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산하 스튜디오 라운드8이 개발한 'P의 거짓'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타이틀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국산 싱글 게임 기대작으로서, 해외에서는 새로운 소울라이크 도전자로서 첫 등장과 동시에 국내외 많은 게이머들의 시선이 집중됐죠. 피노키오를 잔혹동화,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했다는 점과 이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 역시 그러한 기대에 힘을 보탰습니다. 출시까지 1년도 더 남은 상황이었음에도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였죠.

물론 기대만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소울라이크 가운데 성공한 게임은 한 줌에 불과하다는 점과 더불어 국내 게임사의 경우 싱글 게임 개발 경험이 적다는 점 등이 거론되면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죠. 잘해도 본전, 자칫 잘못하면 원조를 따라가기 바쁜 어설픈 아류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한편으로는 늘상 따라다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우려는 데모가 공개되자 대부분 해소됐습니다. 최종 피드백을 겸한 데모에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P의 거짓'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대감을 끌어올렸죠.

모든 준비를 끝마친 'P의 거짓'은 오는 19일 정식 출시됩니다. 소울라이크의 문법에 충실한 한편, 자신만의 특색 역시 놓치지 않은 'P의 거짓'입니다. 소울라이크 신작으로서 어떻게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을지 이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게임명: P의 거짓
장르명: 소울라이크
출시일: 2023. 9. 19.
개발사: 네오위즈
서비스: 네오위즈
플랫폼: PC, PS4, PS5, Xbox One, XSX|S



맛있게 매운, 근본에 충실한 '소울라이크'


소울라이크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전투 시스템입니다. 제아무리 매력적인 세계관, 스토리를 구축했다 한들 핵심인 전투 시스템이 별로여서야 얘기가 되질 않죠. 실제로 성공한 소울라이크는 모두 저만의 특색을 가진 전투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원조인 소울시리즈는 잠시 제쳐놓더라도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전투를 자랑하는 블러드본을 비롯해서 패링 액션이라는 신기원을 연 세키로, 자유롭게 빌드를 구축할 수 있는 한편, 다양한 자세를 넣어 성장과 액션의 가짓수를 확장한 인왕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만의 분명한 특색을 갖춘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공유하는 점 역시 분명히 있습니다. 문법화된 틀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소울라이크의 근간이 되는 전투 시스템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적은 강하고 회복 아이템의 수는 제한적이며, 공격과 회피, 방어 등 행동 전반에 스태미나가 소비되는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죠. 보스전의 인상 역시 대체로 비슷합니다. 죽고 또 죽으면서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고 빈틈을 노리는 식입니다. 원조부터 영향을 받은 수많은 소울라이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결만큼은 착실하게 유지했습니다.

▲ 초반에는 평범한 소울라이크 느낌이었지만...

'P의 거짓'의 첫인상 역시 비슷했습니다. 제법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었기에 큰 특색은 느껴지지 않았었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첫인상에 불과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P의 거짓'은 숨겨왔던 자신만의 특색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이를 느낄 수 있었던 건 보스전에서였습니다. 'P의 거짓'의 전투 시스템은 블러드본과 세키로를 조합한 느낌입니다. 소울라이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묶여있지만, 소울시리즈와 블러드본, 그리고 세키로의 전투 시스템은 저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소울시리즈는 대체로 액션이 묵직한 반면, 블러드본은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전투가 특징이죠. 세키로는 그중에서도 이질적입니다. 패링 액션이라는 기존의 소울라이크와는 전혀 다른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P의 거짓'의 액션은 대체로 블러드본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여기에 세키로의 패링 액션을 절묘하게 조합했다고 할 수 있죠. 소울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방어와 회피, 패링의 밸런스를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대체로 익숙한 하나의 방식만을 쓰곤 합니다. 회피 위주로 플레이한 게이머는 계속 회피 위주로, 대방패를 들고 방어적으로 플레이한 게이머는 계속 방어 위주로 플레이하는 식이죠.

▲ 점점 액션이 확장되고 깊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P의 거짓'은 달랐습니다. 회피와 가드, 퍼펙트 가드(패링)의 밸런스를 맞춤으로써 전투 시 이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회피는 적의 공격을 피하고 바로 공격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투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고 가드는 적의 연타도 막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퍼펙트 가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스태미나만 닳고 적의 그로기 게이지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퓨리 어택이라고 해서 일종의 강공격은 퍼펙트 가드로만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사용처 역시 충실히 만들어놨습니다.

