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에서 언급된 토카이 테이오(이하 '테이오')와 더불어 애니메이션에서 제2의 주인공급으로 조명되어 큰 인기를 얻은 라이스 샤워는 토카이 테이오 못지않은 파란만장하고 감동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라이스 샤워도 테이오처럼 잦은 골절에 시달리고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평생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토카이 테이오와 달리, 라이스 샤워는 커리어 내내 대기록을 저지했단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악역이란 꼬리표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선 이러한 라이스 샤워의 스토리를 조명해 놀라운 고증과 더불어 소름 돋는 연출을 보여줘 당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당시 우마무스메 인기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주인공인 토카이 테이오를 누르고 라이스 샤워가 랭킹 1위의 자리에 앉기도 했습니다.

라이스 샤워가 굉장히 높은 인기를 얻은 시점에서 게임이 오픈되어 초기 스타트 대시 티켓을 통해 라이스 샤워를 선택하는 유저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라이스 샤워의 육성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하다 보니 일명 '초보 절단기'라는 별명이 추가되어 원본 경주마의 악역 이미지까지 더해져 웃지 못할 해프닝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 혹자는 라이스 샤워를 정배의 심판자 혹은 역배의 신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 요도를 사랑한 고고한 스테이어 라이스 샤워

○ 위대한 외조부의 능력과 산악지대 목장에서의 훈련

라이스 샤워는 외조부 마르젠스키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스퍼트 능력을 계승 했으며, 거친 성격이 대부분인 서러브레드 중에서 드물게도 굉장히 온순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게다가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해 훈련에도 순순히 응하며 또래 말 중에서 가장 육성 진도가 빨랐다고 합니다.

훈련 습득 속도도 빠르며 타고난 다리의 재능을 지닌 채 산악지대 목장에서 자란 덕분에 라이스 샤워는 어린 시절부터 비범한 레이스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을 산지의 경사에서 뛰놀며 훈련한 경험은 훗날 라이스 샤워가 대활약하는 교토 레이스장의 시그니쳐인 고저 차 4m 언덕을 공략하는 무기가 됩니다.

2세가 되어 1,000m 단거리 데뷔전을 1착으로 통과했지만, 직후 G3 레이스인 니가타 주니어 스테이크스에선 마군에 갇혀 나오지 못한 채 그대로 11착 참패를 기록하고 맙니다.

G3 레이스에서 쓰디쓴 참패를 교훈 삼아 라이스 샤워 진영은 전략을 다시 세우고 한 단계 낮은 후요 스테이크스(OP)에 참가해 1착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오른쪽 앞다리에서 골절이 발견되어 전치 3개월 판정 받고 맙니다.

마르젠스키의 뛰어난 호각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마르젠스키가 일찍 은퇴하게 된 원인인 불안한 다리의 내구성까지 물려받고 만 라이스 샤워는 이 첫 번째 골절 이후 평생을 습관성 골절에 시달리게 됩니다.

▲ 아쉽게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에선 마르젠스키와 라이스 샤워의 관계가 언급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 G3 레이스에선 참패를 맛봤지만, 데뷔전과 후요 스테이크스에선 우승했기에 장래가 기대되었습니다.


○ 숙적 미호노 부르봉과의 만남

골절 후 약 6개월 만에 스프링 스테이크스(G2)로 복귀한 라이스 샤워는 이때 숙명의 라이벌이 되는 미호노 부르봉과 처음 만나게 됩니다. 미호노 부르봉은 당시 2세 데뷔전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2세 500만 이하 레이스도 압도적인 차이로 1착, 아사히배 퓨처리티 스테이크스(G1)도 제패해 91년 데뷔한 말 중 최강의 괴물이라 불리고 있었습니다.

미호노 부르봉 외에도 사쿠라 바쿠신 오, 마치카네 탄호이저 등 쟁쟁한 멤버들이 스프링 스테이크스에 참가했으나, 결과는 미호노 부르봉과 2착 이하 말들과 7마신 이상 차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끝났습니다.

