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고 파괴적인 마녀, 베요네타의 과거를 다룬 작품인 '베요네타 오리진: 세레자와 길을 잃은 악마(이하 베요네타 오리진)' 출시를 앞두고 게임을 먼저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 체험회가 진행됐다. 플레이에는 약 2시간 가량이 주어졌으며, 모든 스토리 컷신 등을 스킵하지 않고 진행, 4챕터 중반까지 경험해볼 수 있었다. 게임은 Nintendo Switch Pro 컨트롤러를 통해 플레이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경험해본 베요네타 오리진은 '뛰어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아주 독특한 조작감의 퍼즐 액션 어드벤처'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깊이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그야말로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강렬한 몰입감을 보여준달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난 뒤 손을 패드에서 놓기 아쉽게 느껴질 만큼의 재미도 충분했고.


베요네타 오리진이 이렇게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서사와 조작, 연출이라는 세 가지 측면이 모두 뛰어났기 때문이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조작 방식은 참 신기하고, 그래픽은 아름다우며 스토리텔링은 훌륭하다. 그 내부에서 다루는 이야기 역시 동화와 같음에도 유치하지 않다.

뿐만 아니다. 정말 잠깐 경험했지만, 너무나 천진한 모습의 순수하고 연약했던 세레자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꽤나, 아니 정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날아가는 부엉이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세레자라니!


베요네타 오리진은 퍼즐과 전투, 수집, 감상 등 정말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합쳐져 있는 어드벤처다. 2시간을 플레이하는 내내 그 어느 하나의 요소에도 쏠리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달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정말 다양한 조작을 가하는 것 역시 게임의 재미와 흥미도를 강하게 올려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재미있는 건, 조작 자체가 분명 다양함에도 사용하는 버튼 자체는 많지 않아 절대 복잡하진 않다는 점이다.


단지 몇 가지의 버튼만을 사용하지만, 상황을 변동하면서 그에 맞춰 해당 버튼의 효과도 변경되는 방식이라서다. 같은 버튼임에도 짧게 누를 때와 길게 누를 때의 기술이 다르고, A라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기술과 B라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기술이 다른 식이다.

물론 게임이 더 진행되면 더 다양한 조작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크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되던 버튼을 길게 누르거나, 상황에 따라 변경되는 정도랄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베요네타 오리진의 가장 강력한 특징, 가장 다이나믹한 조작은 다름 아닌 세레자와 체셔의 조작을 '각자', 그리고 '동시에' 한다는 부분이다. 마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는 느낌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두 사람이 협동해서 진행해야 하는 모든 것을 각각 왼손과 오른손이 담당한달까. 대부분의 콘솔 플레이 시 왼손은 이동, 오른손은 시야의 변동, 스킬 사용, 버튼 누르기 등 나머지를 맡아 하던 것과는 다르다. 정말 완벽하게 왼손은 세레자를, 오른손은 체셔의 조작을 '전담'하게 된다.

주목할 건, 이런 조작이 하나를 순차적으로, 혹은 시간의 텀을 두고 따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조작은 동시에,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분명 왼손과 오른손이 각각 세레자와 체셔를 담당하지만, 게임 속 모든 콘텐츠는 혼자가 아닌 같이 플레이해야 해결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퍼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전투도 마찬가지다.


세레자는 직접적으로 적에게 대미지를 가할 수 없지만, 단순히 체셔의 강력한 전투력만으로는 점점 강해지고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해오는 적들을 모두 처치할 수 없다. 세레자의 기술로 발을 묶기도 하고, 체셔가 마력을 채우는 동안 어화둥둥 품에 안고 열심히 적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해야 한다. 체셔를 조작해 적을 공격하면서 다른 손으로 세레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

물론 튜토리얼이라고도 볼 수 있는 초반부에선 동시에 양쪽 스틱을 각각 움직이는 그런 상황이 많이 등장하는 편은 아니다. 찬찬히 게임에 적응하라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역시 플레이어의 선택일 뿐, 원한다면 세레자와 체셔를 동시에 이동시키고, 동시에 뭔가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재밌게도,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움직여야 하는 그런 조작만 있는 건 또 아니다. 실체를 가지고 뛰쳐나와 세레자와 체셔가 각자 움직이는 언리시 모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형의 모습으로 세레자에게 안겨 함께 다닐 수 있는 허그 모드 역시 준비되어 있다.

