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제니맥스에 소셜 게임의 강자 징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떠났고 이제는 소니와 한배를 탄 번지. 그리고 매출 순위로도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린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2020년대 들어 이어지고 있는 게임사 대형 인수, 그 다음 타깃은 유비소프트가 될까요?

블룸버그가 현지 시각으로 23일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의 주장을 인용, 여러 사모펀드 회사가 유비소프트의 경영권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소스기사인 만큼 해당 보도 내용이 정확한지에 대한 의구심부터 유비소프트 같은 거대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회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것도 아직은 섣불리 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인수 목적 자체를 두고 회사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추측도 이어지고 있고요.

다만, 유비소프트의 상황, 그리고 그간의 회사 반응을 보면 경영권 이전이 절대 없다고는 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만큼 유비소프트가 처한 현실과 업계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과연 무엇이 유비소프트를 설립한 기예모 형제들의 경영권이 옮겨갈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걸까요?



어디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나요? MS? 소니?

Xbox를 넘어 PC, 메타버스 등 더 큰 규모의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MS와 그룹 전체에 게임 비중이 큰 소니 모두 AAA 개발력을 가진 회사, 혹은 개발 역량을 갖춘 인디 스튜디오를 품으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은 기업입니다. MS는 Xbox 게임 패스를 필두로 퍼스트 파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소니는 번지에 블루포인트 게임즈, 하우스마퀴, 인섬니악 게임즈 등 수년 사이 능력 있는 게임사를 다수 품었죠. 이들의 인수 가능성은 좀 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요.

일단, 이번에 유비소프트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된 회사는 블랙스톤과 KKR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게임사라고요? 네. 못 들어봤을 법도 한 게 이곳들은 게임사가 아니라 전문 투자 회사입니다. 이들이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운용되는 사모펀드 개념으로 유비소프트의 경영권을 손에 넣고자 한다는 거죠.

대체 왜 투자사가 게임사 경영권을 가지려고 하는지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들은 바이아웃 펀드를 통해 더 큰 이득을 보려 한다 볼 수 있습니다. 즉 기대보다 가치가 낮아진 회사를 인수 후 M&A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되판다는 전략이죠.

경제지를 자주 본 게이머라면 블랙스톤의 이름을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블랙스톤은 사모펀드 운용사 중 가장 큰 자산운용규모를 자랑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실탄은 문제가 없으니 유비소프트 정도면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비소프트가 저평가됐다는 건가요?

저평가보다는 현재 여러 이유로 기업 가치가 역량보다 더 낮게 책정됐다는 게 맞는 의미일 겁니다. 유비소프트는 회사 내부에서 여러모로 악재가 다수 터진 기업 중 하나입니다.

우선 내부에서는 조직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이 있었고 익명 고발 시스템을 통해 내부 고발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도 프랑스 언론을 통해 보도됐죠. 2021년에는 프랑스 노조가 제도적인 성희롱 문화 조장을 이유로 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브 기예모 대표를 포함해 책임이 있는 이들의 조사가 있기도 했고요.

특히 성희롱 문화는 유저는 물론 기업들의 비판을 받을 내용이 분명하지만, 반대로 회사 가치를 역량보다 낮춰 거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로 MS의 필 스펜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바비 코틱 CEO가 사내 성추행 및 괴롭힘 문화를 알고 있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후 비판 의견을 냈습니다.


그런데 필 스펜서 대표와 바비 코틱 대표는 해당 보도가 나온 지 3일 후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필 스펜서는 MS 사티아 나델라 CEO와의 통화를 바비 코틱에게 제안했고 바비 코틱은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며 본격적인 인수 논의가 이루어졌죠.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11월 16일. 그리고 논의가 시작된 건 11월 19일입니다. 이건 액티비전 블리자드 합병과 관련된 최종 위임 진술서인 form DEFM14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공개하면서 알려진 사실이고요. 회사의 장래성 등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성추행 논란으로 회사가 본래 가치보다 낮아진 상황이 인수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게 유비소프트에 비슷하게 적용되는 거고요.


어쌔신크리드, 파크라이 같은 대형 IP가 있어 회사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 탄탄한 것처럼 보였던 IP들만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큰 문제입니다. 분명 유비소프트는 인기 IP를 보유하고 있고 그 판매량도 뛰어나지만, 그 IP 신작 성과에 따라 회사 매출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이죠.

