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이하 블루아카 애니)이 지난 7일 일본 TV도쿄를 통해 방영됐다. 블루아카 애니는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요스타의 자회사 '요스타 픽처스'와 스튜디오 캔디박스가 함께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일 오전 1시 30분에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인 애니박스를 통해 1화가 공개됐으며, 이후엔 한 시간 당긴 매주 월요일 밤 12시 30분에 정규 편성되어 반영될 예정이다. 애니박스 이외에도 라프텔, 티빙, 왓챠 등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넥슨게임즈는 그간 블루 아카이브의 신규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공개할 때마다 특별히 제작한 숏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며 학생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선보여온 바 있다. 팬들은 스탠딩 일러스트와 성우 보이스로만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속 학생들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열광했고, 이후 전해진 정식 TVA 제작 결정 소식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현지는 물론, 국내의 팬들도 블루아카 애니의 방영일을 정말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3주년 기념 블루아카 페스에서의 발표 이후 팬들은 방영 개시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여전히 마이너한 자리에 있는 서브컬쳐 게임들이 여러 매체로 확장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노출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나, 사실 TV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간 게임 IP를 활용하여 제작된 애니메이션 작품 대부분이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넥슨 게임의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데, 제작사가 '요스타 픽처스', 그리고 하청 전문 기업 스튜디오 캔디박스라는 것도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요스타 픽처스는 그간 벽람항로와 명일방주 IP로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실력을 쌓아온 제작사이나, 인력 활용 문제로 인한 퀄리티 기복이 항상 지적되어온 곳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캔디박스 역시 이벤트 형식의 숏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특화됐으나, 좀더 진중한 분위기를 보여줘야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에는 다소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컸다. 여기에 같은 시기에 방영되고 있는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전대대실격'에 내부 핵심 인력 대부분이 투입되어 블루아카 애니에는 상대적으로 퀄리티를 더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가와 같은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애니메이션은 김용하 총괄 PD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원작 게임의 주요 스토리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처음 1쿨 분량은 메인스토리 Vol.1에 해당하는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의 이야기를 그리며, 1화는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여러 전경을 비춰준 후,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과 이들을 돕기 위해 샬레에서 파견된 선생이 만나게 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본편의 빠른 전개를 위해 기본 설정 안내는 대부분 생략됐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키보토스가 다수의 학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대한 연방이라는 점, 이곳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마치 일상 용품처럼 총기를 소지하고 있고, 총에 맞아도 가벼운 타박상 정도에 그친다는 점 등 핵심 설정들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작사 역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고, 미리 예습할 수 있도록 '대략 1분으로 이해하는 블루 아카이브'라는 특별 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한 바 있다.

작화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전경,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 학생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머리 위에 헤일로가 떠오르는 설정이나 원작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애니메이션 속 '선생님'의 모습까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여러 비주얼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템포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12화라는 한정된 분량 안에 원작의 메인 스토리를 가능한 한 많이 담아내려다 보니, 불필요한 부분들을 잘라내고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려는 모양새다. 분명 더 많은 이야기와 여러 학원 소속의 학생들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반가울 수 있는 선택이나,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원작에서 텍스트를 통해 섬세하게 묘사된 여러 과정이 생략되어 아쉬움을 키웠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은 몰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블루 아카이브라는 IP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작품으로 기획됐지만, 여러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하다 보니 팬들이 애정을 느끼는 요소를 담아내기보다 분량을 소화하는 데 급급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 시나리오와 '선생님'이라는 별도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의 전개 특성상 몰입도의 차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전투 파트의 연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1화에서는 학교에 쳐들어온 헬멧단을 막아내는 대책위원회 멤버들의 전투씬이 포함됐는데, 일당백의 실력을 지닌 대책위원회 멤버들의 전투 치고는 어딘가 어색하고 작위적인 장면들로 구성됐다. 탄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져 위기에 봉착한 순간 선생의 지휘가 빛을 발하여 승리를 거둔다는 장면이지만, 영상을 보면 굳이 선생이 없었어도 됐지 않았나라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요스타 픽처스의 전작인 명일방주 애니메이션에서 PRTS 단말을 활용하는 전략적인 닥터의 모습을 보여준 것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방영된 블루아카 애니의 1화를 감상한 뒤 방영 전에 가지고 있었던 작화 관련 우려들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으나, 총 12화, 1쿨 분량으로 제작되는 이후 회차의 만듦새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게임 원작 내에 컷신으로 묘사되어 있는 여러 장면들을 참고하여 싯딤의 상자를 활용한 선생의 지휘를 더 효과적으로 묘사한다면 1화 방영 이후 언급되고 있는 전투 연출 관련 불안감 역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아카 애니는 TV 애니메이션 제작 발표 이후 모인 기대가 그대로 이어져, 방영 이후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방영 당시 티빙에서는 애니맥스의 스트리밍 채널이 53%가 넘는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고, 함께 방영분을 공개한 OTT 라프텔에서는 블루 아카이브가 실시간 인기 애니메이션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틀이 지난 9일 기준으로는 분기별 애니메이션 3위, 주간 애니메이션 2위를 기록 중이다. 쟁쟁한 2분기 신작 애니메이션 라인업 속에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한국 웹툰을 활용하여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되며 국산 IP가 가진 힘을 증명하고 있다고 하지만, 서브 컬처를 좋아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블루 아카이브'가 애니메이션으로 전개되는 모습엔 조금 더 각별한 마음을 품게 된다. 현재 게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온타임 보상처럼,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더 다양한 홍보가 전개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에 아무리 좋은 스토리가 있다고 해도 애니메이션으로 전개될 때의 영향력을 따라갈 수 없기에, 팬들은 항상 애정하는 게임의 애니화가 적어도 실망스러운 경험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곤 한다. 2쿨 이상 시즌이 이어지지 않는 한 원작 속 최종장까지의 이야기를 담기는 어렵겠지만, 그 끝이 어디든 나름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애니메이션이 1화에 모인 기대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원작 팬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었던 그 감동을 애니메이션에서도 똑같이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애니메이션 OTT 라프텔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 인게임에서는 애니메이션 방영 기념 특별 보상도 제공되고 있다

▲ 앞으로도 움직이는 호시노를 계속 볼 생각에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