클래식 삼관의 첫 무대인 사츠키상을 위해 이후 영혼의 콤비가 되는 마토바 기수로 기수를 변경하고 야심 차게 준비했으나, 결과는 스프링 스테이크스와 마찬가지로 미호노 부르봉의 압승과 8착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이 남았습니다. 이후 일본 더비를 대비해 당시 G2 레이스였던 NHK배에 출전했으나 마군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츠키상과 마찬가지로 8착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일본 더비에서 다시 만나게 된 라이스 샤워와 미호노 부르봉, 마토바 기수는 당시 반드시 저 괴물을 꺾어보겠다는 의지가 가득 찬 상태였으며, 철저히 미호노 부르봉을 마크하는 전략을 선보입니다. 마토바 기수의 전략이 들어맞았는지 4코너에서 미호노 부르봉 바로 뒤까지 쫒아 붙였지만, 최종 직선에서 승부가 갈려 아쉽게도 4마신 차이, 2착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하지만, 당시 16번 인기였던 라이스 샤워 입장에선 엄청난 대이변, 게다가 일본 더비의 2착은 일본 전국 3세마 중 두 번째로 강한 말이란 뜻으로 다른 레이스의 2착과는 비교가 안 되는 무게감을 지닌 자리였습니다. 이에 라이스 샤워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이후 세인트 라이트 기념(G2), 교토 신문배(G2)도 연속으로 2착이란 성적을 달성해 얼마 전 까지만해도 무명이었던 라이스 샤워는 국화상(G1) 출전 시 무려 2번 인기를 달성합니다.

▲ 미호노 부르봉은 2세마 관련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뒤 무패 클래식 삼관에 도전했습니다.

▲ 국화상까지 미호노 부르봉과의 상대 전적은 4전 4패 하지만,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 미호노 부르봉의 무패 3관을 저지하다.

라이스 샤워는 국화상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교토 신문배에서 2착이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결국 1착은 미호노 브루봉이었습니다. 이로써 미호노 부르봉과 상대 전적은 4전 4패 하지만, 사츠키 상에선 대차, 일본 더비에선 4마신 차이였던 미호노 부르봉과의 차이를 무려 1마신 반 차이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분명히 미호노 부르봉과 라이스 샤워 사이의 간극은 점점 좁혀지고 있었으며, 특히 국화상은 라이스 샤워의 장점인 스태미너를 극대화할 수 있는 3,000m 장거리 코스였기에 라이스 샤워의 진영은 이번에야말로 저 괴물을 꺾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호노 부르봉과 라이스 샤워는 각각 1번 인기와 2번 인기였지만 미호노 부르봉의 우승 배당은 단승 기준 약 1.5배, 라이스 샤워의 우승 배당은 약 7배로 둘 사이엔 실력 그 이상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관서 말의 무패 삼관 전설을 기대하는 요도의 관중들 입장에선 라이스 샤워는 그저 전설의 일부분이 되어줄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죠.

레이스가 시작되자 쿄에이 보우건이 예고했던 대로 도주 작전을 펼쳐 선두로 나서버려 장거리 레이스에서 소모전을 의식한 미호노 부르봉은 평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켜내는 전략을 포기하고 물러납니다. 라이스 샤워도 도주마 끼리의 신경전을 보고 평소처럼 미호노 부르봉을 철저히 마크하기보단 선두 싸움을 지켜보고 약해질 때를 노리는 전략으로 변경합니다.

예상대로 쿄에이 보우건이 오버페이스로 달려 그에 끌려가듯 미호노 부르봉의 페이스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레이스 막바지 먼저 체력이 떨어진 건 쿄에이 보우건이었으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미호노 부르봉이 선두로 치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때를 기다린 라이스 샤워가 곧바로 미호노 부르봉 옆으로 바짝 다가서고 최종 직선에서 마침내 라이스 샤워가 5번의 레이스 만에 미호노 부르봉을 제치고 처음으로 G1 레이스에서 우승하게 됩니다.

