뀌면서 기능뿐만 아니라 편의성, 확장성도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파이썬도 이제 지원한다고 하는데, 파이썬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궁금하다.

일단 컨트롤 릭이라는 개념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할 때 본, 블렌드 셰이프 등 정말 제어할 게 많다. 예를 들어 표정을 지을 때도 본이 움직이고, 그에 따라 블렌드 셰이프도 움직여야 한다. 그걸 일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묶어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컨트롤 릭이다.

보통은 마야나 맥스에서만 가능했는데, 이제 언리얼 엔진5 내부에서도 가능하다. 그래서 직접 수정하거나, 이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컨트롤 릭을 세팅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야만 했는데, 그 부분에서 생산성을 위해서 파이썬으로 자동 세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파이썬을 꼭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텐데, 처음에 어느 한 캐릭터의 컨트롤 릭 세팅을 수동으로 진행하고 나면 파이썬 코드가 자동으로 로그로 생긴다. 그걸 복사해서 다른 캐릭터에 적용할 수 있다. 즉 파이썬을 몰라도, 수동으로 일일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 번 만들어둔 것을 다른 캐릭터에 바로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 파이썬을 몰라도 노드의 코드가 로그로 자동으로 생기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Q.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되감기 디버깅이나 스켈레톤 호환성으로 라이브 중 오류를 찾거나 다른 스켈레톤 간 데이터 공유 같은 기능이 인상 깊은데, 그외에도 애니메이션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개발자들이 흔히 미끄러짐 현상이나 모션이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미스를 저지르는데, 이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그런 기능도 있나?

배경의 렌더링 퀄리티가 높아지면 캐릭터도 그만큼 사실적으로 렌더링 되어야 하고, 그에 맞춘 사실적인 움직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게 쉽진 않다. 캐릭터가 이동하다가 멈출 때 애니메이션이 전환이 안 되거나 늦어져서 발이 밀리거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퀄리티가 확 떨어져보이지 않겠나.

애니메이션에서 더 퀄리티를 쉽게 보완하기 위해서 언리얼 엔진5에는 디스턴스 매칭과 포즈 워핑이 추가됐다.
디스턴스 매칭은 애니메이션을 재생할 때 정지 위치를 예상하고, 캐릭터와 정지 위치의 거리를 계산해 그 거리에 따라 재생 속도를 다르게 하는 기술이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다음에도 애니메이션이 재생해서 발이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려지면서 멈추게끔 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그외에도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러우려면 필드의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경사나 방향 전환, 이동거리에 따라서 캐릭터의 움직임이 달라지는데 그것도 여러 가지로 구비를 해둬야 하니까. 그런데 포즈 워핑을 쓰면 한 애니메이션을 속도나 방향, 혹은 주변 환경에 따라서 절차적으로 변형해서 맞춰주게 된다. 앞으로 가는 애니메이션인데 그 상태에서 방향을 전환하면 그에 맞춰 하체 방향을 꺾어줘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준다거나, 혹은 경사나 이런 게 있을 때 발이나 골반의 위치를 경사에 맞춰서 조절해줘서 붙여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그런 식이다. 그렇게 해서 더 적은 애니메이션으로 더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기능뿐만 아니라 소규모 인디 개발자들도 고퀄리티 그래픽, 고도의 작업물을 저코스트로 제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 디스턴스 매칭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좌)와 적용했을 때(우)

▲ 포즈 워핑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좌)와 적용했을 때(우)


Q. 루멘, 나나이트 이전에 언리얼 엔진에서 강조했던 부분이 충돌 및 파괴 처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2019년에 선보인 ‘카오스’ 예제가 놀라웠는데, 그 뒤로 3년이 지나고 엔진 버전도 바뀌지 않았나. 카오스 피직스가 이번 버전에 정식 채택됐나? 또 그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로 발전했나 소개한다면?

앞으로 게임에서 그래픽뿐만 아니라 물리 요소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에픽게임즈는 카오스 피직스라는 자체 물리 엔진을 제작해왔고, 언리얼 엔진5에서는 카오스 피직스가 정식 버전으로 들어온다.

최초 예제 공개 이후 카오스 피직스를 개선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안정성과 퍼포먼스였다. 물리 엔진은 기본적으로 물리를 얼마나 리얼하게 구현하나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걸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적으로 동작해야지만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캐릭터가 뛰거나 물건이 부서지거나 떨어지는, 게임 내 대다수의 움직임이나 상황이 물리와 관련이 있으니 이를 다 고려해서 퀄리티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퍼포먼스를 뽑아낼 수 있는 최적화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같은 테크 데모나 포트나이트 등 게임을 통해 검증을 진행했고, 이러한 절차가 끝난 뒤에 정식 버전으로 출시하게 됐다.

