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PC 플랫폼으로 서비스 예정인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G-STAR 2023에서 체험존을 마련했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의 테스터 버전이다 보니 로컬라이징이나 번역, 시스템 일부가 조금 작업이 덜된 모습이 보였으나, 게임의 모든 콘텐츠는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많은 관람객이 잠깐만 즐기려다 진득하게 앉아 게임을 계속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이하 소옵콘)는 고전 JRPG와 같이 도트 그래픽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어릴 적 즐겼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도트 그래픽은 충분히 추억에 잠길 정도로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을 표현했습니다. 다만 도트 그래픽은 요즘의 3D 그래픽이나 Live 2D에 비하면 다소 담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요. 소옵콘은 이 부분을 CG로 잘 버무려 단점을 상쇄했습니다.

소옵콘은 3D를 베이스로 도트 텍스쳐를 입히는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방식은 주요 사물이나 캐릭터, 배경은 도트로 보이지만, 맵 고저 차나 그림자, 광원, 특정 이펙트 등 대부분이 자연스럽고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쿼터뷰 시점의 SRPG 같지만

▲ 공격 이펙트와 맵의 용암을 보면 도트가 아닌 깔끔한 CG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그래픽 조합은 스토리 연출 부분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평범한 길드장 같은 건물 내부에서는 모닥불이나 햇빛으로 인해 발생한 빛, 그림자는 물론 흩날리는 꽃잎 등의 표현은 현대 CG를 적용해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시각적인 향상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각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하면 화려한 CG가 뿜어져 나오다 보니 멋과 화려함도 좋았지만, 스킬의 타격감도 한층 살아났습니다. 조작이 담백한 SRPG에서 타격감은 주요 포인트 중 하나였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 덕분에 배경은 훨씬 아름답고 분위기도 살아납니다

▲ 공격 이펙트도 매우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죠


SRPG는 맵의 구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를 활용한 전략도 매우 중요한 장르인 만큼, 소옵콘은 이를 최대한 극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맵의 구조 대부분이 좁은 통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된 모습을 띠었습니다. 단순히 큰 통로가 있다면 적당한 포지션의 캐릭터로 줄 지어 들어가면 되지만, 1~2명의 캐릭터만 지나갈 수 있는 갓길이 여럿 존재하고, 큰 통로도 고저 차나 장애물로 가려져 있는 상황이 많아, 어떤 캐릭터를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누구로 이 구간을 돌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레 만들어 줍니다.

또한 맵에 다양한 오브젝트도 큰 역할을 합니다. 스토리 모드에선 울타리가 통로를 좁혀 한 명씩 지나갈 수 있다거나, 바위나 암석으로 길이 아예 막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PvP 모드에선 주변 적을 자동 공격하는 화살 탑이나 움직임을 묶는 함정, 아군에게 버프 효과를 부여하는 깃발 등의 오브젝트도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오브젝트 뿐만 아니라 맵의 고저 차를 활용한 부분도 신경 썼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대와 캐릭터의 높낮이 차이에 따라 전투의 이점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칸의 수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렇듯 단순 캐릭터 속성의 상성, 전투력의 차이보다는 맵의 구조를 활용한 전략적인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 맵 곳곳에 배치된 오브젝트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 PvP 모드에선 다양한 오브젝트가 있어 더욱 신중해져야 합니다


전략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캐릭터와 관련된 성장은 현대 시스템을 일부 계승한 모습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마다 등급이 존재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욱 활용하기 좋을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마다 성장할 수 있는 레벨, 능력치를 높여주는 장비,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는 별개의 스태미너 등이 있습니다.

다소 특이한 것은 캐릭터의 등급이 일정 수치만큼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는 것이 아닌, 두 가지의 갈림길 중 유저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 배우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같은 캐릭터라도 전혀 다른 전투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단순함을 타파하는 것은 물론 PvP 콘텐츠의 깊이감도 짙어졌습니다.

▲ 캐릭터 UI를 보면 전체적으로 익숙한 부분이 많다

▲ 두 개의 스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소옵콘에는 두 개의 스토리 콘텐츠가 있습니다. 하나는 세계관 전체를 다루며 모든 캐릭터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바보의 여정', 하나의 큰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소옵콘이 강조하는 것은 운명의 소용돌이입니다. 여러 분기점에서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 전개는 물론, 엔딩까지 달라지는 것은 다른 모바일 게임에선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콘텐츠입니다.

즉 바보의 여정은 여러 캐릭터의 매력, 세계관, 스토리 등을 천천히 알아가는 튜토리얼에 가깝다면, 운명의 소용돌이는 소옵콘에서 맛 볼 수 있는 깊은 매력의 콘텐츠입니다. 비단 분기점과 선택에 따른 결과뿐 아니라, 상황 중간중간 볼 수 있는 컷씬의 연출도 매력적입니다.

이처럼 다른 게임에선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 콘텐츠에 심혈을 기울인 소옵콘은 SRPG로써의 완성도는 물론, 깊이 있는 싱글 콘텐츠를 통해 깊은 게임성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 소옵콘의 스토리 콘텐츠인 바보의 여정(중)과 운명의 소용돌이(우)

▲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토리 모드는 바보의 여정입니다

▲ 소옵콘의 주요 콘텐츠인 운명의 소용돌이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와 엔딩이 달라집니다


이처럼 소옵콘은 단순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속 빈 강정이 아닌, 지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입니다. 스토리, 다양한 분기와 엔딩,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어려운 난이도의 시련, 스토리 속 퍼즐과 같은 싱글 콘텐츠는 물론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PvP 모드도 있고 말이죠.

정식 출시일이 올해 겨울에서 내년 봄으로 밀려난 것은 확실히 아쉬운 일이지만 최근엔 출시를 미루는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게 유저와 게임사 모두 상생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충분히 기다려 봄 직한 훌륭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