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천사, 악마, 호문쿨루스와 춤춘다


잘 만든 게임이라도 오래도록 게이머들에게 기억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베요네타 시리즈는 잘 만든 동시에 게이머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기억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글자 그대로 온몸을 덮을 정도의 장발과 내로라하는 모델들도 범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10등신의 나이스 바디, 그리고 화면을 수놓은 화려한 액션에 카미야 히데키 디렉터 특유의 개그 코드까지. 아예 모르는 게이머는 있어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그런 게임이 바로 베요네타 시리즈다.

그 베요네타 시리즈의 최신작 '베요네타3'가 지난 10월 28일 정식 출시됐다.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액션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타이틀이다. 액션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액션 요소들을 거의 완벽하게 녹여냈다. 물론, 단순히 액션에만 집중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토리와 분위기 역시 한층 진중해졌을뿐더러 무엇보다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 비올라의 등장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베요네타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매력들을 보여줬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분석하고자 한다. 과연 '베요네타3'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그리고 정점에 올랐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을 어떻게 자체 경신했을지에 대한 이야기다.

게임명: 베요네타3
장르명: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
출시일: 2022. 10. 28.
리뷰판: 1.1.0
개발사: 플래티넘 게임즈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NS
플레이: NS



발전한 액션, 그리고 변신과 거대 괴수로의 확장

베요네타 시리즈하면 액션, 액션하면 또 베요네타 시리즈 아니던가. 액션이 별로인 베요네타는 팥 없는 찐빵과도 마찬가지. 사실상 베요네타 시리즈와 액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베요네타 시리즈는 매번 그 액션을 발전시켜왔다.

1편에서는 양 손발에 무기를 자유롭게 조합하고 적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위치 타임을 발동시키고 화려한 콤보를 끊임없이 날리던 액션을 보여줬고 2편에서는 여기에 더해 모든 공격이 위키드 위브로 변하는 일종의 파워업 개념의 엄브란 클라이맥스를 추가함으로써 역시 액션하면 베요네타 시리즈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한 전투 시스템을 '베요네타3'는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변신과 거대 괴수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액션의 정점을 목표로 위로 향하기만 하던 전투 시스템을 확장시켰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 바로 거대 괴수에 해당하는 '데몬 슬레이브'다. 마수를 소환하는 것 자체는 전작들에서도 있던 요소다. 콤보 마지막에 마수의 신체 일부를 소환해서 강력한 일격을 날리거나 일종의 필살기 연출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로 마수를 소환하는 연출은 베요네타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콤보의 마지막을 장식하든가 글자 그대로 연출에 불과했다.

그랬던 마수 소환이 '베요네타3'에서는 언제든 가능해졌다. 소환할 수 있는 마수는 종류도 스타일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인간형인 마담 버터플라이가 밸런스형 마수라면 고모라는 느리지만 한방이 강력하기에 대형 적을 상대하기에 좋고 엄브라의 시계탑에 이르러서는 이동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특수 능력을 지녔을뿐더러 2편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 엄브란 아머를 꺼내는 등 저마다 다른 액션으로 무장했다. 이러한 마수 소환은 그 자체로도 새로운 전투 시스템의 추가라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그 진면목은 따로 있다. 바로 액션의 확장이다.

▲ 데몬 슬레이브는 이대로 써도 좋지만, 기존의 액션과 접목한 순간 빛을 발한다

얼핏 마수 소환은 베요네타의 액션과는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마수를 소환하고 조종하는 데몬 슬레이브 중에는 베요네타를 조작할 수 없으며, 무방비 상태가 되기에 더욱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괴리를 '베요네타3'는 마수 소환에서의 선입력을 통해 해결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바로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수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데몬 슬레이브 중 선입력한 게 있다면 마수들은 누르고 있던 ZL을 떼고 베요네타를 조작해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짧은 시간 선입력한 커맨드를 수행한다.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되기에 큰 변화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 결과 '베요네타3'의 액션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폭넓게 발전했다. 단순히 강적들을 상대할 때 무작정 마수를 활용하는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콤보에 녹여냄으로써 전에 없던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조작 난이도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베요네타3'의 마수 소환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 커맨드를 미리 입력하고 베요네타로 공격하는 식으로 액션의 확장을 꾀했다

