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와우를 하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색칠하듯이, 아니면 빈칸 채우기 하듯이 힐러를 하면 게임이 금방 익숙해진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시각이었지만 그 맛에 입문하는 사람도, 심지어 나보다 게임 경력이 2배가 넘는 골수 게이머들 중에도 이러한 관점에서 그 누구보다 게임을 즐겁게 즐기는 사람들도 많더라.

완벽주의적 성향의 게이머를 위한 배려일까. 없는 게 없다는 시뮬레이션 시리즈에 일명 청소 시뮬레이터, '파워워시 시뮬레이터'가 추가되기도 했다. 얕보면 안 된다. 라이트 한 느낌의 힐링형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커비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쿠라이 마사히로가 X(트위터)를 통해 리스펙한 게임이기도 하니까.

다이슨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체력바의 빈칸을 보면 참을 수 없는 공대 힐러였을까? 아니면 파워워시 시뮬레이터의 감명을 받았을까. 다이슨에서는 4월 9일 증강 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기능, '다이슨 클린트레이스(Dyson CleanTrace)'를 선보였다.

▲ 파워워시 시뮬레이터 플레이 사진. 별거 없다. 그냥 잘 청소하면 되는 게임

▲ 이보다 좋은 선순환 구조가 있을까? 파워워시 시뮬레이터 스팀 후기 中

이론은 이렇다. 애플리케이션의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하여 청소 구역을 맵핑하고 증강 현실 기술을 통해 청소가 완료된 구역을 표시한다. 청소를 마친 후에는 휴대폰으로 방을 스캔하여 청소가 되지 않는 구역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이슨 Gen5 디텍트 무선 청소기는 단순히 청소기가 지나갔다는 물리적 행위로 청소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음향 센싱 기술을 활용하여 흡입된 입자의 크기와 양의 데이터로 청소 여부를 확인한다.

다이슨 측에서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기능뿐만 아니라 재밌는 통계를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청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데이터에 따르면 실질적인 청소의 약 80%는 10분 내로 끝나지만, 다이슨의 2023년 글로벌 먼지 연구(Global dust study)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평균적으로 24분 동안 청소기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같은 구역을 여러 번 청소하거나, 일부 구역은 아예 청소하지 않는 등 비효율적인 청소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게이머 입장에서는 정말 사소한 기지개 수준이겠지만, 일상생활에 이러한 동기부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경우가 꽤 있다. 당장 생각나는 건 '포켓몬 스마일'이라는 양치질 유도의 기능성 게임.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도 양치질이 귀찮을 때가 많은데, 이 게임을 아는 어린 친구들은 무려 "양치질 시간이 기다려진다"라는 후기가 많다. 아쉽게도 도트힐(지속힐, HoT)은 지원하지 않지만, 크고 굵직한, 소위 큰 힐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청소의 훌륭한 동기가 될 수도 있겠다.

▲ 포켓몬 스마일처럼 일상생활에 있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 이 쪽이 좀 더 게이머 감성이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