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을 떠올려 본다. 수십 명의 아이가 선생님이 나눠주신 설문지 하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과학자부터 대통령, 변호사, 의사, 기술자까지. 직업들이 20,30개가 차례대로 적힌 종이 위에 자신이 원하는 단 한 개의 동그라미를 치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수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고 직업은 더욱 세분화 되면서 A4 한 장은커녕, 직업 리스트와 간단한 설명만으로 책을 내도 될 정도가 됐다. 그만큼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신규 직업들도 많이 생겨났는데, ‘게임기자’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러니, 본가 어른뿐 아니라 처가댁 어른들을 모두 합쳐도 기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예전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졌을 때 인벤으로 안부를 묻는 가족. 친인척들의 전화가 쇄도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오늘 이 자리에서 소개하는 직업도 그런 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우 ‘독특하다’.

심시티 디럭스,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 비주얼드2, 문명5의 한글 번역부터 그 외 배틀필드2: 배드컴퍼니 같은 다양한 게임의 메뉴얼 번역까지. 게다가 모로 저택의 비밀과 같은 한영 번역까지 다루는 프리랜서 게임 전문 번역가 "정향" 씨.


더 놀라운 점은 정향 씨가 3살 때부터 '삼국지2, 울티마 5,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 폴아웃, 문명 시리즈' 같은 일명 “빡센” 게임들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언어의 압박을 홀로 이겨내며 플레이해 온 '하드코어 게이머'라는 사실이다.


빠트릴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정향 씨가 바로 '미모의 여자사람'이라는 사실.

자, 이제 집중해서 정독할 준비가 되셨는가?






= 공개한 프로필 페이지[링크]를 보면 정식 번역가로 활동하기 전에 아마추어 한글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고 되어 있다.

폴아웃2도 했고, 엘더스크롤 모로윈드 같은 게임의 한글화 카페에서 활동도 했었다. 이름을 내걸 만큼 한 것은 아니고 함께하는 형태였다. 대사 번역 도와주는 정도. "게임번역은 이런 거구나." 정도를 맛볼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 어릴 때부터 감명 깊게 한 게임의 리스트를 살펴보고 한참을 놀랐다. 일반적인 여성 취향하고는 상당히 다른데, 어떻게 해서 3살 때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의 길을 걸어오게 됐나?

아주 어릴 적부터 집에 PC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애플2였던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걸 즐겼고, 어른들도 그 당시에는 희귀했던 정품 게임도 많이 사다 주셨다. 한글화 게임도 전혀 없을 때니, 독학으로 영어 해석도 하고, 마이컴 같은 잡지도 보고 하면서 참 재미있게 했다. (웃음)

삼국지2 영문판 정도는 사실 "Attack" "Move" 같은 간단한 단어만 익혀도 플레이하는데는 충분했는데, 고모부가 구입하셨던 울티마5 같은 게임들은 아예 영어사전을 옆에 끼고 플레이하기도 했다.





▲ 게임 전문 번역가 '정향'
= 맘에 맞는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보통 남자아이들은 친구 집에 서로 몰려다니며 게임을 많이 한다.

그 당시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취향이 좀 많이 달랐다. (웃음) 대부분 거의 혼자서 게임을 했다. 대부분 싱글 플레이 위주로 했는데 사촌 동생이랑 게임을 바꿔가면서 엔딩을 보곤 했다. 집안 어른들이 일찍 IT 쪽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런 영향이 컸던 것 같다.



= 성인이 돼서도 게이머 생활을 유지했었나? 대학생 때가 특히 궁금하다. (웃음)

아!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웃음) 학교에서 리듬 댄스 게임 동호회에 가입했었는데, 오락실에 몰려다니면서 그 당시 유행했던 DDR(댄스 댄스 레볼루션) 같은 게임을 했다. 그때 "여자 괴수"로 불릴 정도로 나름 잘했고, 나중에는 '드럼 매니아'에도 빠져서 '드럼 스틱'을 사서 따로 들고 다닐 정도로 열정적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 게임을 그토록 좋아했으면 '제작' 쪽에도 관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전공은 영어영문학이다.