세간의 반응은 라이스 샤워 진영의 기대와는 달리 매우 냉랭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모든 언론이 승자인 '라이스 샤워'가 아닌 패자인 '미호노 부르봉'을 주목하며, 1992년 국화상은 라이스 샤워가 이긴 국화상이 아니라 미호노 부르봉이 이기지 못한 국화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라이스 샤워가 잘해서 우승한 게 아니라 이기지도 못할 허약한 쿄에이 보우건이 멋대로 폭주해 미호노 부르봉이 페이스를 흐트려서 우연히 얻어걸렸을 뿐이라며 라이스 샤워의 우승을 깎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라이스 샤워의 우승 기록은 3분 5초 0 기존 기록을 0.4초나 단축시킨 신기록이었지만, 결국 영광스러운 첫 G1 우승 순간에 라이스 샤워는 12만 관중 앞에서 박수 대신 야유를 받으며 영광의 주인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악역(ヒール)이란 낙인이 찍히고 맙니다.

▲ 미호노 부르봉의 무패 삼관을 달성 직전에 부숴버린 라이스 샤워에겐 악역이란 낙인만이 남았습니다.
(출처 : JRA公式チャンネル 유튜브)

▲ 국화상을 제패했지만, 라이스 샤워에게 돌아온 건 축복이 아닌 욕설과 야유였습니다.

▲ 당시 신문에도 승자인 라이스 샤워의 신기록보다 미호노 부르봉 패배가 대서특필 되어 있습니다.


○ 관서 말의 대기록을 연달아 저지하는 악역(ヒール), 관동의 자객

그 후 라이스 샤워는 국화상 우승마기 때문에 팬 투표에 선정되어 아리마 기념에 초대받았으나, 8착이란 아쉬운 성적으로 클래식 시즌을 마무리합니다. 1993년엔 장거리 레이스의 꽃 텐노상 (봄)을 목표로 삼고 그에 대한 준비 운동으로 G2 레이스 2개에 나가 각 2착, 1착이란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1993년 텐노상 (봄)에는 숙적 미호노 부르봉이 부상 때문에 불참 했지만, 1991, 1992년 텐노상 (봄)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제패한 현역 최강이라 불리우는 '메지로 맥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메지로 맥퀸 역시 관서 출신의 말이다 보니, 교토 레이스장은 관서의 말이 달성할 전무후무한 텐노상 (봄) 3연패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잠시 후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라이스 샤워가 패독에 입장하자 웃고 떠들고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습니다. 당시 라이스 샤워는 가뜩이나 작은 몸체가 평소보다 더욱 홀쭉해져 있었으며, 온순했던 라이스 샤워의 눈빛이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날카롭고 무시무시하게 변해 있었다고 합니다.

잠시 후 게이트 앞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격 문제로 고생시킨 적 없던 메지로 맥퀸이 이상할 정도로 민감해져 게이트 진입을 거부하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이를 진정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소모되었고 평소와 다른 메지로 맥퀸의 모습을 본 교토 레이스장의 관중들은 불안함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레이스가 시작되고 라이스 샤워는 후방에서 조용히 메지로 맥퀸을 바라보고 때를 기다립니다. 시간이 흘러 2바퀴째의 3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메지로 맥퀸이 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라이스 샤워도 스퍼트를 올려 후방에서 눈 깜짝할 새에 메지로 맥퀸의 뒤에 따라붙습니다.

4코너를 빠져나가는 시점에선 메지로 파머, 메지로 맥퀸, 라이스 샤워 세 마리가 머리를 나란히 했으나, 마지막 직선 코스에서 라이스 샤워의 뒷심이 폭발해 점점 차이를 벌리더니 그대로 골인했습니다. 당시 전광판에 나타난 기록은 기존 3,200m 기록에서 무려 1.7초나 단축된 3분 17초 1!

오직 대회를 위해 극한까지 육신을 깎고 피를 토하는 노력 끝에 이루어낸 영광의 기록이었지만, 작년 가을에 이어 또다시 관서 지역 최고의 경마장에서 관서 말의 전대미문의 대기록 달성을 두 번이나 저지해버린 관동의 말 라이스 샤워에게 내비치는 관중의 반응은 오직 욕설과 야유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계 중 '스기모토 아나운서'가 무심코 외친 관동의 자객이란 단어가 그대로 라이스 샤워를 상징하는 별명이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수많은 관중에게 라이스 샤워의 이미지가 악역(ヒール)으로 굳어졌습니다.

