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근 몇 년간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던 타이틀이 아닌가 싶다. 정확히는, 전작의 마지막 장면을 본 이후 부터니 4년은 넘었지 싶다. 따로 발표가 없었어도 후속작이 나올 건 꽤 명확했으니까.

하지만, 머리 한 켠엔 너무 큰 기대를 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대단한 전작의 그림자에 먹혀 소포모어 징크스를 증명하는 건 게임업계에서 비교적 흔한 일이다. 그리고, 후속작은 어떻게 되었든 전작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히 확장팩이 아닌, '후속작'으로 바로 서려면 말이다.

기대와 걱정 사이에서,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선행 플레이 코드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철저히 초반의 플레이에 대한 인상만을 남길 생각이다. 서사와 관련된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말할 수 없고, 게임 플레이 진도에 따라 서사의 중요한 변곡점들이 밀어닥치기에 이 또한 말할 수 없다.

스크린샷이나 영상도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없고, 정말 '첫인상'에 대한 것만 말할 수 있는 기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단 게이머들이 원하는 만큼의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지금 가장 궁금한 건 '게임이 정말 잘 나왔는가'가 아니겠는가? 더 많은 이야기는, 본격적인 리뷰 엠바고가 해제되는 11월 4일 오전 1시에 아마 더 많이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링크: [인터뷰]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에릭 윌리엄스' 디렉터




더 복잡해지고, 더 심오해진 서사

전작에서 발두르가 사망하고, 3년이 흘렀다. 북유럽 신화 원전에서는 신들의 황혼인 '라그나로크'의 전조 현상으로 3번의 여름동안 해가 뜨지 않고, 3번의 겨울동안 전쟁이 이어지며, 해와 달이 늑대들에게 삼켜지고 하늘이 피로 가득차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중 세 번째 겨울을 '핌불베르트' 즉 '핌불윈터'라고 일컫는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여정은 이 세 번째 겨울인 '핌불윈터'의 겨울에 시작된다.


크레토스는 여전하다. 그리스에서 먼 길을 떠나 북유럽에 정착한 이 잿빛 살육기계는 여전히 말수가 적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바를 고집하며, 모든 상황과 현상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아트레우스'는 전작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어린아이'에서 아이와 성인의 중간 단계에 접어든 아트레우스는 강압적인 아버지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던 '보이'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결정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과 속도를 지닌, 반쯤은 독립된 개체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해묵은 갈등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성격은 전보다 조금 더 복잡해졌고, 더 인간다워졌다. 전쟁의 신으로서 한 세계를 멸망으로 이끈 크레토스는 전쟁의 허무함과 물리적 해결책이 낳는 수많은 회한을 직접 몸으로 겪은 사람이기에 더 이상 전쟁을 원치 않는다. 정확히는, 본인이 아닌 아들 '아트레우스'가 전쟁을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들인 '아트레우스'는 의문으로 가득찬 자신의 비밀을 밝히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열정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 두 가치관은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고, 3년이 지난 후속작에서도 이 둘은 숱하게 언성을 높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산타모니카의 수준 높은 연출과 합쳐지며,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라는 게임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게임을 시작하기 이전만 해도 '전작만큼만 하면 좋다'였던 마음은 게임을 진행할 수록 옅어졌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인정받고 싶은 아들이라는 명확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다소 간단했던 메시지는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의 갈등으로 이어졌지만, 게이머가 이들의 내면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갈등 상황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으며, 인물의 표정 묘사와 어조, 상황에 맞게 깔리는 BGM은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 상황인지, 혹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끔 이뤄져 있다.


이런 내면의 묘사는 이 부자(夫子)만의 것이 아니다. 전작 '갓 오브 워'가 크레토스라는 개인과 그 가족에 대한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라그나로크'라는 현상과 연관된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서사가 곁들여져 있다.

이렇듯,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신'적 존재들이 보여주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들은 본작의 핵심이자 전작과 차별화되는 서사적 특징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명백히 전작보다 더 좋다. 아니, 전작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매혹적이다.



달라진 구조의 레벨 디자인, 역대 최고의 비주얼

전작의 레벨 디자인은 꽤 훌륭한 편이었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미드가르드'를 허브 월드로 삼아, 알프하임과 헬하임 등에 잠시 들러 탐험을 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본작은 미드가르드가 핌불윈터로 인해 완전히 얼어붙어 버림에 따라 다른 영역들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때문에 전작에서 자연스러운 서사 전달의 수단으로 쓰이던 일명 '보트 타임'은 더 이상 미드가르드에서 즐길 수 없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들이 다른 영역에 마련되어 있다. 가령 초반부에 탐험할 수 있는 드워프들의 세계 '스바르트알파헤임(전작에선 '스바르탈파임'으로 표기)'은 놀랍게도 그럴싸한 마을과 도시가 존재하며, 이전과 같이 쪽배를 타고 잡담을 즐길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전체적인 그림으로 비유하면, 전작이 굵은 줄기에 비교적 가느다란 가지들이 뻗어나간 모양새였다면, 이번 작품은 반대로 가느다란 줄기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굵은 가지들이 달려 있는 모습에 가깝다.

미드가르드의 호수 주변으로 포진했던 사이드 퀘스트는 각 영역으로 나뉘어 배치되었고, 이에 따라 게임 플레이 시간을 각 영역이 균형있게 차지하게 되면서 게임의 전체적 이미지도 크게 변했다. 게이머가 전작 '갓 오브 워'를 떠올릴 때면 아마 미드가르드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에 짧게 다른 영역에 대한 기억을 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다양한 세계를 기억하게 될 거다.