▲ 그렇다고 이러한 콤보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마수 소환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다고 '베요네타3'가 이러한 새로운 액션을 강제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강적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적의 보호막을 깨기 위해 데몬 슬레이브를 써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마수 소환으로 인한 새로운 액션의 확장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 개인의 성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베요네타와 마수의 콤보를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이머라면 이 둘을 별개의 액션으로 즐겨도 '베요네타3'는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이런 화려한 액션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

좀 더 쉽게 그리고 마수 소환이라는 이 새로운 액션을 즐기고 싶다면 윙크 슬레이브와 어설트 슬레이브만으로도 충분하다. 스킬을 해금하면 쓸 수 있는 윙크 슬레이브는 콤보의 마지막에 마수를 소환해 강력한 일격을 날리며, 회피를 대신하는 어설트 슬레이브는 타이밍을 맞춰서 마수를 소환하면 마수가 반격을 날린다. 마냥 무거워 보이는 마수 소환으로 인해 '베요네타3'의 액션이 전작들보다 더욱 경쾌해진 셈이다.

전작들에서의 비스트 위딘을 대체하고 콤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몬 마스커레이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화 중 하나다. 데몬 슬레이브가 전에 없던 새로운 요소로서 액션을 확장했다면, 데몬 마스커레이드는 기존의 액션을 대체함으로써 조금 더 확장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액션이라고 했지만, 별다른 조작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콤보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 마수와 융합해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것으로 콤보를 넣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발동할 수 있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연출상으로 큰 변화를 줌으로써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 토쳐 어택은 액션의 흐름을 끊지 않는 식으로 개선됐다

새롭게 추가된 액션만 있던 건 아니다. 기존의 액션을 추가된 액션에 어울리게 다듬는 일 역시 놓치지 않았다. 토쳐 어택과 마력 게이지가 그것이다. 적을 한 방에 처리하던 토쳐 어택이지만, 많은 마력이 필요했고 QTE로 인해 흐름을 끊어먹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랬던 토쳐 어택이 '베요네타3'에서는 QTE 없이 바로 발동하며, 더는 마력이 필요하지 않게 바뀌었다. 적이 기절하거나 외피가 파괴되면 발동하게 바뀐 것으로 토쳐 어택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앞서 언급한 액션의 속도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일종의 추가타 개념으로 바뀌었다.

마력 게이지에 이르러서는 마력이 차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대기 상태에서 훨씬 빠르게 찰 뿐 아니라 콤보 한두 방이면 금방 최대치까지 차기에 언제 어느 때고 마수를 소환할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이라는 베요네타 시리즈가 추구한 액션에 더욱 다가서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대체로 좋은 평가를 줄 만한 변화로 가득한 '베요네타3'지만, 다소의 아쉬움 역시 존재한다. 카메라 워크가 대표적이다. 카메라 워크가 안 중요한 게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만큼 카메라 워크가 중요한 게임도 또 없다.

이전에도 화려한 액션을 카메라 워크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곤 했지만, '베요네타3'에 이르러서는 마수 소환이라는 새로운 요소와 맞물려서 카메라 워크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더러 발생하곤 했다. 쾌적한 플레이를 방해하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때때로 엉뚱한 곳을 비추거나 할 때에는 다소 맥이 빠지곤 한다.



베요네타 원톱 체제에서 후임을 위한 투톱 체제로의 변화

▲ 고고한 엄브라의 마녀들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비올라

새롭게 추가된 전투 시스템인 데몬 슬레이브와 데몬 마스커레이드 역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베요네타3'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비올라가 추가된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작들에서도 특전 요소로 잔느나 2편에서 가면의 현자가 추가되기도 했으나 기본적인 액션의 뼈대는 베요네타와 똑같았기에 엄밀히 말해서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랬던 베요네타 시리즈에 마침내 새로운 뉴페이스가 추가됐다.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라고 한데에서 알 수 있듯이 비올라는 겉모습부터 액션에 이르기까지 베요네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장신의 장발, 안경, 그리고 여왕님 속성의 고고한 미녀로 대표되는 베요네타와 달리 가죽 재킷에 펑키한 염색과 화장, 그리고 푼수끼까지 전혀 다르다. 액션 역시 마찬가지다. 베요네타가 춤추듯 적의 공격을 피하는 반면, 비올라는 회피가 아니라 적의 공격을 가드한다.

