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포머 초보도 쉽고 재미있게 하는, 입문용 게임의 부활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가 7월 7일 출시한 '바람의 크로노아 1&2 모험의 시작'은, 1997년 출시된 '바람의 크로노아'와 2001년 출시된 '바람의 크로노아2'를 합본으로 묶어서 현 세대 콘솔 및 PC용으로 리마스터해서 내놓은 작품이다. 바람의 크로노아 출시일을 기점으로 하자면, 약 25년이 지난 게임을 지금 다시 내놓은 셈이다.

2008년에 1편이 Wii로 한 차례 리메이크되긴 했지만, 오랜 시간 소식이 없다가 합본 리마스터가 된 작품인 터라 다소 갑작스러울 수는 있겠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던 유저를 빼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오죽하면 게임 타이틀명만 듣고 소녀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서정적인 작품으로 알았다가 나중에 그게 아닌 걸 보고 당황했다는 일화가 있었을까.

라떼는 이런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출시 당시 원작을 직접 플레이했던 입장에서 '바람의 크로노아' 시리즈는 단순히 넘어갈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쉽고도 재미있는, 그래서 어린 시절에도 부담 없이 플레이했고 나이가 든 지금도 그 짜임새에 새삼 감탄하는 그런 작품이었으니까.

게임명: 바람의 크로노아 1&2 모험의 시작
(KLONOA Phantasy Reverie Series)
장르명: 액션 플랫포머
출시일: 2022. 7. 7.
리뷰판: 1.01
개발사: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PS, Switch
플레이: Switch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플랫포머가 어렵다고? 쏘고, 잡고, 던지기에 버튼 두 개만 알면 클리어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포머 장르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어렵다'라는 인식이 자리잡힌 장르이기도 하다. 점프와 이동이라는 기본기 위주로 구성되어있어 누구나 다 이해는 할 수 있긴 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는 무난히 나아갈 수 있다. 초반에는 점프로 뛰어넘거나 적을 밟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갖고 와서 던지면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한 스테이지들이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플랫포머가 처음 태동하던 시절에는 리소스 문제로 텍스트도 최소화해야했기 때문에 일일이 그걸 다 설명해주진 않았다. 그래도 때로는 이해하지 못해서 좌절해버리는 진짜 초보 유저들을 위해 아주 기초부터 알 수 있도록 맛보기식으로 스테이지를 짠 뒤 차츰차츰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스테이지를 설계해왔다. 그리고 접대용 구간이 지난 뒤, 그걸 응용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스테이지의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렵다.

이론상 그냥 점프하고 달리고 던지면 그만인데, 한 번 삐끗하면 아웃되는 장애물 구간이나 중간중간 성가시게 하는 적들을 배치해서 평정심을 잃고 실수를 유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청기백기를 느릿하게 할 때야 안 틀리지만, 조금 더 빨라지거나 말을 꼬아버리면 자기도 모르게 실수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 잘못 점프하면 보통은 리트가야하지만 크로노아에서는 날갯짓으로 세이프 가능

그런 매콤한 맛과 이를 극복하느라 흘러가는 플레이타임도 게임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긴 하다. 그렇지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냥 간단하게 플레이하고 싶을 뿐인데, 가면 갈수록 뭔가 어렵고 자꾸 죽기만 하면 의욕이 나진 않으니 말이다. 특히나 플랫포머 대부분이 위압감과 경외감을 느끼고 바라보게 되는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정감있고 고전적인 그래픽이다보니 옛 추억에 잠겨서 하다보면 당혹스럽기도 하다. 옛날엔 이보다 잘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럴까 하는 그런 느낌까지도 든다.

'바람의 크로노아'는 리마스터 전부터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던 게임이었다. 구성부터가 굉장히 간단하다. 점프하고, 바람의 구슬을 쏴서 적을 잡고, 던지는 세 가지 동작과 점프-쏘기 두 버튼과 방향키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여느 플랫포머나 마찬가지겠지만, 그걸 응용해서 풀어가야 하는 스테이지의 디자인이 놀랄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 쏘고 던지고 점프하고, 이거만 알면 OK다

바람의 구슬을 쏴서 적을 잡아 던져서 장애물을 부수거나, 아래로 쏘면서 그 반동으로 높이 뛰어오르거나 혹은 아래에 있는 상자를 부수고 진로를 개척하는 등. 응용 동작들의 활용처도 눈에 딱 들어온다. 부술 수 있거나 반응할 수 있는 것에는 X마크가 일괄적으로 쳐있으니, 새로운 게 보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는 식이다.

여기에 적도 굉장히 직관적으로 디자인이 되어있어 처음 보는 적도 공략법이 쉽게 예측이 된다. 방패를 들고 있으면 뒤에서 치면 되겠다거나 스프링을 달고 있는 적은 점프하는 사이에 아래로 파고들어서 뒤에서 쏘면 되겠다 등등. 게다가 멀리에서 무언가를 쏴대면서 귀찮게 구는 유형의 적은 궤도도 일정하고 탄속도 느린 데다가 발사 간격도 길어서 대응하기도 수월하다. 무엇보다도 점프하다보면 가끔 도약거리가 티모 미터 수준으로 부족해서 떨어질 때가 가끔 있지 않나. 그걸 방지해주는 날갯짓은 플랫포머 초보들에게 있어서 정말 구원과도 같다.


