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의 대표작, '포트나이트'는 최초에 디펜스 TPS로 시작해 배틀로얄, 그리고 메타버스로 확장한 게임이다. 일반적으로는 배틀로얄이 가장 유명하지만, 포트나이트의 여러 요소들을 유저들이 직접 섬을 꾸미고 노는 '포크리'부터 시작해 언리얼 엔진 에디터의 요소까지 도입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까지 메타버스이자 샌드박스로의 확장성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지난 4일, 포트나이트 기반의 신작 3종이 공개되면서 확장성의 범위가 한층 더 넓어졌다. 개중에는 레고와 협업해 포트나이트 특유의 요소를 서바이벌 크래프팅 어드벤처로 선보인 '레고 포트나이트'도 있었다. 이미 '메타버스'로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한 모습을 보인 포트나이트였던 만큼, 레고와 협업한 이번 시도가 강력한 경쟁작들이 포진된 서바이벌 크래프팅 분야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포트나이트 속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 가능성

엄밀히 말해 '레고 포트나이트'는 포트나이트를 기반으로 한 '신작'은 아니다. 그보다는 모드, 혹은 DLC에 가까운 느낌이다. 플레이하려면 포트나이트를 설치해야 하고, 자신의 포트나이트 계정으로 들어간 뒤 로비에서 해당 섬에 들어가서 플레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이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다.

로비에서 섬을 고른 뒤 여러 지역 중 자신이 처음 시작할 월드를 고르고 파티창에서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네마틱 영상과 함께 '레고 포트나이트'로 진입하게 된다. 배틀로얄 모드에서는 이미 여러 시즌을 거치면서 수 차례 차원 균열이 발생했는데, 이번 '레고 포트나이트'는 그 차원 균열 때문에 모든 것이 레고처럼 되어버린 섬으로 포트나이트 캐릭터들이 떨어지게 됐다는 설정이다.

그런 만큼 예전에 '포트나이트'를 해본 유저라면 이미 플레이방식이나 인터페이스가 친숙하지만, '포트나이트'를 안 해봤다면 막막할 여지가 있다. 이를 감안해서 시네마틱에 등장했던 영리한 폭탄병이 보조 NPC로 등장, 간단한 조작법부터 판잣집과 침대 그리고 제재소와 작업대를 만드는 단계까지 튜토리얼을 진행한다.

▲ 적들에게 쫓기다가 갑자기 차원 균열이 열리더니

▲ 레고풍의 포트나이트 세계로 떨어졌다?

▲ 첫 시네마틱에 등장하고 끝이 아니라 마을 NPC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애초에 크래프팅 시스템을 게임 코어 중 하나로 삼았던 '포트나이트'였던 만큼,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모으고 수집하는 체계의 짜임새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국내에서 사실 배틀로얄 모드의 진입장벽으로 꼽는 것이 온갖 것을 부수고 그걸로 또 무언가를 만드는 건설 시스템 아니었던가. 그 기본은 '레고 포트나이트'에서도 동일했다.

다만 처음부터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곡괭이나 근접 무기류가 주어졌던 배틀로얄 모드와 달리, 여타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처럼 곡괭이도 매번 만들어야 하고 내구도도 생겼다. 그래서 초반에는 서바이벌 크래프팅하면 떠오르는 기본 룰대로 흘러가는 양상이었다. 먼저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주워서 곡괭이나 도끼, 삽을 만들고 더 많은 재료를 모아서 기본적인 거주지부터 만든 뒤, 점차 마을을 확장하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플레이 방식은 그간 흔히 맛보았던 서바이벌 크래프팅의 정석이라고 할까.