▲ 아예 거리를 벌리던가 퍼펙트 가드로만 막을 수 있는 퓨리 어택

물론 이러한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퓨리 어택을 제외한다면 굳이 가드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부분입니다. 회피에 자신 있다면 그냥 피하면 되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P의 거짓'은 각각의 장단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회피와 가드의 밸런스를 조율했습니다. 회피를 통해 얻는 이점이 큰 만큼, 엇박자 패턴 등을 넣음으로써 실패할 경우의 리스크 역시 분명하도록 한 거죠. 연타나 엇박자 패턴의 경우 차라리 가드하는 게 낫도록 만든 셈입니다.

그렇다고 가드가 최고라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가드 역시 단점이 명확합니다. 소량이긴 하나 체력도 닳고 스태미나도 닳기에 회피와 적당히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자칫 수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P의 거짓'은 가드 리게인을 넣어 해결했습니다. 블러드본의 리게인 시스템과 흡사한 시스템으로 가드로 막은 공격에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외에는 적을 공격해서 다시 체력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거의 같습니다.

▲ 횟수는 저마다 다르지만, 퍼펙트 가드 성공 시 적의 무기를 파괴할 수도 있다

한편, 퍼펙트 가드의 이점은 단순히 스태미나만 다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것만이라면 퍼펙트라는 이름이 아까웠겠죠. 퍼펙트 가드를 할 경우 적의 그로기 게이지를 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이 무기를 들었다면 부술 수도 있습니다. 무기가 부서지면 리치가 줄어들뿐더러 공격력 역시 약해지기에 전투를 훨씬 유리하게 이끌 수 있죠. 쉽지는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보스의 무기조차 부술 수 있을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 보스의 무기는 대충 퍼펙트 가드 몇 번 했다고 해서 부서지지 않으므로 주의

이처럼 'P의 거짓'은 회피, 가드, 퍼펙트 가드의 장단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들 모두를 적절히 병행하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고평가하고 싶은 건 이 모든 것들을 억지로 묶어낸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쓰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모든 걸 쓰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근본에 충실한 건 전투만이 아닙니다. 내러티브 역시 근본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프롬소프트의 소울라이크하면 온갖 비유와 은유로 가득한 걸 알 수 있는데요. 특정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트리거가 되는 관련 아이템을 장착한다든가 감정표현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 역시 'P의 거짓'은 충실히 구현했습니다. 찾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것까지 구현한 거야?' 싶을 정도였으니 이런 숨겨진 요소들을 찾는 걸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P의 거짓' 역시 만족할 거로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다, 수많은 조합. 나만의 정답을 만드는 전투 시스템


전투의 근간이 되는 회피와 가드, 퍼펙트 가드의 밸런스, 완성도를 끌어올린 'P의 거짓'은 여기에 더해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로 무기 조합 시스템과 리전 암을 추가함으로써 전투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소울라이크에서 어떤 무기를 쓸지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영원한 숙제와도 같습니다.

공속이 빠른 무기는 공격력이 약하거나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기 어렵고 반대로 공격력이 높은 무기는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기는 쉽지만, 반대로 공속이 느려서 답답한 편이죠. 물론 공격력과 공속,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육각형으로 밸런스가 잡힌 무기도 있습니다. 롱소드 등의 한손검이 보통 여기에 해당하죠.

▲ 느린 공속은 대형 무기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울라이크는 큰 틀에서 본다면 이 중에서 하나의 무기군을 선택하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주무기, 보조무기에 다른 무기를 장착해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적의 패턴을 거의 완벽하게 익혔다고 자부한다면 대형 무기를, 그렇지 않다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속이 빠른 무기는 쓰는 식이죠. 한손검 등의 무기군 안에서도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무기 스킬이나 일부 모션, 공속 등 약간의 차이를 고려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P의 거짓'은 달랐습니다. 출시 전부터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무기 조합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타입의 무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러한 무기 조합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대에 날이 긴 무기를 붙여서 공격 범위를 최대치로 늘릴 수도 있으며, 각각의 무기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단점을 상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자루를 바꾸자 원본과 비교했을 때 훨씬 공속이 빨라진 걸 볼 수 있다

단점을 상쇄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개인적으로도 애용한 살아있는 인형들의 도끼 날과 명인 요리사의 칼자루 조합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격력이 높을뿐더러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기도 쉽고 가드 능력(가드 시 피해 감소율)도 높은 사실상 최강급 무기지만, 공속이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무기를 명인 요리사의 칼자루와 조합함으로써 그러한 단점을 상쇄한 겁니다. 한손 유형인 자루의 모션과 맞물려 압도적인 공격과 가드 능력, 그로기 능력에 더해 적당한 공속까지 겸비한 무기가 탄생한 셈입니다.

