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포인트', 아마 시뮬레이션 게임을 오래도록 즐긴 유저라면 이 이름을 듣자마자 어딘지 모를 기묘한 지역이 떠오를 것이다. 유령부터 외계인, 공룡까지 오가는 이상한 백병원에 온갖 기묘한 강의로 가득한 대학까지 들어선 캐주얼 시뮬레이션 시리즈가 '투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이름도 투 포인트 스튜디오에, 가상의 지역 이름까지도 투 포인트 카운티로 짓는 등 투 포인트라는 단어에 꽂힌 이 개발사가 이번에는 '박물관'이라는 테마로 신작을 선보인다. 듣자마자 어느새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떠오를 사람도 있는데, 맞다. 박물관은 살아있진 않지만, 박물관의 재정 상태는 심장박동마냥 두근거린다. 안 그래도 불경기에 길거리에 나앉을 수 없으니, 이 골때리는 박물관을 어찌저찌 소생시켜서 쭉 유지하는 것이 유저들의 사명인 셈이다.

게임명: 투 포인트 뮤지엄
장르명: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5. 3. 4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개발사: 투 포인트 스튜디오
서비스: 세가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캐주얼 시뮬레이션의 대명사, '투 포인트'
공룡부터 유령, 우주까지 이번에도 가볍고 넓게



다소 긴장감 있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투 포인트'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영 시뮬레이션의 갖가지 요소를 캐주얼하게 정립한 시리즈다. 그리고 경영 시뮬레이션의 기초적인 요소부터 차근차근, 튜토리얼로 한 단계씩 풀어나간다. 과하게 친절한 나머지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다소 이골이 날 듯하지만, 이번 작품은 여러 페이즈에 걸쳐서 동시다발적으로 운영관리에 들어갈 요소들이 많아진 터라 차근차근 풀어가는 게 중요했다.

맨 처음에 '메멘토 마일'의 박물관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총 5개의 테마의 박물관을 관리하게 된다. 선사시대, 해양 생태, 초자연, 과학, 우주라는 다섯 개의 테마는 얼핏 보면 서로 완전히 별개의 카테고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물관에 넣을 진기한 물건을 탐사하다 보면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다.

각각 박물관은 따로국밥처럼 재정 상태는 별개에, 어느 한 박물관을 관리할 때는 다른 박물관의 시간이 다소 멈추는 편리한 시공이라 운영 자체는 편하다. 그렇지만 좀 더 다양한 물건을 들여놓기 위해 탐사 범위를 넓히려면, 다른 테마 박물관에서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 후반부에는 여러 테마의 전문가들을 파견해야만 탐사가 진행되는 복합적인 구간들이 해금된다. 심지어 탐사에는 전문가들 외에도 관리원, 보조원, 보안 요원까지 투입된다.

▲ 어느 정도 박물관이 자리잡으면 부지와 테마도 확장...아니 뭔 유령의 집을?

▲ 농담이 아니라 진짜 유령 잡으러 저승까지 간다. 그러니 연구 관리는 필수

▲ 그러면서 본점(?)도 2호 건물까지 확충, 다양한 테마를 녹여낸 멀티플렉스 박물관으로 진화한다

처음부터 무언가 넓고 복잡하게 박물관이 확장되는 건을 이야기했지만, '투 포인트 뮤지엄'의 템포는 상당히 느긋하다. 어지간히 방만하게 운영하지 않고서야 파산의 위기가 닥쳐오진 않는다. 실수해도 그때마다 숨통은 틔울 만큼의 보조금이 이벤트로 들어온다. 그래서 유저들이 침착하게 기본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박물관을 확장해나가는 은은한 재미가 계속 유지됐다. 처음에는 이상한 플로피디스크 화석이나 깨작깨작 전시하다가, 나중에는 거대한 공룡뼈에 식인식물 그리고 유령(?)까지도 전시가 가능하다. 물론 제대로 관리 안 하면 좀 손실이 나니, 관리인을 잘 배치하는 건 상식이다. 현실이었으면 파산도 가능할 각이지만, 파산까지는 안 하는 건 다행이라고 할까.

