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게임 업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미국 대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비디오 및 PC 게임들의 제작 및 판매에 심대한 타격이 올 수도 있다.


사건의 시작은 영화 “터미네이터1,2”의 액션배우이자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지사로 재직 중인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지난 2005년 대법원에 제출한 “슈왈제네거 VS 엔터테인먼트 상인 협회”라는 법안이다.


본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승인한 법안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게임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었으나, 그 당시 미국 사법부로부터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고 반발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해당 법안은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 되면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정식적으로 미성숙하여 올바른 사리판단이 불가능하기에, 국가가 나서서 이들에게 유해한 게임을 제재하고, 유해하지 않는 게임을 선정해줘야 한다”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고, 현재 지금 미국 대법원은 다시 제출된 이 법안의 통과를 두고 심사숙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 북미 대법원에 제출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법안




이 법안과는 별개로 예전부터 북미 50개 주에서는 비디오/PC게임을 외설물과 같은 "유해매체"로 평가해 이를 제재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을 제출해 왔었다. 하지만, 비디오/PC게임은 미국의 수정 헌법 제1조 “언론, 종교, 집회의 자유” 중에 ‘언론/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 ‘의 보호를 받아왔었기 때문에 그런 법안들이 대법원까지 가지 못한 채 위헌 판정을 받아 모두 무효화가 됐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론 혹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 조항 때문에 미국 재판부가 외설 혹은 음란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밀러 테스트(Miller Test)에서도 게임은 완전히 제외될 수 있었다.



밀러 테스트란?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레스토랑에서 노골적인 음란 책자와 음란 필름을 유통한 밀러(Miller)를 두고,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서 보호되지 않는 "음란물"에 대한 심사기준을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것이 바로 밀러 테스트다.




그러나, 앞으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제출한 문제의 그 법안이 통과되어 미국 대법원이 게임을 외설스러운, 음란스러운 컨텐츠를 담고 있는 “유해 매체”로 정의 내릴 경우, 북미 게임 업계는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은 더 이상 “언론/표현의 자유” 조항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기에 게임 안에서 표현되는 모든 것들이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은 없는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리고, 각 주에 따라서는 게임을 음란물과 같은 카테고리에 상정시킬 수도 있어 이는 미성년자는 물론 성인들에게도 게임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게임 판매업자가 무거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가 아예 성인용 게임은 취급하지 않게 되는 자체 검열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대작들, 바이오쇼크, 폴아웃, 헤일로 등의 1인칭 슈팅 게임뿐 아니라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 등의 게임들을 앞으로는 좀처럼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아동들을 위한, 유해성이 없는 안전한 게임들이 주를 이루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 최근 국내 정식 발매한 블리자드의 최신작 "스타크래프트2"




▲ 앞으로의 게임은 이런 것들만 보게 될 지도...




이 법안과 관련해 북미 게임 업계 또한 적극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 엑스포, E3를 주관하는 ESA와 ECA 등의 게임 협회와 업체들은 아놀드 스왈제네거
법안이 절대로 통과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노력과 자금이 소요되는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 E3 주관사인 ESA가 발표한 보도자료 -
"북미 게임 업계는 대법원이 게임에 대해 수정 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유지시켜주기를 요청한다."



북미의 게이머들과 평론가, 그리고 매체들 역시 자체적인 서명운동을 통해 법안 통과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북미의 가장 많은 게이머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비디오게임 투표 네트워크(Video Game Votes Network)는 지난 9월 14일 기준으로 25만 명이 동참했다.


여기에는 엑스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미국 코믹북의 전설이자 마블 코믹스 명예회장인 스탠 리(Stanley Martin Lieber) 또한 동참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서명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중이다.



▲ 비디오 게임을 위한 법안 무효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스탠 리




오는 11월 2일 미국 워싱톤에 위치한 미국 대법원에서 아놀드 스왈제네거 법안의 구두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 서비스 되고 있는 북미 게임은 물론, 엔씨소프트, 넥슨 등을 통해 북미에 서비스되고 있는 국산 게임들의 향후 운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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