▲ 화려한 동시에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페이블 아츠

무기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블 아츠의 조합 역시 눈여겨볼 만한 요소입니다. 날과 자루 각각에 공격형, 버프형, 방어형 다양한 페이블 아츠가 달린 만큼, 어떤 페이블 아츠를 조합하는지에 따라 전투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자루에 달린 기믹 역시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부스터 글레이브 자루는 차지 공격을 할 경우 부스터로 단숨에 거리를 좁힐 수 있으며, 방패가 달린 자루는 강공격 시 방패로 밀치는데 여기에 가드 기믹이 달려 있어서 적을 공격하면서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조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보스의 에르고로 교환하는 전용 무기들은 일체형이기에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별도의 기믹이나 강력한 페이블 아츠를 지녀서 일반 무기와는 색다른 액션을 선사하는 식입니다.


퍼핏 스트링의 경우 단순히 적을 끌어오던 것에서 적에게 돌진하는 식으로 강화되는데 종래에는 그대로 연계 공격을 쓸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체공 중 적이 공격을 피하거나 맞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강력할뿐더러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기도 용이하죠. 페이블 아츠와 섞어 쓰면 보스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지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드보다 한 템포 늦게 발동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엇박자인 패턴에 대응하기 쉽고 적이 공격할 경우 폭발해 대미지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그 자체로도 제법 쏠쏠하지만, 최대로 강화하면 반격기가 생겨서 액션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적극적으로 리전 암을 쓰는 걸 볼 수 있죠.


▲ 리전 암을 강화할수록 쓰는 재미 역시 점점 커진다

정리하자면 'P의 거짓'은 충실한 기본기에 자신만의 특색 역시 간과하지 않은 소울라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평가를 주고 싶은 건 무기 조합 시스템과 리전 암 등이 무늬만 특색인 게 아니라 'P의 거짓'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새로운 무기를 얻을 때마다 어떤 날과 자루를 조합할지 리전 암은 뭐를 쓸지 즐거운 고민거리를 선사합니다.

▲ 어떤 조합도 가능하니 원하는 대로 조합해 보자 이렇게는 하지 말자



소울라이크,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장르 특유의 난이도, 그리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울라이크라고 하면 스탯을 통해 성장의 방향성을 정하곤 합니다. 원조인 소울시리즈를 예로 들자면 어떤 스탯을 찍는지에 따라 근딜 위주, 근딜이라면 어떤 무기를 쓸지, 마검사, 마법사 등으로 플레이 스타일이 나누어지는 식이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P의 거짓'은 성장의 방향성이라는 게 모호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장비에 스탯 제한이 없으며, 직업적 구분이 없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그렇다고 'P의 거짓'에 성장에 대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스탯과는 별개로 성장을 보조하는 'P기관'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P기관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종의 특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겁니다.


P기관이 캐릭터의 성장을 보조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옵션입니다. 각각의 P기관은 아뮬렛 장착 개수 증가, 연속 회피 기능 활성화, 퍼펙트 가드 시 경직 발생 등 다양한 옵션을 지닌 만큼, 취향껏 활성화하면 됩니다.

옵션은 슬롯을 모두 채우는 것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데 슬롯 옵션 또한 페이블 아츠 공격력 강화, 무기 내구도 소모 감소, 퍼펙트 가드 시 가드 리게인 회복 등 다양합니다. 연속 회피 기능 등 필수적인 P기관을 활성화했다면 다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P기관을 활성화하면 됩니다. 페이블 아츠를 적극적으로 쓰고 싶다면 급류를 게이지를 늘리는 P기관을 활성화하고 페이블 아츠 공격력을 강화하는 슬롯을 장착하거나 펄스전지를 쓸 경우 페이블 게이지가 차는 슬롯을 장착하면 되고 리전 암을 자주 쓰고 싶다면 퍼펙트 가드 시 리전 암 게이지가 차는 기능을 활성화하는 식입니다.

▲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서 취향껏 P기관을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이를 통해 'P의 거짓'은 다양한 빌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컨트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울라이크가 가진 태생적인 난이도를 낮췄습니다. 여전히 컨트롤이 필요하긴 하지만, P기관을 어떤 식으로 활성화하는지에 따라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말이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펄스전지와 페이블 게이지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소울라이크를 해본 게이머라면 아마 다들 보스전에서 회복 아이템이 바닥난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보스의 체력이 적건 많건 상관없이 회복 아이템이 바닥났다는 건 뒤가 없다는 걸 의미하고 그렇기에 초조해진 나머지 실수하는 일도 적지 않죠. 하지만 'P의 거짓'은 좀 다릅니다. 펄스전지가 바닥난 상태에서도 적을 공격하다 보면 최대 1개지만, 충전할 수 있죠. 앞서 언급한 P기관을 활성화해서 좀 더 쉽게 수급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하게만 한다면 꾸준히 회복 아이템을 수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입니다.