또 카오스 피직스에서 고려한 부분이 계산 오차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월드가 방대하면 방대할수록 계산 오차가 생기는 일이 많은데, 언리얼 엔진5가 방대한 월드 제작을 지원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오차 없이 적용할 수 있게끔 심혈을 기울였다.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는 매번 물리 계산을 할 때 네트워크나 서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보니 어느 정도 예측이 필요하다. 그런데 카오스 피직스에서는 비동기 물리 시뮬레이션으로 예측된 결과를 여러 건 도출하고 상황에 맞춰 적용해서 안정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오게끔 했다.

또한 카오스 디스트럭션을 통해서 기존 애셋이 파괴된 모습을 바로 처리할 수 있게끔 했다. 보통 어느 애셋을 만들 때 그 애셋이 파괴되었을 때의 애셋을 별도로 만들어서 불러오곤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애셋이 물리 현상이 적용이 되어 부서진 것을 내부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그외에도 차량, 옷도 더 자연스럽게 물리 효과가 나도록 개선을 이어갔다.

▲ 새로운 물리 엔진 '카오스 피직스'가 언리얼 엔진5에 정식 적용됐다


Q. 루멘, 나나이트 등으로 더 처리가 빨라졌다고 하는데, 엔진에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있고 이를 활용하는 만큼 런타임 때 메모리에 부하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있을 것 같다. 런타임에서 최적화를 개선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한 기능도 소개하자면?

언리얼 엔진5는 퀄리티와 제작의 편의성 말고도 최적화도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우리가 언리얼 엔진5로 포트나이트를 비롯해 여러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직접 테스트하면서 언리얼 인사이트를 비롯해 여러 툴을 만들었다.

언리얼 인사이트는 언리얼 엔진4부터 지원한 기능인데, 이를 쓰면 플레이하는 게임에 실시간으로 접속해서 메모리 사용량이나 렌더링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고 있나 등등을 볼 수 있다. CPU 점유율은 물론이고 프레임 드랍 발생시에 프레임 드랍이 어디에서 발생했나 체크할 수 있고, 메모리 캐시를 어떤 애셋이 과하게 잡아먹고 있나 등등도 쉽게 체크 가능하다.

나나이트, 루멘, 버추얼 섀도우 맵 등 각각 기능에도 각자만의 프로파일링이나 디버깅 툴이 있다. 그 디버깅 툴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한대로 안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지 볼 수 있게끔 해서 최적화를 더욱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Q. 루멘, 나나이트를 처음 소개했을 때 모바일 관련 지원이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그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차세대 콘솔을 위주로 소개가 되어있다보니 모바일에 대한 지원이 좀 미진하지 않나 우려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언리얼 엔진에 지원되는 기능은 그 콘텐츠들이 멀티플랫폼에서 원활히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포트나이트만 하더라도 언리얼 엔진5로 포팅한 후에도 PS5, Xbox 시리즈 X, PC부터 Mac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지 않나. 콘텐츠들이 원소스 멀티플랫폼이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PS5, PS4나 다른 콘솔들이 제각각 스펙이 다 다른 것처럼, 플랫폼마다 성능뿐만 아니라 지원하는 그래픽 라이브러리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하고 싶지만, 플랫폼에서 준비가 안 된 케이스가 있다. 나나이트와 루멘은 정말 좋은 최신 기능이지만, 아직 모바일 플랫폼에서 동작되도록 하기엔 준비가 안 되어있다. 이를 어떻게 모바일에서도 가능하게 할지, 혹은 지원이 가능하다면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 보고 있긴 하다.

원체 언리얼 엔진5에서 나나이트나 루멘이 잘 알려져있고, 또 좋은 기능이다보니 이 기능이 모바일에서 되는지 안 되는지로 많이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게 최상급, 하이엔드급의 그래픽을 위한 기술이다보니 콘솔이나 PC쪽에서 우선 지원되고, 나머지 플랫폼은 나중에 지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는 플랫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다른 강점으로는 오픈월드를 꼽지 않았나. 국내에서는 모바일 게임 중에 MMORPG가 많은데, 오픈월드 구현이 정말 중요하다. 그만큼 오픈월드 기능이 개발 과정에서 필수기도 하고. 언리얼 엔진5의 여러 편리한 툴을 사용하면 모바일 게임 개발도 전보다 원활하고 쉽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언리얼 엔진5, 아직 100% 다 보여주지 않았다"
보강 중인 AI와 머신러닝, 외부 프로그램과의 연계, 메타버스의 확장까지 무한한 가능성


Q. 언리얼 엔진5가 얼리액세스하기 전에는 AI, 머신러닝이 꽤 화두이지 않았나. 이를 다양한 기술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었고. 그 분야가 최근에는 잘 언급이 안 되는 느낌인데, 언리얼 엔진5에서는 그 분야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궁금하다.