첫 방문으로 모든 것을 해금할 수 없는 건 전작과의 공통점. 전작에서 요르문간드가 깨어나면서 수위가 달라져 새로운 지역이 해금되는 기가 막힌 연출과 비슷한 수준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번 작품 또한 여전히 탐험의 건덕지들을 남겨놓고, 여러 핑계를 통해 다시 해당 영역을 살펴보게끔 설계해두었다.

레벨 디자인이 '변화'를 이뤄냈다면, 그래픽 비주얼은 명백히 '개선'되었다. PS4를 본진으로 하던 전작과 달리 한 세대 올라간 콘솔의 성능에 부응하듯,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그래픽 수준은 지금껏 등장한 어떤 게임들과 비교해도 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퍼포먼스 모드는 60FPS를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프레임 저하를 느낀 구간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모든 게임 내 컷신이 프리 렌더링 영상이 아닌 실시간 렌더링이기에 컷씬에서 플레이로 이어지는 비주얼 유격도 없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품질 위주로 세팅했을때 펼쳐지는 4K 해상도에서의 화면인데, 이 또한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비록 FPS가 30으로 내려가면서 쾌적한 플레이는 다소 어려워지지만, 이 절반의 프레임 손해가 전혀 손해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만족감을 안겨준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비주얼'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게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원 샷' 카메라 시점이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하나의 카메라로 게임을 비추는데, 마치 영화의 원 테이크 장면처럼 카메라가 계속해 게임을 보는 상황에서 화자가 바뀌고, 장소가 바뀌며, 다른 내용이 펼쳐진다. 이 점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느낄 수 있는 부분. 몰입의 차원이 달라진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 중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세부적인 콘텐츠 내부로 파고들면, 큰 틀에서 전작과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핌불윈터가 모든 마법을 얼려버렸다는 설정에 따라 다시 고물이 되어버린 리바이어던 도끼와 혼돈의 블레이드를 강화해야 하고, 퍼즐을 풀어 체력과 분노 게이지를 늘리는 한편 재료와 은편을 모아 장비를 강화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워야 한다.

다만, 콘텐츠의 폭이 병렬적으로 꽤 늘어나고, 디테일에서 다양한 변화가 가해졌다. 전작의 방패 커스터마이징이 단순히 방패의 색이 바뀌는 정도였다면, 본작은 초반 방패가 파괴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각각 성능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방패가 등장하며, 방패의 중심에 해당하는 '론드'도 변경이 가능하다.

전투 측면에서의 변경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이전에 크게 쓰지 않았던 세모 버튼을 활용해 무기에 힘을 모으는 기능으로, 일반 공격이나 강공격, 원거리 공격을 새로운 액션으로 파생해 높은 상태 이상 수치를 부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평지에서 벌이는 전투 외에도 수직 구조의 지형에서 발생하는 전투가 많아짐에 따라 이 고저차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더해졌다. 위에서 뛰어내리며 도끼를 내려찍는 기술이나, 높이 있는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 나무를 뽑아 휘두르는 등 지형을 활용한 공격들이 더해지면서 전투 상황이 이전 대비 한층 더 복잡해졌다.

무기 스킬도 상당히 바뀌었는데, 두 개의 무기를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하는 만큼 무기 공백이 생길 일이 별로 없어 맨손 전투 스킬 탭이 아예 삭제되었다. 대신 각 스킬을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하면 피해량과 기절 효과, 속성 누적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데, 이 증가량의 폭이 꽤 큰지라 각 스킬을 기절용, 직접 피해용 등으로 임의 분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스킬 쪽에서 꽤 재미있는 변경점들을 볼 수 있었지만,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기에 설명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BGM이나 효과음은 필요한 수준을 넘어 훌륭한 수준. 특히 BGM의 경우는 'BGM'이라는 개념의 존재 가치에 굉장히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따로 들어도 좋을 명곡 오리지널 스코어의 개념이 아닌, 게임 내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몰입을 최대한 돕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를 게이머의 감정 상태에 대응하는 자연스러운 BGM 배치는 실로 장인의 수준이다.


PS5의 플래그쉽 킬러 타이틀에 걸맞는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활용도 일품. 트리거에 의도적으로 부하를 가하는 요법부터 교묘한 수준의 진동에 이르기까지 시청각의 수준에 이르진 못하겠지만, 그 절반정도는 왔다 싶을 촉각 만족감을 준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이 모든 '게임을 이루는 부차적 요소'들이 딱히 의식하지 않으면 튀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컨트롤러 활용이 어떤지 관측하기 위해 집중하면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지만, 그저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면 이를 의식하기 어렵다. BGM과 효과음도 마찬가지.

결과적으로 게이머에게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라는 게임은 '와 이 게임 이거 진짜 좋다'라는 각 요소에 대한 개별적 감상보다는 '게임이 정말 좋다'는 하나의 감상으로 남는다. 자기주장 강한 온갖 재료들로 꾸며낸 뷔페가 아닌, 최선의 재료를 사용해 조화를 이끌어낸 한 뚝배기 속 음식과 같다 해야 할까?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에 대한 첫인상은 이 정도로 정리할까 싶다. 좋은 말만 주렁주렁 늘어놓은 이게 감상으로 적합할까 싶지만, 그 정도로 좋았다. 오히려 어떻게든 좋지 못한 부분을 잡아내려 이 악물고 찾았는데, 버그 하나 찾은 게 전부였다. 가끔 음성과 자막이 나오지 않는 버그인데, 게임을 재시작하면 해결되더라.

올해의 GOTY는 엘든 링과 이번 작품이 반반씩 가져가는 각축전이 아닐까 싶었다. 엘든 링은 실제로 증명했으며, 이 게임은 그만큼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 나 또한 이 게임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이 게임을 모두 알게 되면 그 생각이 확실히 바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