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기자의 이메일함에 들어온 보도자료 하나가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다.


온네트가 샷 온라인의 후속작으로 알려졌던 Project TGO의 이름을 "투어골프온라인"으로 확정하고 스크린샷을 최초로 공개한다는 내용.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 투어골프온라인이 '크라이엔진3'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뉴스] 온네트, 신작 골프게임 투어골프온라인 첫 공개


크라이엔진3가 어떤 엔진인가, 최근에 출시된 크라이시스2에 사용된 엔진으로 압도적인 비주얼 효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히 필드 묘사에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 엔진이다.


하지만, 엔진의 탁월한 성능만큼은 크게 대중화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크라이엔진을 사용한 게임은 타 엔진보다는 찾아보기가 드물며, 국내에서는 아이온이 크라이엔진1을,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가 크라이엔진2를 사용했다가 얼마 전에 크라이엔진3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소식을 발표했었다.



[ ▲ 크라이엔진3로 제작 중인 온네트의 신작 '투어골프온라인' ]



공식적으로 온네트가 개발 중인 '투어골프온라인'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크라이엔진3을 계약한 게임이 됐다. 일반적으로 엔진의 가격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대체 어떤 골프게임을 만들기에 '크라이엔진3'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기자의 불타오르는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빌려 미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에도 기자의 갑작스러운 요청을 기꺼이 수락해준 온네트 김경만 부사장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일단 투어골프온라인의 정체가 궁금하다. 샷 온라인의 공식차기작인가?

그냥 온네트가 만드는 두 번째 골프게임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샷 온라인의 차기작이라고 하기에는 게임의 성격과 소재가 다르다. 샷 온라인이 9년 전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의 느낌을 전달한 게임이었다면, 투어골프온라인은 그동안 쌓아온 9년간의 골프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게임이다.



= 언제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나?

1년 6개월 정도 됐다. 지금 투어골프온라인의 김지인 개발팀장과 컨셉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들을 미국 법인으로 불러서 3개월 동안 미국 골프문화를 함께 체험하면서 프로토타이핑을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골프 문화는 상당히 다르다. 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미국에서 경험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의 투어골프온라인도 한국의 다소 폐쇄적인 골프장보다는 현지의 골프장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 ▲ 투어골프온라인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온네트 김경만 부사장(우)과 김지인 개발팀장(좌)
김경만 부사장은 온네트 부사장과 온네트USA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




= 프로토타이핑 이후 진척 상황이 궁금하다.

첫 번째 알파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투어골프온라인의 수많은 구성 중 가장 핵심적인 '골프'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캐릭터가 우리가 만든 스윙으로 우리가 만든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수준이다. 지난달에 내부시연이 있었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

골프 그 자체의 제작이 끝나면 그다음으로 '투어'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고, 그다음은 퀘스트, 상점 등 온라인 쪽 컨텐츠를 붙여가는 작업이 될 것 같다. 개발팀에게 2011년 지스타에 꼭 출품하자고 약속했기 때문에(웃음) 최대한 열심히 달리고 있다.




=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투어골프 온라인이 프로듀싱 및 비즈니스 개발은 온네트 미국지사에서, 기획은 물리학 박사의 지휘 하에 호주에서, 개발 및 그래픽은 한국과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설명이 있다. 이렇게 다국적으로 작업하기가 어렵지는 않은지.

가족들과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불만은 조금씩 있겠지만, 개발에 큰 불편은 없다. 각자 맡은 일을 정확히 알고 있고 2달에 한 번씩은 한 곳에서 함께 모이는 시간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는 수월한 것 같다. 요즘에는 화상회의 시스템도 워낙 잘 갖춰져 있기도 하고.



= 투어골프온라인이 추구하는 핵심적인 게임요소는 무엇일까?

투어골퍼의 삶 그 자체다. 샷 온라인이 아마추어 골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투어골프는 그 사람들이 성장해서 본인의 명성과 실력을 제대로 뽐내는 한 단계 더 발전한 골퍼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샷 온라인을 운영하면서 물리 엔진 등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현재 라이브 되고 있는 게임에서 밸런스 부분을 건드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투어골프온라인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골프의 모든 것을 담기를 원했고, 물리 엔진을 더욱 다듬고 개선해서 판타지와 리얼의 경계에서 골프 궁극의 재미를 추구하려고 했다. 현재도 프로골퍼분들의 감수를 받고 있으며 실제 그린 위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어떻게 해서 크라이엔진3을 사용하게 되었나?

사내에서는 '크라이엔진3 샀으면 총 쏘고 불 쏘고 해야 엔진의 힘을 다 쓰는 거 아니냐?'라며 농담을 하곤 하는데, 사실 여러 가지 엔진 중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필드의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부분이었다.

결국, 자연 풍광 묘사에는 크라이엔진3를 따를 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 ▲ 크라이엔진3로 제작된 블럭버스터 FPS 크라이시스2 ]




= 크라이엔진3를 전 세계에서 가장 최초로 계약한 게임이 되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위험 부담도 있었을 텐데.