▲ 현역 최강, 메지로 맥퀸의 전무후무한 대기록에 비수를 꽂아버린 라이스 샤워
(출처 : JRA公式チャンネル 유튜브)

▲ 관서 최대의 경마장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을 두 번이나 저지해버린 관동의 말 라이스 샤워

▲ 2012년 텐노상 (봄) 광고의 라이스 샤워를 모티브로 애니메이션 연출을 만들었다 합니다.


○ 최강을 쓰러트린 대가? 끝이 보이지 않는 슬럼프

텐노상 (봄)을 위해 라이스 샤워를 너무 혹사 시킨 걸 잘 알고 있던 라이스 샤워 진영은 타카라즈카 기념 출전을 포기하고 장기 방목을 경정하고 라이스 샤워를 장기 휴양 보내기로 합니다.

약 5개월 뒤 복귀전으로 G3 레이스인 올 커머에 보냈으나 3착이란 G1 2승 우승마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기록합니다. 그 후 가을 고마 3연전 텐노상 (가을), 재팬 컵, 아리마 기념에 모두 출전시켰지만, 6착, 14착, 8착이란 참담한 성적표와 타고난 투쟁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라이스 샤워의 모습만이 남고 말았습니다.

라이스 샤워의 진영은 투지를 되살리기 위해 막연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관서 지역 경기에 출전하기로 결심하고, G2 레이스인 교토 기념에 출전시킵니다. 비록 결과는 5착이었으나, 거짓말처럼 투지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작년에 1번 인기로 1착을 달성했던 닛케이상(G2)에서 2착을 달성하고 작년의 투지를 되찾았다고 판단한 라이스 샤워 진영은 텐노상 (봄) 2연패를 위해 다시 하드 트레이닝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레이스 1주일을 앞두고 오른쪽 앞다리 골절이 재발해 텐노상 (봄) 2연패의 꿈은 그렇게 물거품이 돼버리고 맙니다.

나이의 문제도 있고 같은 부위의 골절 재발은 이후 마생에도 큰 영향을 주니 골절을 치료하는 대로 은퇴시키고 라이스 샤워를 씨수말로 전업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체구가 너무 작고, 점점 중거리 계열로 재편되어가는 일본 경마에서 3,000m 이상 실적밖에 없는 라이스 샤워에게 씨수말 제안은 단 한 건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길은 다시 레이스에 복귀해 라이스 샤워의 가치를 증명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장기 요양에 들어가고 약 9개월 뒤 복귀의 무대로 아리마 기념에 초대받게 됩니다.

1994 아리마 기념에는 통상 전적 13전 10승을 비롯해 클래식 3관을 달성한 괴물 나리타 브라이언과 통산 전적 11전 8승 2착 3회인 최강 암말인 히시 아마존이 있었으며, 5세의 라이스 샤워는 5착에만 들어도 다행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스 결과는 놀랍게도 라이스 샤워 3착, 5세의 고령 그것도 장기 부상에서 막 돌아왔다곤 생각지 못할 정도의 기백을 보여준 라이스 샤워는 노체를 이끌고 젊은 두 괴물에게 정면에서 도전하는 놀라운 투쟁심을 보여주며, 자신의 부활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 최강을 꺾은 대가(?)로 라이스 샤워는 2년 동안 긴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 악역(ヒール)에서 영웅(ヒーロー)으로

라이스 샤워가 가장 자신 있는 3,200m 레이스인 텐노상 (봄)을 목표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사기 진작과 몸풀기를 위해 G2 레이스인 교토 기념과 닛케이상에 출전했으나, 6세의 라이스 샤워에게 60kg에 달하는 핸디캡은 너무 버거워 연속 6착이란 아쉬운 성적을 기록합니다.

3,200m 레이스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괴물 나리타 브라이언의 존재는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회 직전 나리타 브라이언이 부상으로 불참 선언을 합니다.