▲ 제대로 가드했을 때의 손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베요네타의 회피와 비올라의 가드는 얼핏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전투 시스템을 구분 짓는 요소로만 보인다. 그냥 단순한 그 캐릭터의 개성 정도로만 말이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감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

회피를 반복하다 보면 속된 말로 얻어걸리기도 하는 베요네타와 달리 비올라의 가드는 연속해서 쓸 수 없다. R이 가드인데 연속해서 쓰면 돌진 스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즉, 적의 공격을 예의주시하고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베요네타와 비교하면 여간 빡빡할 수가 없다.

가드 판정이 길다든가 위치 타임 시간이 길다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그마저도 아니다. 가드 판정은 빡빡하기 그지없고 퍼펙트 가드가 아니면 위치 타임 시간도 순식간에 끝나기에 여러모로 답답한 느낌을 안겨준다.

▲ 동적인 회피와 달리 가드는 정적이기에 전투의 흐름이 끊긴다는 게 치명적이다

다른 건 액션 스타일만이 아니다. 마수 소환도 결이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여러 마수 중 세 마리를 선택해 자유롭게 소환하는 베요네타와 달리 비올라가 소환할 수 있는 마수는 체셔 하나 뿐이다. 또한, 마수를 조종하기에 움직일 수 없는 베요네타와 달리 체셔는 비올라가 따로 조종하는게 아닌 내키는 대로 싸우기에 소환 중에도 한결 자유롭다.

이렇게만 본다면 소환에 있어선 베요네타보다 훨씬 나아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뉴페이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러모로 베요네타와 대척점에 있는 새로운 캐릭터로서 나름의 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투 시스템 측면에서 본다면 비올라는 뭔가 어색해 보인다. 단순히 가드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만이 아니다. 마수 소환으로 인한 디메리트 때문이다.

▲ 베요네타의 데몬 슬레이브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이지만...

앞서 체셔를 소환 중에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기에 베요네타보다 나아 보인다고 했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비올라가 체셔를 소환할 때 쓰는 매개가 바로 자신의 무기인 일본도 메브의 대검이란 것이다. 공격은 일본도를 휘두르던 것에서 맨손과 발차기로 바뀌지만, 무기가 없으니 당연히 가드할 수 없다.

체셔를 소환하고 함께 적을 몰아붙이는 게 이상적인 플레이라면 실제로는 얻어맞으면서도 그냥 꾸역꾸역 싸우는 것에 가깝다. 물론, 체셔가 워낙 공격적일뿐더러 한 대 치기만 해도 적들이 균형을 잃기에 마냥 얻어맞는 건 아니지만, 안 그래도 빡빡한 가드마저도 쓸 수 없으니 때때로 답답함이 밀려온다.

▲ 맨손 액션 자체는 딱히 나쁠 게 없다. 문제는 액션의 핵심인 가드를 못 쓴다는 점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적에게 맞았을 때 마력이 있다면 자동으로 위치 타임을 발동하는 시간의 귀걸이나 마주한 상태에서 적이 공격할 때 적 방향으로 방향키를 입력하면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마하칼라의 달 같은 액세서리가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위치 타임을 쓸 수 있고 체셔를 소환 중에도 방어할 수 있다. 물론, 난전 중 타이밍에 맞춰서 적 방향으로 방향키를 입력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베요네타와 비교하면 난이도가 높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 그럼에도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와는 다른 플레이 감각을 선사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챕터에서의 비중이 또 다른 주인공치고는 너무 적다는 얘기도 들려오지만, 원래부터 큰 변화는 큰 반발을 가져온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새로운 액션을,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자 하는 시도로는 나쁘지 않은 시도로 보인다.



