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스퀘어가 개발 중인 던전 크롤러 신작 '던전 스토커즈'가 지난 28일, 스팀을 통해 첫 번째 플레이 테스트를 실시했다. 던전 크롤러 신작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던전 스토커즈'의 첫인상, 그리고 기본적인 시스템, 플레이 감각 등은 다크 앤 다커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클래스 기반인 다크 앤 다커와 달리 캐릭터 기반이라는 점 정도. 캐릭터 디자인 등 비주얼적인 차이점을 제외하면 혼자서, 혹은 파티를 맺어서 던전에 잠입하고 몬스터와 함정, 그리고 또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면서 아이템을 찾아서 회수한다는 PvPvE에 충실하다는 점까지 거의 같다.

장르의 새로운 도전자라고 한다면 응당 차별점을 보여줘야 한다. 과연 '던전 스토커즈'가 준비한 차별점, 날카롭게 갈고 닦은 비장의 무기는 뭘지 플레이 테스트, 그간의 소감을 정리해봤다.


아직은 옅은 캐릭터성,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던전 스토커즈'는 던전 크롤러라는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모습이다. 몬스터와 함정으로 가득한 던전, 랜덤하게 정해지는 시작 위치,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보물 상자에서 아이템을 회수해서 포탈을 타고 탈출한다는 일련의 흐름까지, 던전 크롤러 장르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튜토리얼이나 설명을 읽지 않고 넘어가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석적이다.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만이 아니다. 사실 이 부분은 장르적 특징으로 볼 수도 있다. 배틀로얄 장르 신작이 배틀그라운드가 정립한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던전 스토커즈'는 요소요소에서 기시감이 강하게 든다. 자기장에 해당하는 붉은 장막의 존재라든가 조명의 중요성 등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는 장르적 문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건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에 대한 부분이다. 잠시 다른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이후 수많은 배틀로얄 장르 신작들이 등장했지만, 살아남은 게임은 한 줌에 불과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단순한 아류작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살아남은 게임들은 어떤 식으로든 저마다 비장의 한 수를 갖고 있었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정립한 장르의 문법에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스킬 시스템을 녹여내는 등의 차별화를 꾀했고 그 결과 배틀로얄 장르에서 배틀그라운드와 견주는 게임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반면, '던전 스토커즈'는 비주얼을 제외하면 그러한 차별점이 옅은 모습이었다. 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다른 던전 크롤러와 달리 캐릭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건 분명 '던전 스토커즈'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플레이에 녹여내지 못한 것이다. 검과 방패를 쓰는 힐다는 전형적인 탱커라고 할 수 있고 네이브는 마법사, 우르드는 아처, 클라드는 성직자로 사실상 다른 던전 크롤러의 클래스 시스템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 게임을 하는 내내 굳이 캐릭터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평타 위주에 가까운 다른 던전 크롤러와 달리 스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하고 스킬 연출이나 액션이 좀 더 화려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좀 더 화려한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스킬은 정석적이기 그지없다. 힐다를 예로 들자면 정면으로 돌진해서 회전 베기를 하는 칼날 격돌이 그나마 가장 화려한 축에 해당하지만, 이마저도 더 없이 던전 크롤러다워서 어딘지 심심한 느낌이다.

궁극기는 이러한 스킬 시스템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던전 크롤러 장르에서 숫자는 힘이다. 약한 몬스터라면 혼자서 2~3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다지만, 그마저도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약한 몬스터라도 그럴진대 그게 다른 플레이어라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뒤집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뒤에서 공격하거나 머리를 노리면 대미지를 더 입힐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얘기다. 혼자서 뒤를 잡는다거나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궁극기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는 회심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힐다를 예로 들자면 궁극기를 쓰면 AP(방어도)를 모두 소모하는 대신 30초 동안 공격력 50%, 공격 속도 10% 증가 효과를 얻게 된다. AP를 모두 소모하기에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지만, AP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면 궁극기를 써서 일발역전의 기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상 부족한 캐릭터성을 궁극기가 채워준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결국 궁극기만이 유일한 차별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다른 던전 크롤러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별점이 몇 개 더 존재한다. AP와 저주가 대표적이다. AP는 체력 게이지를 둘러싼 흰색의 게이지로 대미지를 입으면 우선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 AP가 모두 감소하면 갑옷이 전부 파괴되며, 입는 대미지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한다

사실상 방어구의 내구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AP가 일정치 감소할 때마다 캐릭터의 갑옷 역시 조금씩 파괴되고 0이 되면 갑옷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서 그때부터 체력이 달게 된다. 얼핏 체력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AP가 전부 소모될 경우 캐릭터가 입게 되는 대미지는 눈에 띄게 증가한다. 방어구가 없기에 사실상 맨몸으로 적의 공격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AP가 있다고 무조건 체력이 닳지 않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공격과는 별개로 화상이나 독 등의 상태 이상에 걸릴 경우 AP 게이지가 있더라도 체력이 닳기도 하는 만큼, 여러모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AP는 전략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상대의 AP가 얼마나 있는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던전 스토커즈'에서 자기장에 해당하는 붉은 장막은 4번에 걸쳐 좁혀지는데 그때마다 발동하는 저주는 전투에 변수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다. 저주의 종류는 몬스터를 강화하는 것부터 파티원을 일정 시간 몬스터로 변하게 하거나 몬스터의 수가 늘어나는 것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저주지만, 개중에는 몬스터를 약화시키거나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고마운 저주도 있다. 어떤 저주가 발동할지는 완전 랜덤인 만큼, 난전인 상황에서는 기사회생의 한 수가 되기도 한다.

▲ 저주는 랜덤이다. 몬스터로 변할 수도 있으니, 아군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본기는 갖췄다, 관건은 차별화

정리하자면 '던전 스토커즈'는 여러모로 기본기에 충실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테스트인 걸 감안하면 최적화나 플레이 감각 모두 나쁘지 않았다. 단, 이 나쁘지 않다는 게 긍정의 의미만을 내포한 건 아니다. 이미 장르의 문법을 정리한 게임이 있는 가운데 기본기에 충실하다거나 나쁘지 않다는 건 결코 좋은 의미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의도한 부분이겠지만, 느릿느릿한 움직임은 묵직한 전투의 손맛을 안겨주기보다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색다른 차별점이 없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던전 스토커즈'처럼 캐릭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를 꾀했다면 캐릭터성이 더욱 두드러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저 클래스를 캐릭터로 표현했다고만 느껴졌을 뿐이다. AP나 저주로 변수를 주려고 한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캐릭터 기반의 던전 크롤러라는 '던전 스토커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캐릭터로 승부를 봐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아직 '던전 스토커즈'에게는 시간이 제법 많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 막 첫 번째 테스트, 첫발을 내디딘 만큼,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이전 인터뷰에서 아류작이 아닌 장르의 확장을 노린다고 했던 '던전 스토커즈'인 만큼, 다음에 만났을 때는 확장에 좀 더 전념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