사실 컴퓨터공학과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근데, 수학을 지지리도 못해서. (웃음) 결국, 문과를 갔고 게임만큼이나 '영어'도 좋아했었기 때문에 영어영문학을 택하게 됐다.



= 어떻게 처음 게임 전문 번역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나?

전공이 그렇다 보니 대학교 때 번역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다. 개인적으로 번역 자체를 재미있어하기도 했다. 그러다 취업,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보면서 "뭘 해볼까?" 하며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게임 번역만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에서 번역가를 구한다는 공고를 발견한 거다. 처음 했던 게임이 아이폰용 '심시티 딜럭스'였는데 그때부터 의도적으로 게임만 주로 번역하게 되었다.

사실 번역을 끝내도 바로 게임이 출시되지 않는다. 작업 후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애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의 경우에도 작업 끝나고 3개월 후에야 비로소 출시됐다. 번역한 게임이 출시되면 게임웹진이나 커뮤니티 등을 기웃거리며 반응을 살피곤 한다. 그런 데서 "이번 한글화 괜찮다." 같은 칭찬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보람도 느껴지고,

인터넷 카페 등에서 유저들이 보통 진행하는 아마추어 번역은, 자신이 게임을 전부 플레이해보지 않는 이상은 번역의 자료가 오직 텍스트밖에 없어서 번역하기가 까다롭다. 어떤 상황인지 몰라 말투를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번역업무를 하는 경우 제작사에서 직접 주는 자료에는 그런 정보들이 모조리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작업하기가 아마추어 때보다 수월하다.




[ ▲ 한글화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 ]




= 작업량은 보통 어떻게 되나?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분량으로만 보면 풀타임 근무나 마찬가지다.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밤샘 작업하곤 한다. 취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고단하지는 않다. 취미는 취미인데 돈 받고 즐기는 취미랄까? (웃음)



= 게임 전문 번역가의 장, 단점이 있다면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장점은 우선 재밌다는 거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나 같은 경우 특이하게 게임도 좋아하지만 '언어'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잘 맞는 것 같다.

단점은 책이나 영화 번역과는 다르게 번역을 했다는 근거가 잘 남지 않는다는 거다. 일단 번역을 하게 되면 퀄리티 부분에서는 정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게임 전문 번역가'로 유명해지고 싶은 나름 욕심이 있다.

하지만, 보통 게임 번역은 크레딧은커녕, 메뉴얼 같은 데도 번역가의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게임 번역은 에이전시에서 일을 줄 때 급박한 일정 때문에 번역가 한 사람에게 전부 주지 않고 나눠서 주기 때문에 더 그렇다. 취합해서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아무래도 혼자 책임지고 할 때만은 못할 것이고, 혼자서 그 게임을 번역했다는 뿌듯함과 책임감도 덜하다.

단점이라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번역은 번역이 끝나면 출판된 책을 선물로 주는데 게임은 번역이 끝나 출시가 되어도 그런 게 없다. 내가 번역한 게임인데도 따로 돈 주고 사서 확인해야 한다. 분명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다른 번역에 비해 대우가 다소 낮은 게 사실이다.

게임 전문 번역가에 대한 처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게임 전문 번역가로서 '자신'만의 강점이 있을까?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섬세한 번역이 강점일 수 있지 않을까? (웃음) 게임을 번역할 때 한글로 어떻게 표현하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이기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는 정말 자신이 있다. 게다가, 출판 편집 경력이 있어서 맞춤법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깔끔하면서도, 이해가 잘 되는, 게다가 맞춤법도 잘 지키는 번역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웃음)




= 게임 번역을 할 때 보통 얼마나 그 게임을 플레이해보나.

