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인의 야심작 월드오브파이터가 바로 '명장삼국'이다


“짝퉁에도 격이 있다면 저건 차라리 예술이죠” 3년 전 차이나조이 취재차 중국 상해를 방문했을 때 '나이키' 짝퉁 매장을 안내한 관광 가이드의 말이다. 상표권을 비켜가고자 나이키 로고를 한번 쥐어 짠듯한 디자인은 뒤로하더라도 간판에 적힌 ‘Anything is possible(무엇이든 가능하다)’ 슬로건은 표절, 오마주, 패러디 따위의 해석을 불허했다(참고로 아디다스의 슬로건은 ‘불가능은 없다=Impossible is Nothing').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 전에 예술을 한번 더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차이나조이 2009 현장에서 더나인의 ‘명장삼국’을 본 후다. 직업, 스킬, 인터페이스, 이펙트, 모든 것이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같았다. 비슷하다거나 흡사한 게 아니다. 거의 같았다. 요컨대 당시 명장삼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짝퉁게임이 아니었다. 중국장인이 던파를 뜯어다가 다시 삼국지풍으로 한땀 한땀으로 수놓은 예술의 총체였다.

그래서 네오위즈게임즈가 2009년 12월 명장삼국(한국명: 명장 온라인)을 퍼블리싱한다고 했을 때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예술과 자본의 만남은 공공장소에서하는 키스와 같다. 본인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이 민망해진다.

논란의 주인공 네오위즈게임즈와 인터뷰는 지난 8일 이루어졌다. 묻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아 보였다.

▲좌측부터 네오위즈게임즈 서호성 사업부장, 김태형 팀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명장온라인을 계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태형 팀장: 퍼블리셔의 관점에서는 다른 이슈보다 이 게임이 좋은 게임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명장 온라인’은 괜찮은 게임이었다. 계약 이슈 중 30% 정도는 탄탄한 게임의 기본기 때문이었고 나머지 70%는 더나인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 해외 게임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이 작품을 시장에 코디네이션할때 개발사가 게임을 바꿀 의지가 있느냐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에 맞게 게임을 다듬어야 하는데 개발사가 그런 의지가 없다면 서비스가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더나인은 그 어떤 회사보다 게임을 바꿀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고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에 계약하게 됐다.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표절 이슈에 대해 유저들을 이해시켜야하는 입장이다

김태형 팀장: 맞는 말인데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던전앤파이터' 성공 이후 MORPG 게임들의 형식 자체가 던파와 비슷해졌다. '명장 온라인'이 2D 횡스크롤 MORPG이다보니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보면 던파 역시 공개 초기에는 캡콤의 아케이드게임 던전앤드래곤즈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있지 않았나? 던파가 성공하자 이제는 오히려 비슷한 MORPG가 나오면 던파 아류라고 손가락질한다. 명장온라인도 비슷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게임성 자체로 명장온라인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명장온라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삼국지 시나리오 베이스의 판타지 게임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삼국지 게임들이 전략, 영웅, 시니리오를 강조하며 조금 무겁게 게임을 가져가는 반면 명장 온라인은 친숙한 삼국지 소재에 판타지를 결합해 좀 더 라이트하면서 삼국지 게임만이 나올 수 있는 재미를 추가했다. 또, 명장온라인만의 오리지널 모드인 '신주쟁탈전'이나 '군단섬멸전'은 이 게임의 특징과 컨셉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특히 군단섬멸전은 기존 2D 횡스크롤 전투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200명 단위 대규모 전투가 이루어져 기존 2D 횡스크롤 RPG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판단된다.



▲명장온라인 스크린샷



게임성이야 그렇다고치자 인터페이스나 스킬 이펙트 등이 비슷한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김태형 팀장: 일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인정한다. 사실 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의 이슈는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을 변경하려고 마음먹고 더나인에 요청을 했을 때 우리의 요청은 ‘똑같은 건 무조건 바꿔주세요’가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더라도 디테일한 정보가 보여주는 UI를 만들자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꿀려면 훨씬 더 좋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 인터페이스, 훨씬 더 편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우리의 명제였다. 단순히 컬러나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이었다면 우리도 편하고 작업도 훨씬 더 빠르게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고 아직 바꾸지 못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차차 개선을 할 예정이다.

