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하늘이 내린 불치병, 높은 곳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해외 여행을 위해 비행기는 커녕 제주도 한 번도 못 가봤고 놀이공원에서 자이로드롭을 처음 탔을 때에는 1분 3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온갖 신들에게 기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제가 처음 비행기를 탈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동경 게임쇼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게임 기자로서 전세계 유명 게임쇼를 모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열망, 그 마음 하나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지요. 비록 일본 방사능 사태 직후였기에 동료 직원들에게 많은 동정표를 샀고, 비행기 이착륙 때 속으로 덜덜 떨었지만 말입니다. 첫 해외 방문이 여행이 아닌 출장이었다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런 제가 다시 한 번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가게 된 것은 중국 상해에서 올해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진행되는 차이나조이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세계 3대 게임쇼에는 들지 못했다고 하나, 그 성장세만큼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바로 그 게임쇼 말입니다.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 올해의 차이나조이는 어땠을까요? 너무나 중국다웠던 2012 차이나조이 현장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대륙의 스케일에 놀라다.


차이나조이를 처음 방문한 사람이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역시 대륙의 스케일입니다. 매년 중국 국제 무역전시장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는 중국의 넓은 땅을 마음껏 활용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표를 사는 곳에서부터 표를 내고 들어가는 곳까지 20분, 표를 낸 뒤 실제 전시장까지 들어가는 곳까지 다시 20분! 중국의 큰 스케일을 두고 '대륙'이란 수식어를 왜 붙이는지 백번 이해가 가더군요.


드디어 입구 도착. 하지만 여기서 약 40분 이상을 걸어야 실제 전시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줄을 서야 하는 곳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입장에 앞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과정이 있다는 점입니다. 치안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선 일반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공안 요원이 직접 나와 검사를 하는 것도 의외였지요.


공안 요원의 검사



검사를 마치고 내부로 좀 더 들어가니 프로모션용으로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는 한 업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위차하여 습도가 높고, 제주도보다 더 남쪽에 위치한 상해의 기후 특성상 음료수는 필수! 이런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프로모션 방법이긴 한데.. 어느 업체라고 홍보가 전혀 없어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나눠주는 직원, 받아가는 사람 누구도 이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륙의 프로모션



실제 전시장에 들어가 가장 먼저 보게 된 것은 역시 G 였습니다. 다만, Game(게임)이 아닌 Girl(걸)이었습니다. 예전부터 게임보다는 걸들의 외모에 치중(?)한다는 오명이 있긴 했었기에 어찌보면 색다를 것도 없었습니다만, 그 숫자만큼은 역시 중국!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입장과 함께 제일 먼저 보게되는 차이나조이 합동 이벤트 무대



그렇다고 차이나조이가 걸들만 있는 게임쇼는 절대 아닙니다. 넓은 공간 덕분인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웅장한 규모의 부스도 많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중국 특유의 느낌을 살린 이색적인 프로모션도 볼 수 있었지요. 


Kingnet의 촉산전기 부스. 촉산을 표현한 조형물을 설치, 분위기를 더했다




익숙한 AMD 부스도 확인. 다양한 게임들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이 친구를 어디서 봤더라...?




특이하게 유리벽 안에 위치했던 중국 웹게임 살파랑의 부스걸



타향만리 취재 중 만난 반가운 이름, 오디션2! 오디션2 부스는 아예 클럽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며 입장하면 흥겨운 K-PoP에 맞춰 춤을 추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스보다 프로모션 자체가 특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차이나조이에 등장한 여군 소대의 위용!


이...이건 무엇인가!?



국내 서비스를 한창 준비중인 월드오브탱크도 부스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1년 3월부터 이미 시작을 한 제법 된 게임입니다. 부스걸과 삼바춤(?)을 추는 관람객들이 인상적이었지요.


월드오브탱크 부스 이벤트




익숙한 친구들 또 발견! 여기로 저 인형 던지면 부스걸이 화냈겠죠?



올 차이나 조이에서 가장 많은 시연대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싶었던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 플래닛사이드2 체험존. 이번 차이나조이와 함께 시네마틱 영상의 풀버전을 공개하한 플래닛사이드2는 3개의 진영, 2000명이 넘는 유저들이 하나의 전장에서 전투를 즐길 수 있는 MMOFPS로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모였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문자 역시 폭주! 줄이 너무 길어 내부로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PSVITA와 PS3 역시 이 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여, 그 빛을 더했습니다. 그란투리스모를 비롯하여 철권vs스트리트파이터와 데드오어얼라이브5, 파이널판타지13 X-2, 삼국무쌍6 등 다양한 출품작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쏟아졌지요. 특히, 그란투리스모는 실제 레이싱과 같은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존을 제공하여 성황을 이뤘습니다.









EA 부스 역시 사람이 많기로는 밀리지 않는 모습! 특히나 EA 부스 중 사람들이 모였던 곳은 배틀필드 온라인이었습니다.



블리자드 역시 부스를 냈습니다. 곧 공개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판다리아의 안개와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그리고 디아블로3를 위주로 부스를 꾸민 블리자드는, 그 명성답게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요.







스네일 게임즈에서는 신작 구음진경의 모델로 영화 배우 '이연걸'씨를 선택하는 신의 한수를 두었습니다. 함께 취재한 모 기자의 의견으로는 '이연걸을 보니까 왠지 의천도룡기 같아요'라고 하긴 했습니다만, 무협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20~30대 층에게는 이보다 더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이 있었을까 싶더군요. 심지어 체험존에서는 3D 버전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기도 하여 흥미를 높였습니다.