실제로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은 매출 기록을 올린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출시 성과와 차세대 콘솔 버전으로 매출 상승세가 기록된 회계연도 2021년 3분기 유비소프트 순판매는 9개월 기준 17억 유로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어쌔신 크리드보다 흥행력이 떨어지는 파 크라이 신작 파 크라이6 출시 성과가 잡힌 회계연도 22년 3분기까지는 순판매가 16% 감소했습니다.

주요 타이틀 출시가 매출의 급작스런 상승세를 기록하는 건 경쟁 게임사로 꼽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EA 모두 비슷합니다. 다만, 이들은 지속 가능한 매출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다르죠.

블리자드는 충성도 높은 유저들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곳이며 꾸준히 잘 나가는 킹, 그리고 워존으로 한동안 F2P 배틀로얄 성과를 본 액티비전도 영업이익률이 높았습니다. EA는 FIFA 얼티밋 팀이 순수익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빼어난 성과를 내고 있죠.


물론 유비소프트 역시 이러한 매출 다원화를 노리긴 했는데요. F2P 마이트앤매직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배틀로얄 게임 파이를 가져가고자 했던 하이프 스케이프 역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서비스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NFT 역시 기대만큼의 거래량을 보여주지는 못했고요.

더 큰 문제는 영업이익률입니다. 유비소프트는 앞선 기업들과 비교해도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안팍으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프랜차이즈의 지나친 반복 속에서 혁신 가치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흔히 유비소프트와 비교되는 게 CD 프로젝트인데요. 사이버펑크2077의 혹평이 있긴 했지만, CD프로젝트의 대표작인 위쳐3는 출시 7년이 됐지만, 여전히 판매되고 회사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입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나온 유비소프트의 게임은 그렇지 못하고요. 그 사이 CD프로젝트는 한때 유비소프트의 시가 총액을 넘어서며 유럽 최고 시총 기업으로 오른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회사의 정체와 재정 불확실성은 현지 애널리스트들이 유비소프트가 쇠퇴하고 있다고 보는 증거인 동시에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입니다.



장래가 불투명한 것처럼 보이는데 투자 그룹이 인수 후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지금은 악재들이 겹쳐있긴 하지만 유비소프트는 인수 리스트에 오르는 게임사 중 검증된, 그리고 충분한 개발력을 갖춘 게임사입니다. 유비소프트가 인수 관련 성명을 내면서 밝힌 직원 수는 2만 명 이상입니다. 이는 1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EA보다 많은 수입니다.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정도 매출이 차이나는 기업들보다 개발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셈이죠. 연구 개발비로 쓰이는 운영 비용이 높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구 개발비와 관리 비용이 영업이익이 낮은 이유기도 하고요.

퍼블리싱과 많은 개발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고 가지고 있는 IP 역시 언제든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힘이 있는 것들입니다.

블룸버그가 투자사 중심의 바이아웃 펀드를 보도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경쟁력이 언제든 발휘될 수 있는 유비소프트는 다양한 게임 업계 M&A의 대상으로 꼽혔습니다. 인수를 통해 확실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새로운 게임 시장 진입을 노리는 초국적 기업의 인수 가능성도 열려있죠.

25일 인수 가능성 보도 이후 11% 이상 유비소프트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2018년과 비교하면 1/3 수준입니다. 어찌 보면 다양한 악재에 기업가치가 낮아진 지금이 인수 적기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고요.

수조 원 하는 게임사 인수가 가능이나 하겠느냐는 분위기도 있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스튜디오 확보에 열을 올리는 플랫폼 홀더와 게임 시장의 성장 덕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여러 게임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687억 달러, 한화로 약 82조 원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유비소프트의 시가 총액 47억 유로가 귀여워 보일 정도네요.



그런데 유비소프트 대표는 회사를 팔 생각이 있나요?

EA와 비방디. 두 회사가 과거 유비소프트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습니다. 비방디는 게임 사업 활로 개척을 위해 게임로프트 지분 확보를 시작으로 적대적 M&A를 꽤 오래 노렸죠. 유비소프트는 독립 상태 유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해나갈 것임을 밝히며 우군을 확보하고 경영권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EA의 적대적 합병 시도 당시에도 이브 기예모 대표가 저하의 의사를 밝혔고요.