▲ 위기의 상황에서 충전되는 펄스전지의 고마움이란

페이블 게이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을 공격하면 게이지가 채워지는데 특정 P기관을 활성화하면 펄스전지와 마찬가지로 좀 더 쉽게 채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페이블 게이지를 늘리고 관련 슬롯을 장착하면 보스전에서 강력한 페이블 아츠를 쓸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찾아올 정도죠. 위기의 순간 일발역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이외에도 'P의 거짓'이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한 부분은 다양합니다. 소소한 요소지만, 보스전에서 패배했을 경우 보스방 앞에 생기는 에르고가 대표적이죠. 소울라이크에서는 일상인 이런 상황에서 소울이 제법 많다면 보스보다도 소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전투에 집중해도 모자랄판에 빈틈이 발생하는거죠. 자칫 회수하기 전에 죽기라도 한다면 의욕이 날아갈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냥 포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투 중 실수로 소울을 회수하거나 해서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빈틈이 생길뿐더러 흐름이 끊기는, 썩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 사소하지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P의 거짓'은 애초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보스방 앞에 위치하게 함으로써 에르고 회수에 대한 부담을 없애는 한편, 일부 구간에서는 몬스터를 잡도록 해서 조금씩 쌓이게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쌓은 에르고로 레벨업을 해도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오롯이 전투에 집중하도록 한 셈입니다.



쾌적 그 자체! 최적화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최적화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고평가하고 싶습니다. 최근 AAA급 대작 게임 가운데 최적화로 홍역을 치른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심지어는 게이머들의 소비 경향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됐습니다. 대작이더라도 일단 최적화가 어떤지 보고 나서 사겠다는 풍조가 생겼을 정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P의 거짓'은 걱정할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출시 전부터 최적화를 자신했던 것처럼 최적화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흠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텍스쳐 팝인 현상이 가끔 발생할 때가 있지만, 플레이를 방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도 가끔, 정말 아주 가아아끔 발생하는 정도에 불과했죠.


프레임이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스전은 물론이고 페이블 아츠를 쓰는 화려한 전투를 진행 중일 때에도 거의 대부분 60프레임을 유지합니다. 60프레임에서 55프레임 정도로 떨어질 때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허용치 안에서 살짝 떨어졌을 뿐 급락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택 컴퓨터의 그래픽카드가 RTX 2070인데도 풀옵션으로 게임을 즐기는 데 어떠한 불편도 없었을 정도였죠.

안정적인 프레임 유지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중요한 소울라이크인 만큼, 'P의 거짓' 개발팀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그런 게임은 아닙니다. 색다르고 신선한 시스템들로 무장했다기보다는 장르의 문법에 해당하는 기존의 요소들을 잘 취합하고 거기에 'P의 거짓'만의 특색을 적절히 가미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죠. 그렇다고 그저 조금 잘 만들었을 뿐인 소울라이크라는 것도 아닙니다. 소울라이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원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수많은 아류작들과 달리 'P의 거짓'은 자신만의 특색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비단, 게임 시스템에 대한 얘기만이 아닙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본문에는 넣지 않았지만, 피노키오라는 동화를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한 'P의 거짓'의 내러티브 역시 여러모로 매력적입니다. 흔히들 프롬뇌라고 하죠. 프롬소프트의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 온갖 추론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P의 거짓' 역시 원작 동화에 대한 오마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추론 거리를 던져줍니다. 파면 팔수록 흥미를 자극하는 그런 것들을 말이죠.

▲ 40시간 넘게 즐겼음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떡밥들을 제공한다

이처럼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를 즐겨온 게이머라면 대부분이 만족할 만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울라이크의 전형으로서 익숙하지만, 자신만의 특색 역시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P의 거짓'은 수작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입니다.

그러니 이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할 만한 게임인지 말이죠. 제 답은 '그렇다'입니다. 적어도 'P의 거짓'은 그러한 자격을 갖추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40시간을 넘게 즐겼음에도 흥미로운 설정들이 계속 등장해 게임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요. DLC나 확장팩도 준비 중이란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만큼, 조만간 더욱 멋진 모습으로 재회하길 바라봅니다.

[ 내용 수정 : 2023.09.14. 14:12 기사 내 일부 오타를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