웬만하면 다 해본다. 실제로 해보고 번역을 하는 거와 안 해보고 하는 거와는 상당히 달라서 꼭 해본다. 문명5은 병행수입판을 미리 사서 웬만큼 플레이한 후에 일을 받은 거라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단,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는 전 세계 동시발매 작품이라 미리 게임을 해보지는 못했는데, 워낙 유비소프트 측이 대사의 상황 등 번역 자료를 충실히 보내주는 편이기 때문에 그나마 수월했던 것 같다. 다만, 게임 배경이 르네상스 시대여서 역사 속 인물 등 사건에 대한 자료조사는 추가로 해야 했다.




[ ▲ 2010년,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던 '문명 5' ]




=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보수를 공개해 줄 수 있는지.

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예전에 시간당 보수를 따져 계산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회사 다니는 거와 비슷하게 나오더라. 다만 단가와 작업 속도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 다만, 일의 양이 그때 그때 다르고 지급 기준일이 에이전시마다 다르기 때문에, 직장인 같이 일정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보통 출판 번역은 결과물을 원고지 장수로 환산해 번역료를 받는데, 게임번역은 단어를 기준으로 번역료를 받는다. 구체적인 건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영어→한국어 번역은 단어당 00원, 한국어→영어 번역은 글자당 00원이라고 보면 된다.




= 지금까지 번역한 게임 중 가장 힘들었던 게임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영 번역이 힘들다. 한영 번역의 경우 주로 MMORPG이기 때문에 번역량도 많고, 영어에는 꼭 필요한 정보가 한글에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점이 힘들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문장에서 반드시 단수, 복수, 성별 정보가 필요한데, 우리말에는 안 나와 있거나 생략된 경우가 많아 개발사에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개발사에서도 정확하게 답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개발사가 퀘스트를 제작하면서 무덤 묘비에 누워있는 시체의 성별까지 고려하겠는가. (웃음)




= 현재 한글화되지 않은 게임 중에 꼭 번역을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소망했던 "꿈" 프로젝트가 3개가 있는데, 바로 문명5, 심즈 미디벌,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6였다. 대체로 꿈을 이뤘다고만 말씀 드리겠다. 심즈 미디벌은 메뉴얼 한글화에 그쳐 아쉽긴 했지만.



[ ▲ 이미 한글화 출시 결정이 발표된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6' ]




= 게임 장르별에 따라서 번역에 걸리는 시간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스포츠 게임이나 FPS 류는 잘 하지 않아서 번역도 까다롭다. 배틀필드2: 배드컴퍼니 같은 경우는 군사용어를 따로 조사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니드포스피드 같은 게임도 운전을 잘 안 하니까 주행용어 번역에 어려움이 있었다.



= 문명5 번역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게임 번역은 제작사가 바로 번역가에게 일을 주지 않고 에이전시를 통해서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평소에 번역가 등록만 해놓고 한 번도 일은 받은 적이 없었던 에이전시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는데 분량이 상당히 많다. 한번 해보겠냐'라는 식으로.

그 당시 진행하던 일이 많았던 시기여서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거다. 오직 '번역 분량이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만 했는데 '이거 혹시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문명 5는 아마추어 한글화가 이미 완료되어 있었고, 당시에 이미 정발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이메일을 보내 '꼭 해보고 싶다.'라고 전달했고, 그쪽에서 저녁에 "오케이"라고 하셨다. 얼마 후에 작업 메일을 받았는데, 제목에 'Civilization 5'라고 쓰여있는 게 아닌가. 정말 너무 기뻤다. 평소에 정말 꿈꿔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정말 열정적으로 번역했던 것 같다.




= 문명의 광팬이다. 원래부터 문명 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했나?