▲ 각종 재료를 캐서 시설을 짓거나

▲ 위험하지만 자원이 더 풍부한 지역으로 탐사를 나가기 위해 각종 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


초보 혼자 놔둬도 OK, 차근차근 쉽게 나아가는 심플한 디자인

이런 단면만 보면 '레고 포트나이트'의 차별점은 그래픽과 최적화 정도만 보일지 모르겠다. 실제로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가 직접 만든 것인 만큼, '레고 포트나이트'는 레고블록으로 단순하게 묘사된 캐릭터나 여러 구조물을 뺀 나머지 부분에서 그 퀄리티가 느껴지긴 한다. 국내에서는 포트나이트 유저층이 비교적 적어서 초창기의 양키센스, 과장된 카툰풍 이런 이미지가 있긴 하다. 그러나 '포트나이트' 여러 차례 시즌과 콜라보를 거치면서 애니메이션풍부터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 기반은 '레고 포트나이트'에서 다져졌지만, 다수의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을 보면 그래픽의 퀄리티가 흥행을 이끄는 요인은 아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발하임' 등이 그렇지 않던가. 그보다는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함께 즐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레고 포트나이트'는 충분히 그렇게 뻗어나갈 잠재력은 보유한 상태다. 재료를 모아서 무언가를 만드는 시스템은 이미 배틀로얄 이전에 세이브 더 월드 시절부터 꾸준히 다져왔고, 여기에 건설 아이템뿐만 아니라 각종 생존에 필요한 아이템부터 생활 용품까지 다채롭게 확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에서 필수적인 컨디션 관리 요소도 간단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다졌다. 서바이벌이라는 말 그대로 굶주림, 더위, 추위 등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하면서 생활의 터전을 가꾸는 것이 장르의 기본이다. 배틀로얄 모드와 달리 '레고 포트나이트'는 이 공식대로 게임이 설계됐다. 오래도록 캐릭터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배고픔 상태가 되고, 덥거나 추운 지역에 아무 조치도 없이 오래 있으면 더움 혹은 추움 상태가 된다.

그 상태로 방치하면 속도도 느려지고 체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면서 심할 경우에는 죽기도 한다. 물론 현실과 달리 거점에서 다시 부활하지만, 들고 있던 아이템은 사망한 지점까지 다시 가야만 획득할 수 있다. 이미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그런 건 충분히 감안하고 플레이하지만, '레고 포트나이트'는 좀 다르다. 배틀로얄만 즐기다가 새로운 모드가 나와서 호기심에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레고 포트나이트'에서는 곳곳에 바로 재료로 써먹을 아이템들이 풍족하게 널려있고, 먹을 것도 충분하다. 배고플 때는 그냥 곳곳에 널린 라즈베리를 바로 먹으면 되고, 나뭇가지를 주워서 간단하게 모닥불을 피우거나 피난처를 곧바로 만들어서 추위나 더위에 바로 대응할 수도 있다. 원래부터 뚝딱뚝딱 바로 구조물을 지어대던 '포트나이트'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건설도 간단하다. 블록을 하나하나 쌓는 게 아니라 설계도를 보면서 재료로 부품을 바로 만든 뒤 정해진 위치에 맞추면 OK다. 혹은 설계도와 관계 없이 각 파트를 이리저리 짜맞춰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 설계도 없이 짓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긴 하지만, 어차피 재료는 널려있고 철거는 쉽다

물론 배틀로얄 모드와 달리, 재료만 있으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뚝딱뚝딱 만들 수 있진 않다.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마을의 레벨이 올라야만 더 고급 테크트리가 해방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마을 레벨을 올리기 위한 채집과 건설 활동이 이어지고, 위험한 상황을 더욱 자주 겪게 된다. 처음 시작한 구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늑대나 데굴이는 물론, 각종 무기를 든 산적이나 해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회피 키가 있어서 초반 무기로도 어느 정도 대응은 되지만, 한 번 실수하면 꽤 아픈 공격들이 많아서 어느 정도 발전하지 않으면 역부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좀 더 강력한 무기나 아이템을 얻으려면 더 위험한 지역에서 고급 재료를 캐야 하는 터라 딜레마가 발생하기 일쑤다.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의 이런 딜레마를 '레고 포트나이트'는 포트나이트에서 등장했던 여러 NPC들을 마을에 머무르게 하면서 풀어냈다. 마치 동물의 숲처럼 랜덤하게 방문한 NPC들을 마을의 주민으로 영입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원을 캐게 하거나 혹은 탐험에 같이 동행해서 위험한 적을 협동해서 공격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라면 단검 정도만 들어도 어지간한 적은 회피컨으로 쉽게 잡지만, 그렇지 못한 유저들도 초반에 몰려드는 해골이나 늑대 그리고 각종 외적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중반 테크까지 원활하게 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우군이 있는 셈이다.