액션 일변도에서 더욱 다채로운 매력으로

지금까지 베요네타 시리즈는 베요네타 혼자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느나 로댕, 엔조, 루카, 그리고 2편에 등장한 가면의 현자나 로키 등 매력적인 조연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만큼, 스토리 내에서 베요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고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 구상만 해놨던 아이디어를 이번에 남김없이 실현한 느낌

그랬던 기존의 형식에 변화가 생겼다. 베요네타가 가진 비중의 일부를 비올라와 잔느에게 넘겨줬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녹여냈다. 비올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요네타와는 다른 플레이 감각을 선보였고 잔느에 플레이하는 '잔느의 스파이 액션' 챕터에 이르러서는 무려 횡스크롤 잠입 액션이라는 시도를 하기까지 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베요네타가 선보일 액션이라는 건 어찌 보면 이제는 익숙해진 면도 있다. '베요네타3'에 이르러서 더욱 확장됐다지만, 그럼에도 기준이 되는 액션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잔느의 스파이 액션 챕터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딱이다. 횡스크롤 잠입 액션이라고 해도 원래부터 강했던 잔느답게 그냥 좀 귀찮을 뿐 들킨다고 게임오버라거나 그런 것도 아니어서 여러모로 베요네타 시리즈답다고 할 수 있다.

▲ 괴수물 팬이라면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런 거대 괴수 대결전을 보여준다거나

물론, 이러한 변화가 비올라, 잔느에만 그친 건 아니다. 보스전과 관련해서 베요네타의 플레이 파트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전작들에선 베요네타가 열심히 때리면 클라이맥스로 마수를 소환해서 적을 끝장내는 연출을 보여 주곤 했는데 '베요네타3'에서는 이제 그 과정을 플레이어가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베요네타는 수많은 마수를 소환하는데 본편의 경쾌한 액션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신 고질라를 오마주한 신 고모라는 지금까지 베요네타 시리즈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묵직한 액션을 체험할 수 있으며, 고온이나 말파스 파트에서는 슈팅 감각을, 그리고 바알 제불에 이르러서는 무려 리듬 게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때로는 이런 식으로 슈팅 감각을 선사하기도 하고

거대 괴수 대결전부터 슈팅, 그리고 리듬 게임에 이르기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베요네타3'에서는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각각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건 물론이고 전혀 다른 미니 게임임에도 베요네타 시리즈답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을지, 게임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플래티넘 게임즈의 노력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매번 이번에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까 하고 보스전을 기대했을 정도다.

▲ 설마하니 '베요네타3'에서 리듬 게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결론을 내리자면 '베요네타3'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전작들을 통해 정점에 올랐다고 여겨진 특유의 액션을 좀 더 다듬는 한편, 데몬 슬레이브와 데몬 마스커레이드 등의 새로운 요소들을 더함으로써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보였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을 자체 경신했다. 여기에 새로운 플레이 감각을 선사한 비올라와 횡스크롤 잠입 액션을 선보인 잔느 파트 역시 일장일단은 있겠으나 베요네타와는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고평가할만하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베요네타3'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멀티버스의 등장부터 다소 갑작스러울뿐더러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싱귤래리티에 이르러서는 어떠한 이유로 멀티버스를 붕괴시키고 혼돈계(인간계)를 하나로 만들려고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프롤로그에서 로댕의 입을 빌려 멀티버스가 하나로 통합되면 삼위일체의 세계를 위협할 정도의 힘을 얻게 될 거라고 하는 정도가 전부다.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고 새로운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다소 작위적일 뿐더러 완성도 역시 가장 어설프다고 할 수 있다.

▲ 멀티버스를 그저 다양한 베요네타를 만나는 수단으로만 활용한 점은 썩 아쉽기 그지없다

그래픽과 프레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프레임은 상당히 부드럽다. 일부 구간이나 이펙트가 화려한 구간에서는 프레임이 다소 떨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6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문제는 그 대신 그래픽이 희생됐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베요네타3'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콘솔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프레임을 희생하고 그래픽을 우선할 것인가 반대로 그래픽을 희생하고 프레임을 우선할 것인가. 액션 게임인 '베요네타3'로서는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일부 닌텐도 스위치의 한계를 돌파했다고 하는 게임들과 비교하노라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있을지언정 그 아쉬움은 어디까지나 '베요네타3'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불과하다. 핵심인 핵심은 결코 훼손되지 않았다. 오히려 액션의 영역을 넓게 확장해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정점에서 더욱 위를 목표로 했고 끝내 그것을 이룬 '베요네타3'다. 답답한 액션 게임이 아닌 속 시원한 액션 게임을 찾는다면 '베요네타3'가 그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