▲ X표가 쳐져있으면 1, 2 막론하고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면 된다

적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어려워지기도 하고, 같이 동봉된 '바람의 크로노아2'에서는 적의 종류뿐만 아니라 적을 잡아서 활용하는 기믹도 여러 개가 추가되면서 1편보다 체감상 어렵긴 하다. 그렇지만 1과 기본적으로 달라진 건 크게 없으니, 1편 이후에 추가 스테이지 감각으로 플레이하기엔 무리는 없다. 보드를 타고 가는 스테이지는 1과 감각이 크게 차이가 나고, 위아래가 바뀐다거나 퍼즐 기믹도 여럿 더 생기긴 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한 번에 여러 기믹이 추가되는 게 아니다보니 차근차근 적응해나가면서 끝까지 클리어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정 안 된다고 하면, '쉬움' 난이도도 있으니 크게 무리가 없다.

▲ 2에서는 보드를 타는 스테이지가 좀 컨트롤이 필요하긴 하지만

▲ 위급하다 싶으면 일단 점프 후 파닥파닥(?)이면 거진 만사형통이니 안심



쉬운데 재미있다고? 단순한 조작법을 120% 활용한 어드벤처형 기믹과 디자인의 힘

▲ 약점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니 걱정은 좀 덜었다

이런 말만 들으면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나 의문이 들 것이다. 종종 쉽다는 말은 싱겁다를 넘어 고난과 역경을 컨트롤로 극복하는 재미가 없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컨트롤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쉽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을 반기는 유저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통상 게임을 좀 안다 싶은 사람은 나중에 난이도를 스리슬쩍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허세를 부려보고 좀 어렵게 하고 싶은 게 도리 아니겠나.

좀 더 덧붙이자면, '바람의 크로노아'가 쉽다는 것은 플랫포머의 기본을 알고, 어느 정도 대처가 된 유저의 입장에서다. 점프해서 이동하고, 적을 없앤다는 개념까지는 알지만 적을 잡은 다음에 아래로 던진 반동으로 2단 점프를 한다던가 하는 응용 동작까지 활용하거나 이걸로 기믹을 푼다는 개념은 플랫포머가 손에 안 익은 유저라면 적응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이 게임에서는 그런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익힐 타이밍을 주면서, 악의적으로 배배 꼬아두거나 혹은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으면 익숙해질 때까지 죽어야지 이런 설계를 초중반에 철저하게 배제했다. 예를 들어 점프해서 올라타야 하는데 발 디딜 틈도 없는 좁은 발판에 무언가를 쏴대는 적이 버티고 있다거나, 그 때문에 한 대 잘못 맞아서 움찔하면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체크 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매운 상황이 벌어지는 구간이 플랫포머면 하나둘 있기 마련이다.

▲ 이런 악의적인(?) 구성은 후반부터 나온다

▲ 2에서는 더 다양한 적들과 기믹을 활용하는 퍼즐 풀이 요소가 강화됐다

그게 극초반을 지나서 중반부터 보통 시작되는데, '바람의 크로노아'는 중반부에는 보완책을 마련해두고 하트도 여유가 있어서 시도하는 것에 부담이 적다. 또 꼬인 패턴들이 연달아서 등장하는 일도 후반 스테이지에 가야 있기 때문에 초중반은 무난하게 통과할 수도 있다. 그렇게 기본적인 컨트롤을 극한(?)까지 깎아내면서 때론 악의적이고 때론 매콤한 스테이지들을 돌파하는 재미를 덜어낸 대신, 이 작품은 여러 퍼즐을 풀고 기믹을 풀면서 나아가는 어드벤처 요소를 가미해 맛을 살렸다.

왔던 길을 때로는 열쇠를 얻은 뒤에 되돌아와서 다른 통로로 가거나 한 번 잡아채면 일정 시간 뒤에 폭발하는 붓피 같은 적을 잡아다가 스위치쪽에 던져두고 터지기 전에 발판에 올라가는 등, '바람의 크로노아'의 스테이지는 단순히 일직선으로 스테이지를 쭉 가는 형태가 아니다. 가면 갈수록 퍼즐 혹은 오픈월드 어드벤처가 떠오를 정도로 치밀하게 기믹이 짜여져있다.


그것도 점프, 던지기, 바람의 구슬 쏘기, 아래로 던지면서 2단 점프라는 네 가지 조작법만 쓰면 풀 수 있는 방식이고, 약간 어렵다 싶은 것은 스토리 연출로 힌트가 제공된다. 그래서 힌트를 찾으려고 골머리를 싸매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컨트롤로 기믹을 풀이하는 코어에만 집중하게끔 했다. 쉽다고 했던 게임에 '코어'라고 했으니, 기믹을 풀이하는 건 플랫폼을 극복하는 것보다 좀 더 어렵긴 하다. 그래도 의도치 못한 요소 때문에 실수해서 죽고 처음부터 가는 것보다는, 목표가 훤히 보이는 상태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게 성취감이 더 빨리 오지 않나.