스네일 게임즈의 구음진경은 모델로 이연걸씨를 발탁!




거기에 특이한 상품까지 걸어 부스는 인산인해




▲ 3D 입체 플레이까지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요새 게임쇼에서 이 이름 빼먹으면 섭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는 이번에 텐센트 부스에서 함께 출품되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패치로, 변화 계획도 없기에 이렇다 할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는 없었던 상황. 그러나 역시! 그 인기답게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다시 한 번 그 명성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 별다른 이슈가 없어도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



마지막으로 대망의 블레이드&소울 부스.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 차이나조이를 통해 중국 FGT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여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부스 크기에 비해서 방문자가 너무 많아 진행요원이 긴급 투입되어 교통정리를 해야만 했을 정도로 블레이드&소울에 대한 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네요.




그 와중에 깨알같이 찾아낸 삼국 영웅전!




그리고 프리스타일 풋볼의 모습도 찰칵




디아블로보다 더 디아블로답다는 토치라이트2도 볼 수 있었다




마영전 부스는 취재 당시 현장 문제로 아쉽게 취재가 불가능했다



 스마트 기기의 게임도 여기저기 




한 때 심심풀이 땅콩마냥 시간 때우기 용으로 받아들여졌던 핸드폰 게임들이 점차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최근에는 게임쇼에서도 이런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을 자주 볼 수 있지요. 스마트 기기 게임의 명가라고 할 수 있는 POPCAP Games도 부스를 내서 자사의 유명 게임 식물과 좀비 등을 선보였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참 많이 방문했던 부스, 그리고 정말 의외의 코스프레였지만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어 웃음보가 터졌던 부스로 기억에 남네요. 이외에도 다양한 개발사에서 스마트 기기 기반 게임을 출품하였습니다.





▲ 허허.. 이 분은 설마....



 이색적인 것으로는 따라 올 수 없다. 게임쇼에 등장한 Harley Davidson 




올해 차이나조이에서 눈길을 끈 또 하나는 이색적인 경품들이었습니다. 보통 게임쇼에서는 인형이나, 가방, 우산 등을 주 프로모션 제품으로 사용하고 간혹 좀 더 독특한 곳은 USB와 같은 소형 컴퓨터 관련 기기 등을 상품으로 걸곤 하는데, 이번에 차이나조이에서는 신기한 상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니아만 알아본다는 명품 오토바이, Harley Davidson이 바로 그것입니다.


니가 여길 왜....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충격에서 벗어난 것도 잠시, 다음에 절 패닉에 빠뜨렸던 것은 무려 자동차! 그것도 슈퍼카로 유명한 닛산 GT-R. 1억을 훌쩍 넘는 비싼 자동차입니다. 니드포스피드 월드 부스였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였습니다.




내가 게임쇼를 온 것인가, 모터쇼를 온 것인가




이 친구를 보기 전까지는 닛산이 최고인줄 알았죠. 람보르기니라니...



특이한 프로모션은 계속 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한 것인지, 부스를 위한 것인지 / 바디 페인팅을 받던 남성을 위한 것인지, 구경하러 온 여성을 위한 것인지 모호한 느낌이 들었던 바디페인팅 프로모션!



옆 부스의 부스걸님이 사진을 찍어가시더군요..



텐센트에서는 커다란 로봇을 설치하여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특정 시간대에는 관람객들에게 개발하여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을 주기도 했지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어떤 게임 프로모션이었는지조차 까먹은 클라이밍 이벤트



 중국형 키넥트의 등장? 이두율동기




게임 소식에 좀 더 민감하신 분이라면 키넥트에 대해서 이미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여 그것을 게임에 활용하는 기기로서,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이 키넥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재미있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이두율동기(가칭). 언젠간 정말 직접 바닥을 피하면서 레이드를 뛰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잠깐 들기도..


동작에 따라 점프와 이동, 공격이 결정되는 형태.




스마트폰 액정 닳을 정도로 손가락 휘둘러보신 분, 곧 직접 자르시는 시대가 옵니다



 게임 말고도 볼 거리가 많습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 판매.



최근에는 게임쇼라고 해서 게임과 관련된 볼거리만 있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은 게임과 땔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인만큼,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도 이와 관련된 상품들을 전문적으로 파는 부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탐나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각종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소품은 물론, 피규어와 캐릭터 셔츠들까지.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차이나조이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이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생활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몰려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했고,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착용하고 부스 사이를 활보하는 것도 볼 수 있었지요. 국내에서는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기 쉽지 않은데 차이나조이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모자도 정말 탐났지만 짐이 많아서 포기.




▲ 장물 중의 장물, 중국산 아지노스와 서리한도 팔더군요.



 신기하지만 조금 아쉬운



중국의 게임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참 성장 중인 시장입니다. 다소 내수에 특화되어 발전 중이긴 하지만 시장의 규모는 물론 그 안에 쌓이는 내공, 혹은 노하우 무엇하나 우습게 볼 수 없는 시장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지요. 언젠가 차이나조이가 세계 3대 게임쇼라는 명성을 얻는 것도 꿈만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지언정, 당장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크고 많은 중국의 게임쇼이기 때문일까요. 게임쇼가 응당 집중해야할 본연의 G(게임)에 비해 다소 부가적이어야 할 G(걸, Girl)가 부각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게임쇼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그런 점만 제외한다면 차이나조이는 중국 상해 특유의 습하고 무더운 날씨, 한국인에겐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음식들, 통하지 않은 언어 등 이 모든 것에 대한 걱정을 잠시 미뤄두고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게임쇼임이 분명합니다. 그 점수의 상당 부분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주는 것이긴 합니다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인데요.