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지는 미지의 공간 '우주'는 신비로우면서도 한편으로 무지에 의한 공포심을 자극합니다. 또한, 특별한 설정을 부여하지 않아도 고립된 환경을 만들기에 최적화되어 있죠.

2008년 출시된 데드 스페이스1은 우주라는 환경이 선사하는 공포, 고립 등의 감정을 잘 살린 대표적인 스페이스 호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공돌이 전사로 탈바꿈했지만 1편에서 선보였던 미칠듯한 고립감과 미지의 괴물이 주는 공포심은 게이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 스페이스1의 핵심 개발자였던 글렌 스코필드가 개발 중인 스페이스 호러 액션 게임입니다. 외딴 행성에 자리 잡은 교도소는 외부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해주며, 이와 같은 설정은 데드 스페이스1에서부터 강조했던 고립과 공포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의 설정과 개발자, 그리고 디자인 등에서 비슷한 모습이 많아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불리는 중이죠.


크래프톤은 오는 12월 2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미디어를 대상으로 게임 플레이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제공된 시연 빌드는 게임의 초입부에 해당하는 일부 구간을 짧게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50분가량 진행된 시연회를 통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실제 플레이 첫인상과 분위기, 조작감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시연에 앞서 글렌 스코필드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샌드박스 같은 게임으로 어렵고 잔인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며, “환경과 분위기, 공포 요소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전하며, 공포라는 키워드에 큰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실제로 해본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그 말 그대로 정말 엄청났습니다.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맵과 다양한 이벤트

게임의 주요 배경은 블랙 아이언 교도소이며, 플레이어는 이곳에 수용된 제이콥 리가 되어 탈출과 생존을 목표로 움직여야 합니다. 블랙 아이언 교도소는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교도소가 아닙니다.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칼리스토에 자리 잡고 있으며, 콘크리트보단 철골 구조물에 온갖 파이프와 전선이 복잡하게 깔려 있어 교도소보다 공장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얼핏 보이는 외부 환경은 척박한 우주의 그것이었으며, 현대 건물보다 기술적으로 발전되어 보이는 다양한 구조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우주 교도소라는 설정을 통해 외부와 단절된 공간, 그리고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는 SF 시설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 저 멀리 보이는 행성이 바로 목성

맵은 개발자가 언급한대로 샌드박스 방식에 뚜렷한 목적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숨겨진 아이템을 찾거나 샛길을 발견하는 게 가능했죠. 그렇다고 해서 오픈 월드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스토리상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체크 포인트 지역이 존재했는데요. 즉, A에서 목적지인 B까지 가야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해당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다양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시연 중에 인상 깊었던 길을 꼽자면 거대한 하수구를 지나갈 때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뒤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강제로 워터 슬라이드를 타버렸는데요. 빠르게 미끄러지는 순간에 기둥을 피해야 했으며, 거대한 프로펠러에 몸이 걸리면 순식간에 상 하체가 분리될 수 있어 높은 동체 시력과 빠른 판단을 요구했습니다.

▲ 속도감이 상당했던 하수구 워터 슬라이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다양하니 악명 높았던 데드 스페이스1의 길 찾기보다는 수월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본 길 찾기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쉽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우주 교도소는 생긴 대로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통로는 좁아서 밀폐된 느낌을 줬고 직선 구조보단 구불구불하게 꺾여 들어가는 곳이 많았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길보단 상자에 가려진 환풍구, 구석에 숨겨진 파이프 틈새 등 첩보 영화에서 자주 보던 길이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비슷한 구간을 반복해서 도는 때도 있었습니다. 길을 찾아볼 수 있는 지도나 목적지를 알려주는 어떠한 가이드도 없어 더욱 어렵게 느껴진 것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길 찾기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을 꼼꼼하게 탐색하고 미지의 지역을 탐험하는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꽤 이상적인 설계가 될 것이고 반대로 길치이거나 밀폐된 공간을 싫어한다면 길찾기 단계가 굉장히 루즈하고 번거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잡한 길 덕분에 무서운 느낌이 잘 녹아있어 몰입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숨 막히는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

▲ 복잡한 길에 익숙해지면 길 찾기도 나름 할만할 듯 싶다



고립된 교도소 속 공포를 자극하는 괴물의 존재

공포와 고립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핵심으로 생각하는 키워드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우주 교도소라는 배경, 밀폐된 구조로 이뤄진 지형이 고립을 재현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외부적인 환경으로 표현한 고립과 달리 공포는 꽤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블랙 아이언 교도소는 바이오파지라 불리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퍼진 상태이며,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신체가 기괴하게 뒤틀리고 온갖 종양에 뒤덮인 괴물로 변해버립니다. 시간이 지나 감염 정도가 심해지면 몸속에서 촉수가 자라거나 아예 사람의 형태를 벗어난 무언가로 변해버리기도 하죠.

바이오파지 바이러스로 인해 괴물로 변해버린 적들은 끔찍한 외형만큼이나 굉장히 강력하고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개체에 따라 원거리에서 독을 뱉거나 벽과 천장을 기어 다니며, 은신하기도 했고 때로는 눈앞에서 변이를 해 더욱 강력하고 징그러운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다가 플레이어가 다가가면 기습하는 패턴이 꽤 많아 긴장을 풀고 있다가 깜짝 놀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 이 정도면 바이오파지 괴물 중에서는 미남에 속한다

▲ 바이러스에 완전히 잠식되면 이런 모습으로 변이한다

이러한 괴물을 상대로 변변찮은 방어구도 없는 플레이어는 3번만 맞아도 금세 빈사 상태에 빠졌으며, 적 다수에게 둘러싸이기라도 하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요. 만약 공격을 당해 죽어버리면 괴물의 모습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처형 컷신을 감상해야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처형 컷신은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바이오파지 괴물이 입을 쩍 벌려 플레이어의 머리를 씹어먹는 장면이었습니다. 뜯긴 절단면을 통해 피가 분수처럼 치솟는데 웬만한 고어 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나게 잔인하더군요. 이외에도 눈알 뽑기, 척추 접기, 안면 함몰, 벽에 던지기, 촉수 능욕 등을 당했습니다.

