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5일, 공식 한국어화와 함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소울 해커즈2'는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에게 생소한 타이틀이긴 합니다. 정식 넘버링 후속작이지만, 원작인 데빌 서머너 소울 해커즈가 출시된 지는 이미 25년 전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요즘 게이머라면 아틀러스에서 가장 최근 출시한 진 여신전생 시리즈나 '페르소나 5'같은 작품들이 더욱 친숙할 것입니다.

그러나 25년만에 출시되는 후속작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던 것은 아무래도 개발사인 아틀러스일 터입니다. 몇 달 전 진행된 '소울 해커즈2'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전작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인 점을 강조했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게임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서머너즈 가이드'를 기사를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여섯 차례나 배포했습니다.

아틀러스의 이러한 노력은 이미 수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와 비교해 좀 더 매니악한, '소울 해커즈'라는 IP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 보였지만, 동시에 '시작하기도 전에 6편이나 되는 가이드 영상을 볼 만큼 복잡한 게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세가퍼블리싱코리아가 최근 마련한 '소울 해커즈2' 사전 체험회같은 기회는 꼭 필요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무리 출시 전부터 여러 가지 영상을 보고 숙지한다고 해도 실제로 해보는 것 만큼 확실한 경험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전 체험은 약 2시간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소울 해커즈2'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이나 게임플레이의 흐름은 어느정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틀러스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여신전생' 시리즈는 세계관을 일부 공유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가진 무수히 많은 외전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소울 해커즈'는 1995년 처음 출시된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외전, '데빌 서머너'의 파생작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여러 외전은 악마의 비주얼과 같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요소를 제외하고는 저마다 다른 세계관과 특징을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페르소나'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보다 좀 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인것처럼 말이죠. '소울 해커즈'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세계관에 SF한 요소를 가미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불평하며 시작하는 주인공 '링고'

이미 공개된 정보 이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는 선에서, '소울 해커즈2'의 이야기 흐름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만나는 여러 동료와 함께 손을 잡고,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죠. 그저 게임이 표방하는 유니크한 세계관과 설정이 여기에 살을 붙여 좀 더 복잡하게 들릴 뿐입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핵심이 되는 주인공 '링고'는 세계를 관찰하는 지성체, 아이온(Aion)에서 인간 세상에 개입하기 쉽게 만든 일종의 인형입니다. 세계의 멸망이 시작되는 장면을 엿본 아이온은 자신이 창조한 전자 생명체인 링고와 피그를 인간 세상에 내려보내, 멸망을 회피할 핵심 인물을 추적하도록 지시합니다.

하지만, 막상 인간 세상에 내려가보니 핵심 인물이라 예상되었던 이들은 모두 살해당한 상황(놀랍게도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주인공 '링고'는 아이온이 가진 특수한 능력인 '소울 해킹'을 활용해 이들을 다시 살려내고, 힘을 합쳐 세계 멸망을 막아낼 단서를 추적해 나갑니다.

이렇게 아이온으로부터 창조되자마자 인간 세상에 내려온 링고와 피그에게는 그저 세상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임무만이 주어졌을 뿐입니다. 정식 넘버링 후속작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과거가 너무나도 깨끗한 이들이죠. 하지만, 이러한 주인공의 설정 덕분에 전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더라도 게임을 몰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되는 어떤 것들이든, 플레이어는 링고와 함께 배워나가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기술 '소울 해킹'으로 동료를 만들어 나가는 주인공

▲ 소울 해킹은 이후 이야기 전개에서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시작 직후 진입하게 되는 튜토리얼 격의 공간에서는, 링고가 앞으로 동료가 될 인물들을 살려내는 것과 동시에 '소울 해커즈2'의 전투 시스템을 차례차례 익히는 과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던전과 같은 공간을 진행하며, 적 형상과 부딪히면 턴제 전투가 일어나는 심볼 인카운터 형태로 진행됩니다. 혹 '페르소나'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봤다면, '소울 해커즈2'의 전투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소울 해커즈2'에는 진 여신전생 시리즈를 통한 익숙한 형상의 악마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불, 얼음, 전기, 바람(충격) 등 각종 속성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처음 마주치는 악마의 약점은 공격해보기 전까지 모르는 것도 이전 시리즈와 유사하죠. 플레이어는 마주한 적의 약점 속성을 노려 공격하는 것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속성에 특화된 동료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턴제 전투는 아틀러스의 다른 시리즈를 플레이해봤다면 쉽게 적응 가능합니다

물론 '소울 해커즈2'만의 특징도 몇가지 존재합니다. 데빌 서머너들의 무기인 COMP를 활용한 다채로운 악마 활용과 주인공인 링고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능력들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번 작품에서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악마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게 되면, 주인공 일행이 장비하는 무기의 일종인 COMP에 장비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시리즈에서는 와일드 능력을 가진 주인공만 다양한 페르소나(악마)를 구사했다면, '소울 해커즈2'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악마를 장비한다는 차이가 있죠. 또한, 장비하는 악마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속성에 대한 내성, 스테이터스도 달라지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링고는 동료에 비해 더욱 많은 특징을 갖추고 있는데, 게임 초반에 확인할 수 있는 특징으로는 커맨더 스킬과 '사바트'가 있습니다. COMP 개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맨더 스킬은 전투 시 아군이 장착하고 있는 악마를 적의 속성에 맞게 교체하거나, 아군의 행동 횟수를 늘리는 등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스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바트'는 매 턴의 마지막에 적 전체에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링고의 고유한 기술입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군의 턴이 진행되는 동안 최대한 적의 약점을 많이 공격해야 하는데, 적의 약점에 유효한 공격을 할 수록 전장 뒤편에 동료 악마의 잔상이 아른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악마의 잔상을 '스택'이라고 부르며, 스택이 하나라도 존재할 경우 아군의 턴 종료 시 사바트가 실행되는 형태죠. 스택이 높을수록 사바트로 가하는 피해가 늘어나며, 약점 공격을 통해서는 최대 16개의 스택까지 쌓을 수 있습니다.