언리얼 엔진5가 워낙 많은 기능이 있다보니, 언리얼 엔진5를 알릴 때 좀 더 검증해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말하고는 한다. 그냥 된다 정도가 아니라, ‘ 잘 된다’ 라고 판단했을 때 알리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많이 언급은 안 하고 있는데, 5에서도 머신러닝이나 인터페이스 기능이 실험 기능으로 포함되어있다.

그 중 하나가 뉴런 네트워크 인퍼런스 플러그인이다.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면 그 모델을 언리얼 엔진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인데, 아직 실험 기능이라서 개선이 이루어져야하긴 하다. 이 기능을 이용해서 엔진 내에서 머신러닝을 적용할 수 있는 ML 디포머라는 실험 기능도 있다.

ML 디포머를 설명하자면, 영화에서 CG 애니메이션의 리깅 셋업은 정말 복잡하다. 이걸 리얼타임으로 돌리는 게 아니고 오프라인 렌더링으로 로직과 릭을 사용하고 있는데, 왜냐면 리얼타임으로 돌리려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릭을 손으로 돌리거나 버텍스 데이터를 가져와서 플레이하거나 그래야 하니까.

ML 디포머를 도입하면 이런 과정을 편리하게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복잡한 리깅을 학습해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한 번 학습하면,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캐릭터의 리깅을 계산하고 예측해서 자동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로직 없이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움직임을 바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실험 기능이며,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Q. 그간 에픽게임즈가 여러 회사를 인수하면서 유용한 외부 프로그램이나 마켓플레이스의 애셋을 언리얼 엔진 내에 기본으로 탑재해오지 않았나. 이번에 합류하게 된 회사의 프로그램이나 기능 중 언리얼 엔진5에서 주목할 만한 것들을 꼽자면?

우선은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를 꼽을 수 있겠다. 그리고 최근에 RAD가 에픽게임즈에 합류하게 된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RAD가 제공하는 툴이 굉장히 유용한 게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비디오를 압축해서 여러 멀티플랫폼에 최적화된 사이즈로 플레이해주는 코덱인 '빙크 비디오'다. 플랫폼에 맞춘 비디오 코덱 적용 문제를 쉽게 해결해주는 툴이라 하겠다.

더 중요한 건, RAD의 핵심 압축 기술 솔루션인 '우들'이 정식으로 언리얼 엔진5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고퀄리티의 오픈월드를 제작해도 더 높은 압축률로 패키지 사이즈를 줄일 수 있고, 네트워크 패킷도 압축해 대역폭에 드는 비용도 절약된다.

또 최근 캡처링 리얼리티가 에픽게임즈에 인수되면서 사진을 직접 찍고 스캔해 3D 애셋을 제작할 수 있는 앱 '리얼리티스캔'이 베타로 출시됐다. 메가스캔이나 마켓플레이스에도 물론 애셋이 방대하긴 하지만, 가끔 자기가 직접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럴 때 리얼리티스캔을 활용해 스캔하고 제작한 것을 언리얼 엔진5로 들여올 수 있다.

▲ RAD의 합류로 고성능 압축 기술 솔루션 '우들'이 언리얼 엔진5에 포함됐으며

▲ 캡처링 리얼리티도 인수, 리얼리티스캔으로 폰으로 스캔해서 만든 애셋을 언리얼 엔진5에서 활용할 수 있다


Q. 그간 개발자들이 엔진에서 별도의 툴을 만들어가는 이유가 반복해야 하는 작업을 최소화하고 편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래서 저번 언리얼 엔진4에서는 엔진 소스를 오픈했다면, 이번 언리얼 엔진5에서는 처음부터 디폴트로 최대한 제공하는 느낌이다. 기조가 바뀐 건가? 혹은 ‘포트나이트’의 경험이 뒷받침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인지 묻고 싶다.

언리얼 엔진5에서 정말 많은 툴을 기본 제공하게 됐는데, 옛날부터 우리는 기본적으로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쉽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끔 하자는 기조였다. 엔진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시대가 바뀌면서 기술도 발전해왔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된 일련의 과정이라 봐주면 되겠다.

물론 포트나이트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가 직접 개발하고 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업데이트하면서 개발자들이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테스트를 거쳐서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니까. 그리고 어찌보면 포트나이트는 최근의 게임 개발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본다.

특히 국내는 대부분 게임이 라이브 서비스되고,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어지는 형태가 아닌가. 우리 역시도 그 경험이 쌓이면서 그러한 게임 유형에 필요한 기능을 생각하게 되고 이를 추가하면서 별도의 툴 없이도 기본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세상에 누구나 자신만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끔 하자는 비전으로 여러 가지를 더 다듬어나갔다.