그런데 2022년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소니의 번지 인수 이후 이런 강경한 자세가 느슨해졌습니다. 2월 있었던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어닝콜 자리에서 이브 기예모 CEO는 인수 시도가 있었는지는 모호하게 답변했지만, 임원들은 인수 제안이 있다며 이사회는 물론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위해 인수 건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죠.

충분한 제안이 있다면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천명한 거죠. 다만 확실하게 덧붙인 말을 같이 살펴봐야 합니다.

이브 기예모는 당시 어쌔신 크리드, 파 크라이, 저스트 댄스 등 기존의 강력한 프랜차이즈.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에 닌텐도 대표 캐릭터 마리오와의 협업 타이틀 신작 마리오 + 래비드 반짝이는 희망 등 여러 타이틀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가동 중이고 회사가 게임 개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그리고 이건 블룸버그 보도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고요.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NFT, 블록체인 등 경쟁 게임사들보다 먼저 시도한 첨단 서비스와 기술 역량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비소프트가 만족할 만한 거래 조건이 나오기 전에는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독립 회사로 운영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합니다.



인수가 된다면 유비소프트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기존 실적 발표에서의 모호한 답변도 그렇고, 유비소프트가 매력적인 매물로 많은 회사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 건 맞습니다. 그리고 인수 주체가 투자사가 된다면 장기적인 운영보다는 회사 체질 개선을 통해 몸값을 올리고 다시 시장에 나오는 상황이 예측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매물로 올라온 유비소프트에 눈독을 들일 곳은 역시 소니와 MS일 겁니다.

게임 부문이 회사 핵심 매출을 책임지고 있기는 하지만, 소니 그룹은 게임사 외에도 음악, e스포츠, TV 프로그램 제작사,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크런치롤 등 2021년 한 해 동안 다양한 부문에서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이에 오롯이 게임에만 현금을 유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소니의 2021년 말 유동 자산은 5조 3천억 엔(한화 약 52조 원)에 이르기에 유비소프트 시가 총액 6조 원을 기준으로 잡고 기업가치(EV)를 고려해본다면 인수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실제로 소니가 PS Plus를 개편하며 퍼스트파티 확보에 열을 올린다는 내용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SIE)의 짐 라이언 CEO는 공식 팟캐스트에 등장해 번지 이후 다른 기업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죠. 유비소프트 외에도 소니의 EA, 테이크 투 인수 등을 추측하는 기사도 다수 보도됐고요.

MS는 사정이 좀 다른데요. 소총 싸움에서도 대포를 가지고 싸운다고 할 정도로 자금이야 넉넉한 MS지만, 제니맥스 미디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인수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두고 빅테크 기업 인수에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MS는 이게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막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죠.

다만, MS에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에도 업계 1위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반독점 우려가 있었던 게임 외의 더 큰 기업 인수를 이유 들어 자신들의 인수 건전성을 주장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MS의 주장대로라면 유비소프트 규모의 인수 거래가 지금 판을 크게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또 다른 플랫폼 홀더인 닌텐도가 유비소프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간의 인수 기업 성향을 보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닌텐도는 대개 자신들의 플랫폼 타이틀을 다수 선보인 하청 개발사, 혹은 서드 파티 타이틀 개발사를 중심으로 품어왔습니다. 특히 해외 게임사인 넥스트 레벨 게임이나 레트로 스튜디오 등은 오래전부터 닌텐도와 협력해 루이지 맨션, 메트로이드 프라임 등을 개발한 곳이고요. 가장 최근인 2022년 2월 인수한 SRD(Systems Research and Development)는 닌텐도 패미컴부터 함께한 회사로 이미 자회사인줄 아는 게이머가 많을 정도기도 했고요.

중국 자본 역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특히 텐센트는 적대적 인수 계획을 그리던 비방디의 유비소프트 지분을 분할 매수하며 유비소프트와의 관계를 쌓기도 했죠. 다만, 중국 당국의 게임 옥죄기와 게임사 길들이기로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비소프트가 인수와 함께 다른 게임사와 한배를 탈지. 아니면 개발 혁신을 통해 2022년을 반등의 기회로 삼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