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게임축제 '게임스컴' 본행사가 현지시각 기준 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게임스컴을 기간으로 나눠보면, 게임스컴 전에 열리는 개발자 행사 '데브컴'이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고, 게임산업 관계자와 기자들이 입장할 수 있는 23일 사전 행사(게임스컴 B2B), 일반 유저들이 즐기는 본행사(게임스컴 B2C) 24일~27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한주 내내 게임 이야기가 오가는 주라고 할 수 있죠.

큰 규모의 행사이지만, 독일 쾰른 시내에서는 게임스컴 관련 분위기는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지스타가 열릴 때면 해운대 거리에 각종 홍보물이 게시되는 것과는 비교됐었죠. 종종 게임스컴 분위기는 쾰른중앙역에서 보는 사람들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유저끼리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일까요. 왜인지 게임 개발자 같은 사람이나 라인강 주변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캠프'에 참여할 거 같은 유저들이 꽤 보였습니다.

▲ 독일에서 오전 9시쯤, 한국에서 진행되는 LCK 결승전을 보다가

▲ 멋진 쾰른대성당을 뒤로하고

▲ 게임스컴이 열릴 행사장 '쾰른메쎄'로 향합니다(장소는 역 안입니다)

개발자 행사 '데브컴'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일, 입장권을 받기 위해 쾰른메쎄에 먼저 갔습니다. 미리 한국에서 신청해 받은 티켓에 있는 QR코드만 확인하면 바로 티겟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어떠한 번거로움 없이 바로 입장권을 받을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형태인데, 종이로만 되어 있어서 찢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아쉬웠습니다. 잘 안 찢길 재질로 만들거나 보호하는 커버를 함께 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죠.

▲ 쾰른메쎄에서 데브컴 장소는 게임스컴 반대편에 있습니다

▲ 입장권은 이렇게 생겼는데, 찢어질까 걱정되더군요

가장 중요한 일인 입장권 받기가 끝나니 더 이상 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대로 숙소로 발걸음을 돌리자니 아쉬워 데브컴 행사장 내부에 가봤는데요. 내일(21일)부터 이틀간 이어질 행사 준비로 바빴습니다. 데브컴은 유저 행사인 게임스컴에 비하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게임 개발자만을 위한 행사 사이에서 데브컴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번 '데브컴 2023'은 200명 이상의 연사와 14개의 주요 토픽, 130개 이상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죠. 폴아웃 시리즈와 스타필드의 작곡가 이논 주르, 하이파이 러쉬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탱고 게임웍스의 존 요하나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이 연사로 참여합니다.

▲ 데브컴이 진행될 행사장은 준비로 바빴습니다

▲ 특이한 것은 한 공간 안에서 세션들을 나눕니다

데브컴은 주요 토픽 외에 비교적 작은 세션들은 한 공간 안에서 여럿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별도 칸막이를 이용해 공간을 나누죠.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스피커를 이용해 연사의 목소리를 키우기보다는, 청중들이 리시버를 받아 강연을 듣게 됩니다. 집중도 면에선 아쉽지만 한정된 기간과 공간 내에 최대한 많은 강연을 진행하려는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 메인 발표가 진행될 행사장은 단독으로 600~700명 정도 입장 가능한 규모입니다

▲ 비교적 작은 강연장도 있고요

▲ Xbox가 마련한 휴게실, 조용히 쉬길 원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강연장 밖 공간에서는 비즈니스 미팅존이나 게임시연 존이 마련됩니다

▲ 데브컴의 지역 개성을 살리는 쾰른대성당 모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내년 게임스컴 예고도 잊지 않았습니다(시간을 미리 비워두라는군요)

데브컴이 열릴 공간을 다 보고서 밖으로 나와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연히 데브컴 운영자 니코 씨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양팔의 문신을 보고서 그가 게임을 보통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니코 씨는 코지마 히데오 PD와 메탈 기어 시리즈의 엄청난 팬입니다. 양팔에 솔리드 스네이크와 그레이 폭스가 새겨져 있죠. 그리고 코지마 히데오 PD의 이름까지도요. 코지마 히데오 PD에게 팔에다 사인을 해달라 부탁했고, 이를 기반으로 문신을 새겼다고 합니다.