그러지 않기 위해 인력들을 이리저리 다양하게 굴리는 것도 포인트다. 전문가는 단순히 탐사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유물 복원, 관리, 그리고 전시 해설까지 로테이션으로 돌리고 관리인과 보조원도 쭉쭉 돌리면서 탐사도 보조해야 한다. 그렇게 여러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근무 태도 보고 인력 관리에, 고객 반응 시시각각 클릭해서 부족한 부분을 처리하거나 시설을 증강하는 등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확고히 틀이 잡혀있었다. 수입 및 지출 지표도 각 항목별로 세밀하게, 그리고 원하는 부분만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잘 시각화한 것도 눈에 띄었다.

▲ 크윽 계획은 분명 완벽했을 텐데 왜 수입이 안 오르는 거지

▲ 그럴 땐 관객 반응을 살펴 보고

▲ 좀 위험하긴 하지만 위험을 무릅써야 좋은 전시품을 확보하는 법

▲ 자본이 좀 들긴 하지만 작업장에서 체험형 전시를 연구, 비교적 안정적이고 빠르게 품목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 하나, 대출 금리가 상당히 적어서 부담도 낮았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처음 하거나 투자 요령이 없는 사람들은 자금을 받아서 굴리는 그런 시스템을 아예 건드릴 엄두조차 못 내지만, 그런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자본을 일단 확보해서 굴리고 불리는 자본주의적 기초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끔 했다. 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 특히 캐주얼하게 풀어낸 이 작품이니까 가능한 일이긴 하다. 실제 투자할 때는 무턱대고 대출받으면 큰일나니 주의. 게임은 게임일 뿐 따라하지 말자.

▲ 그러려면 헬기장 증축해야 하는데 그만한 목돈 구하기가...

▲ 대출 돌려막기 따갚되 발동, 현실에서는 따라하지 말자

▲ 잔액 상환에 쏠쏠한 도움이 되는 후원 유치도 필수. 저 파산 메뉴는 어지간하면 열릴 일이 없으니 안심


말 그대로 '깨알' 같아 지나치는 문제
개그와 가벼움에 치중한 돌발사태 메시지와 UI


'대출'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짐작했겠지만, 어쨌거나 '투 포인트 뮤지엄'에도 난관이나 돌발사태가 없는 건 아니다. 손님들이 난리를 쳐서 시설이 부서지는 소소한 것부터 탐사대원들의 실종, 전시품의 도난까지 각종 사태가 일어난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놀랍도록 소소하게 지나간다.

그렇게 소소하게 지나가는 이유는 어지간해서는 손실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정말 자잘하게 흘러가는 이벤트처럼 처리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작은 UI까지 더해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예방 차원에서 관련 인력이 필요하다는 경고는 큼지막하게 나오긴 하지만, 막상 사태가 터졌을 때는 임팩트가 적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나간다. 그러다 월말 결산 통지서를 보고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지표를 이리저리 훑어보고 이력을 훑어본 뒤에야 "아, 미리 잘할 걸" 후회하기 일쑤다.

▲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좀 시시한 일이었지만

▲ ??? 내가 황금비로 맞춰둔 인력 배분이 어째서?

▲ 알고 보니 실종....야잇 이런 걸 더 먼저 말하라고

사실 그런 징조는 관객의 이모티콘 등을 통해서 일부 파악할 수 있긴 하다. 그 부분이 작은 건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도 비슷했으니 이 장르에 익숙한 유저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전 대비 복잡해졌음에도 이 부분을 얼렁뚱땅 개그로만 메우려고 하는 기조가 좀 더 눈에 밟혔다.