즉, 체셔를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정말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체셔를 직접 이동시켜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부술 수도 있지만, 체셔를 품에 안은 상태로 던져서 뭔가를 살펴보거나, 체셔를 길게 늘어뜨려 점프를 하거나, 덫을 제거하는 그런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런 각각, 또 같이라는 조작은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밑바탕이 된다. 풀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퍼즐 콘텐츠는 물론이고 언급한 전투, 여기에 이동 과정까지도 모두 이 조작의 다양성이라는 측면 하나로 평범함을 특별하게, 단순함을 지루하지 않게 바꿔버렸다.


베요네타 오리진의 가장 큰 특징은 분명 좌뇌와 우뇌,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움직여야 하는 조작임은 맞다. 하지만 그 하나만으로 2시간이 휙 지나갈 만큼의 몰입감을 끌어낸 건 아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는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연출을 활용한 서사의 풀어냄이다. 직접 조작하는 부분과 서사를 풀어나가는 컷신의 비중이 어디 하나 과하지 않고 균형 있게 분배되어 집중도와 몰입감을 동시에 잡아냈다.

특히 컷신의 경우 컷과 컷이 마치 책을 쥐고 한 장 한 장 종이들을 모아 넘기는 느낌이 강하게 나는데, 펜과 색연필로 칠한 것 같은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그래픽, 물감을 떨어트리는 것 같은 효과가 합쳐져 정말 책을 영상으로 보고 있다는 감상을 전달한다. 연출 역시 여러 방식을 활용해 컷신의 다양성도 표현해냈다.



그래픽 역시 생각보다 매우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그러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신비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를 정말 잘 가져온 듯하달까. 어린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의 모습을 살짝 비틀어서 베요네타의 세계로 이질감 없이 이끌어냈다고 보면 될듯하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숲의 모습에서도 환영 요역인 티르 너 노그를 통해 변화를 주며, 특히 그 내부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배경 그래픽을 보여준다. 그리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색감이 화려한 배경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진행 요소들은 눈에 띌 수 있도록 타게팅 효과를 부여해 시인성도 잡아냈다.


뿐만 아니다. 베요네타 오리진은 별게 아니라 생각될 수 있는 소소한 부분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잘 그려냈다. 춤을 추는 세레자에게 리듬을 맞추는 아주 간단한 요소를 넣어 재미를 줬다거나, 스킬을 배우는 것조차 그냥 포인트를 찍고 넘기는 대신 자그마한 컷신들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 처럼 말이다.

동시에 초반부 스토리 역시 참 잘 풀어냈다. 베요네타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만한 스토리 전개와 설명은 반대로 베요네타 시리즈의 팬들에겐 색다른 디테일을 즐길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뭐랄까, 베요네타 오리진은 이 모든 장점이 잘 어우러져 어디 하나 튀지 않고 균형이 잘 맞는 어드벤처를 단 시간 내에 보여줬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로 초반의 재미를 확실히 잡아낸 것 역시 그런 적절한 균형 덕분이다.

뻔한 방식의 퍼즐 풀이에 조금은 지루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그리고 좌뇌와 우뇌, 아니 왼손과 오른손이 각자 움직이는 아주 독특한 방식의 조작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만한 그런 게임이랄까.

천진하고 아름다운 견습 마녀 세레자를 만나볼 수 있는 베요네타 오리진: 세레자와 길을 잃은 악마는 3월 17일 Nintendo Switch™를 통해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