서호성 사업부장: 그래픽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그래픽의 톤의 변화는 ‘적합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일반적으로 동양적인 색채의 톤을 버리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던파와 흡사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톤이 삼국지 시나리오를 설명하기 좋은 톤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점 하나가 아마 스킬 중에 일부는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2D 액션게임에서 스킬 이펙트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은 거의 새롭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작업량이 만만치 않다. 업데이트를 통해 차차 개선할 에정이다.

더나인은 원래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운 회사 중 하나라고 정평이 나있는데

김태형 팀장: 실무적으로 보자면 더나인뿐만 아니라 중국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은 원래 힘들다(웃음). 이건 사람과 사람과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라고 본다. 게임시장의 문화 자체가 한국과 중국은 너무도 다르다. 우리가 요구하는 사항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른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데 게임 코드를 개선해야할 것 같아요”라고 요구를 하면 “그럼 서버를 2개 더 두세요”라고 말해버린다. 또, 협의를 통해 상의를 했더라도 막상 일을 하다보면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나인이 계약 초기부터 바꾸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요구를 최대한 받아준다는 점이다. 사실 2009년 12월 계약 이후 이렇게 로컬라이징 작업이 오래 걸린 것도 하나씩 바꿔나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호성 사업부장: 과거에 로컬라이제이션이 단순히 언어나 인터페이스를 바꾸는데 국한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시장에 맞는 문화에 주력하는 것 같다. 우리도 AOC, 아바, 크로스파이어 등 여러게임을 서비스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단순히 언어팩만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래 걸린 이유는 그만큼 한국문화를 적용시키기 위해서 바꿨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한국에 맞는 게임은 어떤 것일까?

김태형 팀장: 중국 RPG의 특징 중 하나가 100% 플레이타임에 대한 보상시스템이었다. 플레이타임을 늘리는데 굉장히 많이 투자를 하고 액션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컨트롤적인 재미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플레이타임 기준으로 보상체계로 하다보니깐. 실력이 좋거나 무기나 스킬 조합을 잘해서 플레이하는 유저보다 전장 안에 들어가서 그냥 게임만 오래도록 많이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좋은 보상을 얻게 되더라. 우리가 보기에는 인민적인 사상이 게임에 포함된 게 아닌가 싶었다.

서호성 사업부장: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해주셨다(웃음). 한국시장 통하는 게임이 뭐냐라고 물어보면 말하는 사람 마다 이야기가 다르다(웃음). 사실 중국에서 통하는 콘텐츠와 한국에서 통하는 콘텐츠가 따로 존재하진 않는다. 다만 밸런스적인 문제가 있을 순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로드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이냐라는 것이었고 이를 1차 CBT를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


명장삼국의 중국 서비스 상황을 듣고 싶다.

서호성 사업부장: 중국에서 잘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래 네오위즈게임즈의 방향이 중국에서 성공한 게임만 서비스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진 않았다(웃음).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국버전의 명장삼국과 한국의 '명장 온라인'은 그 게임성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테스트를 하게되면 아무래도 이슈는 많이 될 것 같다. 어떤 게임으로 불리고 싶나?

김태형 팀장: 우리는 중국버전부터 현재 한국 1차 CBT 빌드까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잘알지만 유저분들은 1차 CBT에서 게임을 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 나름대로 많이 바꿨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부분들을 1차 CBT를 통해 지적해주시면 계속해서 고쳐나가겠다. 어떤 게임으로 불리고 싶냐라.... 글쎄. 그냥 재미있게 즐겼다 정도?(웃음) 그 이상 더 좋은 평이 어딨겠나.

서호성 사업부장: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그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구나 라는 정도의 평가다. 많은 부분에서 밸런스 작업을 했고 마상전투나 PVP 등 중국버전에 없는 한국만의 콘텐츠도 많이 추가했다. 신규 콘텐츠 추가는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도 받아드리기 힘든 것 중 하나였는데 업무를 진행하면서 더나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적용되었다.

어찌되었든 퍼블리셔는 재미를 파는 회사고 유저들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그것을 사는 사람이다. 게임이 재미없다면 그렇게 평가될 것이고 재미가 있다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모쪼록 명장 온라인에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시고 온전히 게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CBT이든 OBT이든 그냥 재미있게 즐겼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