'바람의 크로노아2'는 보드 스테이지나 기믹도 더 추가되다보니 좀 복잡하다. 가다가 한 번 놓치면 올 콜렉을 하기 위해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구간도 늘었고, 시간 내로 탈출하지 못하면 타임 오버되는 곳도 있어 기믹을 빨리 풀고 컨트롤 미스도 줄여야 하는 등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진 편이다. 그래도 조작법 자체가 바뀐 것도 아니고, 기믹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건 동일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는 횟수만 조금 늘어난 정도다. 그리고 체크 포인트도 곳곳에 잘 잡혀있으니, 한 번 실수했다고 해서 저 멀리 돌아오는 일도 드물다.

▲ 야잇 살짝 늦어서 다시 모으러 와야하네....



난이도도 추가했지만 공백을 채우기엔 아쉬운 볼륨


이미 쉽다는 소리가 나왔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겠지만, '바람의 크로노아'의 플레이타임은 생각보다 짧다. 보통 난이도로 플레이했을 때 한 6시간 정도, 올 콜렉에 어려움 모드 클리어까지 감안한다고 치면 14시간 정도다. 그것도 이번 작품이 바람의 크로노아1&2 같이 들어있는 합본이라 1, 2 다 클리어한 시간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다.

플레이타임 즉 양이 게임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겠지만, 최근 게이머들에게는 그 돈을 주고서 얼마나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냐가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지 않던가. 이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게임이 여타 미디어에 비해서는 긴 시간을 소모한다고 하지만, 플레이타임을 중시하는 유저는 보통 20시간도 짧다고 하는 일이 많으니 말이다.

▲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1편의 엑스트라 스테이지는 꼭 해보자

그 짧은 플레이타임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려움 난이도도 추가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어려워진 건 맞아서 나름 해볼 맛은 있다지만, 어려움 모드를 클리어해야 할 뚜렷한 목표가 주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타임어택 모드는 있어서 보스를 빨리 클리어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맛이 있다지만, 최종 보스 정도를 제외하면 패턴이 딱히 어렵다거나 하지 않아서 크게 의미가 없다. 그나마 엑스트라 스테이지는 고난도긴 하지만, 그것 외에는 자극이 될만한 포인트는 적다.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하려면 특전이나 스토리 같은 것이라도 뒷받침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런 점에서도 바람의 크로노아1&2 둘 다 아쉽다. 다소 올드한 그래픽이긴 해도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고양이 크로노아와 여러 친구들이 동화 같은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처음에 눈길이 확 끌리긴 한다.

1편에서 언급되는 '꿈'에 대한 이야기와 반전은 꽤나 갑작스러워서 놀랍기도 하고, 2편에서는 각각 나라들마다 다른 분위기를 플레이로 직접 체감하면서 맵 디자인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놀란다. 그런데 그것에 한껏 몰두하기도 전에 게임은 어느 새 끝을 향해 달려가다보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 1, 2 둘 다 꿈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 최신 그래픽은 아니지만 그 틀 안에서 몽환적인 세계와 여운이 남는 모험을 만들었다. 분량이 좀 짧을 뿐





리마스터됐다고는 하지만 다소 올드한 감이 남아있는 동화풍의 그래픽에 플랫포머, 이 두 가지만 놓고 보자면 '바람의 크로노아'는 왜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부활했나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최근에 다소 찾아보기 힘들었던, '쉽고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정의에 이만큼 잘 부합하는 게임도 드물 것이다. 일부러 어렵게 배배 꼬아두지 않아도, 단순한 조작법과 잘 짜인 구성으로 스무스하게 하나하나 과제를 풀어가며 성과를 내는 재미를 확실히 갖춘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플랫포머라는 장르의 역사는 크로노아보다 훨씬 오래됐고, 그 긴 역사를 쭉 이어오면서 꾸준히 발전해온 경쟁작도 많은 작품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마리오냐, 크로노아냐 물어보면 선뜻 크로노아를 고르기 어렵지 않을까.

더군다나 '바람의 크로노아' 시리즈는 리마스터다보니, 최근 트렌드에 맞춰서 볼륨이나 여러 요소들을 갖춘 여타 플랫포머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다소 올드한 그래픽을 걷어내고 보면, 유저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그 오랜 고민이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돋보인다.

옛날 게임, 특히 플랫포머하면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감히 말하자면 '바람의 크로노아'만큼 플랫포머 입문용으로 적합한 게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작법이 간단한 건 물론이고 점프 조금 미스해도 날갯짓으로 어느 정도 커버도 되는 데다가, 악의적이거나 배배꼬인 디자인 없이 점프하고 쏘고 달리는 기본의 재미를 충실히 살려냈기 때문이다. 플랫포머계의 최고는 아니지만, 그 매력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참고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니 플랫포머에 관심이 있다거나 혹은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권하고 싶다면 '바람의 크로노아'에 주목해보자.

▲ 점프 울렁증(?)이 있어서 플랫포머를 못해봤다면, 한 번 훑어보고 판단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