사실 계약을 시작할 때는 크라이엔진2로 했었고 프로토타이핑도 크라이엔진2로 했었다. 근데 어쩌다 보니 크라이엔진3가 업데이트되었고 공식 계약은 크라이엔진3로 하게 된 것이다. 최초다 보니 크라이텍에서 관심도 많이 주고 있고 해서 위험부담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 크라이엔진3로 개발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아직은 쓰는 회사가 많지 않다 보니 구인도 어렵고, 사용하다가 궁금증이 있을 때 해결하기도 쉽지가 않은 편이다. 언리얼엔진같은 경우에는 검색만 좀 하면 솔루션이 바로 나오는데, 크라이엔진2는 크라이텍 본사의 엔지니어한테 질문해서 답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처음 크라이엔진3을 도입하자고 했을 때 온네트 사장님도 반신반의했었다. 비교적 저렴한 엔진도 많은데 골프게임을 만드는데 굳이 크라이엔진3를 꼭 선택해야만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필드에 풀이 살랑살랑한 장면이 담긴 프로토타입을 보여 드리자 그 자리에서 '오케이'하셨다. (웃음)




= 크라이엔진3과는 별개로 자체 개발 '골프 전용 탄도 엔진'이 있다.

크라이엔진3에도 물리엔진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충돌체크와 중력 정도만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골프게임에 사용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따로 개발해야 했는데 실제 골프를 칠 때 적용되는 수많은 상황적 변수가 모조리 들어가 있다.


바람이 분다든지, 골프채의 각도, 칠 때의 힘, 자연환경 등 예를 들어 '지금 습도가 낮으니까 공기 중에 물이 적기 때문에 공이 얼마나 날아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 '공이 땅에 떨어졌을 때 몇 번 튈 것인지, 공이 계속 굴러갈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설 것인지'. 물리학 석, 박사 과정에서 배우는 이론들이 탄도 엔진에 그대로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 투어골프온라인이 목표로 하는 유저층이 있다면?

첫 번째는 골프를 아주 좋아하는 분이다. 두 번째는 골프를 막 배워보려는 분, 세 번째는 온라인 스포츠 게임을 좋아하는 분, 더 확장해서 마지막 네 번째는 모든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실제로 샷 온라인 유저를 보면 40,50대 유저분들이 많다. 대부분이 실제로 골프를 치는 분들이다. 최근 스크린 골프장 때문에 골프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어서 더욱 긍정적으로 본다. 유일하게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깜짝 놀랐다. 인터뷰 중간에 갑자기 김경만 부사장이 투어골프온라인의 실제 플레이 영상을 보여주겠다고 한 것. 지금까지 이 영상을 본 사람은 내부 직원 외에는 퍼블리셔 관계자 극소수가 다라고 했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스크린샷으로만 봤었던 투어골프온라인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보통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에 가면 '빛내림'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하늘에서 햇살이 필드를 내리쬐는 장면이 마치 실사와 같이 표현되어 있었다.



[ ▲ 동영상을 혼자만 봐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




[ ▲ 이 스크린샷이 실제 플레이화면에서 그대로 연출된다. ]





그뿐 아니라 필드의 풀과 나무들까지도 크라이시스에서 봤던 수준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각각의 그림자와 나풀거리는 움직임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 캐릭터의 스윙과 동시에 날아가는 공의 궤적,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들은 온라인이라는 접두어 떼고, 외국 개발사들의 콘솔 골프 게임들과 경쟁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경지에 올라와 있었다.


김경만 부사장이 농담으로 '골프계의 테라라고 해도 되겠죠?'라고 한 것이 정말 이해가 갔다. 이 자리에서 영상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




= 크라이엔진3로 제작되기 때문에 사양 걱정이 좀 된다.

크라이엔진2로 만들 때는 우리도 사양이 너무 높아 걱정했는데 크라이엔진3부터는 최적화가 잘 되어서 일반적인 컴퓨터에서도 잘 돌아가더라. 최종 버전에서는 그래픽 퀄리티는 더 올라가고 사양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 앞으로의 일정은?

일단 올해 지스타 출품이 가장 우선 목표다. 그 전에 퍼블리셔도 확정 짓고 싶고.



= 상용화 모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일단은 샷 온라인과 유사한 형태다. 캐시아이템으로 실제 골프에서 필요한 클럽이나 기능성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인데, 특히 투어골프온라인은 대회 중심이기 때문에 좋은 퍼블리셔를 만나 전국적인, 세계적인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그 안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이 나올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투어골프온라인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9년 만에 골프게임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만들었던 샷 온라인과 어느 정도 골프를 배운 후에 만드는 투어골프온라인은 분명히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샷 온라인을 전 세계 8개국 서비스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집대성해서 최고의 골프 게임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투어골프온라인,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




▶ 인벤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투어골프온라인의 추가 스크린샷, 동영상 대신으로 특별히 제공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