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동범 팀장, 김진석 본부장, 박한흠 소장, 이상현 본부장, 송석형 팀장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첫 유저간담회를 17일 비앤디파트너스 서울역점에서 개최했다. 게임위는 불공정 심의논란과 전산망 구축 비리 의혹 등으로 인해 많은 유저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이날 게임위는 유저를 대상으로 등급분류 시스템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앞으로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유저간담회는 오후 2시에 시작해 오후 7시 5분에 마쳤다. 쉬는 시간 없이 5시간 5분 진행됐다.

간담회에 김규철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불참했다. 감사원이 수시로 김규철 위원장에게 질문하는 상황이어서다. 참석한 게임위 관계자는 박동범 직권재분류팀장,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 박한흠 정책연구소장, 이상현 게임물관리본부장,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이다.

유저 의견청취는 간담회에 참석한 17명의 유저가 순서대로 분량 제한 없이 자유롭게 게임위에 질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는 주중 서울에서 진행됐다는 점과 비공개 진행이란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게임위는 지역으로 찾아가는 유저간담회를 분기마다 진행할 방침이다. 김진석 본부장은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게임위가 나아지는 모습을 유저에게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은 "유저의 순수한 의견을 듣고서 앞으로 게임위 정책에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 게임위가 처음 밝힌다고 소개한 등급분류 현황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은 "그동안 게임위의 고객은 게임사인 줄 알았는데, 게임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게임이용자 역시 저희 고객이 됐단 사실을 최근 환경 변화와 이슈를 통해 깨닫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위가 유저 소통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누구와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진석 본부장은 유저들이 그룹을 이뤄 게임위를 초청하면, 마땅히 참여해 얘기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이용자 단체' 출범 필요성을 느낀다고도 전했다.

이날 발표된 게임위 개선계획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위가 게임업계 내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해 전문성을 늘리고, 경력단절여성과 장애인을 지원대상으로 했던 모니터링단 지원범위도 해제하는 등이다. 게임위는 유저가 모의등급분류를 하는 체험도 열겠다고 공언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게임위가 '게이머는 비사회인', '스팀은 포르노'라고 말했다는 부분에 관해서도 설명이 있었다. 김진석 본부장은 본인이 '게이머는 비사회인'이라 말했다고 오해를 산 사람이라며, "실제 발언 취지는 사회적 시각이 있고, 높아진 게이머 시각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소수 유저라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규철 위원장의 '스팀은 골칫거리' 말에 대해서는 스팀 플랫폼 자체가 포르노라는 게 아닌, 스팀에 일부 음란물 게임이 유통된다는 것을 말하는 거라고 소명했다. 이어 "게임위는 항상 스팀과 소통을 하는데, 만약 게임위가 스팀 자체를 포르노라고 여겼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 게임위가 약속한 개선 방안들

한 유저는 "게임위가 혁신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게임을 정말 잘 아는 전문가가 신임 게임위 위원, 실무를 봐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김진석 본부장은 유저 제안을 잘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현직 게임 개발자를 게임위가 비상근으로 모시는 방안도 제시됐다. 전문가급 게임 개발자의 연봉을 게임위가 맞춰주기 어려워 나온 대안이다.

게임물 저작권 도용으로 피해를 본 실무자도 간담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캐릭터를 다른 게임사가 도용했는데, 도용 확정판결 전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 것에 게임위가 개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게임위는 판단 권한이 없다는 한계를 전하면서도 사전심의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법원 확정판결 전 가처분 소송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상현 게임물관리본부장은 "향후 게임위가 저작권 관련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수단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와 논의해 게임위 사후관리 방법을 고민하겠단 설명이다.

앞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김규철 위원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게임위는 거절했다. 김진석 본부장은 "현재 게임위가 감사를 받고 있고, 1월 회계감사와 이용자 전체 민원도 전체적으론 처리하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위정현 교수와 토론하는 것보다는, 의견을 존중하고 향후 여러 구성원이 참여하는 토론회에 참여하겠다고 답을 했다"라고 전했다.

게임위가 P2E 게임을 허용해줄 수 없다는 입장도 재차 확인됐다. 김진석 본부장은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위는 집행기관으로서 P2E 게임 허용은 현행법에서 불가하다"라며 "최근 법원 판결로도 게임위의 역할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 게임위 개선 방안을 유저에게 소개하는 김진석 본부장

개발사와 유저를 위해 게임위는 등급분류 사례집을 2월말 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은 "내용을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알아보기 쉽게 공개하려 한다"라며 "다만, 청소년 이용불가 내용의 경우 홈페이지에 전체공개하기 어려워서 방법을 고민 중이다"라고 소개했다. 현재 게임위는 사례 소개를 위해 여러 게임사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게임위가 회의록을 기본적으로 공개하기로 하면서, 게임사 비공개 타이틀이 노출되는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송석형 팀장은 게임사 영업비밀을 보호하기에는 게임위가 이미 천명한 것과 배치되어 난제라고 짚었다. 우선적으로 게임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등급분류를 늦게 신청해 늦게 받는 방식이 제시됐다. 또한, 게임위가 영업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영업비밀이라고 분명하게 게임위에 강조하면 일부 비공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진석 본부장은 "오늘(17일) 게임위가 유저와 가까워지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게임위는 유저와 소통하는 방법을 늘려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잘못한 것은 유저가 채찍질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유저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공식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