니코 씨는 코지마 히데오 사인 문신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과거 니코 씨는 코지마 히데오를 만나서 히데오(秀夫)라는 이름으로 팔에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샤프 펜슬로 사인을 해줘서 희미했었고, 타투이스트 실수로 잘못 새겨졌습니다. 秀(빼어날 수)가 禾(벼 화)와 乃(이에 내)로 나눠져서 지금의 타투가 됐다는군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코지마 히데오가 사인해줄 당시 인증 사진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이렇게 웃으며 에피소드를 얘기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 데브컴 운영자 니코 씨

▲ 이 문신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니코 씨는 데브컴 준비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작년 게임스컴과 데브컴 행사 준비는 완전히 패닉 상태였다고 해요. 독일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됐다고 하기엔 이른 시기여서 매달 관련 규정들이 바뀌었죠. 그럴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데브컴에 참석하는 강연자들도 다들 쿨(cool)하고, 모든 과정이 마치 블록 쌓기처럼 착착 맞아떨어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도 편안한 상태에서 데브컴을 준비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올해 행사에 아주 많은 기대를 한다고 합니다.

멀리 한국에서 온 기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2019년 게임스컴에는 4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왔는데요. 코로나19 전이었음에도 니코 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며 무서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니코 씨는 "(일반 유저들이 오는) 목요일에 지옥의 문이 열린다"라며 "내가 기자라면 비즈니스 관계자만이 입장 가능한 수요일에 가능한 모든 게임을 시연하고, 주말에는 쾰른메쎄 근처에 얼씬도 안 할 거야"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가야하죠...

▲ 일단 가보는 거죠

원래 데브컴 티켓만 받으려다가, 어쩌다 보니 게임스컴 B2B(비즈니스) 행사장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현장은 본행사 준비에 바빴습니다. 속으로는 게임스컴 때 공개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나 넥슨의 '워 헤이븐' 신규 영상이 우연히 노출되길 바랐습니다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주로 볼 수 있던 공간은 B2B에서 글로벌존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이 자기 나라 게임사, 게임을 소개하게 될 자리였죠. 게임스컴 사무국은 이번 행사에 63개국이 참여한다고 먼저 밝힌 바 있습니다.

B2B의 각 부스는 성격에 따라 모양새에 차이가 있습니다. 규모에 따라 각 나라가 얼마나 힘을 주는지도 엿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길 원하면 개방적인 부스로 만듭니다. 반면 비즈니스 미팅이 주목적이라면 폐쇄적으로 마련하죠. 글로벌 부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규모로 준비 중인 곳은 프랑스였습니다.

▲ 아직 안 채워진 지스타 규모의 홀, 이런 홀 열댓 개로 구성되는 게임스컴

▲ 대부분은 막혀있어 둘러볼 수 없었습니다

▲ 개방적이면서도 큰 규모로 준비 중인 프랑스 부스(같은 게 2개 더 있었습니다)

▲ 반면 비즈니스 미팅이 목적이라면 Xbox처럼 담을 쌓듯 부스를 준비합니다

역시 한국 부스를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되는데요. 한국 부스가 잘 준비되고 있는지 걱정하며 찾게 됐습니다. 이번에 한국 부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했습니다. 앞서 콘진원은 게임스컴 한국공동관 참가기업을 선정했고, 10개 기업이 혜택을 누리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본 한국공동관은 잘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 독일에서 보니 반가운 단어 'KOREA'

▲ 한국공동관이 내세운 슬로건은 'What's More? Games'입니다

▲ 컴투스ROCA의 VR게임 '다크 스워드'도 한국공동관에 전시됩니다

▲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디스테라', 무모스튜디오의 '두비움'도요

▲ 챌린저스게임즈의 '세컨드 웨이브'도 해외 유저를 만날 예정입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쾰른메쎄 건물 벽면에 CDPR이 선보일 '사이버펑크 2077' 대형 DLC '팬텀 리버티' 홍보물이 크게 보였습니다. CDPR은 팬텀 리버티 홍보를 위해 전 세계 투어 중인데요. 유저들이 행사장에서 팬텀 리버티를 체험해 볼 수 있고, 다양한 굿즈를 가질 수 있죠. 독일에선 게임스컴 기간에 맞춰 개최됩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서 9월 16일부터 양일간 열릴 예정입니다.

▲ 팬텀 리버티 옆에 있는 것은 그냥 면도기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