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엔 전부 이런 따분한 색상의 제품들 뿐이었다. 물론 현재는 이런 따분한 색상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분명 내 어린 시절엔 대부분의 PC 관련 제품들은 회색과 흰색이 섞인 그런 사무적인 디자인이었다. 지금이야 그때의 그 감성을 앞세워 그런 디자인의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시절엔 그게 그토록 따분했다. 그래서인지 게이밍 관련 제품들이 앞다투어 시장에 등장할 때 꽤나 자극적이었다.

알록달록한 LED와 함께 그 효과를 곱절 이상으로 돋보이게 하는 제품 자체의 시크한 검은색. 기능적으로도 꽤나 혁신적인 것들이 많았지만 디자인만 보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정도였다. 물론 나처럼 새로운 것에 어색한 사람들은 오히려 불호였을 수도 있겠다.

수년간 평정해온 검은색 게이밍 기기들. 게이머들도 이제 좀 질리나보다. 어떤 업계에서든 검은색 제품은 잘 팔리기 마련인데 스테디셀러는 그 역할에 충실할 뿐, 게이머에겐 다른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재밌게도 관심은 흰색에게로 돌아왔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회색 혹은 크림색이 아닌, 오래 앉아 사용하는 게이머와는 상극과도 같은 새하얀 백색이라는 것.

언제부터 유행이었는지 모른다. 근데 검은색 베이스에서 표현하는 LED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나 또한 검은색보다는 흰색을 선호하는데 이 조합은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다. 몇 년 전부터 화이트 감성을 앞세운 PC를 추천해달라 혹은 구입했다는 게시글이 부쩍 늘어났다. 같은 성능에 가격까지 분명 더 비싼데 심지어 구하기도 더 힘들다. 근데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 심지어 난 PC를 발밑에 둬서 본체가 보이지도 않는데.

▲ 와.. 아름답다... 이러니 좋아할 수 밖에 (출처: PSIONIC 유튜브 채널)

수요가 많으니 공급도 늘어났다. 여러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글로벌 기업까지 화이트 감성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도 좋고 인기도 높다. 물론 가격도 높다. 심지어 특정 분야의 제품은 웃돈을 줘도 재고가 없어 판매 사이트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관리가 어려운 것을 깨달은 후에야 열기가 사그라질까, 혹은 이대로 쭉 검은색과 흰색이 공존하는 시장이 이어질까. 그렇게 된다면 검은색과 흰색 중 어떤 색상이 프리미엄의 상징이 될지도 궁금하다. 현재는 시장의 희소성과 추가 도색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흰색이 프리미엄의 상징이라는 것에 태클을 걸 수가 없다.

게이밍 관련 제품에 흰색이 끼얹어지면서 게이밍을 대변하는 요소는 이제 LED 하나로 줄어들었다. 고성능에 따라오는 높은 가격도 상징적이려나. 요즘은 분홍색이나 빨간색 등의 다채로운 색상으로 새로운 도전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게이머를 사로잡는 흰색 제품의 파죽지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 흰색에 '로캣 화이트'를 빼놓을 수 없지. 흰색 취향이라면 로캣 제품을 한번 살펴보자

▲ 라인업 전체가 전부 흰색만을 지원하는 로지텍의 오로라 에디션 (G705 마우스 / G715 키보드)

▲ 그래픽카드에 관심이 있다면 알고 있을 그 환상종, '에이수스 스트릭스 화이트'

▲ 4090 발표 당시에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흰색의 수냉식 그래픽카드, '컬러풀 RTX 4090 넵튠'

▲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3대장 쌍두마차, '컬러풀 RTX 4090 불칸'도 화이트 버전이 있다

▲ 가성비의 게이밍 PC, 'HP 빅터스 15L'도 흰색의 깔끔한 완본체를 지원한다

▲ YOGA 브랜드도 아닌데.. 철옹성과도 같았던 레노버에서 새하얀 제품을 선보일 줄이야 - 레노버 게이밍 3i

▲ 화이트 감성을 억제할 수 있을까? 다채로운 색상으로 출시되는 '로지텍 G Pro X 슈퍼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