6세의 노체로 전성기인 나리타 브라이언을 이기는 건 불가능해 보였기에 나리타 브라이언의 불참은 다행이었지만, 라이스 샤워의 주특기인 최강마를 마크하는 전략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기 당일 G1 우승마가 라이스 샤워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4번 인기라는 다소 아쉬운 위치였습니다. 그 후 경기가 시작되고 무난히 진행하다 무려 800m를 남겨두고 라이스 샤워가 롱 스퍼트를 걸어 선두로 치고 나가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비록 골 직전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체의 라이스 샤워에게 남은 가능성은 이것뿐이라 판단한 마토바 기수의 전략이었습니다.

그 후 200m를 남긴 지점까진 여유롭게 선두를 유지했으나, 우려한 대로 점차 라이스 샤워의 힘이 빠져 외곽에서 무섭게 쫒아오는 스테이지 챔프와 거의 동시에 골 지점에 들어왔습니다. 패배를 직감했으나, 사진 판독 결과 10cm 차이 승리, 기록은 3분 19초 9였습니다. 비록 2년 전 기록에는 도저히 못 미쳤지만, 바로 이 교토 레이스장에서 2년 전에 메지로 맥퀸을 꺾은 뒤 무려 728일 만에 맛보는 승리였죠.

마토바 기수는 관동의 말이 우승했으니 이번에도 환영받지 못하리라 생각해 조용히 퇴장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교토의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라이스 샤워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게다가 미호노 부르봉과 메지로 맥퀸의 대기록을 저지한 과거의 라이스 샤워를 저주했었던 스기모토 아나운서도 "아마도, 아마도 메지로 맥퀸과 미호노 부르봉도 기뻐하고 있을 테죠"라는 멘트와 함께 기적과도 같은 라이스 샤워의 승리를 축복해주었다고 합니다.

대기록을 눈앞에 둔 관서의 두 영웅을 저지하며 악역(ヒール)취급 받던 말이었지만, 교토의 땅에서 노령의 몸을 이끌며 분투해 현역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은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어 수많은 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판정에서 라이스 샤워의 승리가 확정되었을 때, 지금까지의 원한 그리고 출신 지역과 관계 없이 라이스 샤워는 교토(요도)에서 가장 활약한 영웅(ヒーロー)이 되었습니다.

▲ 관동의 자객이라 불리며 악역 취급받던 라이스 샤워가 영웅이 된 1995 텐노상 (봄)
6분 27초 경 "아마도, 아마도 메지로 맥퀸과 미호노 부르봉도 (라이스 샤워의 승리를) 기뻐하고 있을 테죠"
(출처 : カンテレ競馬【公式】 유튜브)

▲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라이스 샤워의 스토리는 게임 내 메인 스토리에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요도를 사랑한 고고한 스테이어 요도에서 잠들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텐노상 (봄)의 피로 회복을 위해 타카라즈카 기념에는 참가하지 않고 방목할 예정이었지만, 팬 투표에서 10만 표가 넘는 몰표를 획득해 라이스 샤워가 1위로 타카라즈카 기념에 선출되었습니다.

팬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는 프로 스포츠, 이제야 팬들에게서 주역으로 인정받은 라이스 샤워 입장에선 부상도 아닌 단순 휴양을 이유로 불참하긴 어려웠으며, 거기에 이번 타카라즈카 기념은 '지진 복구 지원'이란 명목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진의 여파로 개최지가 한신 레이스장에서 요도 즉 '교토 레이스장'으로 변경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어 라이스 샤워 진영은 타카라즈카 기념에 출전하기로 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팬을 위한 결정을 해서 하늘이 감동했는지, 타카라즈카 기념 출전을 위해 트레이닝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JRA에서 은퇴 후 씨수말 지원 제안까지 들어옵니다. 이로써 라이스 샤워의 노후는 완전히 보장되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주역으로써의 피날레만 장식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당일 라이스 샤워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정도로 패기와 투쟁심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스타트부터 평소와 달리 후방으로 쳐져 불안함을 느낀 마토바 기수는 승패보다는 라이스 샤워의 안전을 위해 무사히 완주하자며 안전하게 달리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그런 마토바 기수를 비웃듯이 운명은 잔인하게도 라이스 샤워가 무사히 완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4코너에 진입할 때 라이스 샤워가 중심을 잃으며 쓰러지고 끝까지 파트너를 지키려 했던 마토바 기수까지 땅바닥에 내던져지고 맙니다.