문명은 2편부터 최근에 나온 5편까지 모조리 플레이했다. 3는 한정판으로도 소장하고 있다. 문명 1편부터 4편까지 한꺼번에 들어가 있는 '문명 크로니클' 패키지를 최근 샀는데, 조만간 미국에 있는 사촌 동생이 가지고 한국에 들어올 거다. (웃음)



[ ▲ 문명 1편부터 4편까지 한번에, 문명 크로니클 패키지의 위엄 ]




= 문명5를 번역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정확한 건 모르지만 나를 포함해서 총 3분 정도가 진행한 것 같은데, 내가 맡은 분량이 약 7만 단어였다. 3주 동안 작업했다. 원래는 아마추어 한글화에서 워낙 유명했던 대사인 "순순히 금을 넘기지 않으면.." 을 그대로 번역에 사용해서 일종의 오마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맡은 분량의 대부분이 게임 내 백과사전인 '시빌로피디아' 쪽이어서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다른 분이 그렇게 하셨을지도 모르겠는데 아직 확인은 해보지 않았다.



= 문명5 번역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백과사전 쪽이라 자료 조사할 부분이 많았다. 역사에 등장하는 단어를 조사해서 적절한 단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덕분에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뭐, 문명이니까, 정말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웃음)



= 다른 번역가나 번역팀이 번역한 게임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임이 있다면?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원래부터 영어에 익숙했기 때문에 어설프게 한글화된 게임보다는 영어 게임이 편했는데, 이 게임을 해보면서 '한글화 게임이 이렇게 편한 거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한글화 게임 수준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최근 나온 게임은 단연 블리자드 게임들이 아닐까 싶다.



[ ▲ 게이머들로부터 '한글화'의 지존이라고 인정받는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그녀도 단번에 이 게임을 호명했다. ]




= 게임 전문 번역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에이전시에서는 늘 샘플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에, 테스트로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일단 영어나 일본어 등 번역하고 싶은 언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는 없다. 나처럼 게임하면서 공부하면 일석이조 아닐까? 처음 하시는 분들은 취업 사이트 공고를 유심히 보면서 계속 도전해 보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번역가 모임에 자주 참가해서 어떤 에이전시에 어떤 일이 많은지 등등의 정보 공유도 하는 편이다.



= 최근 외국 수입게임들의 한글화가 감소하는 편이다. 게임 전문 번역가에게는 좋지 않은 현상인데,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쉽다. 대신 국산 게임의 수출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활발하다. 그래서, 지금 게임 전문 번역가로 먹고 살려면 "한영" 번역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품 구입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확산된 것 같고, 스마트폰 앱스토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 게임의 한글화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게임 전문 번역가로서는 기회라면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향씨는 참 독특한 인물이다. 인터뷰를 홍대 모 카페에서 진행했는데, 그녀가 기자보다 훨씬 먼저 도착해 본인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중간마다 그녀의 장비들을 잠깐 엿볼 기회가 있어 살펴보니, 작업용으로 쓰는 노트북의 바탕화면까지 '완벽한 게이머의 자세', 그대로였다. 핸드폰 바탕화면도 마찬가지.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기자의 태블릿 PC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자 그녀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거 어디 제품이에요? 키보드 신기하다. 전 이거 쓰는데.." IT에 특화된 호기심과 하드코어한 게임 경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처음 만난 여성이었지만 별다른 낯가림이 없이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게이머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 핸드폰 바탕화면도 디아블로3, 노트북 바탕화면도 디아블로3.. 솔직히 이런 여자분 처음 봤다. ]




부디 정향 씨가 앞으로도 지금의 열정 그대로 '게임 전문 번역가'로서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 언젠가는 명작 게임의 크레딧에 그녀의 이름 두 글자를 당당히 새길 수 있도록 인벤 가족들의 많은 응원부탁드린다. 한글화된 양질의 게임이 많으면 많아질 수록 우리 게이머에겐 복이 아닐런지.



P.S 1) 정향 씨의 연락처가 필요하신 분은 저에게 쪽지를.

P.S 2) E-메일: hooluk@gmail.com, 트위터: @hool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