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면 같은 질문을 받는다. "기자님은 연휴에 뭐 하세요?" 게임 기자답게(?) 내가 하는 답은 언제나 뻔했다. "집에서 게임이나 하죠, 뭐"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휴일엔 게임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콘진원이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게임 이용률이 50.2%로, 전년 대비 9.7% 포인트나 하락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6.8%. 마이너스 성장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2020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사람들은 왜 게임을 그만뒀을까? 조사에 따르면 44%가 "즐길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36%는 "게임 흥미 감소 또는 게임방송 시청으로 만족", 34.9%는 "대체 여가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그 대체 여가가 무엇인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TV, 영화, OTT 콘텐츠, 특히 숏폼 동영상. 출퇴근길에 퍼즐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이제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본다. 게임을 하려면 집중해야 하고, 조작해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숏폼은 엄지 손가락과 눈만 있으면 된다. 피곤한 현대인에게 게임은 점점 '무거운' 여가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게이머 수 자체는 33억 명으로 늘었다. 2020년 27억 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는 202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게임 플레이 시간은 늘었다. 2024년 게임 이용 시간은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게임 세션 수는 12%나 늘었다. 무슨 의미일까?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줄지만, 이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오래 플레이한다는 뜻일 테다.
'캐주얼 게이머'가 사라지고 있다. 남은 건 '코어 게이머'뿐이다. 게임 산업은 점점 더 좁고 깊은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게임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2024~2025년 게임 업계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는 리텐션(Retention, 유저 유지)을 꼽을 수 있다. 신규 유저를 데려오는 것은 너무 비싸다. 광고비는 치솟고,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강화됐다. 그러니 이미 데려온 유저를 어떻게든 붙잡아두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보상 기반 유저 확보 전략을 도입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실제 돈이나 상품권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또 다른 기업들은 크로스 플랫폼 전략으로 눈을 돌렸다. PC, 모바일, 콘솔을 넘나들며 어디서든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홍보는 이제 흔하다.
몇몇 기업은 IP 확장 전략을 꾀하기도 한다. 게임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것. 2024년 프라임 비디오에 공개된 '폴아웃'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드라마가 1억 뷰를 돌파하자 거의 10년 전에 나온 게임인 '폴아웃 4'엔 하루 500만 명이 접속했다.
하지만 이것도 뭔가 이상하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게임을 알리기 위해 게임이 아닌 드라마를 만든다? 결국 게임 산업 자신의 본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 다음 주 새해. 나는 아마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를 켜고 소파에 누워 드라마를 보거나, 유튜브를 켜고 누군가의 게임 방송을 볼지도 모른다.
게임을 즐기던 '보통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게임이 대중의 여가에서 점점 멀어져,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는 1%의 고래가 게임 산업을 먹여살린다는 소문을 굳게 믿어 왔지만(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크기만 제각각 다른 고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물론, 게임 산업이 사라질 리는 없을 것이다. 2024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1,877억 달러에 달한다. 여전히 거대한 산업이지만, 성장은 더뎌졌고, 방향은 불투명하다.
산타(처럼 분장한 아빠가)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게임 CD를 선물로 놓던 시대가 있었다. 최근까지는 가족들이 모여 스위치로 마리오 카트를 하는 것이 일상처럼 들려오던 시절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그런 풍경이 추억처럼 느껴진다. 올 연말, 당신은 무엇을 하시나요? 혹시 게임을 하실 건가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