그렇지만 언리얼 엔진4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5도 풀소스 코드를 제공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기능이 많다고 해도, 쓰다보면 개발자들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다른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언리얼 엔진5에서도 자신의 콘텐츠에 맞게 여러 툴을 필요할 때마다 제작해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Q. PS5, Xbox 시리즈 X/S에 오면서 하위호환이 기본적으로 지원되고 고전 게임의 리마스터나 리메이크도 한창이지 않나. 그래서 기존 작업했던 것을 빠르게 FHD 및 4K에 대응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은데, 언리얼 엔진5에 그와 관련한 유용한 기능이 새로 생겼나 궁금하다.

언리얼 엔진4로 만들었다고 하면, 5로 옮기는 과정은 쉽다. 작업물을 처음부터 고쳐가거나 그럴 필요가 없고, 마이그레이션이 어렵지 않다보니 언리얼 엔진4에서 5로 리마스터, 리메이크는 쉬울 거라 본다.

단순히 포팅하는 것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5를 써서 더 좋은 퀄리티로 다시 제작하려고 해도,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보통 3D 게임을 제작할 때 하이폴리곤 애셋을 만들 텐데, 그걸 대부분 그대로 쓰지 않고 폴리곤을 낮추고 노말맵을 입힌 다음 작업물을 쓰곤 한다. 그런데 언리얼 엔진5에서는 나나이트와 루멘을 활용해서 하이폴리곤 애셋을 그대로 가져와 쓸 수 있으니, 더 높은 퀄리티를 보여줘야 하는 리마스터나 리메이크에서 정말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또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해상도가 높아졌을 때 그에 맞춰서 깔끔하게 보여줘야지 소위 때깔이 좋아보이지 않나. 우리가 안티앨리어싱이라 부르는 그 기술이 이것과 연관이 되어있는데, 언리얼 엔진5에서는 템포럴 슈퍼 해상도라는 기능이 추가됐다. FHD로 렌더링한 걸 4K로 보여도 지글거리지 않고 깨끗하게 보이게끔 하는 기능인데, 이를 활용해서 FHD로 만든 애셋을 별도 작업 없이도 4K에서도 위화감 없이 쓸 수 있으리라 본다.

▲ FHD를 4K로 업스케일링해도 깔끔하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템포럴 슈퍼 해상도 기능


Q. 최근 몇 년간 상용 엔진이 다른 산업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하는 흐름이었는데, 이번 언리얼 엔진5는 게임과 메타버스에만 집중해서 소개하지 않았나. 분명 다른 산업에서도 언리얼 엔진의 다양한 기능을 쓰게 될 텐데, 굳이 그 둘에 집중해서 소개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언리얼 엔진5 출시와 주요 기능을 공개한 스테이트 오브 언리얼에서는 개발을 시작한 여러 게임 타이틀에 이야기하다보니 그렇게 보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스테이트 오브 언리얼 초반에도 언리얼 엔진4가 영화 및 TV 드라마 등, 여러 산업에서 사용된다고 자료를 집약해서 보여드리긴 했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언리얼 엔진5 출시를 다른 일반 산업계에서도 많이 기다려왔다. 자동차 산업 같이 설계 데이터가 엄청 복잡한 것들도 엔진에 그대로 들고 와서 사용할 수 있고, 영화도 더 고퀄리티의 CG를 더욱 쉽고 폭넓게 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각 업계에서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하고 있을 거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작들도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메타버스를 중점적으로 말씀드린 이유는, 전세계 산업의 흐름이 게임이냐 비게임이냐 이런 것이 아니라 이젠 그 구분이 모호한 시대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콘텐츠에 기본적으로 인터랙션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그 구분이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을까.

그러면서 모든 콘텐츠가 실시간 3D 렌더링 및 여러 기능을 갖춘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해서 제작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보던 일방향적 미디어는 물론이고, 인터랙션이 추가되는 영상이나 게임 그 모든 것이 총망라된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가 언리얼 엔진을 통해 나올 것이라 생각해 이를 중점적으로 설명드리게 된 것 같다.


Q.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하게 될 개발자, 그리고 지망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언리얼 엔진5 소식은 게임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이머 모두에게 기대되는 소식일 것이다. 어떤 게임이 나올지, 나 역시도 한 명의 게이머로서 기대가 크다. 뿐만 아니라 영상 및 콘텐츠 제작자들도 많이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아마 언리얼 엔진5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등 우리가 보고 즐기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지망생이면 꼭 시작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모든 콘텐츠의 제작 흐름이 실시간 렌더링 기반에, 인터랙션이 기반이 되는 그런 시대 아닌가. 이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언리얼 엔진5를 많은 분들이 시작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또 한 명의 게이머이자 소비자로 여러 콘텐츠를 즐기는 그런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