물론 '투 포인트' 시리즈가 클레이 애니메이션풍 캐릭터를 보듯 그런 코믹한 시뮬레이션을 지향하는 시리즈인 건 맞긴 하다. 궤도에 올려둔 뒤에는 각종 농담따먹기나 이런저런 해프닝을 소소하게 보면서 여유롭게 관리하는 맛도 있었다. 그렇지만 시리즈를 지나면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투 포인트 뮤지엄'은 나중에는 계속 불어나는 인건비와 각종 돌발사태 때문에 이를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농담따먹기 라디오, 각종 밈만 나오는 UI는 썩 달갑지는 않다.

▲ 유령 따위 온갖 기현상을 겪은 투 포인트 카운티에선 아무 것도 아니지

▲ 전작에도 외계인이 있었으니 이 정도쯤은 뭐

▲ 하지만 전시품에 손대는 진상은 ㅂㄷㅂㄷ 사전에 쫓아내는 건 없어서 관리비와 주름살만 늘어난다고

이 부분을 개발진도 아는지, 정말 박물관 재정이 안 좋아지면 라디오 방송은 거의 중단되고 안내원의 긴급한 메시지가 들려온다. 오죽 직원들이 훈련을 시켜달라고 하는, 정말 현실에서 없을 법한 이야기까지 나오니 꽤 놀랍긴 하다. 그리고 그 문턱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다시 또 시시껄렁한 농담만 이어지는, 뭔가 맥이 끊기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청각적인 요소 외에 관객들의 코믹한 반응이 스티커북으로 나올 만큼 다양하긴 하지만, 대체로 게임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서 그저 스쳐지나가는 추억 정도에 그쳤다.


초보도 즐겁게 '투 포인트 뮤지엄'
파산 걱정 없이 마음껏 꾸려나가는 나만의 박물관


사실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실시간으로 적과 맞서면서 컨트롤로 적극 대응해야 하는 액션과 달리 수동적이고, 정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물밑으로 여러 상황을 다각도로 체크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관리하는 능동적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 노고가 화면에 드라마틱하게 노출되지는 않는다. 특히나 치밀하게 관리하는 것에 주력하는 게임일수록 그 화면은 자연히 복잡하고 자잘할 수밖에 없고, 초심자는 그걸 보자마자 바로 접근할 의욕을 잃기 마련이다.

'투 포인트 뮤지엄'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서 조금 복잡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캐주얼하다. 각기 개성 있는 테마대로 큼직하게 풀어냈고, 서로 연결하되 따로 관리하게끔 해서 복잡함을 줄였다. 차근차근 박물관을 각 테마대로 꾸미다가 점차 더 다양한 테마를 연결해서 이 세상에 없는 박물관까지 완성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과제를 제시한 것도 인상 깊었다. 아울러 정말 어지간히 실수하지 않는 한, '파산' 엔딩이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도 눈에 띈다. 각종 주요 포인트는 시각화가 잘 되어있고, 뭔가 위태로울 때면 보조금 이벤트도 쏠쏠하다. 한 번 터졌다고 파산하는 정도의 이벤트도 잘 없어서 유유자적하게 온갖 기괴한 전시품들을 들여놓으며 완성하는 재미도 있다.

▲ 각종 전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 더 퀄리티 있는 경험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그러면서 '캐주얼'을 추구했던 투 포인트 뮤지엄의 기조가 약간씩은 흔들리긴 한다. 그렇지만 그때쯤이면 초보들도 시뮬레이션 게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기본 문법 정도는 알 타이밍이니 눈엣가시 정도로 그칠 문제들이다. 이전처럼 다소 과장된 환자들의 증상이나 얼렁뚱땅 개그로 넘어가는 타이밍들을 웃고 넘어갈 시점이 많이 없어서 좀 아쉬움은 있겠지만, '투 포인트 뮤지엄'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입문작으로 추천할 만하다. 드라마틱하지 않게 소소하게 관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 '투 포인트 뮤지엄'에서나마 그 꿈과 재미는 확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