▲ 마을 레벨을 올리려면 동굴을 가야 하는데

▲ 아잇 가방 정리하는데 기습을? 그래도 동료가 있어 든든하다

▲ 생존 말고 그냥 이것저것 만들고 놀고 싶다면 처음 세계를 만들 때 각종 설정을 바꿔두거나

▲ 아예 그 방면으로 특화된 샌드박스 모드로 설정해서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서바이벌 경력직의 내공, '레고 포트나이트'

간단한 건설과 조합, 제작, 거기다가 동료 NPC까지 더해진 만큼 '레고 포트나이트'는 그 장르에 크게 관심이 없는 유저도 쉽게 초중반을 넘길 기반이 갖춰졌다. 그 단계에서는 으레 다음엔 뭘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 고민을 해소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보면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어떤 특정 퀘스트를 달성하고 끝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발자들이 만들어둔 것을 다 소화해내기 위해 플레이하지만, 유저의 플레이 속도는 개발자보다 빠른 만큼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한계에 이르게 된다. 그 시점에서 유저들은 개발자가 만든 것을 넘어 자신들이 스스로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노는 단계가 된다. 그것이 어찌 보면 흔히 말하는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의 모습이지 않던가.

▲주변을 잘 살펴보지 않으면 낙석...아니 데굴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

▲ 너 내 동료가 되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떼를 지어 덤벼들 줄은

물론 '레고 포트나이트'는 지금 막 나온 단계라 그만한 콘텐츠의 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후발주자에, 기존 '포트나이트'의 기반이 있음에도 편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다. 우선 재료의 종류가 비교적 간소화된 편이지만 인벤토리가 24칸밖에 안 되서 금방 가득 찼다. 서브퀘스트는 로비 화면에서만 보이고 게임 내에서는 잘 보이지 않은 데다가, 맵에 마을 소속 NPC가 표시가 안 되어있어서 갑자기 사라졌을 때 따로 부르거나 조치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생존 모드에서의 이야기이고 이것저것 꾸리면서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샌드박스 모드는 조금 다르긴 하다. 언리얼 엔진이라는 강력한 기술력에 '포크리',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까지 만들고 운용한 경력이 있는 에픽게임즈의 위력은 초반에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생존 모드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초중반에는 별로 의의를 두지 않았던 장난감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재조명되고, 이를 토대로 상상을 실현하는 재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그런 기발한 상상력이 부재해서 무언가 기똥찬 걸 만들지는 못했지만, 해외 유저들의 플레이를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한창 할 때 보던 기괴한 발명품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만한 게임플레이와 레벨디자인이 뒷받침됐다는 것은 아니고, 무언가를 만들고 논다는 분야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 만반의 준비를 해서 사막이나 서리 지대 등 극한 지역에 사는 최종 보스를 잡으러 갈 수도 있고

▲ 맵 전역을 더 쉽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모노레일도 깔아보는 등 자기 입맛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 기발한 상상력을 활용해서 때려잡을 만한 보스몹들이 얼마 되지 않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기반인 '포트나이트' 자체가 활성화가 덜 되어있어 온전히 즐기기엔 아직은 아쉬운 상황이긴 하다.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은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같이 할 때 더 재미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점을 인지한 듯 NPC와 중간 목표로 할 것을 마련하고, 배틀로얄 모드에서는 진입장벽이었던 건설 모드의 체계를 쉽게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짜임새로 탈바꿈한 '레고 포트나이트'는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그만한 유연함이 갖춰진 만큼, 현재는 취급할 수 있는 재료나 만들 수 있는 오브젝트의 가짓수는 적어도 추후 업데이트로 어떤 것이 더해질지 기대가 됐다. 250만 명의 동접자 수를 기록할 수 있던 것은 배틀로얄 모드로부터 쌓은 인지도 그리고 '레고' IP의 시너지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꾸준히 반응을 얻기란 힘들다. 실제로 플레이한 '레고 포트나이트'는 그만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고, 또 이를 이어갈 저력을 보여주는 만큼 한 번 그 세계를 탐사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 스타워즈 등과도 콜라보를 해봤으니 나중에는 진짜로 우주로 나가서 정거장을 만들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