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그냥 끊임없이 달리기만 하는 이 남자.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저 멀리 앞질러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뒤를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뒤늦게 깨우칩니다.

“아차, 뭔가 잘못됐구나”

웹젠이라 불리는 이 남자는 엔씨소프트와 더불어 과거 온라인게임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했던 개발사였습니다. 국내 최초 Full 3D 온라인게임 ‘뮤’를 대중 앞에 선보이며 단숨에 스타개발사로 떠올랐죠. 그야말로 벼락같은 성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웹젠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썬’, ‘헉슬리’, ‘배터리’ 등 큰돈을 쏟아 부은 후속작 들의 실패가 잇따르자 대한민국 대표 개발사의 이미지마저 흔들렸습니다. 전성기가 끝나고 길고 긴 부진의 늪에 빠진 운동선수와 같았죠. 웹젠에게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줄 카드가 절실했습니다.


그리고 지스타2011을 통해 꺼내 든 두 장의 카드. '뮤2'와 '아크로드2'의 공개는 사실상 웹젠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암묵적인 선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름 하여 웹젠 리턴즈, 게임이나 영화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한계가 느껴지고 식상함이 반복될 때 제작사가 다시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프리퀄’ 작품을 내놓는 것처럼 웹젠은 이제 과거로 돌아가 이 두 게임을 통해 과거 못다 한 이야기를 다시 하려 합니다. 그리고 리즈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합니다.


웹젠 박기동 PD와 진영환 PD와 인터뷰는 지스타2011 둘째 날인 지난 12일 진행되었습니다. 두 개발자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죠. 특히 아크로드2를 담당하고 있는 진영환 PD는 지스타를 통해 시연버전까지 내놓은 덕분에 유저 반응을 살피느라 숙소와 웹젠부스를 왔다 갔다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웹젠에서 아크로드2를 담당하고 있는 진영환 PD(왼쪽), 뮤2 개발을 맡고 있는 박기동 PD(오른쪽)]



웹젠의 신작 2종의 핵심은 ‘오리지널리티’ 계승

웹젠의 첫 번째 신작 ‘뮤2’는 전작의 핵앤슬래쉬 타입의 전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몬스터 AI를 대폭 상승시켜 몬스터 사냥하는 재미를 부각한 게임입니다. 박기동 PD는 이를 오리지널티의 계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뮤2의 첫 번째 목표는 반응성이 좋은 액션성입니다. 핵앤슬래쉬 게임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스킬을 눌렀을 때의 즉각적인 모션과 함께 몬스터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목적을 하고 있습니다”


지스타버전 영상을 본 유저들이라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얼핏 보면 뮤2는 원작보다 디아블로 스타일의 게임과 가깝게 변한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초기 뮤를 통해 느꼈던 그 느낌만은 살아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몬스터를 쓸고 담는 매력은 다행히 충분합니까요. 여기에 ‘땡’하고 ‘석’이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으면 100점짜리 영상이었는데 아쉽기는 합니다.






[▲'뮤'라고는 믿기지 않은 비주얼 퀄리티를 자랑한다]


‘아크로드2’ 역시 이런 점에서는 ‘뮤2’와 궤를 같이합니다. 진영환 PD는 아크로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모두 버리고 PVP와 RVR 이 두 가지 장점을 그대로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전쟁게임은 전쟁게임답게 만들자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아크로드2의 방향입니다. 지스타 시연버전 역시 이런 ‘아크로드2’의 그대로 살려 ‘성물점령전’이라는 전장에서 시연되었죠.


“설정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유저는 에임하이와 데몰리션 두 개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 절대적인 존재인 ‘아크로드’가 되기 위해 끝없는 전쟁을 펼친다는 내용이죠. 전작에서는 스케일이 상당히 커서 이런 장점들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는데 ‘아크로드2’에서는 PVP와 RVR로 대변되는 게임 컨셉을 그대로 살릴 생각입니다. 이번 성물전도 그래서 준비했고요. 이번 버전을 만들기 위해 1,000개 이상의 버그를 잡을 정도로 정말 고생햇습니다(웃음). 다행히 재미있게 즐겨주시는 분들이 많아 보람이 생기네요”


진영환 PD의 말대로 게임 컨셉은 ‘전쟁’이지만 이 전쟁을 돕는 숨은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살려주는 ‘프리클래스’입니다. 프리클래스란 정해진 직업 없이, 용도에 맞는 무기를 원할 때마다 바로 교체해가며 전투를 벌이는 시스템입니다. 게임 내에서 어떤 종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양손검/도끼, 한손검/랜스 등 종족별로 각 4가지 무기를 사용하게 되죠. 또,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벌이면 숙련도가 상승하고, 이를 통해 무기별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프리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유저들에게 캐릭터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킬포인트를 어떤 무기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캐릭터로 변하고 또 반대로 자기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완전히 맞춤형 캐릭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스킬이 또 장착한 무기에 따라 달라지니 같은 캐릭터라도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크로드2의 핵심은 바로 '전쟁'이다]


이번 지스타에서 아크로드2는 시연버전을 뮤2는 영상을 공개했지만 두 게임 모두 아직 공개될 정보가 많다고 합니다. 아크로드2는 현재까지 구현된 7개의 전장 중 겨우 1개를 골라 시연버전에 공개했을 뿐이고 뮤2는 이미 2년 9개월 전부터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에 상당히 빌드가 올라간 상태입니다. 아직 두고 두고 공개할 정보가 많다는 말이죠.


아크로드2 개발 진척 상황에 대해 진영환 PD는 “금방이라고 공개는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유저의 반응이다”며 “연내 사내테스트를 한번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에 첫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뮤2 박기동 PD 역시 “개발 기간이 이미 오랫동안 진척된 만큼 보여드릴 것이 많다”며 좋은 기회를 마련해 하나씩 공개할 생각이라고 뜻을 전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웹젠의 두 신작 목표는 과거 영광의 재현입니다. 그저 과거 향수만 자극하고 끝나버릴지 아니면 웹젠의 구세주가 될지는 일단 좀더 지켜봐야겠죠. 하지만, 두 개발자의 컨셉 그대로라면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 합니다.



[▲뮤2 플레이 동영상-지스타 2011 빌드]



[▲아크로드2 CG 동영상-지스타 2011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