▲ 버튼 연타에 진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괴물들이 내는 소리도 무서운 분위기를 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굉장히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 증기가 배출되는 소리,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등 자연스러운 환경이 꽤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죠. 그런데 이러한 소리 사이로 간혹 무언가 인위적인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찢어지는 괴성 같기도 하고 가래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등골을 섬뜩하게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소리가 난다는 뜻은 곧 주변에 괴물이 있다는 것과 같으니 괴물에게 수차례 당해본 플레이어로서는 주변을 더욱 경계하면서 위축된 움직임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서 언제 괴물이 나타날지 몰라 주변을 경계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괴물이 그리워지는 시원한 타격감과 액션

무시무시한 생김새와 파괴력을 가진 괴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적에 가까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잘 싸우면 한 대도 맞지 않고 죽일 수 있었죠. 전투 방식은 크게 근거리, 원거리로 나눌 수 있으며, 어느 하나만 사용해서 싸울 때보다 두 공격 스타일을 조합해서 싸울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근거리는 기절봉으로 때리는 방식입니다. 양손으로 기절봉을 잡고 사정없이 휘두르는데 PS5의 듀얼센스 특유의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의 반응, 찰진 타격음, 모션에 따라 흔들리는 화면 등이 어우러져 굉장한 손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괴물이 기절봉에 맞을 때마다 좌우로 휘청거리는 모습도 이러한 타격감에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로 다가왔죠.

▲ 싸우는 법에 익숙해져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외모

근접전에서 주의할 점은 나는 때리고 적의 공격은 피하거나 막는 것입니다. 특별한 점은 이러한 회피, 막기를 타이밍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적이 공격할 때 타이밍에 맞춰 R 조이스틱을 좌로 돌리면 좌로 피하고 우로 돌리면 우로 피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막기 또한 공격 타이밍에 맞춰 조이스틱을 뒤로 당기면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굴러서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적의 공격에만 반응해서 회피와 막기를 해야 하니 생각보다 회피하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특히, 적 다수와 싸울 때는 타이밍을 읽어서 피하기가 더욱 힘들었죠. 또한, 마구잡이로 공격만 해서는 무조건 반격을 맞을 수밖에 없어서 공격과 회피를 병행해야 했는데요. 이 때문에 근접 액션만 두고 본다면 소울류 게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막고 피하고 때리고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시연 버전에서 원거리 무기는 장탄수 6발짜리 권총 하나뿐이었습니다. 단발 사격만 가능해 신중하게 조준해서 적을 맞춰야 했는데요. 총 역시 격발음과 이펙트 등이 어색하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반동도 적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 모난 모습 없이 완성도 높은 액션을 선보여준 셈입니다.

무엇보다 액션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일종의 콤보 공격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적이 일정 피해를 받으면 몸 어딘가에 흰색 원으로 표시가 뜨는데 이때 총으로 조준하면 자연스럽게 약점 부위로 에임이 향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쏴 맞추면 평소보다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요. 단순히 총만 쏴서는 이러한 약점 부위를 노릴 수 없으므로 총알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아끼기 위해선 반드시 근접 공격 이후 약점에 원거리 공격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그립을 잘 쓰면 전투가 수월해진다

전투에 큰 변수를 더해주는 장비도 존재했습니다. 어찌 보면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중력을 사용하는 그립이었습니다. 오른손에 장갑 형태로 장착한 그립은 말 그대로 중력을 이용해 무언가를 잡아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상자를 잡을 때도 쓸 수 있고 혹은 적을 잡아서 내 앞에 끌어오거나 집어던지는 플레이도 가능했죠.

그립에 당한 적은 일시적으로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므로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총을 쏘지 않고 기절봉만으로도 두들겨 패서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적 다수와 싸울 때도 한 놈을 잡아서 저 멀리 던지거나 혹은 또 다른 적에게 던져 넘어짐을 유발할 수도 있었는데요. 만약 주변에 꼬챙이가 있거나 회전하는 기계가 있다면 그곳에 던져 별다른 피해 없이 빠르게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그립도 만능은 아니고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번 당겨온 적은 몸에 이상한 노이즈가 끼는데 이런 상태의 적은 다시 그립으로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그립의 한계를 벗어나는 무게를 가진 사물과 적도 마찬가지로 붙잡을 수가 없었죠. 다행이라면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계속해서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 주변 구조물을 이용한다면 한 번에 제압도 가능한 만능 장비 '그립'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첫인상을 종합하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1의 팬으로서 압도적으로 발전한 그래픽, 분위기, 액션 등에 깊은 감동을 받아버렸죠. 객관적으로 게임을 평가하기 위해 불편한 부분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앞서 언급했던 길 찾기와 특정 부분에서 살짝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프레임 드랍도 사실 게임 플레이에 방해될 정도로 번거롭지는 않아서 추후 정식 출시 시점에 맞춰 어느 정도 보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훌륭한 그래픽과 사실적인 표현, 그리고 부드러운 조작감을 통해 게임의 높은 완성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불친절한 시스템과 어려운 난이도, 그로테스크한 괴물과 잔인한 연출 때문에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게임의 재미와 별개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평소 스페이스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나 잔인한 연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게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비주얼 그 이상의 재미가 기다리는 칼리스토 프로토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