그 후 사고 현장의 천막 안에서 의사들이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오른쪽 앞다리의 상태가 너무나도 참혹해 결국, 회생 불능 판정을 받고 라이스 샤워는 안락사의 운명을 맞이하고 맙니다.

사고 원인은 라이스 샤워를 평생 괴롭힌 오른쪽 앞다리의 개방 골절, 그 보기에도 매우 잔혹하고 잔인한 사고는 수많은 경마팬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줘 1995년 타카라즈카 기념은 불문율로 취급되어 일본 경마계에선 지금까지도 이 대회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통산 전적 25전 6승, G1 3승 관동 출신의 말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요도에서 빛났던 라이스 샤워는 요도에서 피어나고 요도에서 슬픈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요도의 영웅 라이스 샤워의 파란만장하고 처절했던 레이스와 위대한 라이벌들과의 전설적인 승부들과 기록들은 경마 팬들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 한 참배객이 우마무스메 라이스 샤워의 상징인 파란 장미를 헌화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출처 : 좌 - 위키피디아 / 우 - 佐々木 트위터)



■ 가장 육성하기 어려운 우마무스메? 조금 억울한 라이스 샤워의 대한 선입견

게임 내 라이스 샤워는 초기 3성 우마무스메로, 스타트 대시 티켓을 통해서 영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 대시 티켓으로 오구리 캡, 타이키 셔틀과 같은 더트 육성이 가능한 우마무스메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8화를 감명 깊이 봤거나, 육성 난이도가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라이스 샤워를 선택해 하드 모드를 즐기려는 트레이너가 꽤 많은 편입니다. 특히 라이스 샤워의 육성 난이도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라이스 샤워 육성 난이도 상승의 원인

1. 근성 20%라는 최악의 성장 보너스
2. 원본 경주마의 고증에 맞춰 육성 중 출현 라이벌이 더욱 강화된 상태로 참전
3.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장거리 레이스가 모두 육성 목표로 설정됨
4. 의욕 하락 이벤트 발생 확률이 다른 우마무스메보다 높은 편


라이스 샤워의 육성 난이도의 대한 괴담은 게임 초기에 시작부터 라이스 샤워를 선택한 유저가 많아 부풀려졌을 뿐이며, 가장 어려운 육성 난이도의 우마무스메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너가 가장 육성하기 쉬운 도주마로 입문하다 보니 중/장거리마의 육성 운영이 익숙하지 않고 여러 우마무스메 육성을 해보지 않아 일어난 해프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보 트레이너 추천 우마무스메인 사쿠라 바쿠신 오를 비롯한 여러 도주마는 무한 스피드 훈련과 레이스 시 도주 각질만 사용하면 쉽게 육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거리마의 경우 스피드, 스태미너뿐 아니라 파워 스탯까지도 신경을 써줘야 모든 육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 초기엔 육성 목표에 맞춰 목표 스태미너 스탯을 숙지하고 파워 스탯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유저가 적다 보니 라이스 샤워 육성 중 URA 파이널즈는 커녕 텐노상 (봄), 아리마 기념(시니어 급)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잦아 육성 난이도가 어렵다는 소문이 더 크게 부풀어진 것입니다.

의욕 하락 이벤트 발생 확률 건도 라이스 샤워의 불행 속성이 돋보여 더 크게 와닿을 뿐 실제 확률로 따지면 마야노 탑건, 마치카네 후쿠키타루 등 이 분야에 더 쟁쟁한 우마무스메가 있습니다. 가장 확률이 높지 않을 뿐, 라이스 샤워의 의욕 하락 이벤트 발생 확률도 높은 편에 속하므로, 반드시 육성 시엔 친구 속성 서포트 카드를 채용해 사고에 대비하길 추천합니다.

▲ 스토리, 고유 스킬의 연출 모두 훌륭하지만, 근성 20% 보너스가 너무 아쉽습니다.

▲ 라이스 샤워의 고유 스킬 연출은 초기 우마무스메 중 최상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스토리 이벤트에선 라이스 샤워가 주역이 되어 한층 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