▲ 약점을 공격해 스택 확보 -> 사바트 발동을 통한 전체 공격이 핵심

전투 장면으로 진입하기 전, 던전을 탐험하는 구간에서는 주인공 일행이 가지고 있는 동료 악마들이 맵 구석구석을 탐색합니다. 탐험 도중 동료 악마들에게 말을 걸면 아이템을 얻거나, HP/MP를 회복시켜주기도 하며, 때로는 새로운 악마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체험 도중 만난 새로운 악마들은 영입 시 대가로 돈이나 체력 등을 요구하기도 하며, 때때로는 더 높은 레벨이 필요하다며 영입을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소울 해커즈2'의 전투 개시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붉은 형상의 악마와 링고가 닿으면 전투가 시작되며, 확률적으로 적에게 선제 공격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 개시 전 이러한 심볼들을 공격해서 무력화시키거나, 또는 전투 개시와 함께 전체 공격을 가하는 보너스 어택을 할수도 있습니다.

심볼을 공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적 심볼이 주인공에 닿기 전, PS5 기준 □버튼을 눌러 링고의 검 모양 COMP로 공격하면 되죠. 공격에 성공하면 심볼은 넘어지게 되며, 이때 심볼에 다가가면 좀 더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적을 넘어뜨린 후 지나갈 수도 있기에 플레이어의 뜻에 따라 전투 진행 여부를 취사선택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전투에 피로를 느끼거나 아군의 체력 상황이 좋지 않다면, 최대한 전투를 회피하면서 던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저... 혹시 날강도십니까?

세계를 구하기 위한 전투를 이어가는 장소 말고도, 링고와 일행들은 데빌 서머너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약속되어 있는 '렐름'이라 불리는 여러 지역을 오가며 정보를 수집하고, 때로는 의뢰를 받아 각종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각각의 렐름에는 저마다 다른 상업 시설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각종 아이템을 사고 팔거나 COMP를 개조하고, 또는 보유한 악마를 합성해 새로운 악마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동료 악마를 합성하는 방법은 '페르소나' 등 진 여신전생 시리즈를 플레이해봤다면 익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악마들 중 2종을 선택해 합성하거나, 또는 특수한 조합식을 통해 악마를 합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는 검색 기능을 활용해서 원하는 악마를 합성하기 위해서 어떤 악마가 필요할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러한 시설등 중에는 동료들이 휴식을 통해 HP와 MP를 회복하는 세이프하우스도 존재합니다. 주로 스토리 진행 시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는 지역일 것으로 추정되며, 세이프하우스에서는 각종 요리를 나눠 먹는 MEAL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먹은 음식에 따라 추가적인 능력치를 얻거나, 던전에서 탐색하는 데 도움을 얻게 됩니다.

▲ 액세스 맵에서는 다양한 지역을 손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 행인이나 상업 시설을 통해 의뢰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링고와 친구들의 여정에 대해서는 출시 이후에 좀 더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소울 매트릭스'라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소울 해커즈2'의 체험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소울 매트릭스는 게임의 메인 스토리와 함꼐 맞물리면서, 또 그 자체로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일종의 던전 콘텐츠입니다. 이곳에는 각 동료들의 이름을 딴 공간(던전)이 존재하며, 더욱 깊은 곳으로 전진할 때마다 해당 동료와의 친밀도(소울 레벨)를 필요로 합니다.


소울 매트릭스 내에 있는 동료들의 공간을 점점 탐험할수록 해당 동료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비전 퀘스트'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해당 동료에게 새로운 서머너 스킬을 배우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게임플레이를 통해 동료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깊은 소울매트릭스를 탐험한 뒤, 비전 퀘스트를 통해 새 스킬을 얻는 식이죠.

과거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서도 밝혔지만, 이는 '소울 해커즈2'가 내세우는 스토리 상 차별점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관찰하는 방관자의 입장에서 인간 세계의 참여자가 된 링고는 자신이 소생시킨 동료들의 트라우마와 후회를 인식하고, 서로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러한 상호 이해가 세계의 멸망을 막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본편이 출시된 뒤에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자면, 잠깐이나마 즐겁게 플레이해볼 수 있었던 '소울 해커즈2'는 아틀러스의 최근 타이틀을 생각나게 하는 턴제 RPG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나름 전작의 요소들을 현 시대에 맞게 보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페르소나3 포터블에서야 한 번 등장했던 여주인공 이후에 단독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링고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었고요. 물론 게임 초반부를 잠깐 플레이해봤을 뿐이지만, 아틀러스 특유의 턴제 전투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별다른 진입장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혹시나 '페르소나' 시리즈를 통해 진 여신전생의 세계관을 접한 많은 게이머들, 특히 그중에서도 전투보다는 학찰시절을 더욱 즐겼던 게이머라면 주인공인 링고가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세계의 멸망을 막아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매력을 올리거나, 방과 후에 호감도를 올리는 파트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전투의 비중에 상당히 높아 자칫 쉽게 피로해질 수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